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시-초-1605-17] 전서구 傳書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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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쭘시-초-1605-17] 전서구 傳書鳩 / 시앙보르
버드나무
국수로 언제 쯤 방주에 돌아갈 수 있을까, 그늘의 혓바닥에 붙들린 비둘기의 발목이 빨갛다, 우체통은 전 세기의 유물, 맨발의 여정과 조우하는 눈이 맵다, 부리로 하늘을 쪼아대는 건 장문의 모르스 부호, 꽃잎처럼 치열하게
이메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늘과 하늘의 거리, 그 거리를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은 바로 날벌레의 단단한 눈, 양식을 위해 하늘을 쳐다보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본성을 이기는 힘은 무한대를 바라보는 눈, 한쪽
발로만 뛰던 비둘기가 보이지 않는다, 소인이 찍히지 않은 우표는 그저 폐기된 식권, 가벼운 날개는 새들에게도 꿈의 로망, 뭍에서도 고단한 몸이 허공까지
밀고 나가려면 새나가는 것이 거의 무한대겠지, 스스로 여로를 밝히지 않는 건 시야각이 넓은 어안렌즈라서
그렇다, 비둘기가 식탐 좋은 그늘을 벗어난다, 늦은 밤 중부지방에
산발적인 소나기, 버드나무 줄기가 속없이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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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서구라는 메신저가 사라졌다. 시대의 코드가 맞지 않다. 작금에 어울리는 메신저를 떠올려본다.
트위터리언을 난 순응하지 않는다. 이메일도 골아프고 SNS 잡것이다. 아나로그가 좋다.
아나로그 전서구를 빚어보고 싶다. 습작품은 기시감이 심해서 삽질이 필요하다. 뼈대까지 발라낼 것.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저도 동감요~
요즘처럼 사람의 체온이 실린 소식을 받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는
시앙보르님의 댓글

메신저, 글쎄 종이 편지를 한땀한땀 쓴지가 언제인지 가물거립니다.
첨단의 통신 매체들이 편리보다는 외려 더 바쁘고 채근하고 밀어붙이고 닥달해서리,
급한 일 말고는 보내지도 잘 받지도 않는 편입니다.
특히 영업직들은 24시간 쉬지도 못하지요.
운전 중에라도 통신은 꺼두라고 하는데, 위험한대도 통신 중독, 심각합니다.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요즘,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스마트 폰 중독이 심각하더군요
잠 자리에 들 때도 머리 맡에 두어야 불안하지 않대나 어쨌다나..
시도 때도 없이 수 없이 날라드는 이 메일.. 문자
우리네 삶을 너무 얽어매고 있단 생각
다행히(?) 저는 여직 2G 폰을 쓰고 있어서
그나마 조금 여유가 있다는
10년 넘게 쓰고 있는데.. 얜, 메모리 용량도 20메가 밖엔 안 되서 메일 . 문자도
지가 알아서 자동 커트 한다는 (웃음)
- 어딜 가나 사람들에게 지가 구석기 시대 원시인으로 튀어서, 좀 민망하긴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