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 진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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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누구에겐가 말해주긴 해야 했는데
마음 놓고 말해줄 사람 없어
산수유꽃 옆에 와 무심히 중얼거린 소리
노랗게 핀 산수유꽃이 외워두었다가
따사로운 햇빛한테 들려주고
놀러온 산새에게 들려주고
시냇물 소리한테까지 들려주어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차마 이름까진 말해줄 수 없어 이름만 빼고
알려준 나의 말
여름 한 철 시냇물이 줄창 외우며 흘러가더니
이제 가을도 저물어 시냇물 소리도 입을 다물고
다만 산수유꽃 진 자리 산수유 열매들만
내리는 눈발 속에 더욱 예쁘고 붉습니다
- 산수유 꽃 진 자리 / 나태주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시인의 시적체험은
유有와 무無의 두 환상幻想 속을 배회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런 시적체험詩的體驗은 인간의식人間意識으로 하여금
우주의 척도尺度에 필적할 <사랑의 척도>로 확대하려는
시인의 확장된 인식認識이라는 생각도 해 보네요
이 시를 읽으니... 더욱, 그런 생각요
생각하면, 인간의 意識에 <사랑과 그리움>이란 게 없었더라면
도대체 인간은 그 어떤 존재의미를 가질까요
- 그런 게 없더라도, 지능지수가 오랑우탄보다는 좀 나을까요?
첨단尖端의 시류詩流는 사랑과 그리움을 말하면, 촌스럽고 구태의연하다고
한결같이 두터운 입술에 침을 튀기며 말 하지만
- 근데, 그 잘난 시라는 것들을 읽어보면
결국 시인 저 하나 똑똑하고 잘났다는 얘기 (웃음)
가뜩이나 삭막한 세상인데 시마저 날카롭고 가시 돋힌 것이 되어야 한다면,
저 부터라도 그딴 시는 쓰고 싶지 않네요
근데, 나 시인이 언제 이런 시도 썼는지...
산수유山茱萸 , 그 붉은 사랑과 노오란 그리움에 머물다 갑니다
올려주신, 좋은 시..
감사한 마음으로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네에..
누구나 표현을 하고 안 하고 차이일 거라는요..
사람이 살면서,사랑과 그리움을 지니지 않고 살 순 없을 거라는..
꽁꽁 숨기고 살던지..아님 모르는 채 하던지,
애써 부인하던지..
누구나 다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봐두요..
날 때부터 자리 하나씩 다 이 이식받지 않았을까..그리움,사랑..이 머물 자리지요..
나태주시인님의 시를 접하면서..
얼마나 깊이 감동을 받았는지요 시가 전하는 이미지가
봄볕처럼 따스하더랍니다..사랑의 감정이란, 이런 마음이 아닐지..
발효된 누룩처럼 숨길 수 없는 것,
사랑한다는 그 마음일 거에요..그 마음 그대로 시로 옮긴다는 것
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일 인지...
시냇물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을 거 같다는..ㅎ
늘, 시보다 더 곱구 깊은 말씀에..
감사, 한아름 놓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