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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天地開闢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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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6회 작성일 20-05-17 22:11

본문

 

천지개벽경

이중성 (지은이)도서출판 한빛1998-06-10

 


< 천지개벽경 >

 

 

 

서(序)

 

자연의 이치를 천지가 도(道)로 삼고, 천지의 도를 상제(上帝)께서 쓰시어 삼계(三界)의 만상(萬相)을 이치로 거느리시나니, 이리하여 천지와 일월이 운행하고 사시(四時)의 차례가 있어 만물의 삶이 있나니라.

크도다. 상제의 덕이 크고 넓고도 높으사 너무도 신령하시니, 천지의 크나큰 도덕으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큰 법도로 삼으시니라.

그러므로 천지에 상제보다 높은 도가 없고, 천지에 상제보다 귀한 덕이 없으며, 천지에 상제보다 넓은 조화(造化)가 없고, 천지에 상제보다 두터운 기름(育)이 없느니라.

원형이정(元亨利貞)은 천도(天道)의 떳떳함이요,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인성(人性)의 벼리라. 군사부(君師父)는 천지의 대강(大綱)이요, 군신 . 부자 . 형제 . 부부 . 붕우는 인도(人道)의 대륜(大倫)이니라.

 

강상(綱常)의 도가 있고 품성의 덕이 있으며, 만상이 되어지고 만물이 자라며, 치란(治亂)의 다스림이 있고 선(善)을 즐기게 하는 가르침이 있고, 벌과 복의 권세가 있고 조화의 능력이 있으시어, 세상의 모든 사상(事象)이 어느 것 하나라도 상제의 명(命)을 벗어나지 않으니, 어찌 공경히 받들지 않을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자연의) 이치가 곧 상제요, 상제께서 바로 이치시니라.

 

상제께서 사람을 높이사 신령스럽게 태어나게 하시고 귀히 지으시며, 사람에게 명하시어 천지에 참여케 하사 삼재(三才)를 만드시니, 은혜가 더없이 크시니라.

상제께서 때에 맞춰 큰 덕을 나투시니 하늘의 덕을 갖춘 큰 성인이 되고, 상제께서 때에 맞춰 다음가는 덕을 나투사 대성(大聖)의 버금가는 현인(賢人)이 되게하여, 그들에게 명하여 만방의 억조(백성)에게 임하게 하사 임금이 되게하시고 스승이 되게 하시어 천지의 화육을 돕게 하시니, 이로하여 천하의 모든 사물이 각기 자리를 잡고 그 삶을 누려서, 건곤이 자리잡고 일월이 바로 빛나며, 산악의 흙이 갖가지 나무를 길러 울울창창하고, 강해(江海)의 물이 갖가지 물고기를 길러 즐거이 뛰놀게 하며, 모든 백성들의 세상에 오륜(五倫)을 밝혀 즐겁고 편안히 살게하고, 새와 짐승과 벌레와 물고기까지 제 삶을 맘껏 누리어 팔팔하게 생기에 넘쳐 상제의 덕을 기리나니, 성인의 덕도 하늘처럼 넓어 모든 선(善)이 넉넉하거늘, 하물며 상제의 덕이리오.

자연에는 도가 있어 일원에서 양의가 소장(消長)하고, 천지에는 법이 있어 일회(一會)에 상제께서 자리를 바꾸시니, 생각컨대 우리 대선생께서는 신농의 대덕과 태공의 대은(大恩)을 갖추셨으므로 천지만신이 받들어 기리나니, 하늘에 임하사 옥황상제가 되시고, 운수에 임하사 후천의 천황씨가 되시고, 세상에 임하사 미륵존불이 되시고, 나라에 임하사 후천의 당요(唐堯)가 되시니라.

천지로 몸을 삼으시고 일월로 눈을 삼으시며 천지의 중앙으로 마음을 삼으시어, 모든 이치를 갖추시고 모든 형상을 가지시니, 자리는 더없이 높으시며 덕은 더없이 높으시고 운은 더없이 크시니라.

천지만물이 비록 풀한포기 나무 한그루라도 그 덕이 없으면 어찌 살 수가 있으리오. 그러므로 모든 선(善)의 주(主)요, 모든 덕의 뿌리시니라.

내가 어찌 감히 한마디라도 보태리요마는, 생간컨대 우리 대선생이 후천의 운수에 임하사 상제의 위(位)로 세상에 계시므로하여, 세상 사람들이 일찌기 만고에 듣지 못하던 바이므로 모두가 믿지 못하는지라.

하도(河圖)는 하늘을 높이어 상제께서 이( )에서 나오시고, 낙서(洛書)는 땅을 높이어 상제께서 진(震)에서 나오시고, 정역(正易)은 사람을 높이어 상제께서 간(艮)에서 나오시나니, 이때가 바로 신명세계요 인존시대의 때라, 그 상서로움이 동쪽에 있으니 상제께서 세상에 내리시는 이치가 또한 그 가운데 있노라.

생각컨대 우리 대선생께서 상제의 도권(道權)으로 천지를 개벽하사 천지의 운로를 바루시고, 만물을 새로 고치사 천하의 이치와 형상과 문물과 풍속의 온갖 법도를 모두 새롭게 갖추시었으나, 말이 없으면 천하의 대도를 얻어듣지 못할 것이요, 글이 없으면 천하의 큰 가르침을 알지 못할 것이라.

오호라. 그렇지만 세상에 떠도는 말들이 헛되이 전해지고 함부로 말해져서, 옳지않은 말들이 많으니 한탄을 이길수 없도다.

천운이 돌고돌아 난법의 운수가 장차 끝나고 진법의 운로가 새로워지면, 큰 덕을 갖춘 군자(君子)가 그 사이에 나와, 올바른 말과 글로 반드시 알맞음을 얻어서 큰 덕이 더렵혀지지 않으리니, 이리하여 대학(大學) 우경(右經)의 장하지교(章下之敎)가 명명백백해지리라.

 

나 또한 목마른 듯 이를 바라지만 그 세상이 오는 때의 조만(早晩)을 알지 못하고, 다만 그 자손된 도리에 무관심할 수 없어서, 교를 받은 이래로 마음에 깊이 두어  도를 구하고 들은 바를 간추리고 여러 의견을 참고하여 책으로 썼으나, 그것들을 절충하여 마땅한 도리를 잡음에 이르러서는 만에 하나도 일컬을 것이 없노라.

그러므로 그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대선생의 말이 아니요, 그 행함이 이치를 얻지 못했으면 대선생이 행하신 바가 아니니라.

내게 허물이 많고 죄가 많으니 내 자손된 사람은 이 책을 세상에 공개해서는 안될 것이며, 또한 내 자손된 사람은 이 책만을 오로지 믿어서도 안될 것이라.

다만 참고로 삼아 대선생의 천지자연의 도리에 대한 말씀을 구하고, 대선생의 천지자연의 덕을 행하심을 구하여 일심으로 성실히 공부하라.

공부하는 길이 마음에 있나니, 마음이라 하는 것은 하늘이 백성에게 베풀어 주심이 있어 얻어진 바이라. 허령불매(虛靈不 )하여 이기(理氣)와 성정(性情)의 덕을 모두 갖추었나니, 대선생의 모든 말씀과 행사가 모두 치천하의 큰 법도가 되고, 치천하의 큰 법도가 모두 이 마음에 있느니라.

이러하므로 대선생의 다스림이 천지의 이치에 맞고, 대선생의 도가 천지의 이치에 맞나니, 삼재합덕이 마음에 있음이라.

대선생의 마음을 밝히고 대선생의 마음을 얻음이 있으면, 후천의 도가 또한 그 가운데 있느니라. 선천에 덕(德)이라 하고, 인(仁)이라 하고, 경(敬)이라 하고, 성(誠)이라 일컬어 공경하는 것은 그 이치를 밝히고자 함이요, 요(堯)와 순(舜)과 우(寓)임금이 윤집궐중(允執厥中)의 도로써 서로 마음을 전한 법이란 것은 그 이치를 얻고자 함이니, 문물제도(文物制度)의 이치가 마음에 있고, 예악교화(禮樂敎化)의 이치가 마음에 있고, 집안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안케하는 이치가 모두 마음에 있느니라.

그러므로 선천에 이 마음을 지켜 천하를 다스린 사람은 오직 요순(堯舜)이 으뜸이요, 이 마음을 잃고 천하를 어지럽힌 자는 걸주(桀紂)가 가장 심하나니라.

그러므로 큰 성인은 이 마음을 잘 지키고, 큰 현인은 이 마음을 겨우 지켜내며, 그 다음 사람들은 애써 이 마음을 지켜서 각기 그 덕을 이루었나니, 지켜내면 다스림이 있고 잃어버리면 어지러워짐은 선천과 후천이 마찬가지니라.

오호라! 대선생의 도를 알고자하면 천지의 만상(萬象)을 볼것이요, 대선생의 덕을 알고자 할진대 이 책을 바탕으로 삼고, 지어만드신 오묘함이 만물에 드러난 바에까지 미루어 넓혀가라.

한마음으로 닦아나가 구하는 도를 얻으면 이 책을 올바로 고쳐서 조상의 죄를 가볍게 하고, 이로써 정덕군자(正德君子)의 글을 기다리면 나의 허물을 덜게 될 것이요, 너희들의 덕도 나아질 것이요, 도(道)에도 빛남이 있게 되리라.

布敎(포교) 八十七年(87년) 丙戌(병술) 四月(4월) 二十七日(27일)
李 重 盛 序(이 중 성 서)

 

<천지개벽경 1장>

 

천지개벽경1편 신축년 공사기

 

1장

대선생(大先生)은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玉皇上帝)시고, 인존시대(人尊時代)에 사람의 몸으로 세상에 나오시니 용화세계(龍華世界)에 미륵존불(彌勒尊佛)이시니라.
천정(天庭; 이마)에 불표(佛表)가 있으시고, 입에는 여의주(如意珠)를 머금으시고, 양손에는 임(壬) 자와 무(戊) 자를 지니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남방삼리화(南方三離火)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금산미륵(金山彌勒)이니라.


2 장

크신 권능(權能)은 천지를 고쳐 천지의 운로(運路)를 바로잡으시고, 사람의 몸과 성품을 고치시며, 만물을 고쳐 새롭게 하시며, 명령으로 해와 달의운행을 멈추시며, 풍우상설(風雨霜雪)과 뇌전벽력(雷電霹靂)을 명령으로 일고 잦게 하시며,
천하의 치란(治亂)을 명령으로 좌우하시고, 홍수와 가뭄과 흉작과 풍작을 명령으로 좌우하시며, 병든이나 죽은이나 불구자를 명령으로 깨어나고 낫게 하시니, 무소부지(無所不知) 하시고 무소불능(無所不能)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삼계대권(三界大權)이니라.


3 장

영험(靈驗)이 신(神)과 같으시니, 들고 나심에 햇무리와 달무리가 두르고 장문(將門)이 서며, 여름에는 하늘우산(구름)이 햇빛을 가리고, 구름과 안개가 피해가고, 그 계신 곳에는 비와 눈이 개며, 하늘이 모습을 (본떠) 나타내시니, 배를 타시고 노를 저으시며 음악(거문고)을 들으시며 옷을 갈아입으시고 먹거리를 드시는 모습들이 모두 하늘에 나타나고, 날짐승에 말하시매 날짐승이 날고, 길짐승에 말하시매 길짐승이 달리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사사로울 수 없나니, 어묵동정(語默動靜)에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일월(天地日月)이니라.


4 장

크신 덕이 널리 미치시니, 신령(神靈)하시고 밝음이 성스러우시고, 너그러움이 두터우시며 고상(高尙)하시고, 웅장하시며 정대(正大)하시고, 인자(仁慈)하시며 호탕(浩蕩)하시고, 과감(果敢)하시며 소탈(素脫)하시고, 조용(從容)하시며 근검(勤儉)하시고, 대범(大凡)하시며 자상(仔詳)하시고, 파격(破格)하시며 진실(眞實)하시니라.
진심(眞心)을 사랑하사 거짓을 미워하시고, 세상의 괴로움을 불쌍히 여기사 그 때마다 몸소 대신하시고, 질병을 대속하시어 세상의 억조(백성)를 건지시고, 옷을 엷게 입으시어 천하의 백성을 따뜻이 하시며, 곡식을 아끼사 만방(萬方)의 굶주림을 구하시며, 가녀린 풀도 사랑하사 살리시며, 작은 벌레도 다치면 슬퍼하시고, 나무심기를 즐겨하시며, 한 조각 종이라도 반드시 글을 쓰시며, 짧은 시간이라도 옥(玉)처럼 여기시며, 약(藥)을 가까이 아니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의 선악과 부귀와 권력을 모두 가졌나니, 사랑할만 하고 두려워할만 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서신사명(西神司命)이니라.


5 장

대선생의 아버지는 흥주(興周)요 어머니는 권씨(權氏)이시니, 경오(庚午)년 겨울에 어머니께서 친정인 고부(古阜) 신월(新月) 서산(西山)에 계실 때 태몽(胎夢)을 꾸시니, 하늘이 남북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에서 큰 불덩이가 나와서 차차 내려와 몸에 이르매 천지가 밝아지더니, 임신하시니라.
출산하시매 선녀(仙女)가 목욕물을 받들고, 이상한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집을 둘러 하늘에 닿아 이레동안 흩어지지 아니하고, 울음소리가 쇠북 소리 같으시니라.
점차 자라시매 용모는 미륵불 같으시고, 안목(眼目)은 일월(日月)처럼 밝으시고, 목소리는 천둥이 울리는 듯 하시고, 행동거지는 정대(正大)하시고, 도량은 너그럽고 넓으시며, 동정(動靜)은 정중하시고, 말씀은 활달(豁達)하시고, 알음은 신기(神奇)하시며, 기상(氣像)은 웅장(雄壯)하시니라.
존귀한 성(姓)은 강씨(姜氏)이시며, 본관은 진주(晉州)요, 높으신 이름은 일순(一淳)이시고, 자(字)는 사옥(士玉)이시며, 호(號)는 증산(甑山)이시고, 태어나신 곳은 호남(湖南) 고부(古阜) 우덕(優德) 객망리(客望里)요, 태어나신 날은 신미년(辛未年) 구월 십구일 ○시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나무로도 돌로도 올 수 있으되, 사람의 배를 빌렸노라.


6 장

일곱 살 되시던 정축(丁丑)년에 풍물을 들으시고 말씀하시되, 크도다. 궁상각치우의 음률이여! 신인지화(神人之和)와 천하지화(天下之化)가 이 길에 있도다.
일곱 살에 아버지의 명(命)으로 학문(學文)을 시작하시니, 선생이 천자문으로 천(天) 자를 가르치거늘 따라 읽으시고, 지(地) 자를 가르치니 따라 읽으시고, 현황(玄黃)으로부터 다음 글자는 잠자코 따라 읽지 않으시기를 여러 번이라.
아버지가 그 연고를 물으니 대답하시되, 천(天) 자에 하늘 이치를 알고 지(地) 자에 땅 이치를 알았으니 그 나머지는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고, 배움을 그만두기를 청하시니라.
아홉 살 되시던 기묘(己卯)년에, 후원(後園)에 별당을 지어 따로 지내시며 사람들의 출입을 막으시니라. 하루 건너씩 청하시는 물건이 암꿩 한 마리와 비단 두 자 다섯 치 이더라. 이렇게 두 달을 지내신 뒤에 대선생은 간곳을 알 수 없고, 빈방에는 또한 아무 물건도 없더라.


7 장

대선생이 스물여덟 살 되시던 무술(戊戌)년에 객망리에 계시며 말씀하시되, 대인(大人)이 세상에 옴이 널리 천하를 구하려 함이니, 나는 천하를 두루 다녀 천하의 형세와 인정과 풍속을 살피리라 하시니라.
동학(東學)에 들리사 도리(道理)를 논(論)하시며 범절(凡節)을 살피시고, 서학(西學)과 불교(佛敎)와 선도(仙道)와 유학(儒學)과 대종교(大倧敎)에 들리사 이와같이 하시더니, 그 교주 김일부(金一夫)가 구천상제의 명을 받들어 대선생을 모시고 하늘에 오르니 황금 현판에 요운전(曜雲殿)이라고 큰 글자로 씌었는데, 크게 잔치를 열어 대선생을 환대하며 광구천하의 뜻을 크게 찬양하더라. 다음날 일부가 크게 이상히 여겨 요운(曜雲)이라는 호를 드리고자 하니라.
맨발로 먼길을 가기도 하시고, 풀밭에 주무시기도 하시고, 인가에서 얻어먹기도 하시고, 겨울에는 갈포(葛布)를 입으시고 여름에는 솜옷을 입기도 하시며, 여러 때를 굶기도 하시고, 들판에서 추수도 하시고, 산에서 나무를 베기도 하시고, 농민을 만나면 밭갈이도 대신하시고, 시장에 들어 장사꾼을 돕기도 하시고, 공장(工匠)일을 돕기도 하시고, 청루에 들러 노래도 들으시고, 늙은이를 만나 옛이야기도 하시고, 벼슬아치들을 만나 정사(政事)도 들으시니, 모든 아픔을 겪으시고 모든 실상(實相)을 몸소 살피심이라.


8 장

그때에 대한제국의 정치가 부패하여 정쟁(政爭)이 잇따르고, 외척(外戚)이 권세를 휘둘러 매관매작(賣官賣爵)하고, 탐관오리(貪官汚吏)가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으며, 선비들이 폐해를 끼치고, 당파끼리 서로 원수가 되고, 도적이 벌떼처럼 일어나며, 동학이 난을 일으키고, 일본과 청나라가 서로 싸우고, 열강(列强)이 조선을 엿보아서, 백성은 어육(魚肉)이 되고 세상은 도탄(塗炭)에 빠졌더라.
천하의 형세는 뭇나라가 무력(武力)을 숭상하여 인의(仁義)의 도리를 받들지 않고 권모술수(權謀術數)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며, 모든 학문이 참다운 덕이 없어서 백가지 폐단이 한꺼번에 생겨나고, 약육강식(弱肉强食)하여 호시탐탐(虎視耽耽)하더라.
세상의 도덕도 송두리째 무너져서 임금과 신하가 서로 잡아죽이고, 아비와 아들이 서로 싸우며, 스승과 제자가 서로 적이되고, 오륜(五倫)이 어그러져 모든 세상 사람들이 이익을 위해서는 의리를 내버리며, 사욕을 좇아 공익을 저버리고, 뭇사람이 서로 싸워 세상에 상생(相生)의 도덕이 없었더라.


9 장

대선생께서 설흔한살 되시던 신축(辛丑)년 여름에 객망리에 계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지금 천하의 형세가 세상을 널리 구하고자 한다면,천지와 같은 큰 덕을 가진 이라도 조화의 권능이 없이는 할 수가 없으리라.
전주 모악산(母嶽山) 대원사(大院寺)에 들어가사 칠성각(七星閣)에서 취정회신(聚精會神)하여 공부하시니라.
그해 가을 7월 일 시에, 모든 새들이 날아와 치하하고, 다섯 마리 용이 상서(祥瑞)를 나타내 보이고, 상서로운 비바람 속에 하늘에는 번개가 일고 땅이 흔들리는 가운데 모든 마(魔)를 항복시키시고,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여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옥황(玉皇)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대순(天下大巡)이니라.


10 장

신축년 겨울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객망리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행하시니, 설법(設法)하시고 행법(行法) 하시니라.
홑옷을 입으시고, 곡식을 들지 않으시고, 불을 지피지 아니하시며, 단정히 앉으사 말씀을 않으시며, 밤새도록 문을 열어두신 채, 여러 날 동안 신명(神明)들께 칙명(勅命)을 내리시니라.
때에 삭풍이 살을 에고 찬 눈이 휘날리는데, 서기(瑞氣)가 집으로부터 하늘까지 뻗치고, 하늘에서는 수천 대의 수레와 수만 마리의 말이달리는 것 같은 소리가 끊이지 아니하더라. 날짐승은 뜰에 내리지 않고 길짐승이 가까운 길에 오지 않으니, 보는 사람이 모두 두려워 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모든 나라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조화정부를 여느니라. 천지만신이 떠받들고 바라는 바니, 나는 후천의 당요(唐堯)니라. 나라의 이름은 대시(大時)니라 하시니라.
보첩(譜帖)과 직첩(職帖)을 불사르시고 말씀하시기를, 보계(譜系)가 나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功名(공명)이 나로부터 새로워 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신농(神農)의 일백일대(一百一代)요, 바로 그 사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신농이 농사와 의약을 베풀어 천하만세에 혜택을 끼치고, 태공(太公)이 병법(兵法)과 술수(術數)로 천하만세에 혜택을 끼쳤으니, 천지가 성공하고 해원하는 가을을 맞이하여 천지의 모든 신명이 높이 받드느니라.


11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후천이니, 내 세상에는 모든 가르침이 하나로 돌아오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곤운(坤運)이니, 건운(乾運)은 다스림이 앞서고 어지러움이 뒤따르되, 곤운은 어지러움이 먼저하나 뒤에는 다스려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상극의 운이라서 악으로써 살므로 웅패(雄覇)의 세상이요, 후천은 상생의 운이라 선으로써 살므로 성현(聖賢)의 세상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천하의 모든 나라가 임금의 자리를 반드시 덕 있는 사람끼리 전하고, 아비로부터 자식에게 전하지 않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해원하는 세상이니 천하만방에 언어와 풍속과 관습과 문자가 하나가 되고, 다른 색깔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조화선경(造化仙境)이라, 다스림은 곧 조화이니 말없는 가르침과 하염없는 다스림이 있을 뿐이며, 도(道)는 곧 상생(相生)이니 상극의 이치와 세상의 죄악이 없어지리라. 그러므로 내 세상은 대장부(大丈夫)요 대장부(大丈婦)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상생대도의 세상이니, 모든 나라와 백성이 상생하고, 남자와 여자가 상생하고, 강한 이와 약한 이가 상생하며, 가난한 이와 부유한 이가 상생하며,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상생하며, 모든 덕이 하나로 돌아가 대인대의한 세상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천지가 합덕하는 세상이니, 천하가 한 집이 되고, 뭇 백성이 덕을 같이하며, 사람들은 자기 것을 가지지 않으며, 목숨을 살리는 것을 덕으로 삼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귀신의 세상이니 늙지도 죽지도 않고, 사람이 하늘로 오를 수 있으며, 신은 세상에 내릴 수 있고, 홀아비와 과부와 부모없는 아이와 자식없는 늙은이가 없으며, 삼생을 꿰뚫어 보고 조화를 부릴 수 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천지가 성공하는 세상이니, 선악이 판단되고 화복이 판단되며 생사가 판단되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를 개벽하여 후천의 운을 열고, 오만 년 한량없는 선경을 여나니 곧 용화세계요, 상생대도가 이것이며 나의 도이니라.

 

 

<천지개벽경 2장>

1장

전주 사람 김형렬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를 개벽하여 하늘과 땅을 다시 짓고, 무극대도(無極大道)를 열어 선천의 운을 닫고, 조화선경(造化仙境)을 열어 고해에 빠진 억조중생을 건지리라.
전주 사람 김자현과 김갑칠과 여러 사람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입은 곤륜산처럼 무겁게 하고, 마음은 황하수처럼 깊게 하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덕을 감추기를 귀울림처럼 하고, 허물을 드러내기를 숨소리처럼 하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천지는 해와 달이 없으면 빈 껍질이요, 해와 달은 아는 사람이 없으면 헛깨비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일이 생겨나서 커지는 것이 천지에 달려있고, 사람에 있지 않느니라.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천지도 없으므로 천지가 사람을 내어 쓰나니, 사람으로 태어나 천지가 사람을 쓰는 때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찌 인생이라 할 수 있으리오.
가르침을 내리시니, 넓고 큰 것을 알고자 하면 천지를 보고, 때에 따라 바뀌는 바를 알고자 하면 사계절을 보고, 음양의 이치를 알고자 하면 해와 달을 보고, 공덕이 되는 일을 알고자 하면 성인을 보라.
만물을 낳아 끊임이 없음은 천지의 대업이요, 돌고돌아 쉬지 않음은 천지의 큰 덕이요, 공이 만세에 미침은 성인의 대업이요, 끝에도 처음처럼 나날이 새로움은 성인의 큰 덕이니라. 우임금이 구년홍수를 다스릴 때 삼년 동안 (자기 집)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않음은, 한 몸의 괴로움으로 천하의 모든 백성을 편안히 하려 함이었느니라.
그러므로 세상을 다스리는 이는 그 몸을 주리게 하고 힘줄을 수고롭게 하여 백성의 목숨을 살리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는 그 마음이 음란하고 재물을 탐하므로써 백성의 삶을 해치나니, 하늘의 이치가 있을진대 공은 닦은데로 돌아가고 화는 지은데로 돌아가리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나의 세상에는 천지가 합덕하고 천하가 한집안이 되나니, 천지공정을 세우느니라.


2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이마두는 신계(神界)의 주벽(主擘)이니 공경함이 옳으니라. 이마두의 공덕이 천지에 가득 차느니라.
이마두가 선경을 건설하려고 동쪽으로 왔더니, 정치와 교화가 폐단이 쌓여 안될 것을 알고는, 역법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때를 밝혀주고, 동방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넘어갔느니라.
천지간에 수화기제의 운을 연 사람이 이마두요, 천지간에 신명계의 영역을 개방한 사람이 이마두니라. 선천에는 동서양이 서로 통하지 못했으니 화수미제의 운이요, 내 세상에 동서양이 서로 통하니 수화기제의 운이니라.
선천에는 천지의 신명이 각기 지역의 경계를 지켜 서로 왕래하지 않다가 이마두가 개방하니, 지하신이 천상에 올라 천국의 모습을 본떠 사람에게 알음귀를 열어준 것이 오늘 날 서양의 문명이니라. 이마두의 공덕을 사람이 다 알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천지만신이 받드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마두는 언제나 나를 옆에서 모시며 세상의 모든 일을 다스리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관운장이 삼계의 병마대권(군사 총지휘권)이니라. 나의 세상에는 운장이 성제군의 지위에 서나니, 운장의 오늘날이 오로지 의리에 있고 재주나 지식에 있지 않나니, 천지 사이에 의로움보다 큰 것이 없느니라.
나는 추상같은 절개와 태양같은 충성을 사랑하노라. 사람의 언행이 의로우면 천지도 진동하느니라. 하늘이 할 수 없는 바가 없으나, 오직 의로운 사람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바가 있느니라. 나는 천지의 보배를 모두 가졌으나, 그 중에서도 의로움을 보배로 삼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만약 일심 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촉에 있더라도 나는 반드시 찾아서 만나리라.


