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n3e의 백설부(白雪賦)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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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hun3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54회 작성일 19-01-24 20:50본문
ㅎㅎ 安熙善님 잘 생기셨네?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는 글을 여러 번 본 것 같다.
올해는 쾌차하셔서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기를 빈다.
아래 安熙善님의 백설부 단상에서 백설부 전문이 올라와 있다.
무척 어려운 글이다.(수준?) 쉽게 읽어내려갈 그런 수필은 아니다.
당시에, 해답을 찾아가며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다. ㅎ
물론 이 수필이 수능시험에도 자주 등장했다니 의아스럽기 조차하다.
그러니 이 글은 chun3e의 백설부인 셈이다.
읽는 분들의 배려가 심히 기다려지는 밤이다.
백설부(白雪賦) 단상
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나는 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눈이 싫다거나 밉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비가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비는 눈이 가지지 못한 청각이란 선물이 하나 더 있다.
그 소리 때문이다. 청각은 오감 중에서도 시각에 못지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 깊이는 시각보다 오히려 더 우위에 있다. 이것이 내가 비를 더 좋아하는 이유이다.
백설부의 서두를 그대로 따온 것은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내 작은 선물이다.
물리적 현상이지만 눈이 비를 만드는 과정은 썩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떤 절차에 순응되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겠으나 비가 눈을 만드는 순리에는 거부감이 적다.
요술을 부린 빗방울이 바람에 훨훨 날리는 그 가벼움만으로도 감탄의 시어가 절로 쏟아진다.
겨울이 겨울다운 것은 아무래도 이 눈을 기다리는 마음일 것이다.
첫눈과 함께 사랑은 그렇게 찾아왔고 그 눈 속을 쓸쓸히 연인은 또 떠났으리라.
그 흘린 발자국들이 일없이 또 환희의 기쁨처럼 찾아오건만
비가 있기에 눈을 안을 수 없는 마음, 그것은 내 연인이 아니기에
나는 결코 백설(白雪) 예찬가는 될 수 없다.
백설부(白雪賦)란, 제목 그대로 눈의 예찬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작은 붓으로 화려하게 종횡무진 그려 나간 추상화를 보는 느낌이다.
반면 수필이 갖는 담백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아무래도 좀 덜하다.
관념적 추상이라는 말로 잠시 포장을 벗겨 보지만, 나는 단지 지나는 길손의 미음이다.
추상적, 관념적, 현학적이니 이런 단어들로 글을 읽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월동 준비를 하는 농부가 만물의 조화를 이 눈 속에 전부 묻어 놓고 있다.
다시 봄이 오기를 거부하는 게으른 농부의 주문처럼 그 백설애애(白雪楙楙)가 한눈에 들어온다.
추수를 끝낸 긴 안식의 동면을 맞는 농부의 춤과 노래가 과연 이러할까?
한마디로 화려함의 극치이다. 수식이 모자랄 정도의 한 판의 눈 춤이다.
너무 화려한 춤이라 그 춤 마디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온 세상에 고요한 환호성을 알리는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눈이
그 현란한 수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몇몇 술집거리를 배회하는 정도라며
은연중 어떤 혼잣말 같은 허전함을 토로하며 싱겁기 짝이 없는 백설부(白雪賦)라고 끝을 맺고 있다.
나는 이 수필을 읽으며 눈의 예찬적 시각보다는 눈(雪)으로 인한
눈(目)앞의 현실이 일시에 사라져버린 어떤 공허가 먼저 몰려든다.
이 말도 관념적 시각이라 해야 옳은지 모르겠다.
한 편의 내 백설부를 보는 것 같은 그 장황함에 스스로 놀라지만
이 백설부에 푹푹 빠지는 발자국을 돌아볼 수 없다면 이 겨울이 얼마나 더 외롭고 삭막할까?
오늘같이 폭설이 바람에 날리면 아무도 없는 세상에 홀로 선 느낌이다.
그 쓸쓸함은 천인만장의 어둠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아프다.
나는 겨울이 싫다. 우선 내 몸이 겨울을 무척 싫어한다.
그 눈이 이 틈바구니에 있으니 내 입에서 찬송가 같은 기쁨의 소리만 있을 수는 없다.
난방비 부담도 그렇고, 두꺼운 옷도 사 입어야 하고, 모든 것이 거추장스럽다.
이 불편함이 해소되는 날, 나도 언젠가 이런 걸쭉한 글이라도 하나 늘어놓고 싶다.
그 변화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내 위로의 쓸쓸한 사랑의 언어를 찾고 싶다.
빗속을 걷던 그 女人도, 눈 속을 걷는 저 女人도
떠나버린 연인의 어떤 미련 같은 그 쓸쓸함이 아닐까?
- chun3e의 2017 겨울...
댓글목록
安熙善41님의 댓글
安熙善4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靑出於藍 같은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chun3e님의 댓글의 댓글
chun3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靑出於藍?
당치도 않은 말씀을~
과하면 체하는 법,
그래도 감사히 챙기겠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