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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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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04회 작성일 21-04-20 00:42

본문

모란장 / 최경자


많은 사람이 일렁이는 밀림이다
가만 서 있어도 밀려다니는 발이 얽히고 설킨 뿌리 같아
살아남기 위해 서로 빨아대는 몸부림인데
뿌리도 없는 나무 한 그루 쓰러져 있다
배밀이로 다니는 나무
잘린 다리로 쏟아지는 시선
시선을 먹고 사는 나무
잘린 다리가 뿌리인 나무
나이테가 다 닳아 없어진 저 사내는
마른 땅에 꺾꽂이 된 나무였다
잎을 피우기 위해 생가지로 길어 올려야 할 수액
꽃망울은 몇 개나 맺혔을까
밀림에 어둠이 내리듯 썰물처럼 빠져나간 장터
마지막 정돈을 하는 듯
청소를 하듯 바닥을 쓸고 나오는 몸뚱이
두 발이 뿌리이며 가지였던 팔
온몸이 뿌리여서 안달하지 않는 사내
더는 쓰러질 곳이 없어서
태풍이 불까
가지가 부러질까 안달하지 않는 나무
노을이 드리워 새들도 깃드는지
밟지 마세요.
밟지 마세요.
틀었던 음악을 끈다.


한때 詩作 활동을 하다가 홀연히 종적을 감춤
(disappeared without a trace)

---------------------------------

<감상 & 생각>

日常의 그렇고 그런, 생활잡기(生活雜記)가 아니어서 좋다

어쩌면,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저 시각의 차이가
시인과 시인 아님을 가르고 있는지도...

詩를 읽으니, 기억되는 일이 있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한때 某 은행 城南支店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연고로 성남 모란장의 풍경은
나에게도 익숙하다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찾았던 모란장에서
잘린 다리로 장터에 뿌리 내리고, 온갖 시름을
가락삼아 기계음 반주에 노래를 부르던 사내가
떠오른다

더욱이, 그 사내는 한 팔마저 없었다
(그러니까 사지 중에 일지만 남았다)
그의 앞에 놓여진 깡통 속에 지전 몇장을 넣었다
흔한 동정심따위는 아니었고, 몸부림치는 삶에 대한
일종의 연대감(連帶感) 내지 공감표시였다고 할까

더 이상 쓰러질 수 없는 그에게 절망의 감정은
어떤 의미론 차라리 사치였을 것이고, 모든 불구를 딛고
오직 살아야 한다는 절실한 명제(命題)만 남아있을 터

그 같은 명제는 그로 하여금 온몸으로 노래를 부르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 같았다

절망하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아니, 절망하지 않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이제는 절망이 무엇인지를 모르기에 노래를 부른다
절망이여,
삶이란 치열한 꽃이여,
내 안에서 활짝 피거라
내가 더 이상 몽롱하게 꿈꾸지 않게
헛되이 꿈꾸지 않게......

생각하면, 살기 위한 몸부림만큼
숭고한 詩는 없는 거 같다

항차, 삶의 바닥을 애환(哀歡)의 배밀이로 훑어내며
온몸으로 詩를 쓰는 모란장의 그 사내에게는


                                                                       - 선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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