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세상이 이렇게 징하게 아름다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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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세상이 이렇게 징하게 아름다운 거야
어느 병들고 늙은
한번 걸으면
지팡이를 짚고
열 걸음 가서야 쉬게 되는
등이 굽고 허리가 구부러진
죽을 날을 기다리는
백 살 가까운 나이의
노 할머니의 눈에는
이 세상이 모든 게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몸은 비록 병들고 쇠약했으나
정신만은 멀쩡히
소녀 감성으로 살아있어
느끼는 것마다 보이는 것마다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햇살 부신 평범한 호숫가
고니들의 일상이 그렇고
젊은 새댁의 활달한
걸음걸이도 그렇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나에게
세상이 와 이렇게
징하게 아름다운 거야
젊음이 와 그렇게
징하게 부러운 거야
혼자서 감탄하고
혼자서 독백하며
남은 세월의 아름다움에
부러움에 눈시울
마를 새가 없다
인생을 행복하고
즐겁게
그리고 누릴 만큼
누리며 살았는데
왜 그렇게 남은 세월이
징하게 아쉬운지
젊으나 늙으나
한시적 시간이 주어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이 세상에 미련과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 건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와 세상이 이렇게
징하게 아름다운 거야
한려수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예쁘고 멋지네요!!
한려수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