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상대성을 위하여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유쾌한 상대성을 위하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회 작성일 19-09-29 07:46

본문

- (개인이던, 조직이던) 갑질하는 것들을 위하여 옮긴 글


                                                                                                    - 熙善,

 

[삶의 향기] 유쾌한 상대성을 위하여

 

 

 

구성원이 탈(脫)권력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살아날 때
‘유쾌한 상대성’이 고조되고 바람직한 공동체가 생겨난다


 

오민석.jpg



프랑스 작가인 모리스 블랑쇼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등

현대 철학을 주도하고 있는 수많은 사상가들에도 큰 영향을 끼친 이론가다.

 

한국에서도 그는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의 글은 매우 난해하지만 새로운 사유의 공간을 끊임없이 열어젖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에 의하면 글쓰기란 “언어를 매혹 아래 두는 것”인데, 블랑쇼 자신이야말로

언어를 매혹적인 사유의 극단으로 몰고 간다.

 

지적인 도전을 받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개인적인 독서사(史)의 어느 시기에 그를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그는 68혁명 당시에 잠깐 나타난 것을 제외하고 2003년 사망할 때까지

철저히 은둔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블랑쇼 연구자들에 의하면 그는 강연도, 강의도, 인터뷰도, 공식적인 논쟁도 거의 한 적이 없다.

그는 심할 정도의 ‘자발적 은둔’을 하면서 오로지 글쓰기에만 몰두했다.

심지어 그와 관련된 사진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혹자는 그의 은둔이 건강 때문이었다고도 하나, 어쨌든 그것은 매우 독특한 것이어서

그의 사상과 관련해 신비화되는 경향조차 있다.

그의 은둔과 관련된 다양한 해석 중 특별히 주목을 끄는 것은,

그의 은둔이 자신이 권력화되는 것에 대한

저항의 한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 그리고 철학과 인문학이 모든 형태의 권력과 권위에 대한 도전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주체 역시 그 도전의 대상에 당연히 포함돼야 할 것이다.

 

가장 위험한 일은 본인이 권력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면서 바깥의 권력만 비판하는 것이다.

권력화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집단은 유명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학자, 법조인, 군인, 연예인,

문인, 예술가 등의 ‘공인’들일 것이다.

 

그들은 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권력을 부여받는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세상이 자신들을 ‘로 앵글’로 올려다볼 때, 그들은 저 높은 ‘하이 앵글’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습관을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게 된다.

 

득의만만한 태도가 온몸에 가득할 때, 자아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실제보다 훨씬 과장된 ‘가짜 자아’가 자신의 주인이 된다.

 

자신을 더 커 보이게 해서 상대방을 위압하며 허세를 부리는 것을 속된 말로 “후까시 넣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후까시는 일본어 “찌다(蒸)”의 명사형이다.

어깨에 ‘후까시’가 많이 들어갈 때 주체는 퉁퉁 부어오른 가짜가 된다.

 

얼마 전 (웬만한 사람이면)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어떤 분을 만났다.

그는 직업상 불가피하게 우리 사회의 대표적 공인들을 수십 년 동안 접촉해왔다.

그는 이 오랜 교제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반복되는 패턴을 보았다고 한다.

목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그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더라는 것이었다.

권력은 타자의 외재성(外在性)과 단독성을 부정하고 타자에게

자신의 동질성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공인들뿐만 아니라 가정을 포함한 모든 관계와 조직에서 권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런 폭력성 때문이다.

 

훌륭한 공동체는 특정 주체가 권력을 독점하지 않고 직능을 합리적으로 분배할 때 생겨난다.

부모와 자녀, 선생과 학생, 사장과 직원의 관계 또한 지배와 종속, 즉 권력의 관계로 포섭될 때

소모적이고도 치명적인 분란이 발생한다.

공동체가 탈(脫)권력화되고 다양한 목소리들이 살아날 때, 평등하고도 효과적이며

평화로운 공동체가 생겨난다.

 

구성원 중 그 누구도 주변화되거나 억압되지 않는 상태, 그리하여 “유쾌한 상대성”(미하일 바흐친)이

최고조로 구현된 상태야말로 바람직한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목표다.

 

역사가 발전하고 있다는 중요한 징후 중의 하나는,

어찌 됐든 권위와 권력 중심의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의 이 도도한 흐름을 거역하는 개체나 세력들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작거나 큰 조직 안에서

지속적인 도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오민석 문학평론가 · 단국대 교수· 영문학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586건 1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8 2 05-15
8585
댓글+ 1
kur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 06-16
8584
아마겟돈 댓글+ 1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 0 06-15
8583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 06-10
8582 이재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1 06-09
8581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 06-07
8580
눈 /DonDon 댓글+ 1
DonD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 0 06-04
857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 0 06-05
8578
굿데이~ 댓글+ 1
Viv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 05-29
8577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 0 05-20
8576
시골 댓글+ 1
Ohpelia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 05-19
8575 Vivia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 05-18
8574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 05-17
8573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2-16
8572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2-15
8571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2-14
8570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2-13
8569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5 0 02-12
8568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2-11
8567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2-09
8566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1-19
8565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11-20
8564 남궁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11-19
8563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4-27
8562
3월 댓글+ 1
준모준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6 0 04-18
8561
안녕하세요 댓글+ 1
강사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 04-17
8560 준양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03-28
8559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3-31
8558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 03-23
8557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3-20
8556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 03-18
8555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 03-18
8554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 03-16
855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 03-16
8552
고무나무 댓글+ 1
mik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 03-12
8551 mik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1 03-11
8550
휘파람 댓글+ 1
mik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1 03-10
8549
그녀의 남자 댓글+ 2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3-03
8548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 02-27
8547 ssu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2-27
8546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02-26
8545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2-10
8544 07Ktmik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 02-08
8543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2-07
8542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 02-03
8541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 02-03
8540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 01-31
8539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9 0 01-16
8538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1-16
8537 김용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 01-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