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시-초-1605-10] 내 사랑하는 원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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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쭘시-초-1605-10] 내 사랑하는 원두막 / 시앙보르
그날은 최악의 가뭄이란다
과수원과 채마밭에서
설익은 꽃이 낙과를 뒤따랐다
노아의 방주가 빈 배로 떠내려간다
비닐하우스 스프링클러는
유대광야를 걸어온 돌소금을 뿌려댄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에게서
오이가 딸기를, 딸기가 수박을, 수박이 토마토를, 토마토가 참외를,
참외는 시금치를 낳았으나
광야에는 그대가 잠시 머물렀던 원두막 한 채뿐
빈 막걸리병이 두레박으로 달콤한 물을 길어올리려
지상으로, 지상으로 내려간다
어쩌면 말라비틀어진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우물가 사마리아 여인이나 베데스다 연못 앉은뱅이처럼
원두막이 잘 익은 우산처럼 보인다
비 냄새가 풍겨온다
우산은 구름을 낳고, 구름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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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원두막, 땡볕 아래 뜨뜻한 참외를 깨물던 추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참외를 먹고 비를 불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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