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픈 肉體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구슬픈 肉體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0회 작성일 19-10-10 12:42

본문


 



슬픈 육체 / 김수영
 


불을 끄고 누웠다가
잊어지지 않는 것이 있어
다시 일어났다

암만해도 잊어버리지 못할 것이 있어 다시 불을 켜고 앉았을 때는 이미
내가 찾던 것은 없어졌을 때

반드시 찾으려고 불을 켠 것도 아니지만
없어지는 自體를 보기 위하여서만 불을 켠 것도 아닌데
잊어버려서 아까운지 아까웁지 않은지 헤아릴 사이도 없이 불은 켜지고

나는 잠시 아름다운 統覺과 調和와 永遠과 歸結을 찾지 않으려 한다

어둠 속에 본 것은 청춘이었는지 大地의 진동이었는지
나는 자꾸 땅만 만지고 싶었는데
땅과 몸이 一體가 되기를 원하며 그것만을 힘삼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러한 不屈의 意志에서 나오는 것인가
어둠 속에서 일순간을 다투며
없어져버린 애처롭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부박한 꿈을 찾으려 하는 것은

생활이여 생활이여
잊어버린 생활이여
너무나 멀리 잊어버려 天上의 무슨 燈臺같이 까마득히 사라져버린
귀중한 생활들이여

말없는 생활들이여
마지막에는 海底의 풀떨기같이 혹은 책상에 붙은 민민한 판대기처럼
무감각하게 될 생활이여

調和가 없어 아름다웠던 생활을 조화를 원하고
가슴으로 찾을 것은 아니로나
조화를 원하는 심장으로 찾을 것은 아니로나

지나간 생활을 지나간 벗같이 여기고
해 지자 헤어진 구슬픈 벗같이 여기고
잊어버린 생활을 위하여 불을 켜서는 아니될 것이지만
天使같이 천사같이 흘려버릴 것이지만

아아 아아 아아
불은 켜지고
나는 쉴 사이 없이 가야 하는 몸이기에
구슬픈 육체(肉體)여



----------------------------



<감상 & 생각>


자다가 깨어, 이 시를 읽다 보니...
정말 나도 <구슬픈 몸>인 것 같아서
절로 한숨이 나온다

생각하면,
꿈(소망)이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것이 늘 신기루 같았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삶이란 게 참 서글프게 느껴진다
(잠들기 전에도 비참한 마음이었지만)

아, 그런데...
김수영 시인에게도 이런 시간이 있었던가
(시에서 비록, 잠시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의 詩에서는 늘, 사그러지지 않는
초월超越과 자유, 그리고 사랑이 물결치곤 했는데...

그리고 비애悲哀와 고독의 감정이라 할지라도,
그것들은 언제나 그의 <새로운 세계>를 위한
하나의 통과제의通過祭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에게도 이렇게 쓸쓸하고
상실감에 가득한 시간이 있었구나

그도 살면서, 이렇게 혹독하게 외로웠구나

어쩌면, 죽음을 읽어버린 영혼이
그의 서글픈 육체를 위하여 위로의 말을
던지는 듯 해서 가슴이 뭉클해 온다

그가 일찌기 말했듯이...
진정한 자유는 죽음을 통과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얻는 것이라지만

그리고, 그 통과의 고통이 크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살아간다는 일이 이토록
모든 것으로 부터 분리分離된 것 같은
시간은 슬프다
(슬픈 건 슬픈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의 산문 [詩여, 침을 뱉어라]에서 말하고 있는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履行이 사랑>이라는
그의 힘찬 사유思惟를 다시 생각해 본다

그것 또한, 그토록 구슬픈 그의 몸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문득, 하늘나라에 계신 시인이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외롭고 아픈 시간을 보내고도,
삶이 토해냈던 그 모든 절망을
거역했던 시인이...


                                                                    - 熙善,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586건 46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336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0 10-16
6335 심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10-16
6334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9 1 10-16
6333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4 1 10-15
6332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5 0 10-15
6331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10-15
6330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10-15
6329 8579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5 1 10-14
6328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8 0 10-14
6327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10-13
6326 그린필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10-13
6325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2 1 10-13
6324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0 10-13
6323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0-13
6322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1 10-12
6321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2 0 10-11
6320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0 10-11
6319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0 10-11
6318 전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 0 06-09
6317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3 1 10-11
6316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0 10-10
6315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3 0 10-10
6314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1 10-10
열람중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10-10
6312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3 1 10-09
6311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2 0 10-09
6310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10-09
6309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0 1 10-09
6308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 10-08
6307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7 0 10-08
6306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0-08
6305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0 10-07
6304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10-07
6303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5 0 10-07
6302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10-06
6301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0 0 10-05
6300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6 1 10-04
6299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10-03
6298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7 0 10-03
6297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4 0 10-03
6296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2 0 10-03
6295
이상 징후 댓글+ 2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0 10-02
6294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10-02
6293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8 0 10-02
6292 베르사유의장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0 0 10-01
6291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0 1 10-01
6290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5 0 10-01
6289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0 0 10-01
6288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0 09-30
6287 하은파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09-3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