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ther willing or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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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 안희선
넋 놓고 길을 걸어가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느닷없이
나보고 "아직도 살아있느냐"고 했다
나는 오히려 그 사람이
유령 같았는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린다
그 사람, 또한
산 송장 같은 날 보고
얼마나 놀랐을까
산다는 일이 문득,
미안해진다
남에게 기쁨은
주지 못할 망정
이런 추레한 모습만
보여주고
돌아보니
세상의 길 위에 남겨진,
내 발자국이 초라하다
방황 끝에 더 이상 갈 곳 몰라,
멈추어진 그 흔적
총총(叢叢)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도 푸르게 빛나는,
나의 죄
그것이 있어,
지금껏 살아왔겠지만...
아무래도,
터무니 없이 자비로운 하늘은
나를 너무 오래
세상에 머물게 하나 보다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행복한 분이십니다 ㅎ
내가 지금 가진시간은 좀전에 가버린 사람들이
간절히 또 간절히 원했던 순간들이었음을,,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행복하다니요..
그저 밥만 축내고 염치없이 아직 살아있어, 하염없이 죄송한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