3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는 이마두에게 명하여 서도의 종장이 되게하고, 수운을 서도의 종장으로 명하고, 진묵을 불도의 종장으로 명하고, 회암(주자)을 유도의 종장으로 명하여 단점은 버리고 장점을 취하여 모든 선(善)을 거두어 합치나니, 이리하여 내가 세우는 바가 천하만세에 유일한 대도니라.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이치가 난을 짓는 것도 조화요, 난을 그치게 하는 것도 조화니, 최수운은 천하의 난을 지었고 나는 천하의 난을 가라앉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진묵이 봉곡에게 원한을 품고 서쪽으로 건너가 서양의 문명을 열었나니, 나는 동토로 불러와 선경 건설에 힘쓰도록 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유교인들이 잘못이 많거늘 오직 회암은 잘못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수운은 사명당이 갱생이니 승평시대 불원이라 하고, 수운은 산하대운이 진귀차도라고 하였나니, 그러므로 나는 순창 회문산 오선위기로 천하의 시비를 풀고, 무안 승달산 호승예불로 천하의 좌판을 만들고, 태인 예배전 군신봉조로 천하의 임금을 내고, 장성 손룡 선녀직금으로 천하사람들에게 비단옷을 입히리라.


4장

임인년 여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전주 하운동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가라사대, 인간 세상의 어지러움은 곧 명부의 착란이라. 그러므로 명부를 정리하면 인간 세상도 또한 바로잡히느니라.
여러날 칙령을 내리시는데 밤낮을 계속하시고 신명에게 명령하시기를 다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전명숙과 최수운과 김일부에게 명하여 명부를 정리케 하노라. 전명숙을 조선명부로 임명하고, 최수운을 일본명부로 임명하고, 김일부를 청국명부로 임명하노라. 최수운은 나의 세상이 옴을 알렸고, 김일부는 내 세상의 이치를 밝혔으며, 전명숙은 내 세상의 첫머리를 만들었노라.
말씀하시기를, 명숙이 도탄(塗炭)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자 하고, 상놈의 천대를 풀어주기를 바라니 모든 신명이 기뻐하노라.
전명숙은 만고의 명장(名將)이니, 포의한사로 천하의 난을 일으킨 사람은 만고에 명숙 한사람 뿐이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영세화(永世花)는 건곤(乾坤)의 자리에서 자라고, 큰 방책의 태양은 간태궁(艮兌宮)을 비추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일은 불시에 오는 것이요 사람이 감히 알지 못하나니, 때가 오지 않아서 내 일을 알면 하늘이 잡아죽이느니라.


5장

임인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하운동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니라.
형렬이 명에따라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무리가 섰기로 복명하거늘, 가라사대 지금 천하의 대세가 큰 종기를 앓음과 같으니, 내가 그 종기를 터뜨렸노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상극의 운이니 강약과 남녀와 빈부와 귀천이 상극하고, 천하의 모든 사물이 모두 상극하니 웅패의 세상이니라.
그러므로 악으로 살아가게 되어 원한이 천하에 가득하니, 그 운이 끝날 때에는 큰 재앙이 한꺼번에 일어나서 인간세상이 장차 멸망하리라.
이리하여 천지만신이 근심하고 불쌍히 여기나 구해낼 방도가 없어 구천에 호소하니, 내가 차마 물리치지 못하여 세상에 내려왔노라.
그러므로 크게 닥칠 화를 작아지도록 다스려 조화선경을 여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요순의 세상을 다시 본다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큰 운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 사람이 당우(요순)의 세상을 오회의 중간이라 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요임금의 구년홍수와 탕임금의 칠년대한이 금과 화가 바뀜이니, 그러므로 지금 세상은 가을 운수의 시작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백조일손이라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가을 바람이 한 번 일어나면 잎은 떨어지고 열매는 익나니, 지금 세상은 생사를 판단하는 세상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임진왜란에 사람임을 모른다는 말이 있었고, 가산의 난에 하늘임을 모른다는 말이 있었고, 지금 세상에 신임을 모른다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조화의 세상이요, 귀신의 세상이니라.


6장

제자가 여쭈기를, 다가올 난리에 찬 금은 뜬 금이니 금을 따르는 사람이 산다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토정이 천관산 아래에 금인(琴人)이 옥을 받들고, 모악산 아래에 금부처가 능히 말을 한다고 하지 않더냐?
제자가 여쭈기를, 토정이 공자와 맹자의 학문이 세상에서 쓸모가 없어지고, 술법없는 선비가 길에서 죽으리라 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그러기에 영평이 누가 능히 떨치고 물러나 신선의 길을 찾으리요, 부유함은 몸을 도모하지 못하나니 돈 우물에 빠져 죽으리라 하지 않았더냐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술수가 삼국시대에 나서 해원하지 못하다가 이때에 해원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도 아래 머무르라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큰 겁액이 닥치는 때에 천지의 대도 아래 머무르지 않으면 어찌 살아나리오.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나를 살리는 것이 삼인일석이라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닦고 덕을 닦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나를 죽이는 것이 소두무족이라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비결에 이 당 저 당 여러 당에 당에 들지 않은 이가 영웅이로다라고 하지 않더냐?
제자가 여쭈기를, 수운이 우리 동방의 삼년 괴질을 누가 막을 수 있으리오 하고, 또 십이제국 괴질운수는 누가 막아내리오라 말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큰 것을 들어 말한 것이려니와, 천하가 모두 그러하니라. 토정이 말하기를, 전쟁도 아니고 굶주림도 아닌데 시체가 길에 쌓이고, 전쟁으로 백명이 죽으면 흉년으로 천명이 죽고 병이돌면 만명이 죽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때가 되면 홍수 밀리듯하여 누웠다가 일어날 틈이 없고, 국물 마실 짬이 없으리니 의통을 배우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불교에 미륵불 출세를 말하고, 서도(기독교)에 예수 부활을 말하고, 동학에서 수운의 갱생을 말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못하나니, 한 사람이 오면 천하의 모든 사람이 모두 내 스승이라 하여 따르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천주께서 세상에 오시어 선악을 심판한다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인존시대에 상제가 내려와 선악을 심판하나니, 천존과 지존보다 인존이 크노니 지금은 인존시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서교를 숭상함이 옳으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동도(東道)를 헐뜯는 자는 동쪽으로 갈 길이 없고, 서도를 헐뜯는 자는 서쪽으로 갈 길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말은 구천에 사무치느니,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고 부절과 같이 합하노라.
말씀하시기를, 재화(財貨)를 탐하지 마라. 낭패가 따르는 바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독한 약이 입에 쓰나 병을 고치고, 충고하는 말이 귀에 거슬리나 행사에 도움이 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사람의 마음을 빼었다 찔렀다 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내 말은 약이니 죽은 이가 살아나고, 앓는 이가 낫고, 갇힌 사람이 풀려나고, 근심있는 이가 즐거워지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부자는 불행하고 가난한 이가 복이있다는 말이 있으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를 따르는 자는 먼저 망하고 들어서나니 부유함을 버리고 가난함에 돌아가라.


7장

제자가 여쭈기를, 불가(佛家)에 당래불 찬탄설게가 있어서, 석가불은 사바세계의 도주요 미륵불은 용화세계의 도주라.
사바세계는 고해이고 용화세계는 선경이니, 미륵불 조화선경은 하늘문이 넓게 열리고, 천신이 세상에 내려오고, 주야가 한가지로 밝으며, 모든 곡식을 한 번 심어 여러 번 거두며, 모든 과일이 매우 크고, 맛좋은 음식이 저절로 생기고, 아름다운 옷이 저절로 얻어지고, 정사(政事)는 함이 없이 다스리고, 뭇 백성이 저절로 교화되고, 신선의 음악이 그윽하고, 풍류가 날마다 이어지며,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하고,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으며, 밤에도 문을 닫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하늘나라를 보며, 천리길을 순식간에 당도하고, 늙지도 죽지도 않으며, 세상에 홀아비와 과부가 없고, 아들 딸 하나씩을 낳으며, 온 천하가 공변되고, 비바람이 순조롭고, 흉년이 없어져 굶주림이 없고, 젓자와 서자의 차별이 없으며, 양반과 상놈의 구별도 없고, 진기한 새가 날고 별스런 꽃이 피며, 해로운 짐승이 없어지며, 노인을 부모처럼 섬기고, 어린이를 자식처럼 사랑하며, 세상에 질병의 괴로움이 없고, 농사를 천한 일로 여기지 않고, 사랑이 넘쳐나고, 사람을 살리는 것을 덕으로 삼는다 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성인의 말이로다. 무릎을 치고 흥을 돋우시며 말씀하시기를, 좋은 세월이 오는구나. 복을 구하는 자는 힘쓸지어다.
제자가 여쭈기를, 석가불이 제자에게 널리 공덕을 쌓아 오는 세상에 용화세계에 태어나라고 가르쳤으니, 그때 사람들이 앞으로 오는 선경에 참가할 수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삼생의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야 나를 따르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땅을 석 자까지 태우니 농사가 잘되리라. 나는 모든 곡식을 한 번 심어 계속 거두게 하노라. 나는 소와 말의 괴로움을 기계가 대신하게 하노라. 나의 세상에는 논밭 갈고 심고 거두는 일을 신이 대신케 하리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부부는 일부일처요, 자녀는 일남일녀가 되리라. 나의 세상에는 과부와 홀아비와 자식없는 노인과 부모없는 아이가 없으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수운이 오는 세상에 한 남자가 아내 아홉을 거느린다고 말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에 남자는 척이 많고 여자는 원한이 많으니, 큰 겁액이 닥칠 때 한 때 그런 일이 있노라. 척이 없어야 잘 산다고 하나니, 척을 짓지말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자손이 선조와 같은 상에 앉으리라 하시니라.


8장

임인년 가을 구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하운동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열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동서양의 신구(新舊) 서적을 갖추어 두시고, 통감(通鑑)으로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으로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신약전서(新約全書)로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자전(字典)으로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사요(史要)로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여러 다른 책으로도 신명에게 명령하시니 여러 날이 걸리니라.
말씀하시기를, 쉽고 간단한 문자로 천하가 널리 쓰게 하리니, 그리하여 나의 세상에는 글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리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세상에 올 때 천지의 정사(政事)를 천조(天朝)에서 대신하게 하였으니, 신축년으로부터 내가 몸소 다스리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어묵동정이 천지공사가 아님이 없어 쉴 짬이 없거늘 사람들은 알지 못하노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천지비요, 후천은 지천태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위엄으로 살고, 나의 세상은 웃음으로 사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생각에서 생각이 나오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말을 듣고도 실행하지 않으면 바위에 물주기와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악으로 악을 갚으면 피로 피를 닦는 것과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만약에 나를 헐뜯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모르는 사람이니, 헐뜯음을 헐뜯어 갚으면 용렬한 사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주는 것을 먹고 병이 나더라도 원망하지 말라.
말씀하시기를, 나를 때리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손을 어루만져 위로하라.
말씀하시기를, 사람을 많이 용서하는 이것이 한량없는 덕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공적인 일에도 용서하기에 힘쓰오리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공적인 일은 의롭게 하되 덕을 넉넉히 하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내게 잘못이 있고 남이 옳을 때에는 하늘에 빌면서 자책하면 화가 저절로 풀릴 것이요, 내가 옳고 남이 그릇된 때 하늘에 빌면서 자책하면, 그는 화를 받고 나는 덕이 높아지리라 하시니라.


9장

김갑칠이 여쭈기를, 저처럼 아주 못난 사람도 선경세계의 즐거움을 누릴수 있나이까?
대선생께서 갑자기 얼굴 빛을 바꾸시며 큰 소리로 말씀하시기를, 갑칠아, 이 웬말이냐?
세 번 을 거듭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내가 세상에 옴은 가난하고 약하고 병들고 괴로운 이들을 위함이니, 부유하고 강하고 권세있고 교만한 사람은 그들도 나를 싫어하려니와 나도 그들을 싫어하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원한을 푸는 세상이니, 그러므로 내가 가리는 사람은 농판, 천치, 천진군자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을 내리면 목석이라도 쓰임이 되노라.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다른 사람이 자기 아이를 아주 사랑함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복이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지 않고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 내리나니, 부모를 사랑하고 공경하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자식은 효에 머물고, 어버이는 자애에 머무노라.
말씀하시기를, 순은 천하의 큰 불효자니 고수( 嫂)의 잘못이 반만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노라. 또 말씀하시기를, 요는 천하를 쳐서 빼앗으니 구년홍수가 백성들의 흐름이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요순이 어질지 않았아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 세상에 요지일월(堯之日月)이요, 순지건곤(舜之乾坤)이란 말이 있지 않느냐. 형벌이 순으로부터 나왔느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은 포덕 보다 큰 것이 없고, 죄는 천륜을 상하는 것보다 큰 것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스승을 해치는 제자가 없나니, 예전에는 예수가 있었고 지금은 명숙이 있노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도한(백정)과 재인(예능인)을 하대하지 않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직업에 귀천이 없고 다만 덕에 크고 작음이 있어, 윗 사람은 사랑하고 아랫사람은 기쁘게 따르느니라.


10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석가불은 수미산의 운을 받아 원만한 도를 깨우친 사람이 360명이요, 공자는 니구산의 운을 받아 마음으로 육예(六藝)를 통달한 이가 72명이니, 그 나머지는 모두 한을 품었느니라.
나는 금강산 기운을 쓰나니, 나의 세상에는 영원히 혈식(血食)을 받을 도덕을 갖춘 군자가 12,000명이요, 나머지 사람들은 기국에 따라 크고 작게 도덕을 이루어 한이 되는 바가 없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일반 백성도 사흘 앞의 일은 아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금강산은 세계정부의 관청이 되노라.
하루는 어떤 사람이 청나라를 중국이라 부르거늘 크게 꾸짖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청은 청이요 중국이 아니니, 나의 세상에는 내가 있는 곳이 천하의 대중화니라
내 세상에는 반역하는 신하가 없다고 말씀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도술이 직책을 따른다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친구를 속이는 사람이 없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파고 또 파라. 얕으면 한이 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은 없느니, 천지가 비바람을 지을 때에도 공력을 들이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말을 박하게 하면 사람이 상하노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소나 말과 통정하는 것은 옳지만, 부모 형제나 처자와 통정하는 것은 옳지 않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옛날에 제갈공명이 능히 동남풍을 불렸다 하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옛적에 공명이 비바람을 빌 때에는 제단을 쌓고 여러 날이 걸렸으나, 때가 와서 너희들이 비바람을 빌때에는 명령이 내리면 바로 불리느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공명이 뽕나무 팔백 그루를 남겨 청렴한 이름이 후세까지 들리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자는 뽕나무 팔백 그루도 남기지 않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물건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나니, 먼저 할 바와 나중 할 바를 알면 곧 도에 가까우니라.
말씀하시기를, 수운가사에 저런 것도 잠시동안이라 하였으니, 도에 뜻하는 자의 거울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마를 풀어놓으니 어지러움이 앞서고 다스림이 뒤에 되는 이치니라. 그러므로 나를 따르는 자는 여러 마가 발동하나니, 화를 받아내어야 복이 오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바람이 불기도 하고 그치기도 하나니, 사람도 움직일 때도 있고 멈출 때도 있느니라.


11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조용하기는 자방처럼 하고, 정대하기는 공명을 본 받으라.
말씀하시기를, 옛적에 한고조는 소하의 덕으로 천하를 얻었지만, 너희들은 베풀 것이 없으니 언덕(言德)에 힘쓰라. 덕은 언덕보다 큰 덕이 없노라. 말을 후하게 하면 그 사람에게 복이되어 나에게까지 미치고, 말을 박하게 하면 그 사람에게 화가 되어 나에게까지 미치느니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나쁘게 여겨 없애려 하면 풀 아닌 것이 없고, 좋게 보고 받아들이면 모두가 꽃이로다.
말씀하시기를,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사는 마음의 자취니라.
말씀하시기를, 동학가사에 새 운수가 들었으니, 소진과 장의의 구변(口辯)이 있고, 강절의 알음이 있고, 이백과 두보의 문장이 있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하도의 의로운 기운은 사람과 말이 같으니,
한 터럭을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하노라.
박람박식이 누가 복희를 따르리요,
하늘 임금의 공사 마당에 햇무리를 나타내도다.
가르침을 내리시니, 신구 용마의 한 길이,
이 산하(山河)에 수천년 동안 수만리에 걸쳐,
포운(胞運)과 태운(胎運)을 거쳐 세계를 길러서,
큰 도수의 일월이 성령(聖靈)을 왕성하게 하리라.
말씀하시기를, 수운가사는 자기 노래를 엮은 것이로되 내 노래를 엮은 것이로다.
말씀하시기를, 최수운은 예수의 요한과 같은 사람이니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제 한몸 수습하는 것이 천금보다 귀중하고,
순간 순간의 안위가 마음 쓰기에 달렸노라.
말씀하시기를, 동학가사에 제 소위 추리라고 생각나니 그뿐이라 하였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그 두터이 할 곳에 박하게 하고, 박하게 할 곳에 후하게 하는 일은 없나니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글로 전하지 않고 사람에게 전하나니, 어쩔 수 없이 글로 전하면 읽어보고 바로 태우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마음을 바로 하고 몸을 닦아 가정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려 천하를 평안케 하나니, 천하(사)를 위하는 자는 집안 일을 돌보지 않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가라앉은 마음 아래 도덕이 있고, 손바닥 뒤집는 사이에 병법이 있노라.
말씀하시기를, 속담에 맥 떨어지면 죽는다 하니, 연원을 잘 바루라 하시니라.


12 장

대선생께서 가르침을 내리시니, 쇠북소리 한 번에 천하를 호령하고
봉황이 한 번 울면 세상 닭이 모두 우네.
팔방이 머리를 잃으니 황토가 밝아지는구나.
풍상이 그치지 않아서 해마다 고생이 더하니
세상을 고치는 공을 이루려는 마음이로다.
밖으로는 기운이 창통(暢通)하고 안에서는 신령스러움이 있으니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고 부딪혀도 흐려지지 않으니
일편단심으로 그 때를 기다리도다.
넉넉한 저 남산에 우뚝 솟은 바위로다.
관을 쓰고 천하를 굽어보니 무엇이 허망하리요,
느리면 급히 하고 급하면 늦추노니
긴 세월 비바람을 참아내는 마음이로다.
들고 남에 반드시 공경함은 그 마음을 바람이라.
기강을 심어 북돋우니 밝은 재상이 그 누구인가.
만백성의 기다림이 오래고 오래로다.
아침 저녁 사방에서 옳으니 그르니 하니
나를 살리는 것이 누구인가, 알알이 잊을 수 없노라.
살 기운을 기르는 기(氣)요, 세움을 세우기를 바라는 바람이로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보면 닦아야 할 덕을 알리라.
신출귀몰하는 음률이로다.
신령스런 기운만이 내게 큰 복을 내리리로다.
재주 있는 영웅의 기운이 곳곳에서 들끓으리니
뽕밭이 변해서 바다가 되는 것이 그 때가 있도다.

머리 돌려 강산을 보니 정신이 새로 나도다.
초나라 노래가 슬피 둘러싸니 그 마음을 일깨움이라.
쇳소리가 울리니 양유이야로다.
만물을 고동시켜 온화한 기운이 저절로 일어남이라.
열고닫는 돌쩌귀와 들고나는 문짝과
큰 도수가 닿는 시절에 성령이 왕성하도다.
인자한 마음을 소리에 섞어 짜니
만국 통합이 진실로 이에 말미암음이라.
천만가지 기틀이요, 천만가지 조화로다.
삼신산의 뭇 신령이 춤을 추니
달 밝은 오동나무에 봉황이 날아오는 자태로다.
멈추면 올바른 자세요 움직이면 올바른 소리라
뭇 사람이 보는 바요 모든 이가 듣는 도다.
도덕이 행세하는 요순의 세계이니
하늘이 뜻을 두면 땅이 반드시 따르나니
만대에 이어나가 영원하리로다.
가르침을 내리시니,
호천금궐에 상제께서 오위(午位)에 앉으시고
대지토계에 뭇 백성이 스스로 오는구나.
일기가 관통하니 만리가 환히 밝아지고
삼재를 모두 얻으니 모든 백성이 기쁘게 복종한다.
신명세계와 온화한 풍속이 널리 퍼지고
건곤이 참으로 바로잡히니 밝은 달이 밝게 비친다.
장구한 천지에 서신의 명이 끝간데 없이 미치고
해는 가고 달은 오니 동쪽 손님에게 방책이 있도다.
가르침을 내리시니,
세 사람이 칠십리를 동행하니
오로봉 앞에 스물 하나라.
칠월 칠석 15일 밤이요
동지 한식에서 105를 뺀다.
말씀하시기를, 용이 한 방울의 물만 가지면 천하에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길한 사람은 살리기를 좋아하고, 흉한 사람은 죽이기를 좋아하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我得長生飛太淸(아득장생비태청)하니
衆星要我斬妖將(중성요아참요장)이라.
惡逆催折邪魔驚(악역최절사마경)이오
攝 履斗濟光靈(섭강이두제광령)이라.
天回地轉步七星(천회지전보칠성)하니
禹步相催登陽明(우보상최등양명)이라.
一氣混沌看我形(일기혼돈간아형)하니
唵唵急急如律令(엄엄급급여율령)이라.

 

<천지개벽경 3장>

1장

계묘년 설날에 제자가 떡국을 올리거늘, 대선생께서 드시지 않고 물리시니라.
이월 초하루에 명령을 받고 제자가 떡국을 올리니 드시며 말씀하시기를, 해가 바뀌어 먹는 떡국이 맛이 좋구나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에 하나라는 인월(寅月)로 설을 삼고, 은나라는 축월(丑月)을 설로 삼고, 주나라는 자월(子月)을 설로 삼고, 진나라는 해월(亥月)을 설로 삼았으나, 나는 묘월(卯月)로 설을 삼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 사이에 고치지 않는 것이 없으나, 오직 역(曆)은 남이 이미 만들어 두었으므로 그것을 쓰노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양이 체가 되니 음으로 용을 삼고, 후천은 음이 체가되어 양을 용으로 삼노라.
전주 사람 김병욱과 다른 여러 사람이 차례로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어떤 날 가르침을 내리시니,
일삼오칠구요, 이사육팔십이라.
기국이 이루어지니 천지를 무덤으로 삼는 신이요, 천지를 기지로 삼는 신이라.
영대를 운행시켜 온 세상에 닿게하니, 본체를 얻고 조화를 얻고 신명을 얻음이라.
도는 밤에 전해서 자(子)에 하늘이 열리니, 수레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는 허령이요,
교는 새벽에 받들어서 땅이 축(丑)에 열리니, 믿지 않아도 나를 보면 족한 지각이요,
덕을 세상에 펼쳐 사람이 인(寅)에 일어나니, 뱃속에 팔십년 들어있는 신명이라.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진사(辰巳)에 성인이 나온다는 말이 있느냐? 세상에오미(午未)에 즐거움이 당당하다는 말이 있느냐? 후천의 요순시대를 말하는 것이니라.
계묘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전주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병욱아. 우리나라의 신명을 서쪽으로 건너보내나니 장차 서양에 큰 난리가 일어나리라. 먼 길 가는데에 신명도 노자가 있어야 떠나리니, 재주(財主)를 추천하라.
병욱이 한 부자를 추천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십만냥을 낼 수 있겠느냐?
그 부자가 대답하기를 칠만냥 까지는 힘이 닿겠나이다 하거늘, 꼭 십만냥이 있어야 되느니라고 말씀하시고 증표를 받아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가 한 때 주인없는 빈 집 같아서 여러 나라 사람들이 마음대로 출입하게 되리라. 우리나라 신명이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제집 일은 제가 하리라 하시니라.
하루는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요사이 관성묘(關聖廟)에 치성이 있느냐?
제자가 말씀드리기를, 관성묘의 제사는 빠뜨릴 수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그 신명이 내 명령을 받아 서쪽으로 건너갔으니, 일이 바빠서 올 짬이 없느니라.
하루는 그 부자가 와서 아뢰기를, 현금이 마련되었으니 쓰소서.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돈은 이미 요긴하게 썼노라,
그 부자가 곡식을 팔아 이익을 남기기를 바라니, 탄식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의 일이 용두사미로다.
말씀하시기를, 남이 나에게 하나를 바치면 나는 만으로 보답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남이 나에게 성의를 보이고자 말하면 재물을 바치게 하라. 재덕으로 판단 되노라 하시니라.

 


2 장

계묘년 여름 ○월 ○ 일 ○시에 대선생께서 하운동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한 여자에게 물어 말씀하시되, 그대는 49일 동안에 한 때도 태만함이 없이 공사절차를 지성으로 봉행하겠느냐?
허락을 받으시고 신명에게 명령을 내리시니, 이 공사를 밝혀 주시지 않으시니라. 그 여자가 명을 받아 하늘을 보니 오색구름이 햇무리를 이루었거늘,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정성이 천신을 감동시켜 천신이 그대의 공덕을 칭찬함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여러 날을 굶으시고 겨울에 홑옷으로 지내시기를 여러 번이시니, 어찌 그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큰 겁액이 닥쳐 오매 천하의 불쌍한 백성들이 얼어죽고 굶어죽을 자가 헤아릴 수 없노라. 천지의 운수라 어찌할 수 없으니, 내가 하루를 굶고 홑옷으로 떨므로서 그 수를 줄이려 함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사람의 수가 줄고, 신의 수가 주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수운이 "도기장존사불입(道氣長存邪不入)" 이라는 시구를 남겼으니, 나는 "진심견수복선래(眞心堅守福先來)"로 대구(對句)하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마를 풀어놓아 난신(亂神)으로 하여금 각기 그원하는 바를 이루어 주어 오만 년 동안 다시는 망동하지 못하게 하니, 분분(紛紛)한 천하의 형세가 형형색색으로 물중전과 같으리니, 이것이 난법난도의 세상이니라.
진실은 모든 복의 근원이요, 거짓됨은 모든 화의 뿌리라. 참 도수에 따라 진법이 나와서 지기(至氣)가 운행되면 신명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 옳고 그름을 감정하여 번개불에 달리리니, 뼈마디가 어긋나고 심장과 쓸개가 찢어지리라.
너희들은 힘쓸지어다. 운수는 좋지만 목 넘기기가 어려우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름을 벗어나 옳음을 따르는 길이 어떠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성경신(誠敬信)이라 하지 않았더냐. 마음을 속이지 말고 목숨을 해치지 말며, 천륜을 상하게하지 말고 남을 그릇되게 하지 말며, 간음하지 말고 재물을 탐하지 말라. 분수를 지켜 스스로 안락하고 마음을 잘 닦으라. 끊임없이 정성을 들이고 날로 덕을 넓히기에 힘쓰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나를 따르는 자는 굶어죽는 일이 없고, 사고로 죽는 일이 없느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세상에 불사약과 불로초가 있습니까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있느니라.
그가 다시 여쭈어, 옛날에 진시황과 한무제가 구하려 하였으나 얻지 못하였사온데, 어찌 얻을 수 있다고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불사약은 밥이요, 불로초는 채소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세상에 벽곡하는 방술(方術)이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먹지않고 살고자 한다면 이는 스스로를 버리는 일이니라.


