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또 다른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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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또 다른 설명 / 안희선
이를테면,
내가 그대에게 이르는 소리가 아주 가냘퍼져서
마치 희미한 침묵과 같아지더라도
그대는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한 나뭇잎 흔들리는 나의 가벼운 몸짓에도
그대는 그런 나를 아무런 탓함 없이
세상의 흔해빠진 선(善)과 악(惡)을 넘어,
눈물 속에 기꺼운 힘으로
나를 어루만져 주는 정적(靜寂)의 얼굴인 것이다
무한히 다정한, 손깃인 것이다
어떠한 감정(感情)도 증오로 키우지 않고
다만 그것들을 마음에 고요로 깃들게 한 채,
못난 내가 만든 모든 부끄러움까지도
자기 자신의 병(病)으로 대신 앓고 있는 것이다
해가 지고 하늘에 노을 물드는 것처럼,
내 날개의 절정(絶頂)이 조만간 추락할 것을
비애롭게 예감하면서도,
그대는
깊은 어둠 속의 불안한 내 발걸음을 비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근심어린 등불인 것이다
<Memo>
하여, 흔히 시를 쓰는 종자들을 가리켜 ' 공상을 따먹고 사는 사람들' 혹은
' 덧없는 꿈과 바람(소망)을 말하는 사람들' 이란 세간의 혹평을 들어 마땅하다 할 것이다
한마디로, 현실의 효용성(ie : 오로지 오로지 돈 되는 일)의 가치가 최우선인 사람들의 人格市場에서
시라는 상품은 제 아무리 그럴듯한 포장을 해도 제값 받기는 애저녁에
일찌감치 틀렸다는 얘기가 차라리 솔직하다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조건없는 사랑이라면 시인님이 정의한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그런 조건없는 사랑이 있답니다.
아니 있다고 믿습니다. 사랑의 의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보는 오후 입니다/ 건강하세요!
안희선님의 댓글

조건 없는 사랑...
마자요, 있긴 있어요
이를테면, 샤워님의 꽃에 대한 꽃맘스런 사랑
아, 나도 꽃이나 될껄..
시차관계로 시간이 종종 헷갈려서 한 편 오버해서 올렸단 거
해서, 삭제하려구 했는데
그 사이, 귀한 댓글을 달아 주셨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