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주저흔(躊躇痕)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감상] 주저흔(躊躇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06회 작성일 17-12-07 01:45

본문


주저흔(躊躇痕) / 김경주


몇 세기 전 지층이 발견되었다

그는 지층에 묻혀 있던 짐승의 울음소리를 조심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발굴된 화석의 연대기를 물었고 다투어서
생몰 연대를 찾았다
그는 다시 몇 세기 전 돌 속으로 스민 빗방울을 조금씩
긁어내면서
자꾸만 캄캄한 동굴 속에서 자신이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굴 밖에선 횃불이 마구 날아들었고 눈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시간을 오래 가진 돌들은 역한 냄새를 풍기는 법인데
그것은 돌 속으로
들어간 몇 세기 전 바람과 빛 덩이들이 곤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썩지 못하고 땅이 뒤집어져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동일 시간에 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들은
서로 전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화석의 내부에서 빗방울과 햇빛과 바람을 다 빼내면
이 화석은 죽을 것이다

그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죽으려 한 적이 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피를 나누어 가진 것이 아니라
똑같은 울음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김경주(1976년 ~ )는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꽃 피는 공중전화〉
외 5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09년 제3회 「시작문학상」, 제17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제28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불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태엽>으로 당선되어 극작가로 등단했다
연극실험실《혜화동 1번지》에 희곡을 올리면서 극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1년 부터 2013년 까지 동덕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초빙교수를 맡았다.
시집으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개정판 문학과지성사, 2012)
《기담》(문학과지성사, 2008)
《시차의 눈을 달랜다》(민음사, 2009)
《고래와 수증기》(문학과지성사, 2014) 等이 있다.



---------------------------------

<감상 & 생각>

김경주 시인은 나에게 있어, 연구대상(?)이기도 하지만..

가늠하기조차 힘든, 그의 시편들의 수평적 넓이와
수직적 깊이는 내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고 할까 - 웃음

오랜 지층 속에 파묻혀 있던, 화석을 통해 살펴본
한때는 생명체였던 것이 남긴 주저흔(躊躇痕)

- 태어났을 때도 주저했지만, 눈을 감을 때도 주저했던 그 흔적

그 짐승 (혹은, 인류와 가까운 계열이었을지도 모르는 동물)도
그 자신의 뜻은 전혀 개입이 되지 않은 채,
전혀 우연한 지구라는 장소와 생각조차 못했던 그 어떤 시기에
세상에 불쑥 내던져진 것이겠고...

그렇게 살아가다 꼭 그래야 할 필연적 이유도 없이,
주저흔을 남긴 채 세상에서 쫓겨난 것이리라

그런데, 그런 과정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나는 아가들의 첫울음 소리를 탄생의 주저 끝에 내지르는 비명 소리로 듣는다

아가들은 영성(靈性)이 맑아서,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생후 백일 전까지는 자신의 전생도 환히 기억한다
- 그래서, 진정한 현세인이 되었다는 의미의
백일잔치라는 것도 있는 것 - 우리 옛 선조들의 지혜는 무궁무진하다)

아가들은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마구 우는 것이다
앞으로 그들이 살아가야 하는 삶이 얼마나 고난 가득한 것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막막한 것인지를 너무 잘 알기에

생각하면,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세상에 온전히 귀속되는 게 과연 얼마나 될까
모두, 그렇게 바람처럼 한 평생 떠돌다 가는 것이다

(박테리아, 바이러스까지도 예외없이)

죽음, 또한 그렇다

그 알 수 없는 미지(未知)의 세계는 또, 얼마나 공포스러운 것인가

사실,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에 대한 미지의 공포가 더 큰 것이다

하여, 우리 모두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또 으앙 으앙 우는 것이다
- 아가처럼 응애 응애 소리 내어 우는 건 아니지만

이렇듯, 무력감과 존재의 한계는 우리로 하여금 늘 주저하게 한다

심지어, 바람마저 그 막막함에 죽으려 한 적이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 시인의 시에 의하면

무시무종(無始無終)한 저 시간의 영겁(永劫)스러운 흐름, 그 막막한 흐름

그 불가사의(不可思議)야말로, 영원히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 영혼의 벽이다

- 무한한 시간의 흐름 속에 유한한 존재로서 마주하는 벽

불가항력, 무력함, 제약 또는 한계를 에누리 없이
안겨다 주는 그 벽 앞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살아간다는 일을 늘 주저할 수밖에 없다 - 인간 外 동물 . 식물은 본능적으로나마

다만, 석가와 예수 . 노자 같은 초월적 존재만 그 주저함을
뛰어 넘었을 뿐

(엄밀히 말하자면, 영성 드높았던 공자도 완벽히 뛰어넘진 못한 거로 보인다)

아무튼, 그 이외의 평범한 우리 모두는 일체의 예외없이 삶의 흔적인 주저흔을 남길 수밖에

하지만, 그 주저함을 직시하고 부딪혀 <내가 제일 소중하고 잘 났다>라는
허황된 꿈을 여지없이 깨어지게 하는 시 한 편..

