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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본제입납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700회 작성일 18-01-03 00:54

본문




, 본제입납

                    - 어느 실직자의 편지


봄은 땅을 지펴 온 산에 꽃을 한 솥밥 해 놓았는데 빈 숟가락 들고 허공만 자꾸 퍼대고 있는 계절입니다
라고 쓰고 나니
아직 쓰지 않은 행간이 젖는다

벚꽃 잎처럼 쌓이는 이력서

골목을 열 번이나 돌고 올라오는 옥탑방에도
드문드문 봄이 기웃거리는지,
오래 꽃 핀 적 없는 화분 사이
그 가혹한 틈으로 핀 민들레가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봄볕과 일가를 이루고 있다

꽃들이 지고 명함 한 장 손에 쥐는 다음 계절에는 빈 손 말고
작약 한 꾸러미 안고 찾아 뵙겠습니다 라는 말은
빈 약속 같아 차마 쓰지 못하고

선자의 눈빛만으로도 당락의 갈피를 읽는 눈치만 무럭무럭 자라 빈한의 담을 넘어간다 라고도 차마 쓰지 못하고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다 그치는 봄날의 사랑 말고 생선 살점 발라 밥숟갈 위에 얹어 주던
오래 지긋한 사랑이 그립다 쓰고
방점을 무수히 찍는다. 연두가 짙고서야 봄이 왔다 갔음을 아는
햇빛만 부유한 이 계절에,




* 본제입납(本第入納) :
자기 집에 편지할 때에 겉봉 표면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 밑에 쓰는 말


                                                                                                           - 허영숙




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시집, <바코드 2010> <뭉클한 구름 2016> 等



---------------------------

<감상 & 생각>

본제입납(本第入納), 아니 본가입납(本家入納)이라 할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같은 내면화의 풍경이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게 묘사된 느낌입니다

이 시를 읽으니 (꼭이 부제 副題가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 역시 IMF때 실직을 하고 몇년인가 뜬 구름처럼 헤매이던 그 어느 해
뼈속까지 차가웠던 봄날도 생각납니다

그때는 화사한 봄빛마저 시퍼런 작두를 들고 달려드는 느낌이었죠

생경(生硬)한 봄풍경의 아픔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으로 삼는 것을 넘어,
먹고 사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게 더욱 더 황량해지기만 하는 이 시대의 아픔이
곧 우리 모두의 아픔임을 의미하고 있는 연대감(連帶感) , 그 소중함 같은 것

- 오늘도 실직자들은 사방을 떠돌고.. 매일 우수수(憂愁愁) 자살하는 사람들

뭐, 그래도 봄이라는 계절은 그런 인간사(人間事)와 하등 관계없이
저 홀로 너무 눈부시어 마주 볼 수 없고..

하지만, <봄>이라는 또 하나의 주제를 갖고 어둠과 빛이 서로 몸을 섞듯한
심상의 나래를 펴는 백일몽(白日夢)의 세계에
화자(話者)의 현실 내지 어둠을 때로는 꿈꾸듯이, 때로는 처연(悽然)하게
서정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음이
그 언젠가는 빛을 볼, 방점(傍點)찍힌 개화(開花)의 꿈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 희선,




梨花雨 흣뿌릴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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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셀레김정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셀레김정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마을에서 으뜸가라면 서러울 한사람이
바로 허영숙시인님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만으로도 그끝없는 깊이를 알수없는데
신춘문예 소설로도 당선되셨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안희선시인님께서도 자주 허영숙시인님글을 올려주시는걸 보니
저와 같은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올려주신 시와 감상평 정말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뭐, 다른 건 없고
다만 시를 대하니..

실직 후에 2년여 부평초 浮萍草처럼
떠돌았던 때도 생각이 나서요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셀레 시인님,

率兒님의 댓글

profile_image 率兒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신기합니다. 어떻게 저런 단어들을
구사하는지... 슬쩍 숫가락 하나 얹어
놓고 싶습니다.
실직자도 밥굶어 죽을 염려 없는 사회,
우리에게는 꿈일 뿐입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기하다기보다는..

시인은 그런 거 같습니다

가슴 안에 곰삭힌 말을
더 이상 지닐 수 없어 - 그냥 간직하다간 돌아 버릴 것 같아서
그렇게 마지못해(?) 쏟아내는 거 같습니다

여기, 시마을엔 차마 시인이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온갖 삿된 말들을 시라고 강변하며 뱉아내고 있지만
알아 보는 사람들은 다 알지요

뭐가 진짜 시라는 걸..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솔아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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