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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3e의 백설부(白雪賦)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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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chun3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556회 작성일 19-01-24 20:50

본문

ㅎㅎ 安熙善님 잘 생기셨네?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는 글을 여러 번 본 것 같다.

올해는 쾌차하셔서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기를 빈다.  

아래 安熙善님의 백설부 단상에서 백설부 전문이 올라와 있다. 

무척 어려운 글이다.(수준?) 쉽게 읽어내려갈 그런 수필은 아니다.

당시에, 해답을 찾아가며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다. ㅎ

물론 이 수필이 수능시험에도 자주 등장했다니 의아스럽기 조차하다.

그러니 이 글은 chun3e의 백설부인 셈이다.

읽는 분들의 배려가 심히 기다려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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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부(白雪賦) 단상 


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나는 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눈이 싫다거나 밉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비가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묻는다면 비는 눈이 가지지 못한 청각이란 선물이 하나 더 있다.

그 소리 때문이다. 청각은 오감 중에서도 시각에 못지않은 정서를 가지고 있다.    

그 깊이는 시각보다 오히려 더 우위에 있다. 이것이 내가 비를 더 좋아하는 이유이다.  

백설부의 서두를 그대로 따온 것은 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내 작은 선물이다. 


물리적 현상이지만 눈이 비를 만드는 과정은 썩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어떤 절차에 순응되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겠으나 비가 눈을 만드는 순리에는 거부감이 적다.      

요술을 부린 빗방울이 바람에 훨훨 날리는 그 가벼움만으로도 감탄의 시어가 절로 쏟아진다.

겨울이 겨울다운 것은 아무래도 이 눈을 기다리는 마음일 것이다.

첫눈과 함께 사랑은 그렇게 찾아왔고 그 눈 속을 쓸쓸히 연인은 또 떠났으리라.

그 흘린 발자국들이 일없이 또 환희의 기쁨처럼 찾아오건만 

비가 있기에 눈을 안을 수 없는 마음, 그것은 내 연인이 아니기에 

나는 결코 백설(白雪) 예찬가는 될 수 없다.


백설부(白雪賦)란, 제목 그대로 눈의 예찬이다.

그림으로 말하면 작은 붓으로 화려하게 종횡무진 그려 나간 추상화를 보는 느낌이다.      

반면 수필이 갖는 담백하고 아기자기한 맛은 아무래도 좀 덜하다.

관념적 추상이라는 말로 잠시 포장을 벗겨 보지만, 나는 단지 지나는 길손의 미음이다. 

추상적, 관념적, 현학적이니 이런 단어들로 글을 읽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월동 준비를 하는 농부가 만물의 조화를 이 눈 속에 전부 묻어 놓고 있다.

다시 봄이 오기를 거부하는 게으른 농부의 주문처럼 그 백설애애(白雪楙楙)가 한눈에 들어온다.

추수를 끝낸 긴 안식의 동면을 맞는 농부의 춤과 노래가 과연 이러할까?     

한마디로 화려함의 극치이다. 수식이 모자랄 정도의 한 판의 눈 춤이다. 

너무 화려한 춤이라 그 춤 마디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다.


온 세상에 고요한 환호성을 알리는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눈이 

그 현란한 수식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몇몇 술집거리를 배회하는 정도라며 

은연중 어떤 혼잣말 같은 허전함을 토로하며 싱겁기 짝이 없는 백설부(白雪賦)라고 끝을 맺고 있다.

나는 이 수필을 읽으며 눈의 예찬적 시각보다는 눈()으로 인한 

눈()앞의 현실이 일시에 사라져버린 어떤 공허가 먼저 몰려든다.

이 말도 관념적 시각이라 해야 옳은지 모르겠다.


한 편의 내 백설부를 보는 것 같은 그 장황함에 스스로 놀라지만 

이 백설부에 푹푹 빠지는 발자국을 돌아볼 수 없다면 이 겨울이 얼마나 더 외롭고 삭막할까?   

오늘같이 폭설이 바람에 날리면 아무도 없는 세상에 홀로 선 느낌이다.

그 쓸쓸함은 천인만장의 어둠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아프다. 


나는 겨울이 싫다. 우선 내 몸이 겨울을 무척 싫어한다.

그 눈이 이 틈바구니에 있으니 내 입에서 찬송가 같은 기쁨의 소리만 있을 수는 없다.

난방비 부담도 그렇고, 두꺼운 옷도 사 입어야 하고, 모든 것이 거추장스럽다. 

이 불편함이 해소되는 날, 나도 언젠가 이런 걸쭉한 글이라도 하나 늘어놓고 싶다.

그 변화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내 위로의 쓸쓸한 사랑의 언어를 찾고 싶다.

빗속을 걷던 그 女人도, 눈 속을 걷는 저 女人

떠나버린 연인의 어떤 미련 같은 그 쓸쓸함이 아닐까?


- chun3e의 2017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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