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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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 안희선
강(强)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낙오되지 않는 세상에서
때로는 약(弱)한 모습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내 안의 강인함이 모처럼 휴식하고 싶을 때,
은닉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을 때,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싶었던 나의 약한 모습에서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이별, 그리고 영원한 입맞춤처럼
그건 정말 의외롭습니다
그리하여 또 다른 출발이 나도 모르게 손짓할 때,
머금을 수 있는 미소가 낯설지 않다면,
나는 이따금
나의 약한 모습도 주저치 않으렵니다
내 영혼의 나무에 꽃이 모두 시들어지더라도,
그래서 비록 고독하고 슬퍼지더라도,
힘겨웁게 조금 남아있는 눈물을
그 메마른 나무에 따스한 위안처럼
뿌려주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다시 꽃 피고
힘차게 열매 맺을 때,
내 낡은 영혼에 드리웠던
외로운 나무의 그늘에 선선히 돌아와 앉아,
나의 약한 모습을 아련한 연민으로
오래도록 기억하렵니다
오늘처럼, 무심한 바람 부는
어느 이름없는 날의 한가운데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흐르는 세월앞에 누구나 약한 존재는 아닐까요? 저 역시 세파에 맞서 강한척하는데 익숙해져 있지만,봄에 돋는 새짝에 가슴벅차오고, 지는 낙엽앞에 눈물을 훔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랍니다..그래서 일까요? 시인님의 글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것이.....!
안희선님의 댓글

그래서 <외강내유>라는 말도 있나봐요 - 근데, 이건 저 위에 꽃맘님이 지은 꽃 이름처럼 지가 내 맘대로 지은 말
근데요,
강하고 억센 것과는 달리, 약하고 부드러운 것일수록, 부러지지는 않는다는 (웃음)
증거 : 태풍이 불면 높은 나무는 쓰러지더라도 낮은 풀은 안 그렇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