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가 있는 산책길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폐타이어가 있는 산책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andres00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5회 작성일 19-12-08 12:14

본문

폐타이어가 있는 산책길 / 최영숙


종점, 길은 언제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막막하게 생의 변두리를 도는 자 외곽에서 중심을 구하는 자의 배경에는 벌판과 바람 길은 휘어져 어디에 닿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삶은 단지 스쳐가거나 봄볕에 살을 말리는 뿌연 것, 어느날 아주 먼 어느날 우리가 인연이라 말하던 순간도 다 쓰고 나면 바람 빠진 폐타이어 닳아진 허울만 남아 한곳에 쌓일 것이다 재생의 날을 기다리며 우연한 봄날의 담에 기대다 보면 지나온 길의 어디쯤 진실도 있었다고, 말해주는 것들 먼지를 풀풀 날리며 덤프트럭이 지나고 갓 스물의 청춘이 노래한다 마른 연기 피어오르는 들판의 한끝 희망은 그런 대로 연명하기에 좋았으나 몸의 바퀴가 닳아 멈추었을 때 내 앞에 놓인 밥그릇 하나, 햇살이 가득 담긴 사발을 놓고 조는 듯 깨이는 듯 등허리며 머리카락 사이로 따뜻한 기운이 흐르고 길은 그때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 시집 <골목길 하나를 사이로> 에서 [ 시인의 말 ] - 미리 쓰는 後記 최영숙 유고詩集 『모든 여자의 이름은』에서... 아직 갈 길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 길 위에는 사랑과 희망, 기쁨과 눈물이 한데 녹아들어 生을 완성해가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끊어진 다리라는 걸 알았다. 아득한 벼랑과 함께 길도 사라져버렸다. 첫시집 이후로 8년, 달리 할 말이 없다. 여기 모은 시들이 그 시간의 전부라는 것 외에는…… 살면서, 시가 곁에 있으므로 행복하였고 척박한 날들 중에서도 시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 이제 내게 허락된 시공간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미리 써보는 이 후기가 수정되길 바라면서 두 번째 시집은 내 손으로 엮기를 바랐으나,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한다. 비가 내린다. 아이와 아이아빠가 늦잠에 빠진 아침. 이런 날, 비는 오고 방은 어둑신해 빗소리를 베개 삼아 빠져드는 늦잠이 얼마나 좋은지, 군불을 땐 이불 속으로 점점 파고들어 마음껏 피우는 게으름이 얼마나 행복한지…… 성북동, 옛집이 그립다. 되돌아가고 싶은, 그러나 아무도 없는 곳. 살아, 많은 게 슬펐지만 또한 기쁘고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이제는 안녕. 2003년 9월  최영숙 1960년 서울에서 출생한 최영숙(崔英淑) 시인은 1992년 [민족과 문학]에 "회복기의 노래"외 9편을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1996)에서 시인은 예민한 촉수로 생명의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긍정적인 슬픔의 시세계를 보여주었다. 투병중이면서도 마지막까지 시에 대한 열정을 내보이던 시인은 2003년 10월 29일 지병인 "확장성 심근증"으로 他界.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최후까지 시를 통해 치열하게 세상과 사람을 끌어안은 시인이었다. 유고시집으로, [모든 여자의 이름은] (2006 창작과비평사)가 있다. <감상, 그리고 한 생각> 이미, 막연히나마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음일까. 종점(終点)으로 운을 띄우니. 담에 쌓아 올려진 '폐타이어'에게 삶을 묻는다. 우연한 봄날의 담에 기대어 묻는다. 지나온 길에 바람 빠지고 닮아진, 허울 같은 자신의 모습에 세월을 묻는다. 연명한다는 것, 살아진다는 것. 쉴 새 없이 먹고, 마시며, 숨을 쉬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것. 그렇게, 꾸역 채워가기만 하는 삶. 죽음 앞에 마지막 한 모금 호흡까지 꼭 웅켜쥐기만 하는 삶. 그러나, 알고 보면... 산다는 건 지속적으로 소멸되어 가는 것. 죽음을 향해 꾸준히 질주하는 일. 하여, 비워야 할 때 흔쾌히 비운다는 건 얼마나 숙연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내 앞에 놓인 밥그릇 하나에서 소멸해 가는 것에 대한 아련한 연민도 솟는다. 하지만, 그게 꼭이 처연한 일은 아닌 것. 내가 비워진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 나로 부터 나를 내려 놓았을 때, 비로소 깊은 안식으로 다시 시작하는 저 따뜻한 길이 있을지니... 시인이 푸른 소매를 바람에 날리며, 그 길을 걸어갔음을 믿는다. - 熙善,

