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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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지우기 / 안희선
1 도시의 아웃라인(Outline)은 모든 것을 흐리게 하는 색깔로 물든다, 특히 저녁 무렵엔 집에 가야 하는 시간에 전자대리점 쇼우윈도우에서 뉴스를 말하는 TV를 본다 하루는 참으로 잘도 속이며 흘러간다 오늘도 깜박 속았다 내일의 다짐은 저 홀로 헛구역질 얼핏, 떠오른 달이 신기하다
2 호주머니 안에는 아직 웃을 수 있는 힘이 약간 남아서 생소하지만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어서 또 다시 슬퍼지고 가난한 수첩엔 옹기종기 그리움이 묻어 반질거린다 도시에 남아있던 먼 발치 산자락의 달동네가 노을의 세례를 받는다 얼마 동안의 시간을 금박(金箔) 된 황혼에 포장하고 미미(微微)한 불안의 정체를 살펴본다 혼미와 고뇌는 이미 오래전에 적당한 가격으로 출하(出荷)되었다 괴로워 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다 그대를 위한, 시를 짓는 일에 비한다면
3
스스로의 발견에 놀라 소스라치게 창백한 달이 매연 가득한 도시의 하늘에 외로운 발걸음을 옮긴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누구도 그리워 하지 않는, 잔뜩 야윈 몸짓으로 밤의 문을 열어 영혼의 별들을 하나, 둘 밝히는 안타까움이 있는데 문득, 표정없이 산다는 일이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시작 Memo>
거리를 걷다 보면, 마주치는 수 많은 무표정한 얼굴들 사실, 그렇게 스쳐 지나는 사람들은 아마도 내 생애生涯에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일 것이다 (못볼 확율 99.9%) 그런 생각을 하면, 영겁永劫을 흐르는 광막廣漠한 세월을 딛고 기적처럼 같은 <시 . 공간대>에 자리한다는 그 어떤 애틋함으로 그들의 손이라도 한 번 따뜻하게 잡아 주고 싶지만 - 그런데,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면 지금의 삭막朔漠하고 비정非情한 시대에 미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일 것 (그럴 확율 99.9%) 하여,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갈 밖에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누구도 관심을 표명表明하지 않는 것처럼) 하물며 이 세상에 왜 와서, 왜 살고 있는지, 나 자신 더욱 모를 일이기에 他人을 향해 섣불리 표정 짓는 일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참, 그렇게 산다는 게 어찌보면 기막힌 모습이기도 하지만...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요즘 자꾸 내컴을 지우는 (끄는)일이일어납니다'
오늘도 께 보니 컴이 꺼있어요,,지우는거겠죠 누군가가 ㅎㅎ
안희선님의 댓글

컴마저 표정 지우기에 몰두하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