3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어떤 사람이 반평생동안 가난하여 집안이 다 쓰러지고 끝내 의지할 곳이 없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더니, 하루는 스스로 탄식하기를 이렇게 구차하게 사느니 죽는 것만 못하다 하고 골짜기에 떨어져 죽으려고 산 위로 올라갔더니, 우연히 한 노인이 그 옆에 나타나 말하기를 그대는 삼 년만 지나면 큰 복을 누릴 운이니라 하는지라. 그 사람이 혼자 생각하기를 삼 년 뒤에 큰 복을 누린다면 삼 년 더 고생하는 것이 어려울 일이 있으리오 하고 돌아오니라.
삼 년이 지나갔으나 아무런 영험이 없거늘, 노인을 거짓말쟁이라 여기고 다시 산 위로 올라갔더니 홀연히 그 노인이 다가와 말하기를, 육 년 고생이라 말하면 너무 길 것 같아 삼년이라 말하였으니, 이로부터 삼 년이 지나면 반드시 큰 복을 받으리라 하는지라. 그 사람이 이 노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돌아오니라.
다시 삼 년이 지났으나 마찬가지로 영험이 없으니, 그 노인을 미친 사람이라 여기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더니 예전의 그 노인이 앞에 나타나 말하기를, 무릇 인생살이에는 화와 복이 함께하는 법이니, 세상사람들이 화와 복은 한 가지로 하늘이 정한 것이라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화를 받아넘기지 못하면 복을 받을 수 없고, 살아서 화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죽어서도 화를 피할 수 없느니라. 그대의 화는 이미 지나가고 오직 복이 남아있을 뿐이니, 이제 죽으려면 죽도록 하라 하는지라.
그 사람이 감사히 여겨 절하고 돌아왔더니, 과연 멀지않아 큰 복을 누리게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를 따르는 자는 검난(劍難)은 없지만 식난(食難)이 있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나의 타고난 고생이 으뜸이요, 다음에 올 사람이 그 다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오늘에 만족하지 못하여 고치려는 마음을 품으면, 평생을 그르칠가 두려우니라.
말씀하시기를, 오늘 일은 오늘 하고, 내일 일은 내일 할지니라.
말씀하시기를, 될만한 사람이 있거든 세 번은 교(敎)를 권하라. 그 사람이 비록 오지 않더라도 천지공정에서는 한 사람을 포교한 공이 되느니라.
하루는 들에 계시면서 지팡이로 땅을 재시고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땅을 자세히 측량하나니, 천하의 모든 땅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으리라.
말씀하시기를, 제 일은 제가 하라.
말씀하시기를, 내 밥을 먹는 사람이라야 내 일을 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인덕을 탐내지 마라. 사람의 은혜를 많이 입으면, 보은 하기에 바빠서 몸을 움직이기가 아주 어려우리라.
말씀하시기를, 지금은 천하에 수기가 말랐으니, 수기가 돌면 모든 병이 없어지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때 끼고 헤진 옷이 쇠 갑옷보다 낫고, 담장없는 낡은 집이 쇠로 지은 성과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때가 오면 너희들은 돼지고기를 양껏 먹을 것이요, 덕으로 세상을 교화할 수 있으리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아표신을 하늘로 올려보내나니, 내 세상에는 굶어죽는 일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4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나는 키가 열석 자요, 그 다음은 아홉 자요, 천하의 백성들은 일곱 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은 천지가 합덕하는 가을이니, 만물이 모두 매우 커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수명을 먼저하고 복록을 뒤로 하였으나, 나의 세상에는 복록을 먼저하고 수명을 뒤로 하느니라. 그러므로 나의 세상에는 거지가 없느니라.
계묘년 칠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전주 동곡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여름 농사를 망친데다가 가을 농사는 재해가 들어 불쌍한 백성들의 삶이 솥에 들어앉은 듯 하오니, 저들을 사랑하시고 가엾이 여기사 천덕(天德)을 드리우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내가 이 땅에 있으면서 어찌 보고만 있으리오.
우사에게 명령하시니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거늘 비를 내리라 말씀하시니, 비가 조금 내리니라.
큰 소리로 꾸짖으시기를, 이놈아. 병아리 눈물같은 비로 먼지도 못 축이겠도다. 비를 크게 내리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큰 비가 쏟아지니라.
전신에게 명령하시어 번개를 치라 말씀하시니, 번개가 조금 치니라.
큰 소리로 꾸짖으시기를, 이놈아. 눈 어두운 사람은 보지도 못하겠구나. 번개를 크게 치라. 명령이 떨어지니 번개가 크게 번쩍이니라.
뇌신에게 명령하시어 천둥을 치라 말씀하시니, 천둥이 약간 치거늘 크게 꾸짖으시기를, 이놈아. 귀먹은 사람은 듣지도 못하겠다. 천둥을 크게 치라. 명령이 떨어지니 천둥이 크게 울리니라.
이렇게 명령을 내리시며 한참을 보내신 뒤 말씀하시기를 이제 그만하라 하시니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비와 천둥번개가 뚝 그쳐서, 비는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고, 번개 한마디가 일지 않으며, 약한 천둥 하나도 치지 않으니라.
말씀하시기를, 가을 농사가 크게 풍성하리니, 모든 사람이 혜택을 입으리라.
말씀하시기를, 신농이 백초를 맛보아 의약(醫藥)을 마련하고 땅을 갈아 백곡(百穀)을 심고 거두는 농사법을 제정하여 천하만세에 혜택을 입히고, 태공이 위수(渭水)에서 삼천육백 개의 낚시를 널리 벌이고 칠천이백 년 기운으로 칠십이둔을 마련하여 천하가 만세에 혜택을 입었거늘, 세상 사람들이 신농유업과 태공조작에 그칠 뿐으로 덕을 갚지 않으니, 이 해원하는 가을을 맞이하여 천지만신이 기리고 받드느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선천에 여자된 사람은 집안에서만 지내면서 목소리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밖에 나갈 때에는 반드시 얼굴을 가리고, 남편이 죽으면 자식을 따르고, 칠거지악의 규제를 받고, 등불 없이 길을 가지 못하게 하고, 말소리는 반드시 가늘게 하고, 남편의 부림을 받을 뿐 제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남편보다 먼저 죽으면 기복(朞服)으로 그칠 뿐이니, 또한 원한이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의 운수가 억음부양이 아니더냐. 여자의 원한이 천지에 가득차서 장차 화를 일으키면 세상이 거의 망하게 되리니, 이 원을 풀지않으면 문왕과 무왕같은 성신(聖神)이 한꺼번에 세상에 나와도 구할 길이 없으리라.
말씀하시기를, 곤운(坤運)은 부인의 세계니라. 선천은 남자가 주인이 되고 여자는 손님이 되니 상극의 운수라 지극한 원한이 생기고, 후천은 여자가 주인이 되고 남자가 손님이 되니 상생의 운수라 지극한 즐거움이 생기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비록 철설남루라도 모두 해원하게 하노라.


5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만고의 원한이 단주가 가장 크나니, 요임금의 아들 단주의 불초함이 반만 년 동안 전해지지 않더냐.
그렇지만 단주가 못났다면 조정의 신하들이 영리하다고 추천했겠느냐. 만이(蠻夷)를 없애자는 말이 어리석은 소리더냐. 대동세계를 만들자는 것이 어리석은 소리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우임금이 단주의 어리석음을 들어 말하되, 밤낮 없이 일만하고, 물이 없는 곳에서 배를 띄우고 놀며, 집안에 떼지어 모여 술마시고, 세상을 끝장내려 한다 하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밤낮없이 일함은 고생스러이 일하는 것이요, 물없는 곳에 배를 띄움은 대동세계를 만드려는 것이요, 떼지어 집안에서 술마심은 여러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요, 세상을 끝장내려는 것은 도가 다름이니라.
요순의 세상을 단주가 다스렸다면, 요황(要荒)의 구별이 없고, 동이족과 남만족의 이름이 없어지고, 만리가 지척이며 천하가 한 집안이 되었으리니, 요순의 도가 오히려 좁았으리라.
단주의 원한이 산악처럼 높아 순임금이 창오에서 죽고 두 왕비가 소상강에 빠져 죽었느니라.
이로부터 쌓이게 된 천하의 크고 작은 원한이 큰 화를 빚어내어 인간세상을 멸망시키려 하나니, 그러므로 단주의 원한을 풀면 만고의 뭇 원한이 맺힌 바에 따라 풀어지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선경세계에 단주가 세운을 맡게되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만고의 역신을 거느렸느니라. 만고역신이 천하를 다스릴만한 재주를 가지고 천하를 널리 구하려는 뜻을 품었으나, 때가 이롭지 못하여 멸족의 화를 당하고 천추에 영락하거늘, 오히려 세상에서는 역적이라 하여 악인이라는 시비를 받으니, 각기 그 바라는 바를 따라 별자리를 정하여 펀안케 하리라.
하늘에도 명천과 노천의 시비가 있고, 땅에도 두텁고 엷은 시비가 있고, 해에도 홍수와 가뭄의 시비가 있고, 때에도 춥고 더운 시비가 있으나, 오직 별자리에는 시비가 없노라 하시니라.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전주 불가지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니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불선유 중에서 불(佛) 자를 얻거늘, 기뻐하시며 가라사대 너는 올바로 얻었도다 하시니라. 형렬이 명을 받고 불선유 중에서 유(儒) 자를 얻으니 불쌍히 여기사 탄식하시기를 너는 잘못 얻었으니 앞으로 한 달 동안 갇히게 되리라 하시고, 유는 부유(腐儒)라 하시니라.
공맹의 학문이 남자만 높이고 여자를 천시하며, 양반만 높이고 상민을 천대하며, 적자만 높이고 서자를 천대하며, 선비만 높이고 농민과 직공과 상인을 천시하는지라.
위엄으로 아랫사람에게 군림하니 어찌 자애로움이 있겠으며, 엄숙한 태도를 숭상하니 무슨 온화함이 있겠으며, 박정함을 예로 삼으니 어디에 두터운 정이 있겠으며, 백성을 가르치지 않으니 어떤 교화가 있으며, 텅텅 비어 알맹이가 없으니 무슨 덕이 있으리요. 나는 그 학문을 버리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맹자전서는 이것만 빼고나면 꼭 읽을 필요가 없느니라 하시고 가르침을 내리시니,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일을 맡기려 하면, 반드시 먼저 그 마음을 괴롭게 하고, 뼈와 힘줄을 수고롭게 하고 그 몸을 굶주리게 하며 가난하게 하여, 그 하려는 바를 어그러지게 하나니, 이는 마음에 참을성을 기르게 하여 그 모자라는 능력을 더해주려 함이니라.


6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부모를 공경히 사랑하지 않으면 천지를 모시기 어렵고, 천지를 공경히 사랑하지 않으면 부모를 모시기 어려우니라.
천지는 만백성의 부모요, 부모는 자녀의 천지니라. 자손이 선영을 박대하면 선영이 자손을 박대하나니, 큰 겁액이 닥쳐오면 선영을 박대한 사람이 많이 죽으리라.
하루는 여러 제자와 함께 예수교당에 가시어 그 범절을 보시고 말씀하시되, 받아들일 만한 법이 없노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각 성씨의 선영신 한 사람이 천지공정에 참여하여, 자손을 척신의 손에서 빼내어 내 앞에 세우려고 몰아오느니라.
말씀하시기를,왕대 밭에 왕대가 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잘 믿는 자에게 익산와우(益山臥牛)를 주리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신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고, 후천은 사람이 신의 소원을 들어주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사람이 일을 꾸미나 이루어짐은 하늘에 달렸고, 후천은 하늘이 일을 꾸미나 성사는 사람에게 달렸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지에 가득찬 것이 신이니, 신은 없는 곳이 없고, 신이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백골을 땅에 묻지않고 장사지내느니라.
계묘년 겨울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전주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병욱아. 나는 오늘 일본과 러시아의 전쟁을 일으키리니, 일본이 이겨야 옳겠느냐, 러시아가 이겨야 옳겠느냐. 가벼이 대답하지 말고 깊이 생각하여 대답하라 하시니라.
병욱이 여쭈기를, 인종의 갈래가 다르고 지리의 차이가 있으니, 일본이 이기는 것이 옳은 듯 합니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서양 세력이 동양을 침범해 들어오니, 일본을 시켜 막지 않으면 동양은 장차 서양이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러시아는 천하에 막강한 대국이요 일본은 동방의 손바닥 같은 소국이니,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지 않습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승패는 나에게 달렸느니라.
49일 동안 크게 동남풍을 불도록 명령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일본이 이로써 큰 힘을 얻으리라.
공사 중에 어떤 사람이 병을 고쳐 주시기를 청하였으나 바빠서 허락치 못했더니 동남풍이 불지 않거늘, 바로 불러오게 하시어 그 이유를 말해주시고 청을 들어주시니 그 사람이 기뻐하며 돌아가고, 동남풍이 즉시 계속되니라.
말씀하시기를, 한 사람이 원한을 품으매 능히 천지 기운을 막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일본은 천하의 일꾼이니라. 일본 사람이 내 일을 함께 하느니라. 세상 사람들이 왜놈이라고 부르거든, 너희들은 일본사람이라 부르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일본 사람은 나의 품삯 받지않는 머슴이니라. 머슴이 주인의 집을 빼앗으려 하다가 끝내 크게 패하느니라 하시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어떻게 하면 곡식 종자를 잘 고르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일본 사람이 녹줄을 띠고 오니 그 종자를 쓰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지금과 같이 어지러운 세상에 어떻게 해야 난을 피하오리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일본이 서방 백호 기운을 띠고 오니 일본 사람에게 순종하라. 맞싸우는 것은 잠자는 범의 코를 쑤시는 것과 같으니라. 때가 되어 동방 청룡 기운이 올라오면, 서방 백호는 스스로 물러가느니라 하시니라.


7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평소 너의 지극한 소원이 하늘에 올라 천조(天朝)를 보는 것이니, 오늘 너에게 허락하니 내 뒤를 따라오라 하시더라.
문득 하늘문이 널리 열려, 신선이 하늘로 올라가듯 두둥실 떠서 모시고 따르니라.
하늘에 이르니 문무만관(文武萬官)이 명령이 내리기를 기다리는데, 깨끗하고 빛나는 옷으로 잘 차려입고 나아가고 물러가며 돌아 다니는 것이 법도에 꼭 맞으며, 깨끗하고 빛나게 차려입은 옷은 오색이 섞여 세상의 만듬새와 같지 아니하고, 말과 행동이 넉넉하고 아름다우며 기쁜 마음으로 어울리며 성실하고 공경스러우니 어린아이와 같고, 구불구불한 난간에는 상서로운 봉황이 간간이 울고, 푸르고 누런 집에는 상서로운 용이 때때로 돌아다니고, 마당 앞에는 꽃나무의 향기로운 냄새가 코를 찌르고, 이상하고 아름다운 풀과 꽃이 세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들이요, 진기하고 이상스런 새와 짐승이 혹은 날고 혹은 뛰어다니며 울고 노래하며, 신선세계의 음악이 가지런히 울려서 맑고 깨끗하기 짝이없고, 선녀들이 아름답게 춤추는데 신들린 듯 아름답게 노래하며, 층층으로 지어진 누대는 그림같은 집에 나는듯한 지붕이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았는데 단청이 놀랄만하고, 티끌 하나가 날지 않아 깨끗하고 투명하니 영롱한 광채가 틀림없는 유리세계더라.
어떤 큰 궁전이 있는데 황금으로 된 큰 글자로 요운전이란 이름을 써서 걸었더라. 궁전 안에 임금의 자리가 있으니 황금과 백옥으로 용과 봉황과 기린과 거북을 비롯하여 온갖 진기하고 아름다운 짐승과 새들을 조각하였는데, 휘황찬란하여 감히 바로 볼 수가 없더라. 대선생께서 용상에 앉으시니, 만조백관이 모두 절을 올리니라.
조금 있다가 한 선관(仙官)이 와서 의자에 앉으니, 수많은 백금 조각으로 된 비늘로 만든 모자를 쓰고, 수많은 백금 조각으로 된 비늘로 만든 옷을 입었으니, 햇빛이 반사된 빛이 번쩍여 온갖 모양으로 황홀하고, 가늘고 흰 손은 깨끗하기가 분을 바른 듯 하고, 얌전하고 조용하며 단정한 얼굴은 눈보다 맑고, 붓의 움직임은 마치 놀라 달리는 듯 하더라.
조정 아래에 한 큰 죄를 지은 죄수가 있어, 괴로이 하느님을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고함을 지르니, 신장이 죄를 헤아리는 것이 지극히 엄하더라.
조회가 끝나고 형렬을 돌아보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여기 왓으니 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만나보겠느냐?
말씀드리기를, 자손된 도리에 지극한 소원이 실로 여기에 있나이다.
조금 있다가 몇 층 아래의 조금 떨어진 곳에 문 하나가 저절로 열리는데, 형렬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청수를 모시고 향을 피우고 주문을 읽으며 정성껏 공부하는데, 얼굴에 반갑고 기쁜 빛을 보일 뿐이요 한마디 말도 않으니라.
형렬이 세상에 내려와 기쁨을 다 말하지 못하고 여쭈기를, 옥좌 아래 자리에 흰 옷에 붓을 쥔 분은 어떤 사람이나이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석가불이니라 하시니라.
석가불이 천조에 무슨 직분을 맡았나이까 하고 여쭈니, 대제군의 존귀한 자리로서 서방칠성이니, 언제나 내 옆에 모시면서 모든 것을 다스리노라 말씀하시니라.
또 여쭈기를 동방칠성은 어찌하여 자리에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동방칠성이 신명계의 주벽인데, 내 명을 받들어 이미 세상에 내려왔노라 하시니라.
여쭈기를 동방칠성이 인간세상에 있으면 만나볼 수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지금 초립동년이니 인연이 있으므로 만날 것이요, 앞으로 한 식구가 되리라 하시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마디 말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나와 지척에 있으니 삼감이 이와같고, 혹 망령되이 말하여 천기를 누설하면 죄가되기 때문이라 하시니라.
죄수는 어떤 큰 죄가 있어 그렇게 엄히 다스리나이까 하고 여쭈니, 안록산이라고 말씀하시니라.
여쭈기를, 안록산의 배은망덕이 이미 천년이 넘은 옛일이거늘 아직까지 재판이 끝나지 않았나이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나라를 그르친 큰 죄인은 혹 백년에 한 번 신문하느니, 묵은 하늘이 나에게 폐를 끼침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상의 칠성당 앞에 다만 채소밭이 있을 뿐이니, 담백함을 좋아하는 마음이 이러하니라.


8 장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이영평이 전라감사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비장 한 사람에게 말하기를, 이레 안에 이인(異人)을 찾아오지 못하면 목을 베리라 하니, 그 관리가 난데없이 뜻밖의 명령을 받고 틀림없이 죽은 줄을 알고 문을 걸어닫고 식음을 전폐하니, 온 집안이 놀라고 겁내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데 하루는 그의 형이 찾아와 묻기를, 내가 덕이없어 동생이 나를 형으로 보지 않은지 오래지만 천륜으로 볼 때 형은 형이거늘, 이렇게 죽고사는 마당에 아무런 통정이 없어서야 되겠느냐 하였답니다.
그 관리가 혼자 생각하기를, 형이 평소에 미친 사람처럼 허랑방탕하여 내가 형으로 대접하지 않은지 이미 여러 해인지라. 그러나 만약 천륜으로 따진다면 부모의 골육을 나누어 받은 처지니, 생사의 고비가 닥친 마당에 소조를 아뢰지 않을 수 없다라 하여 그 사유를 고하니 형이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어렵지도 않은 일로 속을 끓이며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구나. 나에게 이인 친구가 하나 있어서 서로 만나지 않는 날이 없고, 서로 부탁하는 일을 들어주지 않는 바가 없으니, 날만 정하면 반드시 데리고 함께 오겠다 하였다 합니다.
그 관리가 반신반의하여 말하기를, 형의 평소 하는 일이 신용이 없으니, 만약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아뢰지 않은 것만 못하여 반드시 죽음을 당하리이다 하니 그 형이 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차마 어찌 너를 죽게 하겠느냐. 의심하지 말라 하더랍니다.
그 관리가 또한 어쩔 도리가 없으므로 감사에게 아뢰고 날을 잡아 기다리더니, 당일에 그 형이 혼자 오거늘 그 관리가 맥이 빠지고 낙담하여 이인이 어디에 있소 하고 물으니, 그 형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날마다 오더니 어찌된 일인지 요사이에는 한 번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기에 내가 혼자 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목을 놓아 울면서 그 형을 꾸짖고 때리며 말하기를, 형의 미쳐서 오늘날 나를 죽음에 이르게 할 줄 누가 알았으리요 하였답니다.
그 형이 말하기를, 일이 이미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형세라, 내가 이인이 되어 함께 가는 것만 못하리라. 운이 좋으면 우리 형제가 살 것이요, 운이 나쁘면 내가 죽어서라도 너를 살려주리라 하니, 그 관리가 어쩔수 없는 형편이라, 그 말대로 형을 데리고 관아에 도착하여 함께왔음을 먼저 통지하니, 감사가 당장에 버선발로 층계를 내려와 손을 잡고 마루로 올라 큰 잔치를 베풀어 환대하고, 사람들을 물리치고 둘이서만 즐거이 담소하는데 상하의 분별이 없더랍니다.
그 관리가 크게 의아하여 처음으로 그 형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깨닫고, 바삐 집으로 돌아가 잔치를 열고 기다리더니, 그 형이 취해서 오거늘 거적자리를 깔고 죄를 기다리며 말하기를, 이 아우가 평소에 눈이 있어도 분별을 못하고 아는 바가 없어 무심코 형님을 거스른 죄가 크오니, 용서하시고 살려주소서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이것이 무슨 짓인가. 감사도 어리석은 사람이요, 너 또한 천치로다. 내게 무슨 재주가 있으리오. 형세는 급한데,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지는 않는 법이라, 이왕 죽을 바에는 쥐새끼처럼 죽는 것이 호랑이처럼 죽는 것만 못할지라 생각하고, 호언장담을 하면서 태연하게 모르는 것도 아는체 하니 감사는 지식이 얕아서 끝내 내게 속았느니라 하더랍니다.
그 관리가 의혹이 만갈래가 되어 폭을 잡지 못하더니, 뒷날에 감사가 다시 불러 전날과 같이 대접하고 봉물(封物)을 내리니 그 형이 받아서 물러나오더니 간 곳을 알수 없어서 그 관리가 의아해하더니, 여러 날 만에 돌아와 감사와 즐겁게 말을 나누니, 감사가 무수히 사례하고 정답게 담소하여 친구사이와 다를 바가 없더라고 합니다.
그 관리가 깊이 의심하여 묻기를, 그동안 어디로 갔습니까 하니, 그 형이 말하기를 감사로부터 꼭 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산사에 다녀왔노라 하니, 그 관리가 묻기를 볼일이 무엇입니까 하니, 말하기를 감사가 어리석을 뿐이라 하므로, 그 관리가 마침내 크게 깨닫고 잔치를 크게 베풀고 엎드려 죄를 빌면서 흐느끼며 말하기를, 동생의 죄가 만 번 죽어도 아깝지 않으니 빨리 죽여주소서. 그렇지 않으면 천륜을 무거이 여기사 용서하시고 이끌어 주소서 하였답니다.
그 형이 마침내 얼굴을 풀고 즐거이 웃으며 말하기를, 네 성의가 이와같으니 내 너를 위하여 말해주리라. 금산산 미륵불이 조만간 출세하시니, 이로써 천하가 한 집이 되어 한량없는 신선세상이 되리라. 영평이 유가의 체면과 감사의 직분에 얽매어 치성을 올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하니, 그 봉물이 곧 금은보배니라.
너와 나는 이번 세상에는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요, 다음 세상에 반드시 만나리니, 너는 지금부터 악한 마음을 품지말고 그 부처에게 정성을 다해 앞으로 오는 한량없는 복을 구하라 하였다 하나이다.
듣기를 끝내시자 흔쾌히 웃으시며 칭찬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이와같이 아는 사람들이 남모르게 다음 세상의 운수를 도모하는 일이 종종 있느니라.


9 장

제자가 여쭈기를, 영평이 비결을 남겨 말하기를, 청룡황도가 크게 열리는 해에 왕기(旺氣)가 태을선에 실려 오도다.
누가 떨치고 물러나 신선의 길을 찾을 수 있는가.
부유함은 몸을 도모치 못하니 재물에 빠져 죽으리라.

왜가 북쪽 오랑캐 기병을 쫓아 땅을 들쑤시고
귀신의 말채찍이 하늘을 뒤덮는구나.
판밖의 백성들은 떼가 급해지거든
즉시 이십팔 곁을 찾아가라.
또 말하기를,
해는 본래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니
오미(午未)에 빛을 뿌리고 신유(申酉)에 옮기리라.
양이 가을 울타리를 들이받음을 누가 풀리요.
원숭이가 봄나무에서 울면 해가 뜨리라.
닭이 우는 밤에 온세상이 비바람에 덮이고
개가 짖을 때 만국이 티끌로 더러우리라.
사람이 살아날 곳을 알고자 하면
우거진 수풀 잠든 새 밑의 성긴 울타리니라 하니,
이 비결을 믿을 수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내 일을 밝혀 말한 것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동토산림고결에 고구려와 신라가 합쳐진 뒤 천여 년 만에 세 대장이 나와서, 세 대장이 또한 몸을 보존하지 못하고, 산새가 용사하여 먼 이씨가 마침내 나라를 되찾는다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먼 이씨가 마침내 나라를 되찾느니라.
제자가 다시 여쭈기를, 먼 이씨가 전주 이씨가 아니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전주 이씨가 아니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를 만날 수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내 신하인 이씨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가 도통을 하고싶어 수백 번 간청하였으니, 오늘 너에게 허락하여 도통을 내리노라 하시더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삼계가 밝게 빛나고 삼생이 환히 드러나며, 일원세계가 눈 앞에 보이고, 온세상의 뭇생명이 마음에 들어오고, 모든 이치가 오묘하게 깊으며, 온갖 모습이 삼묘하며,서양 여러나라에 마음대로 다니며, 새처럼 하늘 끝까지 날며, 풍운조화가 부리는 대로 일어나고, 둔갑장신이 뜻대로 이루어지며, 천지와 한 마음이 되고, 삼교(三敎)를 쓰게되어 무소부지하고 무소불능 하니라.
형렬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였더니 몇일 지나지 않아 도로 바치라 명하시거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도로 어두워져서 겨우 신명이 들고나는 것을 보고, 조금씩 문답을 나눌 수 있게 돌 뿐이라.

