[뻘쭘시-초-1605-16] 똔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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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휘장이 낡아지면 그랬을 것이다
늘어진 비닐 지붕 아래
오이소박이, 고추와
깻잎장아찌, 쭈꾸미젓, 오징어젓, 멸치조림,
파래무침, 고들빼기장아찌
손 큰 욕쟁이 할머니
새로
무쳤어, 안팔거니까 그냥 맛만 봐
남는 거니까 걍 처묵어
백설기와 토마토 몇 알 내려놓으면
이놈아, 요거 처묵고 새끼랑 잘살어
잘 처먹어 건강이 최고여
똔똔, 똔똔이다
4층 연립 한 채를 인근 대학에 희사하고
찬가게는 얼굴 큰 아들에게 물려주고 떠난 지 두
해
파래무침이랑 메추리알조림하고 고들빼기장아찌를 조금
사고
돈을 지불했다
오렌지 한 알 건네는데
아들은 퉁명스럽게 안먹는단다
똔똔, 똔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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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가는 정이 그리웁다. 내 정은 점점 말라간다. 계산적인 내 탓이다.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물은 흐른다
시간과 함께...
흐르다가 골을 파기도 하고, 개울을 만들기도 하고,
강이 되어 흐르다가 바다가 된다
우리네 사연 많은 삶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사람의 한 평생을 물의 흐름과 멎음으로 비유하자면,
인간답게 산다는 일과 그러하지 못한 것으로 구분될 수 있겠다
예컨데, 시에서 말해지는 손 큰 욕쟁이 할머니 같은 분은
얼마나 인간적으로 아름답게 사셨던 분이던가
그리고 얼마나 멋진 삶을 사셨던 분이던가
요즈음은 흐름이 막혀 시궁창, 웅덩이가 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
- 나도 그렇지만
(믿는)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서 그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항상, 깨어 있으라 그리고 기구(祈求)하라"
하지만, 늘 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 (나도 맨날 졸립다)
나도 저 할머니처럼 사람다운 사람으로 늘 깨어있고 싶다
" 요놈들아, 세상은 이렇게 사람처럼 사람답게 사는 게 좋은 것이여
유식한 경전(經典) 끼고 살믄서 맨날 딴짓 하지 말고.. "
똔똔은 똔똔이다 (누구나 예외없이, 어김없이 죽는다)
어차피,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삶 아니던가
기왕에 똔똔이라면 지상의 삶을 마감하고 하늘나라에 갈 때,
저승 입구의 명경대(明鏡臺) 바라 보며 뻘쭘할 일은 없어야 되리라
* 할머니의 전언(傳言) : " 배운 거 없이 살았지만, 난 명경대 보며 뻘쭘한 거 하나 읍써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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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이,
조금 가난해도 서로 나눈다고 합니다. 물질만능을 넘어서 물질숭배까지 이르렀는지 아쉽습니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 보면, 제게도 책임이 있지요.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그 책임, 저와 나누시지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