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牧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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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15회 작성일 17-12-25 01:01본문
크리스마스 목가(牧歌) / 안희선
이를테면,
이해성있게 해마다 듣는 캐롤이어서
그것은 마지막 달의 어릿광이라고나 할까
우리가 익히 아는 바이로되, 한 해의 끝자락에서
세상은 울긋불긋 치장을 해,
살림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까지도 어쩔 수 없이
휩쓸리는 소비의 물결,
때는 바야흐로, 어떤 화폐의 시기
밥 먹듯 세일(sale)하는 백화점들은 문지방이 닳아
반들거리는 동안에도 낡은 세계의 사람들로 가득하고,
오늘도 반짝이는 십자가는 한가로운 밤 하늘의
붉은 산책밖엔 할 일이 없어......
아, 물론 좋도록 생각해야겠지만
문득, 현기증나는 이 날은 그리스도가 오신 날
아무렴, 가진 자던 못가진 자던
아기예수의 탄생은 축복할 일
이젠 하늘도 무심해 세상은 제 멋대로 막 간다지만,
이러쿵 저러쿵 고단한 삶의 괴로움 잊고
모든 불길한 위협에 경련하는 몸과 마음을
캐롤의 한 소절에 실어
이 날을 '메리 크리스마스'로 지내야겠지
주여,
우리들 가운데는 당신의 이름을 빌어
습관적인 고해성사를 하는 이도 있고,
개그맨 못지 않은 인기인이 되어 예능프로에 등장하는 이도 있고,
수 많은 헌금 명목으로 자기 배를 불리는 이도 있고,
당신을 이용해 떼돈을 벌다가
쇠고랑을 찬 이도 있고,
오입질을 하다가 천둥소리 같은 구설수에 오른 이도 있고,
앞날이 궁금해 남 몰래 점을 치는 이도 있다지만,
그 모두 긍휼히 여기사
당신의 품 안에서
사랑으로 구원하소서
The Christmas Song
- 우루과이의 한 작은 성당 벽면에 적힌 글
--- 주님의 기도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주님의 기도에 대해 한 성당에 아래와 같이 적힌 곳이 있다
<우루과이의 한 작은 성당 벽면에 적힌 글>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네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온갖 짓을 하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돈과 욕심의 나라들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네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배고픈 사람들을 본체 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댓글목록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셀레김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기도를 못합니다
아니 안합니다
바로 우루과이의 그 성당에 적힌 이유와 같기 때문이지요
인간이 얼마나 비열한지를 알게해주는 글귀
다시한번 깨닫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기도를 못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안 합니다
(셀레 시인님과는 사뭇,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 왜?
종교는 없지만,
그래두 얄팍한 마음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석가모니부처님, 예수님, 예수님의 부친, 그분의 사촌인 거 같은 알라신에게
열씨미 기도를 했는데
(그 많은 분들 중에 혹여, 한분이라도 내 기도를 들어주시겠지 해서)
또, 그런 기도를 할 때만 짐짓 착한 척 하며 불경, 성경, 코란에 수북히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하지만, 이때껏 한번도 그럴듯한 영험은 없었기에
- 그분들도 제 얄팍한 속셈을 알고 얼마나 황당해 하셨음인지 -
어쨌거나 지도 최후의 양심, 쪼매 남은 거는 있어 이제는 기도 안 합니다
아무튼, 셀레 시인님은 메리 크리스마스 되시길요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의 종교판이란 게 없었더라면..
세상은 한결 나아졌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 최소한, 지금 같은 아수라 阿修羅 지옥도는 안 그렸을 거라는
요즘 하나 같이, 교회들과 법당들이 성공지상주의에 빠져서 <규모 키우기>와
<자기들만의 하나님, 부처님만들기>에 바쁜 시대입니다
황금으로 떡칠을 한, 예배당과 법당들
- 먹사님들과 중님들이 신자 . 신도들의 고혈을 얼마나 짜댔던지..
요즘은 수중에 가진 게 없으면, 교회나 법당 가기 좀 그렇죠 - 망설여지고, 쭈뼛하죠
(그 명목도 다양찬란한 각종 헌금 獻金과 시주 施主들땜에)
먹사, 중님 같은 이른 바 성직자들은 자신의 의와 성취만을 강조하고,
신자.신도들은 세상의 물질적 성공이나 출세에 대해서 정신적인 위안이나
받기에 혈안이 된 세대
성직자들은 하나 같이 성공한 자에 대한 찬양과 실패한 자에 대한
우롱으로 가득해버린 황량한 말씀이나 선포하며,
자신들의 값싼 설교집이나 설법문따위를 마케팅 Marketing 하는 세대...
지금의 막 가는 세상은 그렇지만
그나저나, 아가 예수 태어나신 성탄절은 성탄절인 거죠
모두, 뜻 깊은 성탄절이 되시길요
率兒님의 댓글
率兒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은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거리에 케럴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저작권 때문에 길거리에서 틀 수 없답니다. 벨 지랄들을 다 해요.
이러다가는 애국가도 애들이 동요도 부를 수 없는 날이 올 겁니다.
종교란 인간의 정신문화의 소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 봅니다.
제가 그동안 절필했다가 인생의 마지막을 맞아 종교에 대한 글을
다시 정리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머리 속으로 간간히 정리는 하고
있는데 기존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너무 머리가 띵~ 해지는
내용이라 좀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종교란 무엇일까?
모름에서 기인한다. 혹시나하고....
때문에 진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종교라는 옷을 벗지
않으면 안 된다. 책을 덮어야 비로소 무명이 걷히듯이. -솔아-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한때는 종교생활을 할까 하다가,
그 생각을 접었습니다만
헌데, 무종교인의 입장에서 종교를 바라보니..
오히려 부처님과 예수님의 말씀이
가슴에 절절히 와 닿더라구요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그분들의 가르침, 그 가르침의 100분의 일만
행해도 지금의 세상은 너무 평화로울 거 같습니다
15년전에 형님을 뵙고, 그 자리에서
저에게 해주신 말씀도 기억에 새롭습니다
현대의 종교는 종교인들이 다 망치고 있다는..
요즘의 성직자들은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거개가 종교를 생활의 방편으로 삼는 거 같더군요
신문 광고에 교회, 절 급매.. 신자 . 신도수 얼마에
예상헌금. 시주 얼마등등
표기하는 거 보면 예수님과 부처님이 통곡하실듯.......요
더욱이, 요즘 신자수 10만이 넘어가는 某 명성드높은 대형교회는
담임목사 지 아들내미 세습 건으로
말들이 많더군요
- 뜻을여의롭게펼치는섬에 있는, 어떤 순볶음한대형교회도 그렇지만
또, 사랑없인 못산다는 어떤 사랑스런대형교회도 그렇고
얼굴에 강력 설치된 주둥이로는 노상 예수님을 달고 있으면서,
하는 짓은 왜 그런지..
아무튼,
성경의 말씀에서 하지말라는 것만 골라서 한다는
그 먹사님들, 지금이라도 뒤늦게나마 예수를 믿으면
좋겠다는요
예수님 팔지 말고, 차라리
영리추구의 기업활동을 했다면
또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 그러면, 성공한 기업가로
평가나 받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종교에 관한 좋은 글을 구상하고 계신다니,
내심 기대됩니다
형님의 수필집은 참 좋았습니다 - 이 삭막한 세상 비추는, 한 줄기 따뜻한 등불 같아서
제 2 솔아 수필집도 그러하리라 생각되네요
그럼, 즐거운 성탄절 되시고
뜻 깊은 연말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