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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쭘시-초-1605-16] 똔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741회 작성일 16-05-09 21:35

본문


 [뻘쭘시-초-1605-16]        똔똔                   / 시앙보르


솔로몬의 휘장이 낡아지면 그랬을 것이다

늘어진 비닐 지붕 아래

오이소박이, 고추와 깻잎장아찌, 쭈꾸미젓, 오징어젓, 멸치조림,

파래무침, 고들빼기장아찌


손 큰 욕쟁이 할머니 

 

새로 무쳤어, 안팔거니까 그냥 맛만 봐

남는 거니까 걍 처묵어


내가 산 오이소박이와 깻잎 그리고 오징어젓보다

거저 집어주는 게 더 많다 

 

백설기와 토마토 몇 알 내려놓으면

 

이놈아, 요거 처묵고 새끼랑 잘살어

잘 처먹어 건강이 최고여

 

무겁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다


똔똔, 똔똔이다


 

4층 연립 한 채를 인근 대학에 희사하고

찬가게는 얼굴 큰 아들에게 물려주고 떠난 지 두 해

 

파래무침이랑 메추리알조림하고 고들빼기장아찌를 조금 사고

돈을 지불했다

오렌지 한 알 건네는데

아들은 퉁명스럽게 안먹는단다

 

똔똔, 똔똔이다


---------------------

* 오가는 정이 그리웁다. 내 정은 점점 말라간다. 계산적인 내 탓이다.

추천0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물은 흐른다
시간과 함께...

흐르다가 골을 파기도 하고, 개울을 만들기도 하고,
강이 되어 흐르다가 바다가 된다

우리네 사연 많은 삶이란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사람의 한 평생을 물의 흐름과 멎음으로 비유하자면,
인간답게 산다는 일과 그러하지 못한 것으로 구분될 수 있겠다

예컨데, 시에서 말해지는 손 큰 욕쟁이 할머니 같은 분은
얼마나 인간적으로 아름답게 사셨던 분이던가
그리고 얼마나 멋진 삶을 사셨던 분이던가

요즈음은 흐름이 막혀 시궁창, 웅덩이가 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
- 나도 그렇지만

(믿는) 종교는 없지만,
성경에서 그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항상, 깨어 있으라  그리고 기구(祈求)하라"

하지만, 늘 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 (나도 맨날 졸립다)

나도 저 할머니처럼 사람다운 사람으로 늘 깨어있고 싶다

" 요놈들아, 세상은 이렇게 사람처럼 사람답게 사는 게 좋은 것이여
유식한 경전(經典) 끼고 살믄서 맨날 딴짓 하지 말고.. "

똔똔은 똔똔이다 (누구나 예외없이, 어김없이 죽는다)

어차피,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삶 아니던가

기왕에 똔똔이라면 지상의 삶을 마감하고 하늘나라에 갈 때,
저승 입구의 명경대(明鏡臺) 바라 보며 뻘쭘할 일은 없어야 되리라

* 할머니의 전언(傳言) : " 배운 거 없이 살았지만, 난 명경대 보며 뻘쭘한 거 하나 읍써야 "


------------------------------

잘 감상하고 갑니다

시앙보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시앙보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들의 특징이,

조금 가난해도 서로 나눈다고 합니다. 물질만능을 넘어서 물질숭배까지 이르렀는지 아쉽습니다.
어른이 된 입장에서 보면, 제게도 책임이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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