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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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문학공부를 엄청 많이 해서 시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모某 대학의 국문학 교수가
나 같은 처지의 한 무명無名시인 앞에서 잔뜩, 은근 척~ 하다가
이윽고 묻습니다
"근데.. 당신, 시가 무엇인지 알고나 쓰나요? 뭐, 생각나는 대로
한 번 말해 보던가......요"
무명시인은 그 말에..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우선 茶나 한 잔 드시죠" 하면서
교수 앞에 놓인 찻잔에 공손히 찻물을 따릅니다
이윽고 잔에 차가 가득 차고, 그런데도 계속 따르니
급기야 찻물이 탁자 위로 넘쳐흐릅니다
그걸 바라보던 교수가 " 아, 이 사람아 찻물이 넘치지 않소?
그만 따르시게나" 하니..
그 무명시인은 이렇게 말하더랍니다
" 교수님은 이미 가득 차 있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한들
교수님이 채워질 리가 있겠습니까? "
아무튼, 무언가를 채우려면 우선 그릇이 비워져 있어야 합니다
마음 그릇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아는 평범한 진리이겠지만,
이를 실천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나 부터도 그렇고)
고상한 시도 좋고 드높은 학문도 좋지만..
그걸 말하기 전, 매사에 우선 겸허한 마음을 지닌
사람이 되어야 할 거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은 온통 잘난 사람들 천지라서
저 같이 못난 사람은 속절없이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세상이지만서도
한 생각 꼽아보니 그렇다는.. 그저 그런 얘기였습니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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