그것은 별 생각없이 살던 이들에게
자신의 生을 매 순간마다 확인하는 일(덧없는 존재로서의 겸허함)을 상기시키므로
얼마나, 얼마나, 고마운 시 한 편이던가


                                                                                                 - 희선,


쌓이는 未來

추천0

댓글목록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셀레김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솔직히 말해서 저에게는 주저흔이란 시가 너무 어렵네요
그래서 안희선시인님의 감상편을 더 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죄송합니다 ㅎㅎ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이 이 시를 쓸 때 남긴 주저흔도 살펴 보면서.. (웃음)

근데요,

시가 하늘에서 툭 떨어진 십계명도 아닌 다음에야, 시 또는 시론에 관한
절대자는 없다는 거

따라서, 이 세상에 완전한 시나 감상글은 단 한 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같은 점에서 시를 생각할 때, 시를 감상한다는 건 (즉, 시를 말한다는 건)
독자의 안목으로 해당시에 접근할 수 있는 한 통로에 불과하죠
- 여타의 수 많은 통로들 중에 말이어요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셀레 시인님,

率兒님의 댓글

profile_image 率兒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주절주절.....
내가 주절거리니
사람들은 날보고 주절흔 생겼단다.

땅이 뒤집어지니
주절흔도 흔적이 없어졌다.
내가 태운 것도 아닌데.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제가 쪽지거부를 한 건 아니구..

다만, 제 낡은 컴의 사양이 기가 막힐 정도로 후져서
램 용량이 딸리는지 쪽지창은 그냥 백지창 - 아무 것도 안 보임

그래서 그런 거구요

쪽빛 시인님과 통화가 되셨다니,
저도 덩달아 반갑네요

건강이 안 좋으시다니
그건 걱정되지만..

은영마마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영마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a href="https://aticpay.com/theking/">더킹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world/">월드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33casino/">33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asian/">아시안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bacara/">바카라사이트</a>

<a href="https://aticpay.com/casino/">카지노사이트</a>
<a href="https://aticpay.com/davinchi/">다빈치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ebiang/">에비앙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f1casino/">F1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gatsby/">개츠비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f1ca/">에프원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mca/">엠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korea/">코리아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live/">라이브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macau/">마카오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mcasino/">M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mobile/">모바일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pilin/">필리핀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samsam/">삼삼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super/">슈퍼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trump/">트럼프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vegas/">베가스카지노</a>
<a href="https://aticpay.com/woori/">우리카지노</a>

Total 8,586건 88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236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5 0 12-12
4235
떠난 후에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7 0 12-12
423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6 0 12-12
4233 꼬까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8 0 12-16
423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3 0 12-12
4231 쵸코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8 0 12-12
4230
하루발 댓글+ 1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6 0 12-12
4229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7 0 12-12
4228 그로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1 0 12-12
4227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5 0 12-11
4226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0 0 12-11
4225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9 0 12-11
4224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9 0 12-11
4223
박하꽃 댓글+ 1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8 0 12-11
422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8 0 12-11
4221
철 지난 어둠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0 0 12-10
4220
첫 발자국 댓글+ 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6 0 12-10
4219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1 0 12-10
4218
빗소리 댓글+ 1
쵸코송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4 0 12-10
4217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8 0 12-10
4216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1 0 12-10
4215
따뜻한 영혼 댓글+ 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7 0 12-10
4214
너 때문에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5 0 12-09
4213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0 0 12-09
421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9 0 12-09
4211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4 0 12-09
4210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0 0 12-09
4209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0 0 12-09
4208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0 0 12-08
4207
인성의 꽃 댓글+ 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5 0 12-08
4206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8 0 12-08
4205
사명 댓글+ 3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6 0 12-08
4204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8 0 12-08
4203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6 0 12-08
4202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7 0 12-08
4201
아침 햇살 댓글+ 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5 0 12-08
4200 그로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5 0 12-07
4199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5 0 12-07
4198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2 0 12-07
4197
욕망에게 댓글+ 3
그로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0 0 12-07
4196
몰입 댓글+ 2
그로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4 0 12-07
열람중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7 0 12-07
4194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6 0 12-07
4193
너 떠난 후 댓글+ 5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4 0 12-06
4192
댓글+ 1
그로리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0 0 12-06
4191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7 0 12-06
4190
쓸쓸한 연가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0 0 12-06
4189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4 0 12-06
4188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1 0 12-06
418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2 0 12-06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