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여, 이제 그만 제발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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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1,817회 작성일 15-08-18 00:43본문
시여, 이제 그만 제발 죽어라
출구가 없는 무력감, 혹은 검은 꽃이 가득한 인생의 정원에서 볼 수 없는 눈과, 말할 수 없는 입과, 느낄 수 없는 마음은 우울한 바다 위에 단단한 줄로 그악스레 묶인 서글픈 부표(浮漂)를 닮았다 육신으로부터 너무 동 떨어진 어떤 정신의 배경에는 언제나 절망적일 수밖에 없는 삶이, 맑고 깨끗한 무감각을 도둑처럼 꿈꾸고 있다 한 생각을 끌어가자면, 모든 물질적인 구속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영혼에 있어 얼마나 달콤한 희열인가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는 폐허는 얼마나 성(聖)스러운 장소인가 대상(對象)이 없는 사랑은 그 자체로 얼마나 정갈하고 아름다운가 욕망이 입을 다문 자리에 짧았던 순수함의 호소가 자리한다는 것은 얼마나 충만한 일인가 세상의 덧없음을 탓하는 것보다, 무망(無望)한 자기 자신을 더 일찍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죽음에서 떨어져 나오는 빛없는 하늘 아래, 검은 망또에 감싸여 떠나간 시(詩)의 장소에서 나는 아무도 모르게, 나를 지우고 싶다 아, 가득 차오르는 깊은 밤 속에서 누군가 지나가며, 제발 나를 보지 않기를. - 안희선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가죽는날은 지구가 멸망하는날 아닐까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차피, 지금은 시가 돌아가신지 오래..
그것도 모르고 꿈에서 피어난 꽃처럼 시를 쓰는 시인들
자리해 주심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픈 사람이 많은 이 세상..
올려주시는 시 한편이 우리 영혼을 얼마나 맑게 정화시키는데요..
고뇌로 가득한 시, 깊은 공감으로 숙연하게 한다는..
저두요..몸이 영 시원찮아서 이제야 접속요..
힘 내셔요..부디 ~ ^^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근데요,
컴 앞에서 글 같지도 않은 글 한개 올리는 것두
힘들어 하는 저를 보닌까요
- 정말, 이젠 다 살았단 느낌이에요
하나 아쉬움으로 남는 건..
마지막 시집 엮지 못하고, 떠나갈지 모른다는 (...어쩌면)
고운 발, 걸음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 이쁜 시인님은 몸, 시원해지시길요 (웃음)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쩌면) 괜한 기우라는, 시집 꼭 내실 수 있을 거에요..제 예감..
덕분에 시원해졌어요..^^ (웃음)
率兒님의 댓글
率兒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위 도가 터졌다는 스님들을 보면 대부분 아주 단순하고 쉽습니다.
생각도 단순하고, 말도 단순하고, 행동도 단순하여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생이란 아무리 근사하게 말을 하고 폼을 잡아도 사실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든요. 그냥 태어나 죽는다는 사실을요. ㅎㅎㅎ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천당을 포기해라. 그러면 진리가 보인다.'
살아서도 똑 바로 못사는 놈이 자꾸 죽고난 후까지 설계를 하니 머리가 복잡
해지지요. 그냥 주어진 삶을 주어진대로 살면 될건데 알지도 못하는 세계까지
만들려고 하니 일이 자꾸 꼬입니다.
저는 시도 좀 단순하게 느끼고 단순하게 표현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
습니다.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대부분 다 공갈이거든요. ㅎㅎㅎ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먼 시를 두고 말했지만,,
실은 저 자신을 두고 한 말이겠습니다 - 시라는 사기만 치고 구차하게 사는 거 같아서요
늘, 귀한 말씀으로 자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형님과 형수님..
두분의 건강하심을 먼 곳에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