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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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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99회 작성일 15-11-19 04:49

본문

 

 

    무언극(無言劇) / 안희선


    자정(子正),
    바쁘고 고달펐던 걸음들이
    낯선 관객의 얼굴로 되돌아간다
    벅차오른 언어(言語)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내가 앉은 자리 한 모퉁이에서 시들어간다

    길을 찾을 수 없는 밤,
    쓰러진다
    나의 울타리 ―

    쓰라린 얼굴로 증오를 속삭였을까
    아니면,
    환희의 얼굴로 사랑을 속삭였을까
    나도 모른다
    오직 거울 속의 꿈만이 어두운 무대를 밝히고 있을 뿐
    이제 더 이상 빛나는 소리는 없어
    대사도 없다

    바람에 흐트러지는 몸이 가난한 손으로
    지루했던 권태와 근심을 가리킨다

    시계는 고민도 안하고 두 팔로 하늘을 가리킨다
    불현듯, 시계치는 소리


    * 캄캄한
      어둠에서
      때는
      우네.

      달 없고
      소리
      없는

      한 밤중을 *


    하지만,
    그리움으로 치닫는 이 밤은 저 홀로 아름답기만 하다
    무한한 동경(憧憬)과도 같이 ―


    저무는 무대에 오래도록 남겨진 이 역할이 무엇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제 모습에 지쳐 호소조차 못하는 괴로움은
    삶의 어두운 집에서 그렇게 기나긴 꿈을 꾼다

    가슴 솟구치는 다정한 손깃에
    꿈처럼
    깨어나길 기다리며




    * '기욤 아뽈리네르'의 '子正' 全文 인용




    <시작 메모>

    투명한 날개 달린 사나이,
    날지 못하는 슬픔

    의젓한 삐에로의
    화장 지운 이마에선
    피가 흐르고

    삽시간에
    거대한 잎의 나무로 자라는,
    미처 다 하지 못한

    대사(臺詞)



 

There is a man - Yun, 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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