말씀하시기를, 모든 성씨의 선영신 한 명씩이 천지공정에 참여하여 자손을 위해 일을 꾀하나니, 도통이 먼저 나기도 하고 뒤에 처지기도 하면 모든신명이 내게 따지게 되나니, 때가 오면 한꺼번에 마음을 열어주리라.
말씀하시기를, 도가 이루어지더라도 마음 속으로만 알고, 있어도 없는 듯 해야 하나니, 사람들에게 자랑하여 남의 비밀을 많이 누설하면 하늘이 도로 거두어서 어두워 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아는 사람이 함부로 행동하여 말로써 기밀을 누설하고 행동이 천리(天理)를 거스르면, 작게는 신벌을 받고 크게는 천벌을 받느니라.
어떤 사람이 아뢰기를, 무장 선운사에 이인으로 불리는 선비가 있어서 다가올 세상의 일을 불보듯 환히 알고, 세상을 건질 하느님이 세상에 계시니 강씨라고 하더이다.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더냐.
며칠이 못되어 그 사람이 아뢰기를, 선운사의 그 선비가 아무 병이없이 건강하거늘 몇일 사이에 비명횡사했다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천기를 누설하면 살 수가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한 사람이 먼저 도통을 받나니, 이는 모든 도를 하나로 되돌리는 하늘의 운이니라.

 


 

<천지개벽경 4장>

1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양반은 다리를 포개어 앉고 보통사람은 꿇어앉나니 모두 죽을 기운이 들었느니라. 그러므로 나의 세상에는 아래 위가 모두 격식을 차리지 않고 편하게 앉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선경세계는 내가 세우는 것이므로 옛 성인의 법으로 하지않고, 옛 임금의 법으로 하지 않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낡은 삶을 버리고 새 삶을 꾀하라. 묵은 습관이 하나라도 남아있으면 그 몸이 따라서 망하느니라 하시니라.
어떤 사람이 여쭈기를, 노자는 덕으로 원한을 갚으라 하고, 공자는 곧음으로 굽음을 갚으라 하니 어느 것이 옳사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덕으로 원한을 갚으면 원한이 바뀌어 덕이 될 수 있고, 곧음으로 굽음에 갚으면 원한에서 원한이 생기나니 세상을 멸망시킬 위험한 말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조소(嘲笑)를 조수(潮水)로 여기고, 비소(誹笑)를 비수(匕首)로 여기라. 용이 물이 없으면 하늘에 오르지 못하고, 장수가 칼이 없으면 적을 무찌를 수 없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병가(兵家)의 오묘한 계략은 공명이 조조로 하여금 화용도로 오게하고, 손빈이 방연으로 하여금 마릉에 이르게 한데 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예로부터 선지자와 선각자가 험담을 많이 듣나니, 천하사를 하면서 욕설험담과 비웃음을 많이 받는 사람이 천지공정에서 큰 공으로 인정받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남이 잘못을 범하여 두 번, 세 번 거듭하면 어찌합니까?
말씀하시기를 힘써 용서하도록 하라. 잘못은 그 사람에게 있거니와, 너에게는 한량없는 덕이 되리라.
말씀하시기를, 공적인 일에는 의로움이 있을 뿐 용서가 없나니, 다만 그 덕을 넉넉히 하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자는 간담이 넘어오거든 씹어서 내려보내라.
말씀하시기를, 호한조와 신천조가 오히려 죽지 않노라.
말씀하시기를, 천지에 한량없는 큰 복이 있으니, 남의 복을 부러워하지 말고 천복을 구하라.
말씀하시기를, 식불언하고 침불언 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 밥먹을 때 말하지 않고, 잠자리에서 말하지 말라는 말씀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쓸모없는 말도 있지만 나는 쓸모있는 말만 하나니, 남의 잠자고 먹는 일을 입에 올리지 말라.
말씀하시기를, 전쟁터에서 적을 쳐부숨이 영화롭기는 하지만, 살생을 많이하여 앞길을 막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마음은 성현의 기국으로 닦고, 일은 영웅의 도략을 취하라.
말씀하시기를, 참음의 덕이 크고, 용서함의 덕이 크니라 하시니라.
하루는 도를 헐뜯던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은 제자가 분하게 여기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분하느냐, 나는 불쌍하도다.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화복과 선악과 우열과 장단이 마음 씀씀이에 매었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공자는 몹시 어리석은 사람의 기질은 변하기 어렵다 하니 옳은 말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이는 헛된 말이니라. 예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위해 세상에 왔으므로 하늘이 칭찬하고, 나는 백성을 가르쳐 참되게 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마음은 요순의 바탕으로 닦고, 일은 진시황과 한고조의 웅략을 취하라.
제자가 여주기를, 다가올 세상의 다스림은 성과 웅을 갖춘 다음에야 기약할 수 있사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개벽의 운수가 크게 바꾸고 크게 세우는 것이니, 성과 웅을 겸비하지 않으면 어찌 감당해 내겟느냐. 하지만 세우고 난 다음에는 성만이 남을 뿐이니, 그러므로 성인을 가장한 영웅이 아니라 영웅을 가장한 성인이라야 하리라.


2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의 임진란을 최풍헌이 맡았으면 사흘을 넘기지 않을 일이요, 진묵이 맡았으면 석 달 일에 지나지 않고, 구봉이 맡았으면 여덟 달을 넘기지 않을 일이었다고 하나니, 이는 선불유의 도술이 이와같이 차이가 나느니라.
옛날에는 판이 작고 일이 간단하여 한 가지 학문만 쓰더라도 다스릴 수 있었거니와, 지금은 판이 크고 일이 복잡하니 선불유를 합쳐 써야만 다스릴 수 있느니라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지금은 일이 크니 장량이나 제갈량 같은 인재들이 몇 두름씩 나더라도 어느 틈에 끼어있는지 모르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진평이 밤에 동문으로 여자 오천 명을 내보냈다고 하니 그런 일이 있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대도를 따름에 있어 남녀노소와 아동을 가리지 말고 가르쳐 쓰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세상의 운수가 아주 어리석은 사람이 아주 똑똑한 사람과 맞먹는다 하니, 어째서 그렇습니까?
말씀하시기를, 이제 하늘이 천하에서 천심을 가진 사람을 찾으니, 아주 똑똑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이 천심을 가졌느니라. 반거충이가 큰 병이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제 잘난 체를 하지 마라. 하늘이 복을 내려주어도 받지 못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스스로를 비우는 자는 저절로 커지고, 스스로를 채우는 자는 저절로 작아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의 형세가 씨름판과 같아서 먼저 애기판 씨름이 있고, 다음에 총각판 씨름이 있고, 마지막에 상씨름이 있어서 판을 마치느니, 상씨름을 바라는 사람은 판 밖에 있으면서 배불리 먹고 힘을 길러, 상씨름 막판에 한 번 일어나서 판을 마무리 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의 형세가 씨름판과 같아서 수가 같으면 끝수가 이기고, 힘이 같으면 끝심이 이기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망하고, 중간에 움직이는 사람이 흥하고, 마지막에 움직이는 사람은 미치지 못한다 하니 어떠합니까?
말씀하시기를, 옛 비결이 속이지 않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옛날에 진묵이 칠일 동안 칠성을 감추어 죄수를 풀어주었다 하니 사실입니까?
들으시자마자 칠성에 명령하시니, 즉시 숨어서 나타나지 않으니라. 한 달이 지나서 말씀하시기를, 한 달 동안 칠성을 숨겨 천하의 학자를 기다렸지만 해설하는 사람이 없도다.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여자는 동하고 남자는 정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상놈의 도수를 마련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검소하고 질박함을 힘쓰거늘 묵은 하늘은 꾸미기를 주로하고, 나는 법도를 간편히 하기기에 힘쓰거늘 묵은 하늘은 예법을 번잡하게 하기를 주로하고, 나는 즐거음과 웃음에 힘쓰거늘 묵은 하늘은 위엄을 주로하고, 나는 다정하기에 힘쓰거늘 묵은 하늘은 엄격한 태도를 주로하고, 나는 진실에 힘쓰거늘 묵은 하늘은 실없이 과장함을 주로하고, 나는 즐거이 화목하기에 힘쓰거늘 묵은 하늘은 쓸쓸함을 주로하나니, 나의 세상에는 만백성에 천한 사람이 없고, 모든 직업이 비천한 일이 없어 천하가 평등하게 고른 세상이 되고, 모든 조화가 신의 경지에 이르고, 문물제도가 이로우면서도 화려하여 인정과 의리가 새록새록 하고, 사랑이 넘쳐나나니, 이것을 묵은 하늘은 상놈의 짓이라고 하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하늘은 이치 외에 다른 물건이 없느니라 하시니라.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신도를 가벼이 말하거늘, 갑자기 큰 소리로 꾸짖으시니 말씀이 평소와 달라 큰 천둥소리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놈의 목을 베고 배를 가르며, 혀를 뽑고 눈알을 도려내라 하시니라.
그 사람이 크게 두려워하여 엎드려 죄를 빌거늘, 말씀하시기를 모든 신명이 나에게 간청하여 너를 용서하나니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 음성이 봄바람이 땅에 가득한 듯 하여 듣는 사람이 만감이 새로워니지라.
제자가 여쭈기를, 어찌 이다지도 엄하게 꾸짖으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신명 세상에 만신이 노여움을 품으면 이 사람은 반드시 죽느니라. 여러 신명을 위로하여 그 사람을 구함이니, 신도가 대발하는 운을 맞이하여 신명을 헐뜯고 어찌 살아나리오.


3 장

하루는 형렬이 대선생을 찾아 가다가 길에서 뵈옵고 절하거늘, 기뻐하시며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세상에서 망량을 잘 사귀면 주지않는 물건이 없다고 하니, 너는 진망량을 잘 사귀라. 이루지 못할 소원이 없으리라.
돌아오시는 길에 남의 집에 들러 동냥을 비시고, 지명을 물으니 불가지라 하니 말씀하시기를, 석가불은 동냥으로 행세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개고기는 상등 사람이 즐기는 음식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 도가에서 개를 더럽다하여 이 고기를 가장 꺼리니, 공부할 때 온갖 마가 함부로 날뛰고, 제사를 올릴 때 죽는 이가 많으니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 도가가 이 고기를 먹지 않아서 천강성의 정기가 응하지 않았느니라. 나의 세상에서 하늘이 즐기는 바를 어떤 신명이 감히 그르다 하리오. 덕이 될 뿐 폐단은 없으니 먹지 않을 수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농부가 상등 사람이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선천 사람들이 농민이 아니면 군자를 먹여살릴 수 없다 하여, 농부를 천하게 여기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농사는 천하의 큰 근본이요, 백성은 밥으로 하늘을 삼나니, 나는 농민 천시의 원한을 풀어 나의 세상에는 농민을 상등 사람으로 삼노라.
어느 날 가르침을 내리시니, 사삼팔이니 천지는 망량이 주장이요, 구오일이니 일월은 조왕이 주장이요, 이칠육이니 성신은 칠성이 주장하느니라.
운은 지기금지원위대강이니, 남녀노소 아동을 가리지 않고 노래하리라. 그러므로 영세불망만사지니, 시천주조화정영세불망만사지니라.
말씀하시기를, 대인을 배우는 사람은 천하의 장점만을 취하고, 소인을 배우는 사람은 천하의 단점만을 취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남의 근심을 함께 근심하고, 남의 즐거움을 같이 즐거워하라.
하루는 물건을 사오도록 명령하셨더니 제자가 다른 사람에게 시키거늘, 말씀하시기를 그 노력에 대한 복은 그 사람이 받으리라.
하루는 천암과 만암이라는 형제가 오거늘 기뻐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장차 만리장성을 쌓으려 하는데 돌이없어 걱정되더니, 천암만암이 있으니 다행이로다 하시며 받아들이시고,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하루는 어린아이가 통감 읽는 것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아이들을 가르칠 때 시비를 가르치는 것으로부터 들어서는 것이 옳으냐 하시니라.
하루는 큰 소리로 외쳐 말씀하시기를, 공자야. 그대는 서양으로 가라. 그대가 천추에 홀로 제사를 받아먹었으므로 나의 세상에서는 그 녹을 떼려 하였더니, 그대가 간절히 애걸하여 물밥은 내리노라 하시니라. 또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맹자야. 그대는 역적놈이로다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공자를 서양으로 보내시니 어째서입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건운(乾運)의 신이 동쪽에 있고 곤운(坤運)의 신이 후천에 있으며, 후천에는 곤운의 신이 동쪽에 있고 건운의 신이 서쪽에 있나니, 때는 서신사명의 세상이므로 그 신이 천하에 머물 수 있는 땅이 없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맹자를 역적이라 꾸짖으시니 어째서입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마음에 군신의 의리가 있으면 임금에 대한 태도가 그렇겠느냐.신하가 임금을 원수보듯 하니, 해쳐도 되지 않겠느냐 하시니라.


4 장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전하기를 한양의 끝에 정씨가 왕이된다 하니 그러합니까?
말씀하시기를, 정씨에 왕이 될 사람이 없노라. 말씀하시기를, 우리나라가 계룡산에 정씨의 팔백 년 운수가 있고, 가야산에 조씨의 천 년 운수가 있고, 변산에 범씨의 천 년 운수가 있다고 말하느냐. 나의 세상에는 이 운수가 없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동학가사 한 구절을 흥겨이 노래하시니, 평소에 흥이 나시면 자주 노래하시는 구절이더라. 가사에 말하되, 이화 도화 만발한대 계화들 불개호아(오얏꽃 복숭아꽃 활짝 피었는데, 계수나무꽃은 피지 않겠느냐).
제자가 여쭈기를 이 노래의 뜻이 무엇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있고 도가 있고 땅이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줄다리기에 유애차 이차 이여차 하여 승부를 지으니 이 또한 뜻이 있아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왜차 이차 이여차하면 뜻이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우리나라 민요에 을시구 절시구 정말 좋구나 하는 노래가 있으니 무슨 뜻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을은 때요, 절은 부처요, 정은 땅이요, 시구는 알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풍물 장단에 정적구 라는 가사가 있어, 혹은 정부야 하기도 하고 혹은 정작궁 하기도 하니 어찌 그렇습니까?
말씀하시기를 두 말이 각기 뜻이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정읍이 각성 분야에 있고, 노령산맥 아래서 임금이 덕을 펴고, 현덕(유비)이 촉에 들어가매 촉나라 선비가 환영하였다는 말이 있으니 그렇습니까?
말씀하시기를 토정은 선생이라 일컬을만 하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양백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말이 있으니 어떻습니까?
말씀하시기를, 양백이 뿔에 있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기를, 고부는 구례요, 정읍은 함열이요, 전주는 임실이니라.
가르침을 내리시기를, 꽃은 부안에서 피고 열매는 태인에서 맺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사칠팔 정별장이 구름 속을 오고간다는 말이 있으니 무슨 뜻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정(井)은 땅이요, 별(別)은 차례요, 사칠팔은 해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묵은 나무에 꽃이 피니 모든 나무에 봄이오고, 우물 바다에 물이 흐르니 사해의 근원이로다.

 

5 장

제자가 여쭈기를, 항상 가르침을 내리시기를 동래 울산이 흔들거리니 천하의 군대가 다 쓰러진다 하시고, 동래 울산이 진동하니 사국 강산이 콩볶듯 한다고 하시니,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동래 울산 그 사이에 천년 묵은 고목에 잎이 피고, 동래 울산 그 사이에 만년 된 고목에 꽃이 피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시속에 경상도 대야지 노래가 있으니 무슨 뜻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경상도에 세상을 고칠 큰 다스림(도가니?)이 나오느니라 하시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뒤에 오는 사람이 상등 손님이 되노라.
말씀하시기를, 남원 무당이 큰 굿을 하면 천하의 군대가 모두 쓰러지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영판 좋다는 말이 있어 자주 흥을 돋우사 가르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영남판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대인의 행차에 삼초(三硝)가 있으니, 일초는 갑오가 맡았고, 이초는 갑진이 맡았고, 삼초는 병희가 맡았나니, 삼초 뒤에 대인의 행차가 이르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해는 유(酉)에 들어가니 해자(亥子)를 분간하기 어렵고, 해가 인묘진에 나오니 일을 알지 못하고, 해가 사오미(巳午未)에 바르니 밝음이 열리고, 해가 가운데 왔을 때 저자를 세워 서로 바꾸어 물러나고, 임금은 진(震)에서 나오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무진 기사에 진인이 해도(海島) 중에서 나온다는말이 있으니 믿을 수 있습니까?
말씀하시기를, 내 덕을 펼 사람이 무진에 머리를 드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오미(午未)에 즐거움이 당당하다는 말이 있으니 어떠합니까?
말씀하시기를, 신미(辛未)는 햅쌀이니 햅쌀밥이 맛이 좋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작은 잔치를 강생원 집 잔치라 하나니, 그러므로 아는 사람이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내 일은 세 번 바뀌어 판이 이루어지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은 나라의 보배인 옥새에 하늘의 명을 받았으니 영원히 창성하리라 하였는데, 후천은 어찌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도둑놈의 심보니라. 자자손손이 이어받아 천추만세에 혼자 그 자리를 누리면 마음에 흡족하리요. 나의 세상에는 아비로부터 아들에게 전하지 않고 반드시 덕있는 사람이 덕있는 사람에게 전하노니, 그러므로 내 세상에는 임금이 하늘의 명을 받아서 백성을 하늘처럼 여기노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모든 나라를 살릴 계책은 남조선에 있으니
달 밝고 바람 맑은 금산사로다.
삼천 나라에 문명이 활짝 열리고
도술은 구만리에 두루 통하리라.
말씀하시기를, 나를 보고싶은 사람은 금산사 미륵불을 보라. 금산사 미륵불이 구슬을 손바닥에 들었는데, 내가 세상에 오면서 지내기 불편하여 삼켰노라 하시고, 아랫 입술 안에 크고 붉은 점을 보여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나라를 삼천 개로 나누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전란이 없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축지술을 배우지 말라. 나의 세상에는 운거가 있노라. 차력술을 배우지 말라. 나의 세상에는 물 없는 곳에 배가 다니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일심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 손가락을 퉁겨 만리 밖에있는 큰 군함도 깨뜨리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선도의 술법이 한 젓대를 움직여 백만 군사를 물리칠 수 있나니, 나의 도술은 방안에서 종이와 붓으로 평천하 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앉은 자리에서 천하를 얻노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화락하기에 힘쓰라. 너희들이 서로 싸우면 천하에 난리가 일어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입을 조심하라. 너희들 세 사람이 죽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느니라.
하루는 절에 계시사 제자들과 더불어 지장각에 모셔진 여러 보살을 보시고 말씀하시되, 너희들이 절할만한 곳이 없느니라.
하루는 형렬이 여쭈기를, 율곡이 오성(이항복)에게 슬프지 않은 울음에는 고추가루가 좋다고 말하여 청병할 때 쓰도록 간접적으로 가르치고, 충무(이순신)에게 두보의 시를 천 번 읽게하여 간접적으로 드센 용이 숨은 곳은 물이 맑다는 구절을 알게하였다 하오니, 그런 일이 있사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나 또한 그와 같은 인재가 있다면 그와같이 가르치리라.
말씀하시기를, 선비되는 사람은 몸에서 지필묵을 떼놓으면 안되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우경일장은 대개 공자의 뜻을 증자가 서술하고, 그 나머지 십장은 증자의 뜻을 제자들이 기록한 것이라. 예로부터 전해지는 책이 차례가 뒤섞이고 빠진 것이 있어서, 이제 정자가 정한 바를 따라 경문을 다시 고쳐 따로 차례를 지으니 왼쪽과 같노라.
말씀하시기를, 도를 닦는 사람은 대학경 우경장하(右經章下)의 글은 알아두어야 옳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에 학교를 널리 세워 선경세계를 세우는데 쓰고자 하였더니, 공리에 빠지므로 판 밖에서 이루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시속에 수원나그네라 이르나니, 만나보면 그 사람이 곧 그사람이니라.


6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천하의 모든 성씨의 족보를 고쳐서 다시 시작하나니, 나는 신농이요, 수운은 고운(최치원)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 동토에 이씨와 김씨가 가장 커서, 줄이고 또 줄여도 역시 크도다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내 일이 이루어질 때 소 삼천 마리를 잡노라.
칙령을 내리시니, 천황과 지황과 인황의 뒤에 천하에서 가장 큰 금산사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의 도덕정치가 문왕과 무왕에 이르러 끝났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걸어서 금강산을 구경하니
푸른 산은 모두 뼈만 남았도다.
그 뒤에 나귀 탄 나그네가
흥취없이 피리만 불고 있도다.
가르침을 내리시니, 삶은 죽음에서 말미암고, 죽음은 삶에서 말미암느니라.
하루는 태인 굴치에 계시더니 갑칠이 와서 뵙거늘 말씀하시기를, 갑칠아. 너가 옴은 비를 얻으려 함이로다.
갑칠이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여름 날씨가 가물어 천리가 황무지가 되고 민심이 들끓어 천하가 시끄럽사오니, 백성들의 식록을 넉넉히 하시어 백성들로 하여금 덕을 칭송하게 하소서.
말씀하시기를, 갑칠아. 돌아가라. 네 몸에 우사를 붙여 보내리니, 가는 도중에 큰 비를 만날지라도 피하지 마라. 백성들의 녹이 네 몸에 달렸으니, 너는 널리 베풀지어다.
갑칠이 돌아가는 길에 큰 비를 만나 춤추고 노래하며 갔더니, 그 해 농사가 크게 풍년이 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하늘의 옳음과 하늘의 그름이 모두 도 닦는 길이니, 속된 땅에서 오래 사는 길을 얻으려 하지 말라.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앞 마을에 불이 난 것을 보시고 가엾이 여겨 슬퍼하시며 말씀하시기를, 큰 바람이 불을 도우니 장차 한 마을이 다 타버리겠구나.
제자가 아뢰기를, 백성들의 목숨을 불쌍히 여기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도다. 착한 일이 작은 것으로부터 커지나니, 그러므로 악은 작은 것이라도 짓지 말고, 선행은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행하라. 크고 작은 산들이 작은 것으로부터 커진 것이요, 강과 바다도 작은 것이 커진 것이니라. 나는 천지 사이의 사소한 선행이라도 빠뜨리지 않노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섶에 불을 붙이니 불기운이 갑자기 약해지거늘, 여쭈기를 이쪽에 불을 피우니 저쪽 불이 약해지니 어찌 그렇습니까?
말씀하시기를, 불기운을 옮겼노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원형이정은 일월의 길이요,
사람의 장부를 비추어 환히 통하여 밝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언제나 앓는 사람을 차마 보지 못하시어 대신 앓으실 때가 많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병이 척에서 생기고 운수에서 생기는데, 척이 풀리지 않으면 도로 척이 생기고 운수를 제하지 않으면 액이 도로 생기나니, 내가 대신 앓으면 척이 저절로 풀리고 운수가 저절로 소멸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병을 대신 앓으므로 나의 세상에서는 모든 백성이 병으로 고생하지 않노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를 몸으로 삼고 해와 달로 눈을 삼노라. 해와 달이 비치면 내가 보고 있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의 수명이 앞으로 얼마나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너의 수명이 만년은 되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선생의 수명은 앞으로 얼마나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와 함께 가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일월은 사심이 없어 만물을 다스리고,
강산은 길이 있어 모든 행위를 받아들이느니라.


7 장

갑진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겨 친일파 세력이 대두하면서 이용구 등이 일진회를 만들어 그 세력이 매우 크니, 만약에 민폐를 끼치면 백성들의 일이 불쌍하지 않겠습니까?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도다. 내가 모범을 보이리라 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시어 집안의 재산을 모두 팔아 없애시고 전주 남문으로 가시어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시니, 온 가족이 남의 곁방살이로 지내니라.
말씀하시기를, 일진회는 나를 본받아 앞으로 제 돈을 쓰게 되리라.
하루는 전주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일진회가 나를 본받아 제돈을 쓰니 내가 녹줄을 내려주리라 하시고, 갓을 벗으시고 삿갓을 대신 쓰시고 옷을 갈아입으시니 안은 검고 밖은 희니라.
제자가 명령을 받고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사람 같은데 삿갓 아래의 옷이 안은 검고 밖은 희거늘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모든 신명이 내 명령을 듣는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평소에 검은 것을 싫어하사 검은 옷을 입지 않으시더니, 이제 입으심은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일진회원의 옷이 검으므로 내가 본떴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이리 목천포에 계시며 배를 타시니 구름이 그 모습을 본뜨고, 노를 저으시니 구름이 그 모습을 나타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동정을 사사로이 하지 못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언제나 출입하심에 낮에는 햇무리가 두르고 밤에는 달무리가 서서 제자들이 장차 행차하실 것을 미리 알게 하고, 마을 입구에 구름이 팔자 모양으로 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햇무리와 달무리는 신명이 나에게 준비가 되었음을 아뢰는것이요, 팔자 구름은 장문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비 온 뒤에 행차하시면 진흙이 즉시 굳고, 산간 이슬젖은길에서 나무에 맺힌 이슬에도 젖지않고, 여름 날씨에 구름이 우산처럼 햇빛을 가려 시원하오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모든 신명이 나에게 삼가함이 이와 같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언제나 살펴보면 겨울 날에는 눈 한점이 계신 집 위에 내리지 않고, 여름날에는 비 한 방울이 계신 곳 지붕위에 떨어지지 않으며, 비나 눈이 오는 때에도 둥글게 비어 터져 있으니 어째서입니까?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올바른 기운을 가지면 저절로 그렇게 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어쩌다가 길을 가실 때는 비구름이 몰려오다가도 가까이 와서는 문득 좌우로 나뉘어 흩어지고,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서야 한꺼번에 쏟아지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비구름이 다니는 것도 또한 신이 시키는대로 따르기 때문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단비에 우산을 받지 말라.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여기에 있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대학을 꼭 많이 읽으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걸왕의 악함도 그 때요, 탕왕의 착함도 그 때니라. 하늘의 도가 걸왕에게는 악을 가르치고, 하늘의 도가 탕왕에게는 착함을 가르쳤나니, 걸왕이 망하고 탕왕이 흥함이 이윤에게 있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고향마을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친척들과 옛친구들이 향렬과 나이에 따라 말의 아래 위가 정해지는데, 이는 사람의 관계에서는 옳은 바로되 신명들은 모두 싫어하여 벌을 주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 중에서 돈이나 곡식, 고기 등으로 대선생의 부모님께 바치는 사람이 있으면, 꾸짖으시고 도로 거두어 여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복록이 새로이 바뀌니 나는 큰 효도를 하려 함이로다.
제자가 다시 여쭈기를, 비록 지극히 존귀한 자리에 계시더라도 반드시 어려운 뒤에야 영화롭게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고생한 뒤에 즐거움이 있고, 막힌 뒤에 통달하며, 가난한 뒤에 부유하고, 천한 다음에 귀해지나니 이는 하늘의 이치니라. 천복이 다시 시작하는 첫머리부터 위에서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따르겠느냐 하시니라.


