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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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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92회 작성일 15-09-01 03:10

본문

 

 

 

 

희미하다는 건,

 

 

희미하다는 건, 시원찮다는 뜻이다

매사에 시원찮은 딸을 보며 종내에는 지 내장까지 다 흘리고 다닌다고

엄마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새 옷이라고 기껏 입고 나타나면 빛바랜 헌 옷 같은 그걸

누가 새 옷이라고 하겠느냐고 마뜩잖아하셨다

지금도,  이쪽도  그렇다고 저쪽도 아닌 중간색의 옷을 선호한다

엄마의 예언은 거의 신통력에 가까웠다

 

귀중한 물건이라고 잘 보관한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서 영영 찾을 수가 없었고,

소문난 길치에, 믿기지 않지만  때로는 내 나이도 잊는다.

그 외에, 빨래를 삶다 태우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번은 남은 곰국을 올려놓고 잠이 들었다

집안에 매캐한 연기가 꽉 차있어서 호흡 곤란으로 잠에서 깨어나고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그렇듯이

한 달이 지나도록 화초에서도 뼈 태운 냄새가 나는 거 같았다

그 이후, 곰국을 절대 끓이지 않는다.

 

희미한 것은 희미한 것들에 끌리나 보다.

이를테면 패랭이꽃처럼 선명한, 풀꽃들도 지천인데

내가 좋아하는 풀꽃들은 하나같이 희미해서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자잘한 흰 싸라기 같은 별꽃이라던가 잎 속에 아른아른 몸을 숨긴 채

바라만 보아도 훅 날아갈 것 같은 여릿여릿 앙증맞은 꽃을 좋아한다

실 같은 줄기에 조롱조롱 매달려 가늘게 호흡하고 있는 이름도 모르는

저 꽃들에 이리도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희미해서 위태롭기까지 한

내 존재에 대한 일종의 연민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 희미한 모두에게 넌즈시 건네는 위로 같은 건지도......,

 

추천1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야말로, 삶 자체가 뭐 하나 똑부러짐 없이 희미합니다만

오히려, 그 희미함이 있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도 같구요

- 되돌아 볼 여지 없이, 모든 게 선명하기만 하다면
그것처럼 메마르고 빡빡한 삶도 없을듯..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하늘은쪽빛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에...

근데, 제가 볼 때엔 똑부러지시는데요..(웃음)
그러신 것두 같았음 ~
희미한 사람끼리 계모임, 어때요..

네, 그렇게 되돌아 볼 수도 있네요..

걍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찌보니.. 흉잡히지나 않을지...ㅎ

부족한 글에 머물러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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