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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에 지친 하루


향기라 하면 무릇 아름다워야 하는데
아름답지 못한 향기 코 끝을 간지럽히니
이것이 사람 사는 냄새인가 싶어도
뜻을 모를 분별을 가늠키 어려운 향기가
삶의 구석구석으로 뻗어 들어오니
맛도 색도 형채도 없이 밀려오는 향기를
뿌리칠수도 떠밀어 낼수도 없어서 묵묵히
온 몸으로 숨을 쉬며 받아 들이니
내 코끝은 지금 마비 상태에서 깨어 나질 못하고 
안개 같은 향기의 미로속에 내 코만 갇혀 버린것 같아서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못 하여 뇌 세포들도 지처서
자다깨다 졸고 있는 형국이다

냄새야 향기야
남새 밭에 호박 크는 냄새인 거니
오이 밭에 오이 크는 냄새인 거니
아니면 수세미 밭에 수세미가 크고 있니

수세미 잘라다  설겆이를 해보자
밥그릇 국그릇 반짝이며 잘 닦아 내고 있구나
냄새로  수세미를 키워 고작 그릇이나 닦자고 너 크고 있니

수세미 너 커서 뭐가 될려고
냄새 밭에서 오만가지 썩은 냄새로 크는 거니

수세미 말이 없구나
말을 할 줄 알면 네가 식물 이겠느냐
작은 새앙쥐도 지가 동물이라고 찍찍 거리는데
고작 풀 나부랭이 드렁치기 에 달려서 수세미라고
그릇좀 닦는다고 네가 할 말이 뭐가 있드란 말인가
할까 하여 침묵을 하느냐

수세미야  제발 더러운 향기만 뿜지 말고
장미꽃 향기도 좀 날려다오
네가 그런데 정말 수세미가 맞기는 맞는거니 ...

오이가 썩는가
호박이 썩는가
참외 밭에 침외가 썩는가
수박 밭에 수박이 썩는가
수세미가 썩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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