8 장

갑진년 구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함열 회선동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짚으로 북을 만들어 대들보에 매다시고 흥겨이 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좋고도 좋구나. 이 북소리가 멀리 서양까지 들리리로다.
흥을 돋우어 노래하시니 가로대,
병자 정축, 병자 정축이여, 병자에 길이 열리도다.
흥을 돋우어 노래하시니, 자여, 자여. 하늘이 열리고,
축이여, 축이여. 땅이 열리도다. 인이여, 인이여. 사람이 일어나니,
묘여, 묘여. 기묘하도다. 진이여, 진이여. 구름이 일어나고,
아홉 마디 대지팡이의 기운이 높으니, 여섯 길 금부처가 틀림없도다.
때는 봄비에 꽃피는 삼월이요,
풍류의 주문이 백년의 티끌을 씻어내는구나.
나의 득의지추가 아니겠는가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를 스승으로 따르는 사람은 흥하고, 나를 등지는 사람은 망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죽을 때 살자는 것이요, 다른 사람이 살 때 영화를 누리자는 일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농사에 힘쓰면 먹을 것이 넉넉하고, 농사를 가벼이하면 밥이 적으리라.
말씀하시기를, 봄에 씨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느니라. 농부가 씨를 갈무리해 둠은 땅이 있기 때문이니, 이것이 믿음의 길이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사랑과 미움이 치우친다는 평을 듣지 않음을 어질다 이르고, 세기만 하다거나 무르기만 하다는 평을 듣지 않음을 의롭다 이르고, 모두 옳다거나 모두 그르다는 평을 듣지 않음을 예의라 이르고, 제 홀로 똑똑하다는 말을 듣지 않음을 지혜라 이르고, 낭비한다거나 구두쇠라는 평을 듣지 않음을 일러 믿음이라 이르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닭이 울면 날이 밝고, 개가 울면 사람이 다니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내가 으뜸가는 생명을 얻어 하늘에 날으려 하니
뭇 별들은 나를 도와 요망한 물건을 베어주소서.
악하고 거스름을 꺾어버리니 삿된 마귀가 놀라고
북두성을 밟고 올라 신령스런 빛에 이르리라.
천지의 회전은 칠성의 걸음이니
우보를 바삐걸어 밝은 땅에 올라서
한 기운과 뒤섞인 내 모습을 보리니,
(이 소원을) 율령과 같이 속히 이루어 주소서.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지방의 백성들이 혹독한 정치에 신음하다가 소요를 일으켜 크게 무리지어 전주로 들어오려 하니 기세가 아주 심상치 않사옵니다. 지금 대한제국의 조정(朝廷)이 혼란무도하여 백성을 위하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오히려 백성을 크게 상할까 걱정되오니 불쌍히 여기소서.
말씀하시기를, 여러 고을 백성이 목소리를 같이하면 기세를 헤아릴 수 없게되어 반드시 큰 상해가 있으리니, 나의 턱 아래서 일어나는 일을 차마 어찌 보고만 있으리오.
돌아가 농사짓는 것만 못하리로다 하시고 바로 신명에게 명령하시니, 하늘에서 큰 눈을 내려 사흘동안 그치지 않으니, 여러 백성이 풍년의 조짐을 기뻐하고, 또 추운 날씨에 지낼 곳이 마땅치않아 사방으로 흩어져 돌아가니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대한제국 조정이 어사를 보내어 여러 고을 수령이 파면을 당하고 그 무리들이 민간에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말하기를, 대한제국의 썩은 정치가 위가 흔들리매 아래가 바르지 못하거늘 폐정(廢政)을 개혁한들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하여, 장차 전주에서 일을 벌리려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대한 조정이 폐단이 쌓이고 운수가 다하여 나라가 망할 날이 얼마 남지도 않았거늘, 그 무리들은 민폐만 더하는구나. 바로 신명에게 명령하시니, 어사가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대한 조정의 파면 밀지를 받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신명에게 명령하는데 어떤 신이 감히 어기며, 신명이 사람에게 명령하는데 어떤 사람이 감히 어길 수 있으리오.


9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옛적에 방탕한 사람이 하나 있어서 사방으로 떠돌아다니더니, 마침내 잘못을 뉘우쳐 깨닫고 자리를 가려 단을 쌓고 선학(仙學)을 배우고자 지성으로 하늘에 기도하니, 따르는 사람이 몇 사람에 불과하더라.
온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과 손가락질을 받더니 마침내 도를 이루어 하늘에 오를 때, 하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선관선녀가 선경의 음악으로 마중나와 온 세상의 부러움을 받았나니, 나의 도 아래에 이와같은 사람이 있으리라 하시니라.
하루는 두 사람이 장차 제자가 되고자 하여 찾아와 머무르면서 그릇된 소망을 서로 이야기하더니 그 자리에서 소원을 이루어, 한 사람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고 또 한사람은 춤을 능란하게 추면서, 땀이 흐르는데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더니, 한참 있다가 그만 그치라고 명령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대인을 배우는 사람 머물 곳을 알아야 하노라 하시니라.
그 사람들이 잘못을 빌며 맹세하고 제자들이 머무는 길에 대해 여쭙거늘 말씀하시기를, 천하사에 뜻을 두고 덕 닦기는 바라지 않으면 어찌 나를 만나리오.
사람은 집에 머물고, 새는 나무에 머물고, 짐승은 굴에 머물고, 벌레는 풀에 머물고, 고기는 물에 머무나니, 천하의 이치가 사물이 있으면 법칙이 있고, 천하의 도리가 움직임이 있으면 머무름이 있노라.
그러므로 오륜의 행실이 군신은 인의에 머물고, 부자는 사랑과 효도에 머물고, 부부는 화합함에 머물고, 형제는 공손함에 머물고, 친구는 마음을 다한 믿음에 머물러서, 올바름이 있는 곳에 덕이 생겨나나니 낳아서 살리(기르)는 것은 천지의 큰 덕이라.
그런고로 나는 상생의 대도로 모든 나라의 만백성을 다스리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술집을 지나시는데, 그 가게 주인 부부가 평소 행차하실 때 음식을 받드는 예절이 아주 정성성스워 감동스러운지라.
이날 개정국을 끓이니 또한 대선생께서 즐기시는 바라, 정성을 다해 끓이다가 불기운이 지나치게 세어 낡은 솥이 둘로 쪼개지니 개정국이 쏟아져 흐르므로 그 아내가 서서 흐느껴 우니, 그 모습을 불쌍히 여기사 쇠솥 한 개를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솥을 잘 지키면 살림이 넉넉해지리라. 많은 돈을 줄테니 팔라고 하더라도 팔아서는 안된다 하시니라.
그 뒤에 그 부부가 부자가 되니 사람들이 모두 그 솥에 복이 붙었다 하여 다투어 사려하거늘, 이로부터 이집에서 저집으로 돌아다니는데 솥을 산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되니, 세상 사람들이 복솥이라 부르니라.
말씀하시기를, 그의 지극한 정성에 내가 갚아주려 한 것이거늘, 작은 이익을 탐내어 큰 복을 버렸도다 하시니라.
하루는 들에 계시며 여러 농부들이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거이 들이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 인정이 종잇장처럼 엷거늘 농부들에게는 덕스러운 말이 많도다 하시니라.
여러 농부들이 타는듯한 날씨에 술을 찾으나 얻을 수가 없어 갈증을 이기지 못하거늘 불쌍히 여기사 말씀하시기를, 빈 독에 물을 채워 가져오라.
마음껏 마시라 하시고 물으시기를 술 맛이 어떠하냐?
농부들이 기뻐 춤추며 여쭈기를, 신선의 술 맛을 이렇게 얻을 수 있을진대 술이 없음을 어찌 걱정하리이까?
대선생께서 들으시고 매우 즐거워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담뱃대를 반드시 가지고 다니라. 바로 세우면 총이되고, 돌려 잡으면 창이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죽풍(竹風)이라는 말이 있으니 담뱃대를 이르는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죽풍이라는 것이 담뱃대의 덕이니, 판밖에서 하는 일에 한 때 크게 쓰이리라.
또 말씀하시기를, 돈을 쓰지 않고 호사하는 것은 상투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느냐 하는 말이 있으니 상투를 가리킵니까?
말씀하시기를, 뾰족한 수는 상투의 덕이니, 판밖에서 하는 일에 한 때 크게 쓰이리라.
담뱃대와 상투가 시세에 따라 버린 바 되어 사람들이 업신여기지만, 남들이 버린 것을 내가 취하여 세상을 건지는 큰 일에 한 때 크게 쓰리라.
말씀하시기를, 세상이 급해지면 두 사람이 말을 나누기도 어려우리라.


10 장

제자가 아뢰기를, 우리나라 임진년 난리에 소나무가 이롭다 하였고, 가산의 난에 따뜻한 흙은 겹친 흙이니 흙을 따르는 사람은 산다 하였고, 개의 성질이 집에 있는 것이니 집이 이롭다하고, 끝에 닥치는 난리는 차가운 쇠는 떠있는 쇠이니 쇠를 따르는 사람이 산다고 하고, 소의 성질이 들에 있는 것이니 밭이 이롭다 하였습니다.
세상에서 말하기를 찬 쇠 뜬 쇠는 금산사 미륵불이 솥 위에 서있는 것을 이르고, 소의 성질이 들에 있으니 밭이 이롭다 함은 가난함을 지키며 수도하여 때를 기다림이라 이르나이다.
금산사 미륵전은 진표율사가 세운 것이요, 진표율사는 본래 만경의 가난한 관리로서 어느날 죄지은 잉어를 낚아 목숨을 구해주었고, 그 은혜로 선녀를 아내로 맞아 십 년 동안 같이 살다가 선녀의 죄가 풀려 하늘로 올라가려 할 때 아들로 세 용을 남겨두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표의 잘못으로 오늘날까지도 만경에 용의 무덤이 남아있고, 진표가 버리지 말라고 애원하여 선녀의 가르친 바에따라 머리를 깎고 중이되어 모악산 용안대에 들어가 천일 기도를 하니, 발원한 바가 천 년이 지난 뒤에 미륵존불이 세상에 오실 때 제자가 되어 용화세계에서 선녀와 인연을 잇는 것이었다 합니다.
변산 먼 길을 한 걸음에 절 한 번 하면서 찾아가니, 지극한 정성에 부처님이 감동하여 미륵존불께서 물음에 답하시니, 모악산 속에 비장골이 있는데 진표율사가 성도하여 첫 번째 발원에 미륵존불께서 모악산과 회문산을 밟고서시니 크게 화현하신 몸이 하늘에 닿고, 두 번째 발원에 미륵존불께서 모악산 양 산줄기에 서시니 중간으로 화현하신 몸이 하늘에 우뚝솟고, 세 번째 발원에 미륵존불께서 금산사 연못 가에 서시니 작게 화현하신 몸이 오늘날 금산사 솥 위에 서계신 불상이라.
율사가 재계하고 금강을 건느려할 때 배가 없더니 강에 가득한 물고기들이 스스로 와서 다리를 만드니, 신비한 소문이 세상에 떠들석하여 신라의 임금이 국사로 모셔들이거늘, 율사가 왕에게 깨달음을 열어주어 왕이 천여년 이후에 미륵존불의 제자 되기를 발원하고 금과은, 곡식과 비단을 많이 내놓으니, 율사가 용을 시켜 변산으로 옮겨 연못을 숯으로 메우고 정성을 다해 건축에 힘쓰니, 우람한 절이 곧 지금의 미륵전 삼층전이요 미륵존불의 금불입상(金佛立像)이 천하의 으뜸이 되었으니, 이로써 토정이 모악산 아래에서 금부처가 능히 말을 한다는 비결을 낳게되었고, 세상에 금부처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나는 할 말이 없겠느냐. 진표는 나와 큰 인연이 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옛적에 주대명이 금산사 미륵불에 기도하여 소원을 이루었고, 지금 대한제국의 민비가 모든 산의 모든 부처에게 빌되 오직 금산사에 빌지 않았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사상(四象)이 있어 한 극(極)을 안으니
구주의 운행은 낙서의 중궁이 조종(祖宗)이라.
도리는 금수의 시대에도 저물지 않고
방위는 초목의 바람에 싹을 틔우도다.
개벽의 정신은 검은 구름 속의 달과 같으니
널리 가득차 빛나는 문물은 백설에 덮인 소나무로다.
삼재(三才)에 익숙한 사나이는 누구인가.
어떤 산이 태고의 종소리를 사양하리오.

 

 

<천지개벽경 5장>


1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가르침을 내리시니, 진법주라.
진법주(眞法呪)
구천하감지위 옥황상제하감지위 칠성여래하감지위
명부시왕응감지위 오악산왕응감지위
사해용왕응감지위 사시토왕응감지위
직선조하감지위 외선조하감지위 처선조하감지위 처외선조하감지위
칠성사자내대지위 좌측사자내대지위 우측사자내대지위
명부사자내대지위 천장길방 이사진인 물비소시 소원성취
(九天下鑑之位 玉皇上帝下鑑之位 七星如來下鑑之位
冥府十王應感之位 五岳山王應感之位
四海龍王應感之位 四時土王應感之位
直先祖下鑑之位 外先祖下鑑之位 妻先祖下鑑之位 妻外先祖下鑑之位
七星使者來待之位 左側使者來待之位 右側使者來待之位
冥府使者來待之位 天藏吉方 以賜眞人 勿秘昭示 所願成就)
말씀하시기를, 진법주는 천하의 큰 법이니, 왕후장상의 그릇이 아니면 공부할 수 없느니라. 공부하지 못할 사람이 공부하면 신벌을 받아 살아나지 못하노라.
진법 공부가 진설에 법이 있고, 고축에 법이 있고, 걸음걸이에 법이 있어서다른 공부와 같지 않으니, 먼저 공부해서 아는 사람에게 물어서 안 다음에 공부해야 옳으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개벽주라.
개벽주(開闢呪)
천상옥경천존신장 천상옥경태을신장 상하변국뇌성벽력장군
백마원수대장군 뇌성벽악장군 악귀잡귀금란장군 삼수삼계도원수
지신벽력대장군 천지조화풍운신장 태극두파팔문신장 육정육갑둔갑신장 삼태칠성제대신장 이십팔숙제위신장
감아미성 조아대력 역발산 오봉구천상세군 칙속칙속 엄엄급급여율령
(天上玉京天尊神將 天上玉京太乙神將 上下變局雷聲霹靂將軍
白馬元首大將軍 雷聲霹惡將軍 惡鬼雜鬼禁亂將軍 三首三界都元首
地神霹靂大將軍 天地造化風雲神將 太極斗破八門神將 六丁六甲遁甲神將 三台七星諸大神將 二十八宿諸位神將
感我微誠 助我大力 力拔山 吾奉九天上世君 則速則速 唵唵急急如律令)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에 천하의 권능이 있으니, 만약 사람이 정성들여 공부하여 힘을 얻으면 천하의 군대가 모두 쳐들어 오더라도 가루로 만드느니라. 때가 되어 이 주문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게되면, 신이라도 박살이 내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서전서문이니라.
서전서문(書傳序文)
經元己未冬 先生文公 令沈 作書集傳. 明年 先生 歿又 十年 始克成編 總若干萬言.
(경원기미동 선생문공 영침 작서집전. 명년 선생 몰우 십년 시극성편 총약간만언)
嗚呼 書豈易言哉. 二帝三王 治天下之大經大法 皆載此書. 而淺見薄識 豈足以盡發溫奧. 且生於數千載之下 而欲講明於數千載之前 亦以難矣.
(오호 서기이언재. 이제삼왕 치천하지대경대법 개재차서. 이천견박식 기족이진발온오. 차생어수천재지하 이욕강명어수천재지전 역이난의)
然 二帝三王之治 本於道, 二帝三王之道 本於心, 得其心 則道與治 固可得而言矣.
(연 이제삼왕지치 본어도, 이제삼왕지도 본어심, 득기심 즉도여치 고가득이언의)
何者. 精一執中 堯舜又相授之心法也. 建中建極 商湯周武相傳之心法也. 曰德曰仁曰敬曰誠 言雖殊而理則一 無非所以明此心之妙也.
(하자. 정일집중 요순우상수지심법야. 건중건극 상탕주무상전지심법야 왈덕왈인왈경왈성 언수수이이즉일 무비소이명차심지묘야.)
至於 言天 則嚴其心之所自出, 言民 則謹其心之所由施. 禮樂敎化 心之發也, 典章文物 心之著也, 家齊國治而天下平 心之推也.
(지어 언천 즉엄기심지소자출, 언민 즉근기심지소유시. 예악교화 심지발야, 전장문물 심지저야, 가제국치이천하평 심지추야.)
心之德 其盛矣乎. 二帝三王 存此心者也, 夏桀商受 亡此心者也, 太甲成王 困而存此心者也. 存則治 亡則亂, 治亂之分 顧其心之存不存如何耳.
(심지덕 기성의호. 이제삼왕 존차심자야, 하걸상수 망차심자야, 태갑성왕 곤이존차심자야. 존즉치 망즉난, 치란지분 고기심지존부존여하이)
後世人主 有志於二帝三王之治 不可不求其道, 有志於二帝三王之道 不可不求其心, 求心之要 舍是書何以哉.(후세인주 유지어이제삼왕지치 불가불구기도, 유지어이제삼왕지도 불가불구기심, 구심지요 사시서하이재)
沈 自受讀以來 沈潛其義 參考衆說 融會貫通  敢折衷微辭奧旨 多述舊聞. 二典禹謨 先生蓋嘗是正手澤 尙新.
(침 자수독이래 침잠기의 참고중설 융회관통 내감절충 미사오지 다술구문. 이전우모 선생개상시정수택 상신)
嗚呼 惜哉. 集傳 本先生所命故 凡引用師說 不復識別. 四代之書 分爲六卷 文以時異 治以道同, 聖人之心 見於書, 猶化工之妙 著於物, 非精深 不能識也.
(오호 석재. 집전 본선생소명고 범인용사설 불부지별. 사대지서 분위육권 문이시이 치이도동, 성인지심 현어서, 유화공지묘 저어물, 비정심 불능식야.)
是傳也 於堯舜禹湯文武周公之心 雖未必能造其微, 於堯舜禹湯文武周公之書 因是訓誥亦可得其指意之大略矣.
(시전야 어요순우탕문무주공지심 수미필능조기미, 어요순우탕문무주공지서 인시훈고역가득기지의지대략의)
嘉定 己巳 三月 旣望 武夷 蔡沈 書
(가정 기사 삼월 기망 무이 채침 서 하노라)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큰 운수가 이 서문에 있느니라. 내 조정에 설 사람은 이 서문을 적어도 만 번은 읽으라. 나의 도 아래에서 이 서문으로 망할 사람이 하나요, 흥할 사람이 하나이니라 하시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이 몸이 수천년 후에 태어나서 수천년 전의 읽을 밝혀 가르치려 하니 또한 어렵다는 한 구절은 천지에 청수를 모시고 읽을만한 글이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천지대도주라.
천지대도주
시천지가가장세 일월일월만사지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복록성경신수명성경신 지기금지원위대강
명덕관음팔음팔양 지기금지원위대강
삼계해마대제신위 원진천존관성제군
(時天地家家長世 日月日月萬事知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福祿誠敬信壽命誠敬信 至氣今至願爲大降
明德觀音八陰八陽 至氣今至願爲大降
三界解魔大帝神位 願 天尊關聖帝君)
말씀하시기를, 요임금은 역(曆)으로 일월성신의 모습을 본떠 공경히 사람에게 때를 알려주어 백성의 시간을 밝혀주니, 이 주문은 천지의 진액이니라. 내가 이 주문을 지어 읊으니 천지만신이 춤을 추노라. 이 주문은 적어도 오만 번은 읽으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시천주라.
시천주(侍天呪)
시천주조화정 영세불망만사지
(侍天主造化定 永世不忘萬事知)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에 천지의 큰 기운이 들어 있노라. 이 주문을 많이 읽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소원이 없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태을주라.
태을주(太乙呪)
훔치훔치 태을천상원군 훔리치야도래 훔리함리사바하
(     太乙天上元君    耶都來   喊 娑婆訶)
말씀하시기를, 병이 오면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이 주문을 외어 목숨을 구하느니라. 때가 오면 천하 방방곡곡에서 이 주문 읽는 소리가 들리리라.
이 주문에는 천하의 능력이 있나니, 때가 오면 잘못하여 살인죄를 입었더라도 한 번 읽으면 풀리리라.
이 주문은 적어도 삼십만 번은 읽으라. 이 주문을 읽고 또 읽어서 입 안에 차 넘치도록 하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칠성경이라.
칠성경(七星經)
칠성여래대제군 북두구진 중천대신 상조금궐 하부곤륜 조리강기 통제건곤 대괴 탐랑 문곡 거문 녹존 염정 무곡 파군 고상옥황 자미제군 대주천제 세입미진 하재불멸 하복부진 원황정기 내합아신 천강소지 주야상륜 속거소인 호도구령 원견존의 영보장생 삼태허정 육순곡생 생아양아 호아형아 허신형 괴작관행화보표 존제급급여율령 칠성경
(七星如來大帝君 北斗九辰 中天大神 上朝金闕 下覆崑崙 調理綱紀 統制乾坤 大魁 貪狼 文曲 巨門 祿存 廉貞 武曲 破軍 高上玉皇 紫微帝君 大周天際 細入微塵 何災不滅 何福不臻 元皇正氣 來合我身 天 所指 晝夜常輪 俗居小人 好道求靈 願見尊儀 永保長生 三台虛精 六旬曲生 生我養我 護我形我 許身形 괴작관행화보표 尊帝急急如律令 七星經)
말씀하시기를, 이 경은 재앙을 소멸하고 복을 얻는 큰 경문이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서방의 기운이 동쪽으로 오는데 동쪽에서 방해하는 것이 있어 괴이하더니, 딴 전(廛) 보는 사람이 있으니 대괴탐랑 문곡거문 녹존염정 무곡파군으로 바로잡아 읽으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칠성경의 혈맥전수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천상을룡주라.
천상을룡주(天上乙龍呪)
천상을룡 갑무태을성 두우군
(天上乙龍 甲戊太乙星 斗牛君)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은 천지가 읊는 시이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운장주라.
운장주(雲長呪)
천하영웅관운장 의막처근청 천지팔위제장 육정육갑육병육을 소솔제장 일별병영사귀 엄엄급급여율령사바하
(天下英雄關雲長 依幕處近聽 天地八位諸將 六丁六甲六丙六乙 所率諸將 一別屛營邪鬼 唵唵急急如律令娑婆訶)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은 천지의 대차력주니라. 이 주문은 사람이 연좌죄에 걸려도 때가 오면 한 번 읽기만 하면 옥문이 저절로 열리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신성주라.
신성주(神聖呪)
신성대제 태을현수 어아강설 범위영극
(神聖大帝 太乙玄  於我降說 範圍靈極)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은 처음 입도할 때 공부하면 몸이 반공(가슴높이의 공중)에 뜨느니라.
도로신장주라.
도로신장주(道路神將呪) 또는 예고주(曳鼓呪)
예고신 예팽신 석란신 동서남북중앙신장 조화조화운오명령훔
(曳鼓神 曳彭神 石蘭神 東西南北中央神將 造化造化云吾命令 )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이 주문을 읽으며 길을가면 그 신명이 춤추며 맞이하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도리원서라.
도리원서(桃梨園序)
夫天地者 萬物之驛旅 光陰者 百代之過客
부천지자 만물지역려 광음자 백대지과객
而浮生若夢 爲歡幾何.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
이부생약몽 위환기하. 고인병촉야유 양유이야.
況陽春召我以煙景 大塊 假我以文章 會桃李之芳園
황양춘소아이연경 대괴 가아이문장 회도리지방원
序天倫之樂事 郡季俊秀 皆爲惠連.
서천륜지낙사 군계준수 개위혜련.
吾人詠歌 獨 康樂 幽賞未已 高談轉淸 開瓊筵以坐花
오인영가 독참강락 유상미이 고담전청 개경연이좌화
飛羽觴而醉月 不有佳作 何伸雅懷 如詩不成 罰依金谷酒數
비우상이취월 불유가작 하신아회 여시불성 벌의금곡주수.
말씀하시기를, 만고의 문장을 또한 해원시키나니, 많이 외도록 하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십이지지 물형부라.
말씀하시기를, 이는 태고의 도술이니, 선경을 건설함에 크게 쓰이리라. 잘 공부하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오주라.
오주(五呪)
천문지리 풍운조화 팔문둔갑 육정육갑 지혜용력
(天文地理 風雲造化 八門遁甲 六丁六甲 知慧勇力)
말씀하시기를, 선경세계의 조화가 모두 이 주문에 있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원정주라.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은 잘공부하면 모든 병이 모두 없어지느니라.


