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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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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푸른행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7회 작성일 18-07-17 11:56

본문

 
    건강한 슬픔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만이라는 안부를 건넬 틈도 없이
        그녀는 문득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그저 침묵했다
        한때 그녀가 꿈꾸었던 사람이 있었다 나는 아니었다
        나도 그때 한 여자를 원했었다 그녀는 아니었다
        그 정도 아는 사이였던 그녀와 나는 그 정도 사이였기에
        오래 연락이 없었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도 서로 멀리 있었다
        전화 저쪽에서 그녀는 오래 울었다
        이쪽에서 나는 늦도록 침묵했다
        창문 밖에서 귓바퀴를 쫑긋 세운 나뭇잎들이
        머리통을 맞댄 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럴 때 나뭇잎은 나뭇잎끼리 참 내밀해 보였다
        저렇게 귀 기울인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바람과 강물과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리라
        그녀의 울음과 내 침묵 사이로도 바람과 강물과 세월은
        또 흘러갈 것이었다그
        동안을 견딘다는 것에 대해
        그녀와 나는 무척 긴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니 그녀나 나나 아무 얘기도 없이 다만 나뭇잎과 나뭇잎처럼
        귀 기울였을 뿐이었다
        분명한 사실은 그녀가 나보다는 건강하다는 것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울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것
        슬픔에도 건강이 있다
        그녀는 이윽고 전화를 끊었다
        그제서야 나는 혼자 깊숙이 울었다
              - 강연호


          姜鍊鎬


          충남 대전 출생
          고려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현재 원광대학교 한국어문학부 문예창작학전공 부교수
          1991년 《문예중앙》신인문학상에〈歲寒圖〉외
          아홉 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1995년 현대시동인상을 수상
          시집으로,《비단길》(세계사, 1994)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든다》(문학세계사, 1995)
          《세상의 모든 뿌리는 젖어 있다》(문학동네, 2001) 等



          <감상 & 생각>

           

          슬픔에도 건강한 것이 있다니...

           

          말없이 흐느끼는 그녀의 전화에서,
          건강한 생명력을 읽어내는 시인의 감각이 부럽다.

          그리고, 활자活字를 빌어 그 슬픔의 수직적 깊이를
          오히려 따뜻한 포옹 같은 감촉으로
          독자에게 살갑게 전해주는 배려配慮도
          고맙게 느껴진다.

          이 황막荒漠한 삶의 한 가운데서
          자신의 내밀內密한 슬픔을
          아무 스스럼없이 받아줄 수 있는 이가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복된 일이던가.

          건강함은 고사姑捨하고...


          그 어느 누구에게도 전할 수 없는
          말기암末期癌 같은 내 슬픔은
          이제 아무도 받아주는 이 없고,
          심지어 나에게서조차 외면을 당하는데.

          그래서일까.

          곁에 아무도 없단 게...
          오늘따라, 유독惟獨 쓸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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