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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짧은 글로 남겨두는 마지막 감상] Jealousy is my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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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8회 작성일 16-05-13 11:30

본문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 출생.
1979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한 것을 계기로
작품활동을 시작. 1985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안개〉가 당선되었다.
1984년 중앙일보에 입사하여 정치부, 문화부, 편집부 기자로 근무하며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하였다. 1989년 시집 출간을 준비하던 중,
종로의 한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뇌졸중으로 알려져 있다.
만 스물 아홉의 나이. 요절이었다. 같은 해 5월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발간되었으며, 유고시집의 제목은 평론가 김현이 정했다.
현재 경기도 안성시 천주교 공원묘지에 묻혀 있다.



<감상 & 생각>

기형도의 유고遺稿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1989년 출간된 이래, 많은 예술 부문에 걸쳐
영향을 주었죠.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을 만든 박찬옥 감독 같은 이도
기형도의 동명同名의 이 시에서 영감靈感을 얻어서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할만큼...

A. M. 파인스 (Ayala Malach Pines) 같은 이는
질투를 “가치 있는 관계나 관계의 질質의
위협에 대한 반응” 으로 간명簡明하게 정의하기도 하죠.
즉, 질투는 관계의 산물産物이라는 거죠.

어쨌던, 이 질투라는 감정은 우리들의 삶에 있어서
꽤나 다양한 모습으로 현현顯現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사랑에의 갈구로, 혹은 체념이나 무관심으로
때로는 집착이나 오기傲氣로...

질투는 대체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置簿되는 경향도 있지만,
반면에... 고통과 분노 속에서도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도록 동기화動機化해 주거나, 발전적인 경쟁관계를 통해
서로 간에 성장의 동력動力(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있어 말하자면...
질투는 마치, <사랑이 드리우는 그림자>와 같다고나 할까요.

기형도 시인도 그런 관점에서 질투를 바라본 것 같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질투라는 감정을 통해서
자신의 삶과 사랑을 조망眺望하고 있으니 말이예요.

하지만, 그는 시에서 종내 탄식을 합니다.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이며 질투할 줄만 알았지,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 희선,



Mi Mancherai (II Postino) - Josh Gr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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