2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 아래에서 때가 오면 상재는 칠일 공부로 도통하고, 중재는 십사일 공부로 도통하고, 하재는 이십일일 공부로 도통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무릇 천하사를 할 때 때가 이르지 아니하여 사람이 알게되면 그 피해가 적지 않노라. 그러므로 나는 판 밖에서 일을 꾸미노라.
말씀하시기를, 바둑이 한수가 높으면 이기나니, 남이 모르는 공부를 하면서 기다리라.
말씀하시기를, 신도는 지극히 공정한 것이라. 신도로 사물을 다스리면 신묘한 공이 있나니, 이를 무위이화라 이르느니라. 나는 천하를 거느려 다스리되, 생장염장의 이치를 쓰나니 이것이 무위(하염없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동학신도가 주문을 읽을 때 몸을 떨거나 뛰어오르는 사람이 있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 기운을 이기어 받지 못함이니, 무릇 나무의 가지와 잎이 고요하면 기운을 보존하고 흔들리면 기운이 빠져나가느니라.
주문 읽는 법이 손바닥을 모으고 단정히 앉아 움직이지 말고, 마음을 바로하고 뜻을 정성스럽게 하면 좋으니라. 주문을 읽을 때에는 밥을 충분히 먹고 천천히 읽으면서, 하늘의 기운이 몸 둘레에 내려온 듯이 하고 기를 잃지 말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골짜기에 떨어지면 명이 짧아지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골짜기에 떨어지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허령에 떨어져 구원받지 못하면 평생을 그르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공부하는 사람이 잘못하여 허령에 들어가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척을 많이 짓고 법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 아래에서 세상 사람들이 태을도인이라고 부르면 태평한 세상이 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때는 포태(胞胎)의 운수이니, 어린아이의 세상이니라. 그러니 치성에 두루마기를 벗고 절을 올리라. 때가 와서 갓을 쓰고 치성을 올리면 천하가 태평하리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 아래에서 도를 받든 날이 바로 그 사람의 후천 생일이 되어 한 살이 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치성에 올리는 음식에는 암컷을 쓰지 말라.
말씀하시기를, 치성에 절을 올리되 하늘을 끌어당기고 땅을 쓰다듬으면서 사람을 살피는 법으로 올려라. 이는 천지인 삼재가 합덕하는 이치니라.
또 말씀하시기를, 치성에 절을 올리되 반드시 남쪽을 보고 올려라. 묵은 하늘은 자좌오향(남향)이나 나는 오좌자향(북향) 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뒤에 오는 사람이 나에게 아뢸 일이 있거든 심고로 아뢰라.
사람마다 사사로운 사정(事情)이 있어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할 것이 있고, 사람들이 들어서는 안될 것들이 있으니 자세히 심고하라. 내가 서촉에 있더라도 빠뜨리지 않노라. 태어나서부터 지어온 죄와 허물을 돌이켜서 뉘우쳐 용서를 구하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언제나 제자들에게 단정히 앉아 죄와 허물을 생각하여 아뢰라 하시며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있으면 깨우쳐 주시고, 네 번 절하며 용서를 구하게 하시어 받아들이시며 말씀하시기를, 너의 태어나서 지어온 죄와 허물을 용서하노니 다시는 마음에 남겨두지 말라 하시니, 이와같이 하여 제자들이 태어나서 지어온 죄가 용서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용서하거늘 천지간에 무슨 죄가 남으리오. 자포자기하면 그릇된 길로 빠져들기 쉬우니, 날로 새로운 덕에 힘쓰는 것이 옳으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칠산 바다의 고기잡이가 또한 먹을 사람을 정해놓고 잡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크고 작은 사람들이 공적인 일이나 사적인 일이거나 자리를 잡거든, 터주신(기지신)에게 치성을 올림이 옳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역학 육십사괘의 글을 많이 읽으라. 천지의 운수가 쇠퇴하면 역이 쇠퇴하고, 천지의 운수가 왕성하면 역도 왕성하느니라. 천지의 모든 이치가 역에 있고, 약의 이치가 또한 육십사괘에 있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십사 절후문은 좋은 글이니라. 사람이 사리를 잘 알면 어리더라도 철을 안다하고, 사람이 사리에 어두우면 늙은이라도 철을 모른다 하느니라.


3 장

부안 사람 신원일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사물이 하늘의 명이 있으매 사람이 쓰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나쁘게 여겨 없애버리려 하면 풀 아닌 것이 없고, 좋게 보아 취하면 모두가 꽃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뱀도 사람의 추천을 얻은 뒤에라야 용이 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대인의 말은 능히 구천에 사무치고, 지극한 이치를 담은 말은 능히 만세에 전해지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한담서화로 풍진을 일으킬 수 있고, 한담서화로 풍진을 잠재울 수 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참된 말은 하늘도 깨뜨릴 수 없고, 거짓된 말은 때가 이르면여지없이 부서지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사람은 정이 아니면 가까워질 수 없고,
정은 옳지 않으면 가까워질 수 없고,
옳음도 모이지 않으면 가까워질 수 없고,
모임은 운수가 아니면 가까워질 수 없고,
운수는 통하지 않으면 가까워질 수 없고,
통함은 신령하지 않으면 가까워질 수 없고,
신령함은 크지 않으면 가까워질 수 없고,
크면 거느리지 않고서는 가까워질 수 없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어쩌다가 부호들이 특별히 마음을 써서 진수성찬을 마련하여 올리면, 세 숟가락 이상 뜨지 않으시고 물리도록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 부자의 마음 씀씀이와 들인 힘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부자집에는 원통한 귀신이 많아서 쌀 한 알에 원한 품은 귀신 하나가 붙어 있으니, 먹을 수가 없노라.
부자를 가까이 하지말라. 큰 부자들 중에 천심(天心)을 가진 자가 드무니라. 부자들의 곳간에 원귀들이 가득차서, 때가 이르면 한꺼번에 터져나오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선과 악의 구분이 콩나물 뽑히듯 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여행을 하실 때 여관집에 깨끗한 방이 많거늘, 언제나 장싸꾼들을 반겨하시어 함께 주무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고생이 거처함에 있으므로, 방을 부르기를 복로(福老)라고 하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노후의 복을 줍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막걸리는 술 중에서도 품질이 나쁜 것이거늘, 언제나 즐거이 마시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농부들이 마시니 나의 즐거움이 이에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가끔가다가 들에 계실 때 모여앉아 있는 농부들을 만나시면, 서로 어울려 즐겁게 이야기하사 (상하의) 분별을 잊고 즐기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니라. 세상에 알고서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더냐? 그런데 모르면서도 착한 일을 하는 사람이 농민이니라. 천심이 농사에 있고, 백성의 삶이 농사에 있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티끌처럼 작은 복도 버리지 않느니라.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앞에있는 마을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박복한 마을이로다.
제자가 여쭈기를, 어찌하여 박복하다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도인의 집이 없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앞으로 오는 세상의 운수가 도인이 아니면 살 수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비록 수도인이 아니라도 노동자와 농민은 선천에 천대를 받으므로, 노동자와 농민이 많이 사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세 사람의 거부가 제자가 되고자 할 때, 그들이 오기 전에 형개(荊芥)를 묶으시고, 도착하여서는 글자를 쓰시고, 뵙기를 청하자 큰 소리로 꾸짖으시고, 간절히 원할 때에는 물품목록을 보이시며 바치라고 명하시는데, 그 부자가 그 물품을 모두 바치면 남는 재산이 없을 정도라하여 스스로 그만두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형개를 묶는 것은 형가를 묶은 것이요, 물목을 보임은 스스로 물러날 길을 열어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는 사람이 스스로 새 길을 열면 어떠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부자에게는 척이 많으니 그들을 구하려 하다가는 어느 틈에 천지공사를 하리오.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 한 사람이 오리 밖에서 닭국을 정성껏 장만하여 기쁜 마음으로 올리매, 사랑을 억제하지 못하시어 세 번 보신 뒤에 제자에게 내려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사랑을 억제치 못함은 지극한 정성이 깃든 바를 알기 때문이요, 제자들에게 주어 먹게 함은 먼저 맛본 사람이 있어서 예에 어그러져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성대한 음식을 차려 여럿이 같이 먹을 때 먼저 먹는 사람이 있으면, 끼니를 물리도록 하심은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예법에서 둘째가 될 수 없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어떤 제자가 닭국을 만들 때 버린 다리와 머리를 집안 사람이 모르고 먼저 먹으면, 이 때문에 물리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음식을 바치려는 사람은 머리와 다리를 자르지 말고 온전한 상태로 쓰고, 머리와 다리를 잘라내더라도 먼저 먹어서는 안되는 것이 예법이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그 몸이 깨끗하지 못하거든 나를 만나지 말고, 나에게 절하지 않아야 예에 맞느니라.


4 장

을사년 봄에 대선생께서 전주 용머리 고개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일진회원들이 일본이 승리한 기세를 타서 이 나라를 뒤흔드니, 대한제국의 조정이 어찌할 수가 없어 수수방관하고 있는데, 지금 전주에 차윤홍 등이 성을 크게 에워싸고 문을 열기를 강요하니, 부중의 관리가 백성들을 모아 지키고 있어서 장차 큰 살상이 있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죽을 땅에 들어간 것을 간신히 구해주었는데 또 죽을 곳으로 쳐들어가니 또 구하리라 하시고, 설법하시고 행법하사 오가는 사람들에게 술과 밥을 주도록 명하시니, 그날로 쌍방이 좋게 화해하니라.
웃으며 말씀하시기를, 옛 사람이 산가지 하나로 능히 십만 병력을 물리쳤다 하거늘, 나는 육십 냥으로 한 관리와 화해시켰으니 내가 옛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도다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선함도 하늘이 정한 운수요, 악함도 하늘이 정한 운수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사람 사는 세상의 재미가 무엇인가. 입고 먹는 것이요, 먹고 입은 다음에 색(色)이라고 말하느니라.
그러므로 먹고 입고 짝짓는 길에 이른 다음에라야 각기 천지 기운을 받는 것이니, 거짓된 말로 세상을 그르치는 사람과 남을 속여 재물을 얻는 사람도 또한 천지기운을 받은 사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어지러움이 앞선 다음에 다스려지고, 화를 당한 뒤에 복을 받고, 악이 있은 뒤에 선이 오고, 먼저 망한 뒤에 흥하게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난리와 화와 악과 망함이 먼저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작은 어지러움이 있은 뒤에 크게 다스려지고, 작은 화가 닥친 뒤에 큰 복이 있고, 작은 악이 지난 뒤에 큰 선이 있고, 작게 망한 뒤에 크게 흥하느니라. 그러므로 어지러움과 화와 악과 망함은 잠시동안 지나갈 어지러운 운수요, 다스려짐과 복과 선과 흥함은 길이 다스려질 세상이노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걸왕의 악함도 그 때요, 당왕의 선함도 그 때라. 천도가 걸왕에게 악을 가르치고, 천도가 탕왕에게 선을 가르쳤나니, 걸왕이 망하고 탕왕이 흥함은 이윤에게 달렸느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토정의 비결에
조물주가 바둑판을 뒤집으니
징조가 극성스런 모기(탐관오리)라.
지금 조정의 칼을 타고앉은 사람(여자)이
옛날에 큰 공신이었도다.
나무의 열 여덟 아들(이씨왕조)이
남북으로 물이 흐르는 바다의 섬에서 끝나리라.
이 도탄을 면하고자 하면
석정곤 만한 것이 없도다.
돌우물을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절 논 열 마지기니라.
해(亥)와 오(午)를 이은 길이
올바른 석정곤이라.
좋은 운이 돌고도니 순박한 풍속이 변치 않네.
재물을 모음은 두렵고, 덕을 심으면 살 수 있다.
동토가 아름다우나 남쪽 나라만은 못하네 하고,

또 말하기를, 손바닥만한 땅 한 구석에서
아침 저녁 근근히 살아가고 바둑 알 같은 외로운 성에
머리 하얀 임금이라 하니 무슨 말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토정은 선생이란 말을 들을만 하도다.
주인을 만듦은 배(輩)가 두 사나이를 잃음이요
선문(煽蚊)은 글의 공이 있음이요
해마(亥馬)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이요
재물을 모음은 도가 어지러운 세상이요
덕을 심어야 삶은 진법의 시작이니라.
구자일우는 풍상을 두루 겪음이요
흑자고성은 초가집 몇 간이요
백수군왕은 동학가사의 이화도화만발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초가집에서 성인이 나오느니라.


5 장

어떤 날 대선생께서 가르침을 내리시니,
어려서 재주와 기상이 빼어나 하늘에 닿았는데
손에 쥔 용천검을 몇 년이나 갈았던고.
돌 위의 오동나무도 소리를 낼 줄 아니
소리 속의 율려는 곡조가 넉넉하도다.
입으로 전해진 삼대의 시와 문장을 배우니
글로서 영원한 도덕의 물결을 일으키도다.
어진 선비의 값으로 피폐가 이미 이루어졌거늘
가생이 무슨 일로 장사에서 원망하였으랴.
제자가 여쭈기를, 우리나라에 정감록이라는 비결이 있는데 믿을 만 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이씨 왕조에 거짓으로 조작된 것이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무학비결에
누런 뱀은 면하기 어려우니 쥐가 개를 훔치고
흰 말에 용의 울음이 쇠함을 볼 수 있으리라.
인과 묘에 일을 알수 있고,
술과 해에 사람이 많이 죽으리라.
태조의 운수는 어디 있는가.
본래는 오백 년이라.
오백 년이 지난 뒤에는
북쪽 도적이 온전히 친해지리라.
진과 사에 성인이 나오고
오와 미에 즐거움이 가득하리라.
삼전삼내고가 안에서 호응하여 삼한을 멸망시킨다.
이씨가 장군의 칼을 들고 조씨는 대부의 붓을 잡는다.


최씨가 한 칼을 도모하니 피가 삼 년 동안 흐른다.
이와같이 셋이 하나된 나그네가 능히 제압하여 그치게 하는구나.
무진과 기사에 어지러운 용이 대궐에서 일어난다.
진사에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오미에 즐거움이 당당하도다.
푸른 옷이 남쪽에서 오니 중과 비슷한데 중은 아니로다.
열 여자가 한 사내를 받들고
백 집이 한 마리 소를 아우른다.
소승이 비록 못났으나
소승의 말을 고치지 말라 하였으니
, 이 말을 믿을 만 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무학의 말이 명명백백 하도다. 지금은 사람도 이름없는 사람이 길운을 받고, 땅도 이름없는 땅에 운수가 돌아오노라 하시니라.
을사년 여름 오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태인 산 위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니, 법도가 똑바르고 절차가 고요하고 바르니라.
여러 제자에게 명령하시기를, 말 한 마디 움직임 하나를 함부로 하거나 망령되이 말고 삼가 기다리라.
잠시 있다가 하늘로부터 소리가 들리는데, 큰 군대가 둘러싸고 행진하고 무수한 말이 방울을 울리는 소리라. 오랫동안 칙령을 내리셨으나, 이 공사를 가르쳐 주지 않으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공사가 끝나자마자 성 안이 시끄러우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여러 신명이 돌아가면서 불의(不義)를 벌함이니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사람을 시켜 탐문하니, 성 안에 아주 의리없는 사람이 있어 젊은 사람들이 이날 밤에 떼지어 몰려와 집을 뒤엎고 가구를 때려부수고, 그 부부는 맞아서 피가 흐른지라.
이와같이 복명하니 그들을 불러 깨우쳐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화와 복이 자기로부터 비롯하고 남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예전의 잘못을 뉘우쳐 고치면 앞길이 열리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어떤 사람이 있어 우리 일행의 덕으로 가계가 넉넉해졌거늘, 요즘 들어 우리들의 경비가 모자라는 것을 보고 냉대하기가 얼음처럼 차가워 그 소행이 금수에 가까우므로, 벌을 내려 다스리려 하였사온데 크게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나는 길에 덕을 흘리는 것이 옳으냐, 화를 남기는 것이 옳으냐 하며 노하시더니, 공사보시던 밤에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그 집이 뒤집어져서 사람과 가축이 많이 다치고, 뒤에 세 번 고쳐 세우려 하나 세 번 뒤집어져서 어찌할 수가 없더니, 하루는 어떤 목수가 자청하여 와서 신묘한 기술로 한나절만에 다른 사람들의 한 달 공사를 하여 집을 다 짓고 품삯도 받지 않으므로, 보는 사람이 모두 신명이 도운 것이라고 말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정상(情狀)을 불쌍히 여겨 신명을 명하여 그리 하였노라.
또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하룻밤 사이에 집 삼십육만 채를 짓나니, 선경세상의 집이 아주크고 아름다우며 금으로 단장하고 봉황을 새겨 찬란하게 빛나는데, 또한 삽시간에 지어 너희들이 살게 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하늘을 끌어내려 낮게 만드나니, 사람과 신명들로 하여금 오르내리기에 편리하게 하려함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공덕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는 집이 등급이 있나니, 황금으로 신발을 만들고 문고리도 금으로 만드느니라. 아랫사람으로서 윗자리에 앉으면 신명이 쇠로만든 채찍으로 몰아내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험담하면 그 자리에서 입이 비뚤어지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내 밑에 있지 않고서는 눈 먼 신명 하나도 부리지 못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고부, 정읍, 태인, 부안, 김제와 전주, 순창, 익산, 옥구, 함열로 도성을 삼으리니, 주(周)나라 문왕과 무왕의 도성보다 일곱 배나 커서 살기가 좋으리라.
말씀하시기를, 부적 하나로 산 하나를 옮기리니, 나의 세상에 서해를 간척하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지내는 (도성의) 북문이 전주에 서노라.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금산사에 사람들이 산과 바다를 이루리라.


6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예날에 한 농부가 있어 봄부터 도랑을 파서 먼곳의 물을 끌어오려 하거늘 온 마을 사람들이 비웃으며 말하기를, 금년은 비가 넉넉하거늘 쓸데없이 애써 힘을 들인다 하되 모른체 하고 계속하더니, 농사지을 때가 되어 날씨가 크게 가무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농사를 못짓게되고, 그 농부는 힘을 조금 더 들여서 물을 얻어 대니 그해 농사가 크게 풍년이 들었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옛날에 명나라에 온적이 있노라.
말씀하시기를, 소나무와 대나무가 사계절에 한결같이 푸르니, 이는 철모르는 것들이니라.
하루는 동곡에 계시더니 행법하시고 말씀하시기를, 곽면우의 헛된 이름이 세상에 들리니, 그것을 없애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주무실 때에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함부로 아뢰지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잠잘 때에 명령할 일이 있으면 나는 인간세상에 있지 않느니라.
말씀하시기를, 하늘에서 큰 눈을 내리거든 천상에 큰 공사가 있는 줄 알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뒷날 와서 묻는 사람이 있거든 보고 들은 바를 그 사람에게 알리라. 실행하고 안하고는 그 사람에게 달렸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남에게서 일 하나 이치 하나라도 배우는 바가 있으면 선생이 되노라.
말씀하시기를, 공부를 잘 해 두라. 수도하지 않고 때만 기다리면, 도가 이루어질 때 뼈마디가 물러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사람들이 가래를 도로 삼키면 놀라사 크게 꾸짖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불덩이를 삼켜내리니 놀라고 꾸짖지 않을 수 있겠느냐. 가래는 마음에 구름이 끼어 하늘을 가린 것 같으니라. 나의 도 아래에서 공부를 잘한 사람은 몸 안의 담이 모두 빠지느니라 하시니라.
을사년 가을 칠월에 부안 개암사에 계시며 행법하시고, 손가락 끝에 물을 묻혀 석교를 가리키시니 문득 검은 구름이 먹물처럼 뒤덮이고 뇌우가 크게 일어나, 물이 제멋대로 넘쳐흘러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이 물바다가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하고자 하면 천하를 물바다로 만드는 것이 한 순간의 일이요, 온 인류를 죽이고 살리는 일이 한 순간의 일이니라.
원일이 아뢰기를, 세상에 윤리와 기강은 서로 어긋나고 이익을 탐내어 서로 다투니, 선은 흥하고 악은 망하여 선경세계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루가 영원한 세월 같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대운이 도수가 있고 사람의 대업이 기회가 있나니, 도수를 어기고 기회를 거슬러 일을 지으면 불쌍한 백성들이 살아나지 못하노라. 그러므로 제생의세는 성인의 업이요, 재민혁세는 웅패의 술이니라.
원일이 아뢰기를, 세상에 저희 제자들을 비웃고 헐뜯는 사람들이 많사오니, 벌주어 다스리소서.
말씀하시기를, 아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나니,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죽고 너 혼자 살면 네 마음이 기쁘겠느냐. 대인을 배우는 사람은 살리기에 힘써서 남을 자기처럼 보고, 백성을 아픈데처럼 보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좋은 세상이 멀지 않거늘, 마음 닦기가 바쁘도다.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면 마음에 도타움이 있고, 때를 기다리는 마음이 느슨하면 마음에 도타움이 없노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을사년 가을에 고부 입석리에 계시면서 각기병을 비롯한 여러 병을 달포 가까이 앓으시니 어째서입니까 하거늘, 밝혀 가르치지 않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덕을 잘 닦으면 천지와 같이 어질어 지느니라.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아들이 아비에게 버릇없는 말로 대드는 것을 보시고 걸음을 멈추시니, 당장에 그 사내가 호흡을 통하지 못하고 사경에 이르러 괴로이 부르짖으니라.
그를 구해주시고 물으시기를, 네 마음이 괴로우냐?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다 죽었다가 간신히 살아나니 그런 고생이 없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네가 아버지에게 대드니 아버지의 마음이 어찌 이정도이리요. 네가 고생한 것과 비교하여, 어느 쪽이 무거울 지 미루어 생각하라.
그 사람이 엎드려 죄를 빌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 맹서하니 말씀하시기를, 효는 모든 복의 근원이요, 모든 행실의 뿌리니라 하시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걸음을 멈추심에 호흡을 통하지 못하다가 걸음을 옮기심에 바로 터지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부모가 없으면 태어남이 없고 효도가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느니라.
어느날 시골 아낙이 아이에게 흉악하게 욕하는 것을 들으시고 말씀하시되, 아이를 키우는데 스스로 축원하는 것이 이같으니,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제자가 아뢰기를, 선천에 교화가 백성에게까지 미치지 못하여 말버릇이 습성이 되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말에 이같이 덕이 박하니 어떤 복이 찾아오리요.
제자가 아뢰기를, 지방에 도적들이 제멋대로 다녀 백성들의 마음이 불안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도적들이 날뛰는 것은 먹을 것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니라. 공연히 남이 재물을 욕심내어 다른 사람을 해치고 자기도 죽게되나니, 그 힘을 농사에 옮겨주어 복을 지으며 밥을 얻게 하여야 하리라 하시고 길에다 침을 뱉으시니, 도적들의 출몰이 없어지고 백성들이 편안함을 얻게되니라.
고부 사람 황응종과 남원 사람 김광찬과 그 밖에 여러 사람이 차례료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7 장

을사년 가을 팔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회선동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니,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나란히 앉아 마음을 바로하고 언행을 삼가니라.
칙령을 내리시니,
운수는 어느 먼 선의 무거운 돌을 옮기듯 오고
등뼈는 가을을 맞은 큰 나무처럼 화장을 하였도다.
제자들이 명을받아 선생문명이 아닐런가 라고 심고하고 받으니라.
칙령을 내리시니,
서릿발같은 마음은 하늘뜨락의 해맑은 국화꽃이요
돌같은 뼈대는 잎지고 파리한 가을 청산이로다.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선령문명이 아닐런가 라고 심고하고 받으니라.
칙령을 내리시니,
천 리 먼 물길을 외로운 노질로 지내니
모든 나라에 봄기운이 광주리 가득히 뚜렷하구나.
제자들이 명을 받고 선왕문명이 아닐런가 라고 심고하고 받으니라.
칙령을 내리시니,
때는 봄비에 꽃피는 삼월이요,
풍류의 주문이 백년의 티끌을 씻어내는구나.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선생선령선왕합덕문명이 아닐런가 라고 심고하고 받으니라.
칙령을 내리시니,
험난한 세월을 겪어오니 누가 나를 알리오,
넓은 바다에 떠도는 내 얼굴을 보노라.
마을 마다 정을 몰고다니며 산과 강으로 벗을 삼고
집집마다 덕을 받들며 해와 달을 아내 삼노라.
제자들이 명을 받아 우리의 득의지추가 아닌가 심고하고 받으니라.
하루는 가르침을 내리시니,
대인이 나라를 돕고 몸을 바로 잡으니
더러운 하늘을 갈고닦아 새 기운을 돌리도다.
깊은 경계(警戒)와 한을 남기고 성스러운 뜻을 마치니
천하의 마음이 한 칼로 가름에 있도다.
말씀하시기를, 이는 민영환의 만장이니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민영환이 대한제국의 벼슬높은 신하로 지금 직책이 시종무관장이라서 세도가 혁혁하거늘, 어찌 만장을 내리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시세를 보건대 일도분재만방심으로 세상 운수를 알리라.
을사년 가을에 함열 회선동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사 오대에 걸쳐 벼슬한 사람이 없으니 선령은 살아서는 유학으로 죽어서는 학생으로 불리며, 이 삼십세에도 이름을 내지 못하니 자손은 안에서는 서방이요 밖에서는 석사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이와 같으니라.
제자들 가운데 대한제국의 조정으로부터 하챦은 벼슬자리라도 교지(임명장)를 받은 사람이 있으면, 그 종이를 불태워 없애라 하시고 행세하는 것을 엄중히 금하시며 말씀하시기를, 한 몸으로 두 가지 일을 하면 몸이 두쪽이 나느니라 하시니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행차하시려 하는데 눈길이 진흙 길이 되어 한 발짝도 떼기 어렵고, 여러 백성이 걱정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치도신장에게 칙령하리라 하시고 칙령을 내리시니, 임금이 함라산 아래에 있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칙령을 내리시매 찬바람이 크게 일어나 진 길이 바로 굳어지고, 사람들이 신을 바꾸어 신고 다니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 명이 있으면 신명이 집행하거늘 안될 일이 무엇이리오.
가르침을 내리시니, 만약 한 신하가 있어 단단(斷斷)하고 다른 재주가 없으나, 그 마음이 크고 너그러워 그 무리들을 잘 포용하고, 남이 재주 가진 것을 내가 재주 가진 듯 여기며, 남의 뛰어나고 현철(賢哲)함을 마음으로부터 좋아하기가 자기가 한 말처럼 여길 뿐만 아니라 참으로 용납한다면, 능히 내 자손과 백성들을 보존할 수 있으리니 더더욱 이익됨이 있으리로다.
(만약 한 신하가 있어) 남이 재주있는 것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남의 뛰어나고 현철함을 어기어 흘겨보며 서로 사귀지 않고 참으로 용납하지 못한다면, 내 자손과 백성들을 보존할 수 없으리니 또한 위태로울 뿐이로다.
말씀하시기를, 나라의 흥망이 이 두 마음에 달렸고, 사람의 선악이 이 두 마음에 달려있고, 신하의 충성스럽고 반역함이 또한 이 두 마음에 있노라.
어느날 어떤 사람이 어머니의 장사를 지내거늘, 땅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곳에 장사지내라 하시나, 그 사람이 따르지 아니하는지라. 말씀하시기를, 그림 속의 용만 천 년 동안 보더니, 참 용이 이름을 모르는도다 하시니라.


