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강선사(田岡禪師) 오도송(悟道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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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선사(田岡禪師) 오도송(悟道頌)
한 소식- 悟道의 경지에 이르면 悟道頌이라는 글을 짓게 되는데
43년전에 열반에 드신 [전강선사]라는 스님은
어려서 조실 부모하고 여러 경로를 거쳐 스님이 되어
昨夜三更月滿樓 작야삼경 월만루
古家窓外蘆花秋 고가창외 로화추
佛祖高德喪神命 불조고덕 상신명
潺潺流水過橋來 잔잔유수 과교래
어젯밤 삼경에 달빛은 누각에 가득하더니
고가의 창밖엔 갈대꽃 만발한 가을이로구나
부처와 조사의 높은 덕행도 여기서는 신명을 잃었는데
다리아래 잔잔히 흐르는 물은 다겁을 지나오는구나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스님의 현철 賢哲한 오도송을 대하니,
<내가 그 무엇입네 하는 미망 迷妄>속에
무지렁이처럼 살아온 나날들이
부끄러워집니다
- 종교를 떠나서
童心初박찬일님의 댓글

부처와 조사의 높은 덕행도 신명(빛)을 잃었는데
잔잔히 흐르는 물이 다겁을 지나오다는 말이
천마디 종교적 설파보다 더 큰 울림을 주네요.
감사히 읽어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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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 김혜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더 이상 우리 말은 듣지 않겠다고
작정한 순간,
폭설이 쏟아졌다
그것도 모르고
땅에 계신 우리는 하늘을 향해
아버지, 아 아 아버지
목청껏 간구했다
그러나 아무 목소리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상달되지 않았다
폭설이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칼을 질렀다
그 다음 폭설이 우리와 우리 사이에
금을 그었다
두터운 잠과도 같은 금을 그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서로를 향해
망우리, 마아앙우리
같이 가자 같이 가자
목청껏 외쳤지만
아무도 멈춰서지 않았다
자꾸만 두껍게 더 두껍게 흰 금이
가로세로 그어지고
서로가 사막처럼 머얼어졌다
하늘에 있던 나와 땅에 있던 나마저도
머얼어졌다, 꿈속처럼
『아버지가 세운 허수아비』,김혜순, 문학과지성사, 1987년(2쇄), 56~57쪽
함박눈이 내리면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발이 푹푹 빠지고 차가 엉금엉금 기어야 하는 폭설을 걱정한다. 하늘의 뜻을 받아들이는 것도 연령에 따라서 다르다.
김혜순의 시 <함박눈>을 보면 상하 소통의 부재를 느낀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귀를 닫고 땅에 있는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주장한다. 상하 소통의 부재, 이것이 바로 주역의 괘 천지비(天地否)이다.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다. 하늘은 가벼워서 자꾸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땅은 무거워서 자꾸 아래로 내려오려고 한다. 하늘과 땅의 사이가 점점 더 벌어진다. 소통이 부재한다. 천도(天道)와 인도(人道)가 어긋난다.
폭설이 내리면 길이 막히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도 오고 감이 뜸해지고 소통이 점점 멀어진다. 상하의 소통이 멀어지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도 멀어지는 것인가 보다.
천도와 인도가 합일하는 세상의 괘는 지천태(地天泰)이다. 땅이 위에 있고 하늘이 아래에 있는 것이다. 땅은 위에 있으되 아래로 자꾸 내려가려고 하고, 하늘은 아래에 있으되 자꾸 올라가려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니 소통이 이루어진다. 낮은 자가 높은 자리에 있고, 높은 자가 아래 자리에 있으니 세상이 태평성대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사회생활에서도 위에 있는 자가 아래를 향하고 아래에 있는 자가 위를 향하면 그 가정과 그 직장과 그 사회는 만사형통 태평성대가 된다.
오늘은 귀를 순하게 하여 활짝 열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