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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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50회 작성일 15-09-30 01:09본문
깊은 밤에
시계가 신음을 한다
시침과 분침을 모아 자정(子正)의 때를 알리며,
깊은 밤의 공소(空疎)한 피를 말려가며,
지나간 하루의 부피만큼 박제를 만든다
친근한 불면(不眠)과 함께, 이렇게 아직도 잠들지 못하는 건
잔뜩 망가진 몸과 지친 영혼, 그리고 곤궁한 삶이 인생에
차갑게 선물하는 진동(振動)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음울한 원근(遠近)의 가엾은 형제들이여,
이렇다 할 행운도 갖지 못한 폐허(廢墟)의 가슴을 지닌 자매들이여,
오늘도 까만 밤하늘엔 맑은 별들이 서로의 사랑을 도란거리고
가슴에 빛나는 꿈을 채워가는 달은 어둠 속을 즐겨 걷는다
그러니, 고단한 우리들도 한 밤 쉬고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자
이 밤이 지나도록 가슴 조이는 환한 희망을 안고 내일로 나아가자
가벼운 날개짓 하는 은색(銀色) 구름들이 무리지어,
저 차디찬 암흑의 공간을 아무 망설임 없이 날으는 것처럼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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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나루 밀밭길..,,
술익은마을마다 타는저녁놀
길은 외눌기 남도 삼백리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장면에서.. 왠 박목월 시인의 시?
하긴, 타는 저녁 놀을 바라볼 때마다 생각나는 시이기도 해요
근데요,
여기 캘거리에선 타는 저녁 놀도, 추석 보름달도 그 저녁 놀이 아니고 그 보름달이 아니라능 (웃음)
- 아무래도 정서의 불협화음 탓이겠지요
(참, 이상해요.. 같은 저녁 놀, 보름달인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