8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천하에 대병이 나와서 인간 세상이 거의 전멸하노라. 너희들은 의통을 닦으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조상이 백이면 한 자손이 산다는 말이 있고, 전쟁도 아니고 기근(饑饉)도 아닌데 길거리에 시체를 쌓는다는 말이 있고, 병(病)이 만이요 기근이 천이요 전쟁이 백이라는 말이 있으니, 이를 이르시는 말씀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의 악업제수가 천하의 병을 띄워내어 괴질이 되노라. 봄여름에는 병이 없다가, 봄여름의 빌미가 철이 바뀌는 가을에 들어 병세가 갑자기 일어나나니, 천지의 대운으로 볼 때 지금이 가을철이니라.
천지의 일원에서 가을 운수가 닥치매, 선천에 모인 빌미로 인해 가을 운수에 대병이 크게 일어나고, 선천에 모인 악이 천하의 대란(大亂)을 띄워 내나니, 대란이 일어날 때 대병이 크게 일어나 온 세상을 엄습하면 피할 방도가 없고, 약 쓸 수가 없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병겁이 이와같으면 천하에 약이 없습니까?
말씀하시기를, 약 가진 사람이 먼저 죽으리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서양 의학은 무용지물이 되리라. 그러나 하늘이 모조리 죽여버리는 법은 없나니, 그러므로 하늘의 신선과 불타와 성현의 신명이 내가 세상에 내려와서 병들어 죽을 모든 인류를 구원하고 영원한 선경을 열기를 원하였나니, 나를 따르는 사람은 사노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의 모든 사람이 도를 받들면 대병이 온다고 하여도 무엇을 근심하겠읍니까?
말씀하시기를, 도를 받들기가 매우 어려우니 부자와 힘있고 권세있고 교만한 사람에게 알려주면 도리어 모욕을 당하고, 가난하고 약하고 병들고 고생하는 사람은 권하면 따르나니, 삼생의 연이 있어야 받드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를 따르는 사람은 병이 함부로 덤벼들지 않나니, 잘못 들어오는 일이 있더라도 태을주를 세 번만 읽으면 병이 스스로 물러나고, 익을 틈조차 없거든 나를 세 번 부르라. 병이 스스로 물러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병이 도를 받드는 사람에게 함부로 덤벼들지 않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호역신장이 하늘의 명을 받고 세상에 오므로, 감히 잘못 덤비지 못하노라. 내가 이 나라의 삼재팔난 중에 큰 것들은 모두 없애고, 오직 병겁만 남겨두는 것은 너희들로 하여금 이로써 덕을 천하에 펴고 인류를 널리 건지게 하려 함이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병이 오면 너희들이 천하창생을 구하노니 천하의 억조중생이 모두 너희들에게 보은하고, 천하의 무수한 백성들이 모두 너희가 가르치는 도를 받들 것이요, 천하의 모든 인류가 모두 너희에게 돌아와 마음을 합하리니, 천지대도가 그 과정에 있고 만세의 영약이 그 가운데서 이루어지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병이 오면 따로 처방하는 길이 있어 명령대로 만들어 기다리나니, 때가 오면 천하에 쓰이리라.
말씀하시기를, 서양에 날아 다니는 기계가 있어 흉기를 싣고 다니며 재앙을 퍼붓다가, 이 때가 닥치면 꽃으로 바꾸어 꾸미고 너희들을 모셔가서, 한 길 짜리 상에다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예쁘게 춤추며 아름다운 음악을 번갈아 연주하여 만백성이 반겨 맞이하리니, 너희들이 그때 누리게될 영화와 즐거움이 오늘 내 눈에 선연히 보이노라.
말씀하시기를, 병이 오면 송장 냄새가 코를 찔러서, 비위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밥 한 술을 뜨지 못하리라. 또 병이 오면 너희들은 그들을 구하려고 하루에 짚신 세 켤레를 갈아신고, 쉴 틈이 없노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병이 와서 제자들이 쉴새없이 바삐 오고가며, 송장냄새가 코를 찔러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하다면, 저희같이 못난 사람들이어떻게 일을 감당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이때가 되면 내가 너희들의 몸에 큰 도통과 큰 힘을 주어서, 일을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게 하리라 하시니라.


9 장

제자가 여쭈기를, 대병이 인간 세상을 엄습하면 어떤 나라에 먼저 닥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맨 처음 일어나는 곳이 조선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병이 어째서 이 나라에 먼저 일어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병을 고치는 방도가 조선에 있노라.
제자가 또 여쭈기를, 대병이 이 나라에서 어떤 도에 먼저 일어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호남에서 먼저 시작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병이 어찌하여 호남에서 먼저 일어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병을 고치는 길이 호남에 있음이니라.
제자가 다시 여쭈기를, 대병이 호남에서도 어떤 군에서 먼저 일어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정읍 군창 나주에서 먼저 일어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병이 어째서 호남의 세 군에서 먼저 일어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나주는 망하는 운이요, 군창은 어복이요, 정읍은 구세천명이 이 곳에서 때를 기다리노라.
제자가 다시 여쭈기를, 세상에 십이제국이 조선에 조공을 바친다는 말이 있으니, 정읍을 이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말씀하시기를, 대도 아래에서 도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있어 여러 사람이 죽는 일이 있으리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어린 아이가 우물에 떨어지는 것을 모르니, 열에 아홉 집안이 모두 죽음을 당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병이 오면 이 나라에서 어떤 도가 가장 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서북(평안도)이 가장 심하고, 중앙과 동쪽이 그 다음이고, 호남이 많이 사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에 발이 있어도 광주와 나주 땅을 밟지 말라는 말이 있으니 어떻습니까?
말씀하시기를, 광주와 나주 땅은 이미 망하는 운수가 들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서리 내릴 때 괴질이 두려우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옛부터 괴질이 서리를 만나면 그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이번에 오는 대병은 서리 내릴 때가 두려우니라.
어느날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진묵대사가 모악산 대원사에 있을 적에 무량암에서 도통하니, 본래 타고난 자질이 재주가 남보다 뛰어나고 도술이 능통하더니, 하루는 당시 유학의 대가인 김봉곡을 방문하여 주자의 성리대전 팔십 권을 빌려달라고 하였는데, 봉곡이 대사의 재주를 시기하여 후회하고 돌려 받으려 할 것을 알고 돌아오는 길에 읽어보고 한 권씩 땅에다 떨어뜨리고 갔더니, 봉곡의 하인이 곧 뒤따라 찾으러 오다가 버린 책들을 주워서 절 문 앞에 와서 줍기를 끝내고 복명하니, 봉곡이 의심하고 그 뒤에 진묵대사를 만나 책을 버린 것을 책망하고 책을 다 읽고 내용을 알았는지를 물었더니, 대사가 말하기를 찾으러 올 것을 미리 알고 힘들이지 말고 가져가라고 버린 것이요, 자세히 읽어서 내용을 다 알았으니 지금도 기억할 수 있노라 하였답니다.
봉곡이 믿지 아니하고 시험함에 대답이 물흐르 듯하여 전질을 외워내니, 봉곡이 시기하여 진묵대사가 불교에 능통한데다가 다시 유교까지 깨치면 그 능력을 누구 당할 수 있으리오 하여, 어질지 못한 마음을 품었답니다.
하루는 진묵대사가 팔만대장경을 보고자 하여 절의 중에게 말하기를, 내가 이제 천축에 들어갈 것인데 몸으로 다녀오기가 불편하여 몸을 절에다가 두고 갈 것이니, 갔다 올 동안에 잘 지켜서 남이 해치지 못하게 하라고 하였답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이 새어나가므로, 봉곡이 알게되어 절의 중을 윽박질러 그 몸을 태웠다고 합니다.
대사가 돌아와보니 들어갈 몸이 없으므로 원한을 품고 공중에서 봉곡을 불러 이르기를, 그대의 마음 씀씀이가 이러하거늘 어찌 자손이 영화롭기를 바라겠느냐? 그대의 자손들은 대대로 호미를 면치 못하리라 하였답니다.
그 뒤에 과연 그 말처럼 되어 수백 년 동안 봉곡의 후손에 벼슬한 사람이 없으니, 듣는 사람들이 이상히 여긴다고 합니다.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한때의 잘못으로 백 대의 자손에게까지 화를 끼치노니, 마음 쓰는 법을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하시니라.


10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동곡에 계시더니, 어떤 여자가 죽은 사람을 등에업고 와서 그 앞에 엎드려 애절한 소리로 슬피우니, 산천초목이 빛을 잃는 듯하여 듣는 사람이 모두 눈물흘리니, 죽은지 여러 날이 지났더라. 말씀하시기를,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날 수 없노라.
그 여자가 통곡하며 말하기를, 죽은 아이는 독자라, 되살릴 수 없다면 저도또한 따라 죽으리니 저희 모자의 가련한 처지를 불쌍히 여기소서. 말소리가 하늘에 닿는 듯하여 슬프고 불쌍하니라.
불쌍한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시더니 목소리를 높이사 말씀하시기를, 미수야. 우암을 잡아오라 하시니,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죽은 아이가 되살아나니라.
그 여자가 기뻐 날뛰면서 미친 듯 취한 듯 말하기를, 하느님. 하느님이시여. 천지같이 크나큰 은혜가 끝없는 하늘과 같사옵니다 하더라.
말씀하시기를, 죽은 이가 다행히 살아나니 잘 가르쳐서 어진 사람이 되게하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미수더러 우암을 잡아오라 하자 죽은 아이가 되살아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우암이 정읍에서 죽었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큰 병이 걸린 사람이 사경에 이르러 살려주시기를 애원하니 그 모습이 매우 불쌍하더라.
그 모습을 보시고 불쌍히여겨 차마 거절하지 못하시고 가르침을 내리시니,
천하에 팔자의 슬픈 노래가 전해오니
세상에 봄비같은 눈물이 흐르는구나.
해바라기 세밀한 믿음으로 임금을 모실만 하나,
물에 뜬 부평초 밟으며 울음을 삼키는구나.
한 해의 달은 가을 임술월에 밝고
만 리 구름속에 태을궁은 희미하도다.
두 나그네의 맑은 피리소리에 이무기가 춤추면
지난 겁의 삼국 티끌에 까마귀가 나는구나.
형렬이 명을 받들어 한 번 읽으니, 그 병이 나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를 시켜 시를 읽게 하시매 무거운 병이 바로 나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이 시의 좋고 나쁨을 세상이 모두 알게 되리라.
하루는 원평을 지나시더니 길 옆에 온 몸이 짓무른 문둥병자가 있어서, 더러운 모습이 차마 보지 못할 지경이더라. 대선생께서 지나가시는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울며 호소하기를, 이번 생에 죄지은 것이 없으니 전생의 무거운 죄를 씻어주소서. 만약 죄가 용서받지 못하도록 무거울진대 차라리 죽음을 내려주소서 하고 말하며 뒤이어 통곡하니, 보는 사람마다 얼굴빛이 변하며 눈물을 흘리니라.
잠시동안 슬피 바라보시더니 불러오라 하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를 구해 주리니 여기 앉으라. 제자들이 명령을 받아 길 위에서 그 사람을 둘러싸고 앉으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대학지도는 작신민이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눈을 감고 연이어서 읽으라. 제자들이 명령을 받들어 읽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말씀하시기를, 이제 되었으니 그만 읽고 눈을 뜨라 하시니라.
말씀이 떨어지자 처음보는 딴 사람이 가운데에 있거늘 깜짝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고, 병자는 펄펄뛰면서 미친 듯 기뻐서 춤추며 노래하며 말하기를, 하느님. 하느님이시여. 저의 큰 죄를 없애주시고 저에게 새 세상을 주셨나이다 하니라.
보던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하느님의 권능이 아니라면 어찌 이럴 수 있으리오 하더라.
말씀하시기를, 너는 북쪽으로 십리를 가라. 살 길이 있으리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문둥병을 천형이라 하여 세상에 고치는 방법이 없거늘, 책을 읽게하여 바로 딴 사람을 만드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도는 천하의 대학이니 장차 천하의 모든 사람을 새사람으로 만드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어떤 앉은뱅이가 있어 들것에 실려와 애원하기를, 전생에 죄가 많아 나면서부터 앉은뱅이가 되었사온데, 살자하니 평생이 서럽고 죽자하니 인생이 비참하오니, 몹쓸사람의 사정을 하느님께서나 밝게 살피실 뿐 사람은 모르옵나니, 재생의 은혜를 드리우소서 하며,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니 불쌍하고 가여운 모습을 차마 볼수 없더라.
불쌍히 여기시며 말을 들으시고 주문을 내려주시니, 예고신 예팽신 석란신 동서남북중앙신장 조화조화 운오명령훔 이더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한 번 읽으니, 병자가 그 자리에서 다리를 펴고 뜰에서 걸어다니니 보통 사람과 다름없는지라. 병자가 미친 듯이 기뻐 엎어지고 자빠지며 뜰앞을 마구 달리면서 말하기를, 하느님께서 세상에 내려오심이 아니라면 어찌 이럴 수 있으리오 하며 울음을 삼키며 사례할 바를 모르니,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착한 일에 힘쓰는 것이 나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하시니라.
하루는 서울 황매에 계시더니, 한 눈 먼 사람이 있어 부부가 함께와 정상을슬피 아뢰며 정성을 다해 소원을 여쭈니, 보는 사람마다 마음이 움직여 모두 눈물을 머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그대도 또한 해와 달의 밝음을 볼 수 있으리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그 맹인이 눈이 밝아져서, 눈앞에 천지가 밝게 드러나고 모든 모습이 뚜렷이 보이거늘 기뻐서 정신을 못차리고 말하기를, 꿈인가 생시인가 하더라.
이 소문이 널리 퍼져 찾아오는 사람이 성을 이루더니, 모두가 말하기를 하느님이 세상에 내려오시니 세상 형편이 앞으로 새로워지리라 하더라.
하루는 길을 가시더니 한 곱사등이가 있어 스스로 신세를 한탄하며 말하기를, 재산도 없고 먹을것도 없는 몸이 가족도 없이 병만 있어 하루를 애쓰지 않으면 그 날을 살기도 어려우니, 하느님이 내 팔자를 어찌 이리도 기구하게 내리셨는가. 원망하는 듯 노래하는 듯, 울음을 삼키며 말하는 것이 불쌍하니라.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어찌 그대 한 사람만을 미워하여 이런 재앙을 내렸으리오 하시고, 등뼈의 불룩한 곳을 향해 지팡이로 연이어 때리시니 천천히 펴지면서 곧바로 성한 사람이 되니라.
보는 사람으로써 놀라지 않는 이가 없고, 병자는 앞마당에서 어지러이 춤추며 말하기를, 하느님이 세상에 내려오시어 나에게 하늘같은 은혜를 드리우시고, 나에게 재생의 영광을 주시도다 하니라.

 

 

 

<천지개벽경 6장>

1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지금 행하는 제사의 범절은 묵은 하늘이 잘못 지은 것이니, 진법이 나오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제자들 중에서 조상의 제삿날을 당하여 제수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앉으신 곳으로 가져오라 하시어 여러 제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시며 함께 드시고 말씀하시기를 오늘 너의 제사가 잘 되었다고 하시니, 조상과 자손은 은의(은혜(恩惠)와 덕의(德義). 조상이 은혜를 베풀었으니, 자손은 도덕적으로 조상을 받들 의무가 있다는 뜻)가 있는 바이온데, 한 해에 한 번 있는 제사에 술도 올리지 못하고 절도 올리지 못하오니, 자손된 마음에서는 빠진 듯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옳도다. 은혜는 부모에게서 생겨나 덕이 천지와 합하노라. 때가 와서 너희가 부모를 위해 치성을 마련하면, 내가 위에 자리하여 너희의 부모가 나를 모시는 영광을 즐기게 하고 너희들이 나에게 깨끗한 술을 바치고 공경히 절을 올리면, 너희 부모의 영화롭고 행복함과 너희 마음의 기쁘고 즐거움이 말로 할 수 없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불로불사하고 선조들이 같은 상에 앉아 즐긴다면, 사람들의 영화롭고 행복함이 이에서 더할 것이 어찌 있사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그러므로 선경 세상이니라. 나의 세상에 천하가 한 집안이 되고 만 백성이 한 가족이 되노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에 제사 음식을 차리는 법이 차례가 있으니 어떠합니까?
말씀하시기를, 묵은 하늘이 잘못 지은 것이니라. 나의 세상에는 치성에 올리는 모든 음식이 정성들여 만들면 좋고, 깨끗하고 공경스러우면 좋고, 맛이 좋으면 좋나니, 차리는 순서는 없느니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에 사람이 죽으면, 죽은 이를 보내는 예법이 울음으로 보내니 어떠합니까?
말씀하시기를, 죽음에 슬픔이 있으면 울음으로 보내는 것이 옳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경 세상에 사람이 천 살이 되어 하늘로 돌아가면 어찌합니까?
말씀하시기를, 노래로 보내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은 울음으로 보내고 후천은 노래로 보내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죽음도 없고 슬픔도 없는데 울 일이 어디 있으리오. 선천은 천지의 운수가 사람에 있고, 후천은 천지의 운수가 신명에게 있노라. 나의 세상에 너희들은 불로불사하여, 하늘에 올라서는 내 조정에서 천국의 영화를 즐기고, 땅에 내려가서는 자손을 거느려 길이 선경을 누리리니, 즐거움은 넘치려니와 슬픔은 있을 수 없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상인(喪人)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상복은 거지 죽은 귀신이 만든것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유교에서 만든 바는 이와 다릅니까?
말씀하시기를, 너무 더러우니 나의 세상에는 이 옷이 없애노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상인(喪人)에게 절하지 않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윤리에 따라 절하지 않을 수 없으면 어떻게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하지 말아야 할 절을 합니다 라고 심고하고 절하라. 나의 세상에는 흉한 일이 없고, 흉한 상(喪)이 없느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듣고서도 실행하지 않으면, 듣지 않은 것만 못하니라.
병오년 봄 정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동곡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사, 제자들이 명에 따라 밤낮으로 말을 하지않고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절차가 아주 엄숙하니라. 낮부터 밤까지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셨는데, 이 공사를 알려주시지 않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먼저 망한 뒤에 흥하고, 죽을 지경에 든 뒤에 삶을 얻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에는 보통 공사에 여자를 꺼리거늘, 어쩌다 천지공사를 보실 때 여자를 데려오라 하사 옆에 두시고 오랫동안 칙령을 내리시어, 일이 끝난 뒤에 돈을 주어 보내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음만 있거나 양만 있으면 화육이 되지 않느니라. 후천은 곤의 도요, 음양이 합덕하는 운수니라 하시니라.


2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동곡에 계시더니 밤이 삼경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 모두 잠을 자라.
제자들이 명령에 따라 모두 옷을 벗고 깊이 잠드니라.
사경이 되어 갑자기 깜짝 놀라시며 바삐 명령하시기를, 빨리빨리 밥을 지으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밥을 짓게 하는데, 겨우 불을 붙이자 바삐 명령을 내리시기를 빨리빨리 밥을 지어 가져오라 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뜸이 덜 들어서 아직 덜 익었나이다.
깜짝놀라는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큰 화가 닥쳐서 급하기가 불난 듯 하거늘, 어찌 밥이 되기를 기다리겠느냐.
제자가 명에따라 생쌀을 올리니 몇숟갈 뜨시다가 놀라 어쩔 줄 모르시더니 떨리는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일본군이 문앞에 잡으러 왔으니 모두 도망쳐 살아나도록 하라. 그지없이 당황해 하시며 제일 먼저 도망을 치시니라.
제자들이 넋이 나가서 그 뒤를 따르며 애원하여 아뢰기를, 살아날 길을 알려 주시옵소서.
음성을 떠시며 바삐 말씀하시기를, 나도 살아날 틈이 없거늘, 어느 짬에 너희까지 살려주겠느냐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천하의 형세가 일본이 세력을 얻어 대한제국이 장차 넘어갈 태세라, 나라안에 여론이 끓어 올라 뜻있는 선비는 의거를 일으키고 불의한 사람은 도적이 되니, 일본군이 위세를 보이려고 사람을 죽이는데 마치 풀을 베듯 하여 형세가 달걀을 쌓아놓은 듯 하고 험준한 산과 같이 위태롭거늘, 이 때를 당하여 이 곳에 일본군이 잡으러 오는 것을 미리 아시면서도 때가 다되어서야 재촉하사, 여러 제자들이 혼백이 떨어져나가는 위기에서 머리카락 한 올 사이로 간신히 목숨을 구하게 하시매, 그 군대가 헛되이 돌아가니 어째서입니까?
흡족히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하나는 너희들의 믿음을 시험함이요, 또 하나는 너희들이 조심하도록 가르침이니라. 천하의 군대가 다 몰려와도 내가 막아낼 것이요, 천하 사람이 모두 위험에 빠져도 내가 구해내리니, 내가 어찌 두려워서 피했겠느냐.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먼 훗날을 생각하고 뜻밖의 일을 대비하여, 편안한 가운데에서도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위태로울 때에는 편안하도록 하여 경계하고 반성해야 하느니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처세에는 부드러움을 귀히 여기나니 굳세고 강한 것은 화의 밑바탕이니라. 말은 항상 더듬듯 하려하고, 일에 임해서는 바보같이 하라. 급할 때일수록 느긋하게 생각하고, 편안할 때에 위험을 잊지말라. 평생 동안 이 계책을 따른다면, 진실로 좋은 남자라 하리라.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준비를 하면 근심이 없고, 준비가 없으면 근심이 생기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에게 명령하여 말씀하시기를, 오늘 밤에 일본군이 갑자기 쳐들어올지도 모르니 너는 길 옆에서 잘 지키면서 밤을 새우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밤새도록 서서 지켰더니 끝내 아무 흔적이 없으므로 날이 밝아 복명하니 기뻐하시며 은근히 위로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뜻밖의 적을 생각하야 하나니 마음놓고 게으름을 피우면 적에게 지게 되노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깨어지고 무너진 다음에는 한신과 같은 병법의 신선이라도 어찌할 수 없고, 손 쓸 수 없는 곳에서는 제갈량 같은 묘한 꾀로도 풀어낼 수 없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호소신(웃음을 좋아하는 신명)이 와서 공사에 참여하리니, 너희들은 웃음을 삼가라. 만약 잘못 웃으면 그 신명이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저번에 어떤 사람이 대한조정의 궁중에서 궁궐의 토지를 맡아보는 벼슬을 살다가 거두어놓은 곡식을 써버리고, 궁궐에서 불같은 독촉을 당하여 죽음이 눈앞에 닥쳤으므로 살려달라고 애원하니, 정상을 불쌍히 여겨 말씀하시기를 너를 구해 주리라 하시더니, 그 바로 뒤에 궁토와 궁감의 제도가 바뀌어 없어지고 궁감들이 포탈한 것을 모두 탕감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라가 망하는데 궁궐의 땅이 어디 있느냐? 궁감들이 축낸 사람이 어찌 그 한사람 뿐이리오. 내가 명령한 것이라 하시니라.


3 장

병오년 이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익산 만중리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말씀하시기를, 크도다. 땅이 크고 넓거늘 땅이 동서로 나뉘어 여러 나라가 각기 땅을 차지하고 막아 지켜니, 언어와 문자와 습속이 같지 않아서 제 나라만 제일이라하고, 제 민족만 옳다고 하여 옳으니 그르니하며 서로 싸우고 힘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집어삼키니, 천하를 한 집으로 삼고 만백성을 자식이 되어 천지부모는 위에서 아껴주시고 억조자녀는 아래에서 화락하기를 어떻게 기약하리오.
나는 대동세계를 만들어 천하의 산하대운을 하나로 되돌려 거느리나니, 나의 세상에는 지역의 구분이 없고 인종의 차이가 없으며, 말이 서로 다르지 않고 글자가 나뉘어지지 않으며, 습속이 어긋나지 않아서 힘으로 다투지 않고 서로 살리는 즐거움만 있을 뿐이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사 중옷을 만들어 벽 위에 걸도록 명령하시고, 이fp 동안 방에 불때지 않으시고 사명당을 외우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밧줄을 풀고 배를 띄우리니, 닻을 올리노라. 제자들이 명으로 중옷을 태우고 법을 행하니라.
곧바로 맑은 하늘이 큰 천둥을 일으켜 천둥소리가 기적소리 같고, 석탄 연기같은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집이 흔들려 흡사 바다에 뜬 배가 폭풍을 만난 듯 하니라. 그 집의 모든 식구들은 모두 방 안에서 기절하여 넘어져 정신을 잃고, 여러 제자는 문 밖에서 기절해 넘어져 정신을 잃으니 갑칠은 숨을 쉬지 못하여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니라.
행법하신지 조금 지나서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시니, 가장 먼저 갑칠이 정신을 차리니라. 갑칠이 명에 따라 행법하여 모든 사람을 구하니, 한 사람은 폐병으로 죽기만 기다리더니 완전히 나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어찌 이다지도 크나이까 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육정육갑을 쓰면 목숨을 건지기 어려우리니, 천지의 대도를 잘 닦으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에 천하의 여러 나라들이 인종이 같지않고 습속이 서로 다르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땅 기운이 통일되지 않았느니라. 이제 사명당을 큰 바탕으로 삼아서 천하의 산하대운을 아울러 하나로 돌이키면 이런 차이가 없어지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사명당의 큰 운수를 듣고 싶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순창에 회문산 오선위기가 있으니 그 하나요, 태인 배례밭에 군신봉조가 있으니 또 하나요, 장성 손룡에 선녀직금이 있으니 다른 하나요, 무안 승달산에 호승예불이 있으니 마지막 하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하의 산하대운이 통일되면 어떤 산이 으뜸이 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전주 모악산이 천하의 어머니 산이 되어 으뜸산이 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하의 산에 어머니 산이 있으면 아버지 산도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순창 회문산이 천하의 아버지 산이 되나니, 나의 세상에 모악산과 회문산이 모든 산의 부모산이 되느니라.


