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요즘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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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권 작가의 음주 체력 (술힘)이 부럽다 - 다른 건 별로 안 부럽다 나도 한때는 소주가 너무 싱거워, 식초까지 칵테일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의사의 무지막지한 공갈. 협박에 시달리고 있으니.. - 이런 몸뚱아리로 술을 마시면, 김정은 참수급 사형에 처한다고 한다 글을 쓰는 이에게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물론, 그건 글을 쓰는 자신의 정체성일 거다 (남들이야 뭐라 하던) 그걸 여지 없이 상실해 가는 나로선 굳세고 굳센, 체력의 권여선 작가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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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로 반향 일으킨 소설가 권여선
"대학 4학년 때 가장 친했던 친구 한강에 투신 자살…가장 괴로워"
인간 치부 까발리는 신랄한 소설 쓰다 2, 3년 전부터 변화 모색
"항상 멀쩡한 사람 존경스럽다" 하루 마시고 이틀 쉬는 퐁당당 음주

자신의 사적인 공간은 도저히 보여줄 만한 게 없고 실제로 작업도 집이나 작업실이 아닌
-저런 걸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한강 소설보다도 위에 꽂혀 있는데.
그러니까 성장성이다. 계속해서 물었다.
-길 가다가 아니면 식당 같은 데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나.
"합정역 근처에 가끔 가는 술집이 있는데 거기 오는 젊은 사람들이 어쩌다 아는 척을 한다."
역시 술이다. 지난해 단편집 『안녕 주정뱅이』를 내면서 만천하에 애주가로 '커밍아웃'했지만
등단작인 1996년 상상문학상 수상 장편 『푸르른 틈새』부터 그렇다.

지난해 『안녕 주정뱅이』는 결정판. 수록된 7편 모두에 음주장면이 있다.

-쓸 때도 마시나.
"쓸 때는 안 마신다. 그건 안 된다. 커피 마시며 쓴다. 오늘 좀 썼다, 싶으면 스스로에게 보상은 한다. 집에 가서 마신다."
-『안녕 주정뱅이』에는 모든 작품에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작품들을 모으고 나니 예외 없이 그렇더라. 그래도 일관성이 있지 않나. 술꾼 독자들을 붙잡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얼마나 자주 마시나.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일 먹는 시기가 있었다. 뜻한 바 있어 퐁당퐁당 격일제 음주를 하다 그것도 힘들어진 다음부터는
"소주인데, 이제는 운명이 됐다. 스스로 취한 정도를 소주로 가늠하기 때문에 중간에 갑자기 위스키나 와인을 마셔버리면,"
-음주량 조절에 실패하나.
"조절에 실패한다. 항상 낭패를 본다. 소주로 쭉 계산해야 아, 내가 얼마 만큼 먹었으니까 이제 필름이 끊기기 시작하겠구나,
-술 마시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관리 비결이 있나.
"특별히 없다. 몸을 움직이는 걸 싫어해서 그냥 잠을 많이 잔다.

"첫 번째로 젊을 때부터 쭉 마셔왔기 때문에 이제는 술에 의존적이 되서 그냥 술이 먹고 싶다.
-보내기 힘든 시간을 술먹는 시간이 잡아먹어준다?
"그렇다. 인생을 되게 짧게 살 수 있는 거다. 나는 긴 시간을 깨어 있는 상태로 보내는 사람을 굉장히 존경한다.
이런 발언은 아무리 공감이 가더라도 공식적으로는 놀라운 척해야 한다.
무엇보다, 반복은 지옥이기 때문에 망각이 필요한데 작은 죽음인 만취 후 망각은 다시 새로운 삶을 살 게 해준다,
출판사를 문학동네로 바꿔 출판한 2007년 『푸르른 틈새』에는 평론가 정여울이 진행한 인터뷰가 실려 있는데

삶에 대한 지독한 권태가 인생의 어떤 시기 환멸 체험과 관련 있다면 권씨가 말하는
'못 견디겠는 삶'을 좀 진부하긴 하지만 살아남은 자의 슬픔, 죽지 못한 자의 부끄러움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스스로 『레가토』부터, 2014년 장편 『토우의 집』이 본격적인 변화의 분기점이라고 했지만,
그 전까지 그의 소설에서 두드러졌던 어떤 집요함이나 신랄함, 대개의 경우 감추고 싶어하기 마련인
인간 내면의 치부까지 낱낱이 까발기는 결벽 역시 그런 꽃시절의 참담한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권여선의 견디는 삶을 보며,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최소한의 삶,
극단적인 인생을 바라보며 독자들은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권여선은?
쓰기의 반복이 지겨워지지 않는 이상 작가 권여선이 우리 곁을 떠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신준봉 기자 3Dinform@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작가의 요즘 이 책] "징징징징 울면서 마감할 때 가장 살아 있다고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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