Hold My Hand 부록 - 시인의 마지막 가을 시인 최영숙(1960∼2003)은 은행잎이 발에 차이던 2003년 10월29일 지병인 '확장성 심근증'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녀의 최후는 첫 시집이자 마지막 시집이 된 '골목 하나를 사이로'(창비)에 쓴 후기처럼 허허로웠다. "오늘 나는 창문을 열고 오랫동안 그 속에 놓인다. 지난 것과 다가올 것,순간과 영속 그 모두가 이젠 아무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인생이 너무 짧아 화가 나기도 한다. 일상에서 무심코 스쳐지나거나, 낡고 바랜 것들에 깊은 애정을 가졌던 최영숙. 신새벽의 이슬같이 이 세상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살다간 그에게 시는 죽음과 고통의 공포를 떨쳐버릴 수 있는 마지막 불꽃이었다. 서울 성북동 산동네에서 늙은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았던 그는 늘 외로웠고 가난했다. 하지만 산동네는 그에게 흐느낌의 의미를 가르쳤다. "한 여인이 운다네/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중략)//그 소리 듣네/마루 끝에 쪼개진 볕바라기 하며/여인의 울음 소리 듣고 있네/왜 우나, 사과궤짝에 칸나를 올린 그 집/건너다보면 붉은 꽃대 환하게 흔들리던 곳"('울음이 있는 방') 숭의여전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서른이 다 된 1989년,한길문예원(지금의 한국문학학교)에서 시인 고정희(1948∼1991)와 이시영을 만나 시를 배웠다. 그러나 고정희가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사로 생을 마감하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성북동을 떠나 의정부 가능동에 독방을 얻어 옮겨간다. 그때 그는 이미 자신을 찾아온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끌어내는 역설의 논리를 시로 표출했다. "검은 비닐봉지에 싸여/찬장 속에 박혀 있던/세 개의 감자에 싹이 났다 /먹으면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감자싹의/성분은 솔라닌이다/(중략)/감자싹을 도려내는 손길이 아리다 /깜깜중에도 눈뜨고 싶은 덩굴 속마음,내가 너를 버리다니/사랑 평화 그리운 무엇보다 손 뻗어 잡아보고 싶은 푸른 하늘/주섬주섬 싹눈을 주워 흙에 옮긴다 잘 자라 다시 만나자"('감자싹') 세상은 감자싹을 틔워올릴 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것이다. 최영숙은 감자싹의 힘으로 병과 싸웠다. 1992년 '민족과문학'으로 등단한 후에도 발병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하선정씨가 펴내던 '월간 요리' 기자로 활동했고 삼양그룹의 사보나 잡지 '대학문화'를 편집하기도 했다. 함께 한길문예원에 다녔던 친구 방향자(48)씨는 최영숙을 이렇게 기억한다. "자다가도 숨을 쉴 수 없는 통증 때문에 응급차에 여러번 실려갔지요. 새벽에 전화가 걸려와 수화기를 들면 말도 없이 신음소리만 들려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예요.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시를 붙들고 집착했지요. 고통을 잊으려고 시에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이시영 시인도 2003년 가을, 최영숙의 전화를 받았다. "한참동안 말없이 울기만 하더군요. 병원에서 선고를 받은 직후였는데,그렇게 울다가 끊었지요.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이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이야. 화려한 것만 추억되는 세상이 왠지 야속하네요. " 이시영은 최영숙의 짧은 생을 하루라도 더 연장하고픈 마음을 시 '최영숙'으로 담아내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여자 하나가 저 세상으로 갔다. 예쁜 딸 하나와 조촐한 시집 한 권, 그리고 약간의 부채를 남기고. 때는 2003년 10월29일 오전 다섯시. 아니 10월30일 오전이라고 해두자. 이제 아무도 그녀를 기억해주지 않을 것이기에." (시집 '바다호수'에서) - 정철훈의 [문학 오디세이]에서 발췌





추천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8,619건 1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4 2 05-15
8618 시마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 1 15:18
86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 2 06:29
8616
지질 정보 댓글+ 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 2 04-18
861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 3 04-18
861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2 04-17
861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3 04-16
8612
시간 여행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3 04-15
861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2 04-15
861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2 04-14
860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3 04-14
860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1 04-13
860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3 04-13
860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2 04-12
860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3 04-12
8604
자다가 깨어,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5 04-11
860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4 04-11
860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4 04-10
8601
물이 되는 꿈 댓글+ 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1 04-10
860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1 04-09
859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3 04-08
859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1 04-08
859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4 04-07
859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 1 04-07
859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2 04-06
859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3 04-06
859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2 04-05
859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1 04-05
859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1 04-04
859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1 04-04
858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 2 04-03
858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1 04-03
8587
장미빛 人生 댓글+ 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2 04-02
8586
공부 이야기 댓글+ 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1 04-02
8585
댓글+ 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 3 04-01
858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2 04-01
858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2 03-31
858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1 03-31
858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3 03-30
858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1 03-30
857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3 03-29
857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2 03-28
857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1 03-27
857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1 03-27
857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1 03-26
8574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2 03-26
857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1 03-25
857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1 03-25
8571
巡禮 댓글+ 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 1 03-24
8570
永遠의 모음 댓글+ 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2 03-2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