4 장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모악산과 회문산을 부모산으로 삼아 사명당의 기운을 합하여 판을 짜고, 천하의 산하대운을 하나로 되돌려 아우르나니, 천하의 모든 지역이 저절로 하나로 돌아오고, 천하의 인종이 저절로 하나로 돌아오고, 천하의 언어가 저절로 하나로 돌아오고, 천하의 습속이 저절로 하나로 돌아와서 야만인과 오랑캐가 없어지고, 갈래나 차등도 없어지고, 하늘에 수레가 다니고 땅 위를 배가 다니며 바다 위에 바퀴가 달리니, 만리도 멀지않고 모든 나라가 이웃이 되고, 밤낮없이 밝으며 만상이 이상하고 신기하며, 하늘에 오르고 땅 속에 들어가며, 신명과 인간에 간격이 없고, 앉아서 온 세상을 보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 사람들이 속이는 마음이 없고 서로 해치지 않으며, 모든 물건이 매우 넉넉하며, 모든 모습이 빛나고 아름다우며, 사람들은 저홀로 차지하는 것이없고, 웃음을 주장으로 삼고, 모든 물건이 매우 넉넉하며 모든 모양이 빛나고 아름다우며, 사람들은 제 것을 따로 가지지 않으며, 웃음을 주로삼아 살고, 늙지않고 오래 살며, 세상에 슬픈 일이 없나니, 선경세계의 왕성한 운수는 상생의 대도가 밝게 빛나는 세계니라.
말씀하시기를, 부안 변산에 이십사혈이 있고 순창 회문산에 이십사혈이 있어 서로 짝이 되었으니, 변산의 운으로 해왕도수를 지어 천하의 바다의 운수를 맡아 다스리게 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서 승달산 호승예불은 앉아서 천하를 얻는 운수요, 손룡 선녀직금은 만 백성에게 비단옷을 입히는 운수요, 배례밭 군신봉조는 임금과 신하의 직분을 정하는 운수요, 회문산 오선위기는 천하의 형세를 짓는 운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하의 대세가 오선위기와 같으면 세상의 운수가 장차 어떻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형세가 두 신선이 있어 바둑을 두고 또 두 신선이 있어 훈수하며, 한 신선은 주인이라 음식을 대접하는 예절을 맡았나니, 농사를 잘 지어 접대하는 도리만 끊이지 않으면 판이 끝난 다음에 바둑판은 주인에게 되돌아 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회문산에 오선위기가 있으니, 바둑 두는 법을 요가 처음 만들어 단주에게 전했느니라. 그러므로 단주의 해원이 오선위기로부터 큰 운수가 열리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마음에 천도를 갈무리하니 정신은 달과 같고, 일은 구름같은 억만 가지 일에 통달하노라.
어떤 날에 두 사람이 명당을 간절히 얻고자하니, 전부터 자주 원하던 일이더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두 사람은 명당을 얻어서 어디에 쓰려 하느냐?
두 사람이 아뢰기를, 불효한 죄가 후손을 두지 못한 것이 크오니, 아들 하나만 얻어 선영의 제사를 받들게 하려 하나이다 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의 마음이 사랑스럽도다. 내가 반드시 명당을 주리라 하시니라.
그 뒤에 두 사람이 기다리기를 괴로워하여 아뢰기를, 지난 해에 명당을 내려주시기로 허락하셨사온데 언제까지 기다리오리까 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이 무슨 말이냐? 내가 명당을 내려준 지 오래되었노라.
두 사람이 까닭을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너는 아들을 얻었으니 이미 발복이 되었음이요, 너는 속세로 돌아와 가정을 이루고 아내를 얻어 아들을 낳았으니 이미 발음이 되었음이라 하시니라.
두 사람이 그제야 깨달아 크신 은혜를 깊이 감사하고 여쭈기를, 땅을 잡아 뼈를 옮겨묻지 아니하고 발복하는 이치가 어떤 것입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후천의 법도라 하시니라.
하루는 갑칠이 부모의 산소를 옮겨 모시려고 이장에 쓸 여러 도구와 음식을 지성껏 준비하거늘, 말씀하시기를 갑칠아. 내가 너 대신 면례하여 주리라 하시더라.
갑칠이 기쁨을 이기지 못하더니, 이장에 쓸 물건을 태우라 명령하시고 음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하신 뒤에 말씀하시기를, 오늘 면례를 잘 하였도다 하시더라. 갑칠이 명령을 받고 하늘을 우러러 살펴보니, 맑은 기운 한 줄기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로지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면례하는 법이 옛날 제도와 달라서 갑칠이 빠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사람이 땅을 잡아 뼈를 묻으면 신이 기에 응하여 여러 가지 해악이 함께 일어나느니라. 나의 세상에는 그렇지 않아서, 내가 신명에게 명령하여 땅기운을 누리게하고 백골을 묻지 않나니, 공덕의 많고 적음에 따라 크고 작은 명당을 내리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큰 명당을 구하여 백골을 혈자리에 묻으면 어떠하옵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혈자리를 얻었더라도 복을 받을 수 없노라 하시니라.


5 장

병오년 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실 때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한국을 거두어 들이리니, 너희들을 거느리고 수륙병진하리라.
여러 제자에게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이 길이 천하의 큰 운수를 결정하나니, 각자 소원을 깨끗한 종이에 정성껏 적어서 바치라.
말씀하시기를, 원일아. 너에게 사람들을 나누어 주나니, 너는 그 사람들을 데리고 태전(대전)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들어가서, 흰 종이에 천자부해상(天子浮海上)이라고 써서 남대문에 붙이고, 내가 가기를 기다리라. 나는 남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군창(군산)으로 가서 배를 타고 서울로 들어가리니, 이것이 수륙병진이니라.
형렬에게 명령하시기를, 전함은 순창에 갖다 대이나니 너는 지방을 잘 지켜 문득 사라지지 않게하라.
군창에 도착하사 말씀하시기를, 바람을 잡고 가는 것이 옳으냐, 놓고 가는 것이 옳으냐?
제자가 대답해 여쭈기를, 좋고 나쁜 것을 모르겠사오니, 처분을 바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바람을 놓고 가리라. 각기 오매를 준비하여 바람에 파도가 높아져 어지럽고 토하려 하거든 그것을 입에 물라.
배에 오르시니 거센 바람이 크게 일어나고 파도가 높이 치솟으니라. 배 위에서 시를 읊으시니, 영세화(永世花)는 건곤의 자리에서 자라고, 큰 방위의 태양은 간태의 궁에서 나오노라.
갑칠에게 여러 제자들의 소원을 적은 봉서를 주시며 명령하시기를, 북쪽을 향해 바다에 던지라. 갑칠이 갑판 위로 나가니 짙은 안개가 자욱하여 방향을 알수가 없어 어찌할 바를 몰라 머뭇거리며 시간을 끌거늘 불러다가 심히 재촉하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때를 늦추면 안되느니라. 내가 너를 위해 번개를 일으키리니, 번개치는 쪽으로 바다에 던지면 북쪽이 되노라. 갑칠이 명령대로 번개치는 쪽 바다에 던지니라.
인천에 당도하시어 말씀하시기를, 기차편으로 서울로 들어가라. 서울에 도착하시니 제자가 아뢰기를, 옛 비결에 천자부해상이 있어서 조정과 일반을 가리지않고 모든 사람들이 시끄럽고, 인심이 두려움에 떨어 대한 조정이 삼엄하게 경비하나이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형세가 이러하리라 하시니라.
서울 황매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니, 제자들이 명령에 따라 담배를 끊으니라. 여러날 칙령을 내리시니, 범절이 엄숙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오백년 동안 이 땅을 지켜왔으니 어찌 괄시를 하리오. 제주도로 보내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한국을 거두어들여 잠시 일본에 맡기나니, 수운이 보증을 서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이조 숙종 때에 숙종임금이 낮잠을 자는데 꿈에 한 신선같은 노인이 시를 주었으니,
한강 가에서 쇠 말이 길게 우는데,
한 조각 복된 고을 편안한 땅에
가련한 옛 군신이 마주하도다 라는 것이라.
이 시를 두고 세상 사람이 모두 말하기를, 이씨 왕조가 마지막에는 제주도로 들어갈 것이라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천지에서 정한 운수이니, 사람이 억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한국을 거두어 들이시니 그 이치가 어떤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정사가 이 땅에 있고, 수운이 죽음을 당하고, 나라의운수가 이미 다했고, 백성들이 하늘에 호소함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수운의 죽음이 어찌하여 그렇게도 큰 일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의 여러 빌미가 인간 세상에 화를 끼치면 구해내기 어려우니라. 천지만신이 구천에 호소하므로 내가 차마 물리치지 못하고 부득이 세상에 오게되어, 수운을 시켜 내가 장차 세상에 오리라는 것을 알리게 했더니 한국 조정이 죽였으므로 모든 신명이 노하였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일본은 나의 품삯없는 일꾼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칠월 보름을 백중이라고 하나니, 백중은 백중이라 모든 일이 들어맞게 되느니라.


6 장

하루는 황매에 계셨는데, 원일이 명을 받고 섬돌 아래에서 조심하며 명령을 기다리니라.
말씀하시기를, 원일아. 정가를 따르는 사람은 삼족을 멸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가 여럿이거늘 하필 원일이 이 타이름을 받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럴만 하니라.
김병선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하루는 황매에 계시더니, 제자가 명으로 봉물 여러 개를 가지고 뒷산으로 따라 올라가니라. 산에서 동쪽으로 하나를 던지니 바로 동쪽에서 천둥이 일고, 서쪽으로 하나를 던지면 서쪽에서 천둥이 일고, 남쪽으로 하나를 던지시면 남쪽에서 천둥이 일고, 북쪽으로 하나를 던지시니 북쪽에서 천둥이 일고, 사방으로 던지시니 동서남북에서 한꺼번에 번개가 번쩍이니라. 돌아오시는 길에 한 걸음 옮기실 때마다 하나씩 던지시니 문 앞에 닿으매 봉물도 다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봉물을 던지매 번개가 일어나고, 봉물을 던지며 걸음을 옮기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이르기 전에는 모르느니라.
하루는 황매에 계시더니 옷을 단정히 차려입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오늘 종로를 구경하리라 하시니, 갑칠이 명을 받아 모시고 따르니라.
때맞추어 한국 조정의 군부대신(국방장관)이 지나가니, 큰 말을 탔는데 말 위에서 위세를 부리고 말몰이꾼은 기세를 높여 큰 소리로 길가의 사람들을 물리치니, 행세가 매우 빼어나 길 양쪽에 구경하는 사람이 많더라.
갑자기 옷을 걷어올리사 간편하게 하시고 씩씩하게 말 앞으로 걸어가사, 양 손을 벌려 말을 가로막으시고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개화를 바라면 그대의 머리를 깎는 것은 옳다하려니와 말의 털은 왜 깎았느냐 하시니라.
말몰이꾼은 말소리에 눌려 혼이 빠져나가고 움추려져 감히 한마디 말도 못하고 머리를 수그린채 섰고, 말 위의 벼슬아치는 두렵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여 얼굴빛이 붉으락 푸르락 하여 차림새와 말씀하시는 품을 자세히 보더니 의혹이 만갈래로 일어나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숨이 막히더라.
조금있더니 그 벼슬아치가 말에서 내려 통성명을 청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나는 고부 사람 강증산이노라.
억지로 그 벼슬아치의 손을 잡아 끄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그대와 더불어 조용히 술마시며 할말이 있노라. 손을 내저으사 길을 여시니 그가 망연자실하여 말을 버려두고 따라오고, 수천 명의 구경꾼도 이상히 여겨 또한 그 뒤를 따르니라.
길 옆 술집에 들어가사 자리에 앉으시고 술을 시키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내가 어쩔수 없이 먼저 잔을 드노라 하시고, 다음 잔을 그 벼슬아치에게 주사 몇차례 술잔을 돌리시고는 안색을 풀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시기를, 나와 그대가 서로 화목해지면 천하가 태평해지노라. 벼슬아치가 어찌할 바를 몰라 공무를 볼 시간이 급함을 간곡히 아뢰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여 물러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한국 조정의 군관에게 한참동안 꾸짖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저와 더불어 서로 좋아지니 싸우지 않고 이긴 사람이 아니냐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벼슬아치가 밤에 찾아뵙거늘 핑계를 대고 물리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공사가 이미 끝났거늘 다시 볼 필요가 있으랴 하시니라.
병오년 여름 사월에 만경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한국 조정이 날이 갈수록 그릇되어가므로 충청남도 사람 최익현이 나라의 일을 분하게 여겨 홍주에서 의거를 일으키니, 많은 백성이 호응하여 그 세력이 아주 크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익현이 남의 부모 자식간의 은의를 끊어놓은 큰 죄가 그 몸에 있노라. 한국 조정이 더럽고 어지러워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으니, 조정의 임금과 신하들은 더러운 복록을 길이 누리고 백성들은 고기살이 되면 익현의 마음이 기쁘겠느냐? 이는 한갖 백성을 상할 뿐이라. 백성들이 호응하는 것은 임금 때문도 아니요, 익현 때문도 아니니라.
백성들의 처지가 살고자 하여도 삶을 얻지 못하고 죽고자 하나 죽지도 못하거늘, 날씨는 크게 가물어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난동을 일으켰으니, 내가 구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참혹한 살상이 있게되리라 하시고 바로 신명에게 명령을 내리시니, 지금 천하의 형세가 백성이 의지할 곳이 농사 뿐이라 하시니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사방에서 검은 구름이 일어나더니 큰 비가 쏟아져 여러 날 계속하니, 이 나라 모든 지역에 비가 흡족히 내려 그 백성들이 농토로 되돌아가고, 세력이 크게 줄어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최익현이 남의 부자지간의 은의를 끊어놓아 죄가 그 몸에 닥친다 하신 것이 무엇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운현(흥선대원군 이하응)이 같은 성 안에 있으면서도 익현에 의해 가로막혀 부자가 십년동안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였느니라.
병오년 여름 오월에 구릿골에 계시니, 앞서 제자 두 사람이 명을받고 사십구 일 동안 등 하나와 신 한 켤레를 함께 만들어서, 모두 마흔 아홉 개가 되어 명령을 기다리니라.
이날 등 마다 각기 음양 두 글자를 쓰시니라. 제자가 명을받고 종이등과 짚신을 태우고, 은행 두 개를 그 재에 넣고 앞 내에서 손으로 집어 띄워보내니, 구름이 모습을 나타내어 뭉친 구름이 점점이 떠가니 재가 떠가는 것과 흡사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등과 신을 만들어 태워서 띄워 보내자 하늘이 모습을 나타내니 어째서입니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장차 크게 쓸 때에 대비케 함이라 하시니라.


7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칙령을 내리시니, 천하 자기신은 고부로 운회하고, 천하 음양신은 전주로 운회하고, 천하 통정신은 정읍으로 운회하고, 천하 상하신은 태인으로 운회하고, 천하 시비신은 순창으로 운회 하느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이 칙령을 자세히 가르쳐 주시옵소서 하니, 말씀하시기를 다섯 덕이 세상에 나오니 앞으로 선경 세상이 오노라.
하루는 익산 만중리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최익현의 의거가 기세를 떨치지 못하여 이제 순창에서 붙잡혔다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사방에서 서로 응하면 이 땅의 백성이 전멸당할까 화가 있을까 두려우므로, 내가 미리 처리하였노라 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최익현이 나라가 어려운 때를 당해 죽고자 하는 사람이니 충성스럽고 의리있는 사람이 아니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익현이 한국 조정에서 벼슬이 참판에 이르러 나라의 은혜를 입었으니, 국난을 당해 한 번 죽음이 옳으니라. 익현이 또한 이런 뜻이 있어 나라를 위해 한 번 죽기를 원하니, 나는 그 뜻을 칭찬하노라. 그러나 그 하는 바가 운수를 거스르고 형세를 거슬러서 일본에 대항하는 격문을 급히 돌리니, 그 한사람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만백성의 목숨을 해치게 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익현에게 절개있는 신하로 죽게하고, 세력을 키우지 않았노라.
하루는 가르침을 내리시니, 글을 읽던 최익현이, 의로운 기상으로 창칼을 묶었도다. 시월에 대마도에서, 산과 강을 썰매로 끌려다니리라.
말씀하시기를, 이는 최익현의 만장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최익현이 시월에 대마도에서 죽게 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순창에 운수있는 사람이 있거늘, 익현이 잘못 들어와 잡혔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순창에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읍니까?
말씀하시기를, 천하 시비신(是非神)이 순창으로 운회한다고 하지 않았더냐 하시니라.
하루는 제자가 여쭈기를, 민영환이 나라를 위해 자결하여, 벽혈이 즉시 바뀌어 푸른 대나무가 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라를 위하여 의롭게 죽으니, 내가 푸른 대를 내려 그 충절을 드러냄이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뜰 앞에 큰 구렁이가 나타났는데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겠으며, 또아리를 틀고 눈물을 흘리는데 몸뚱이의 크기와 길이가 세상에 드물고, 하는 모습이 애원하는 것 같나이다.
한참동안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빨리도 되었도다 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저 구렁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렇게 애원하는 듯 하오니, 용서하시고 구하여 주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도다. 죄는 자기가 짓고 나는 구하느라고 고생하는구나. 천륜을 상한 죄가 크노라. 말씀이 떨어지자 구렁이가 기운을 얻어 즐거워하며 돌아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사람이 큰 죄를 지으면 죽어서 구렁이가 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이런 벌을 내리노라 하시니라.
병오년 가을에 구릿골에 계시면서 칙령을 내리시니,
제자가 여쭈기를, 최수운이 서자로 태어남을 원통히 여겨, 평생에 품은 뜻이 앞으로 천하에 서자를 없이하리라 하였다니 그러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묵은 하늘이 그릇 지어 서자와 상민의 원한이 세상의 병이 되노라. 원한이 풀리는 가을을 맞이하여 서자와 상민의 신명이 세상에 많이 오노라.

병오년 가을에 군창에 계시더니 칙령을 내리시니, 땅에는 군창이 있으니, 천하를 비지 않게 하리라. 왜는 만리요, 청도 만리요, 서양은 구만리이니, 저 천지는 비고 이 천지는 차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지의 운수가 동양은 차고 서양은 비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큰 운수이니, 나의 세상에서 군창이 천하의 큰 창고니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도통이 건감간진손이곤태에 있노라 하시니라.


8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더니 한 사람이 와서 뵙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가지고 있는 것을 내게 보이라.
그 사람이 어려운 빛을 띠면서 꺼내지 못하고 주저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나에게 보이는데 무엇을 거리끼느냐 하시니라.
그 사람이 거절하지 못하고 보따리를 풀어 보이니, 집안에 시비가 일어나 관청에 송사하려는 서류들이 그 안에 가득하니라.
말씀하시기를, 그 서류들을 불태우고 돌아가 화해하라. 한 집안이 어질면 한 나라가 크게 어질게되고, 한 집안이 사양하면 한 나라에 사양하는 풍습이 크게 일어나나니, 한 나라의 난리가 한 집안의 분란에서 비롯하고, 천하의 난리가 집안 난리에서 비롯하노라.
임금에 있어서만 이런 것이 아니요, 신하에게 있어서도 또한 이러하고, 백성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니 가족 전쟁이 두려우니라 하시니라.
그 사람이 아뢰기를, 집안의 다툼이 다른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의리와 인정으로 볼 때 분하기 짝이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한 집안은 강상의 모범이요, 윤리의 연원이라. 은혜와 덕의가 모인 곳이요, 효도와 공경함이 실행되는 바이니, 스스로 은의를 끊고 효제를 버리는 죄보다 큰 죄가 없거늘, 하물며 세상 사람들에게 이익 때문에 은의를 끊고 효제를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여주어 세상 인심을 악하게 만들면, 천하에서 가장 큰 죄가 네 몸에 이르노라.
그 사람이 마침내 감화되어 깨닫고 서류를 태우며 맹세하고 아뢰기를, 덕을 닦아 사람이 되는 길을 여쭈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기뻐하사 칭찬하며 말씀하시기를, 도리를 밝히지 못하면 천하의 사물이 옳음을 얻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앎의 어지러움이 재물에서 생기고, 뜻의 어지러움이 앎에서 생기고, 마음의 어지러움이 뜻에서 생기고, 몸의 어지러움이 마음에서 생기며, 집안의 어지러움이 몸에서 생기며, 나라의 어지러움이 집에서 생기고, 천하의 어지러움이 나라에서 생기느니라.
그러므로 대인을 배우는 사람은 천지의 덕을 닦아 나를 어질게 하고 남에게 미치게 하여, 천하의 지극한 선(善)을 세우느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만나는 곳에 모든 미움이 없어지고, 화목할 때에 모든 정이 통하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길이 다른 해보다 특별히 질어서 한 걸음도 옮기기 어려우니, 뭇 사람이 괴로워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여러 백성이 괴로워하니 내가 조금 도와주리라.
그 뒤에 제자가 아뢰기를, 초겨울에 길이 질어서 말씀드리자 허락하시더니 설이 되기까지 삼동에 진 길이 얼어붙어, 보따리 진 행상들과 약령시에 다니는 손님들과 일반 백성들의 왕래에 모두 편의를 얻어, 사람마다 하늘 같은 덕을 노래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장사와 손님과 백성들이 모두 편하니 아주 다행하니라 하시니라.
하루는 불가지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저번 날에 두서너 사람이 꿩을 잡으려고 기구를 설치하였더니, 많은 꿩 떼가 쉬지않고 날아들어 모이를 먹으려고 기구에 가까이 가므로 서로 기뻐하여 말하기를 이제 많이 잡았다고 하였으나, 꿩 떼가 모이만 먹고 날아가버려 한 마리도 잡지 못하니 그 사람들이 크게 이상히여겨 말하기를, 하느님이 돕지 않으면 어찌 이러하리오 라고 하며 서로 말하는 것이 여러 가지이거늘, 말씀하시기를 너희는 죽이는 일을 하고 나는 살리는 일을 하노라 하시어, 그 사람들이 놀랍고 두려워 기구를 거두고 꿩 사냥을 그만두었으니, 꿩 떼가 모이만 주워먹고 날아가서 잡히지 않음은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무릇 사람이 살리기를 좋아하면 마음이 넉넉하고, 산목숨을 해치면 마음이 급하니라. 천하의 모든 사물이 작은 것이 밀려 커지고 작은 것이 쌓여 큰 것이 이루어지나니, 호생지덕을 넓혀나가면 천하의 선이 모두 따라오고, 산목숨을 많이 해치면 천하의 악이 모두 따라 오노라. 비록 작은 놀이를 할 때에도 살리기를 힘쓰고 해치지 않으면 복과 덕을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되노라 하시니라.


9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집안 화목에 힘쓰라. 집안이 화목하면 만사가 성공하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남편이 화목하기를 힘써도 아내가 지아비를 따르지 않으면 어찌 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지금은 천지신명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집안을 자세히 살피나니,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면 신명들이 말하기를, 한 집안도 다스리지 못하는데 어찌 천하사를 하리오 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아내된 사람이 고집이 세고 말을 듣지않아 끝내 지아비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찌해야 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도리로 타이르고 정으로 권하여 정성을 다해 깨우치면, 반드시 마음이 합해지노라. 부부가 합심하지 못하면 천하사를 하기는 어려우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성의를 다해 권유해도 끝내 화목할 수 없으면 어찌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온화하게 타이르고 성의를 보이라. 지극한 정성에는 부동심이 없느니라. 세 번 절하고 간절히 부탁하라. 그러는데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사람은 아주 드무니라.
말씀하시기를, 지금 세상에는 천연으로 부부가 된 사람이 많지 않으니, 때가 되면 남편을 바꾸고 아내를 바꾸는 사람이 많노라.
어떤 날 제자가 여쭈기를, 저번에 전주 세내에 기러기 떼가 앞 내에 내려앉으니 일본인 사냥꾼이 쏘려고 자세를 잡거늘, 말씀하시기를 군자가 차마 보지 못하노라 하시더니, 사냥꾼이 방아쇠를 당겨도 쏘아지지 않으므로 여러 번 고쳐 당기는 동안에 기러기떼는 높이 날아가고, 그제서야 총소리가 연거푸 나서 사냥꾼이 헛되이 돌아가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보잘것없는 생물이라도 죽음에 이르렀으니 불쌍하지 않으랴.
제자가 여쭈기를, 적의 총알을 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불의한 적을 근심할 일이 무엇이겠읍니까?
말씀하시기를, 아는 세상의 모든 무기로 쳐들어와도 못쓰게 만들고, 세상의 군함이 모두 쳐들어와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노라.
어떤 나 제자가 여쭈기를, 전날에 길을 가실 때 갑자기 폭우가 몰려와 들판에 있던 사람들이 바삐 비를 피하려고 소동이 분분한데, 대선생께서 가시는 곳에 이르자 빗줄기가 둘로 나뉘어 하늘 가운데가 맑게 열려 긴 거울을 보는 것 같고, 비 한방울이 떨어지지 않아 보는 사람들이 이상해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우사가 내가 가는 바를 알고 있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여쭈기를, 저번에 전주에 청도원에 계실 때 장검을 만들게하여 구성산에 묻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와서 이 칼이 나오면 세상에서 영웅이라 불릴 사람이 없어지리라.
하루는 제자가 여쭈기를, 평소에 말 탄 사람이 앞 길에 있으면 비키셔서 길을 양보하시더니, 저번에 원평에서 길을 가실 때 세 사람이 말을 타고 앞에서 오는데도 그대로 나아가시니, 거리가 가까워지자 말굽이 땅에 붙어서 채찍질을 해도 움직이지 않고 말탄 사람이 놀라서 당황하거늘, 동쪽으로 가시자 그제사 말굽이 떨어지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도로신장이 꾸짖음이니라.
하루는 원평에서 길을 가시다가 말씀하시기를, 앞 길에 일본군이 모려오니 기다렸다가 천천히 가는 것이 옳으냐, 기다리지 말고 바로 가는 것이 옳으냐?
제자가 대답해 아뢰기를, 저들이 오기로서니 어찌 가던 길을 멈추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오늘은 내가 네 말을 따르리라. 너는 내 뒤를 따르라. 반리를 채 못가서 일본군 장병들이 말을 타기도하고 걷기도 하면서 땅을 가리고 다가오니라. 느린 걸음으로 그 앞에 이르시니 다가오던 군대가 둘로 갈리어 길 옆에 늘어서서 움직이지 못하더라. 말씀을 나누시며 천천히 걸어가시니 말소리와 태도가 보고 듣는 군인들이 없는 듯이 하시고, 일행이 지나간 다음에 일본군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행렬이 합해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행차에 일본군이 열을지어 길을 양보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은 비록 모를지라도 신명은 공경을 다하노라.
하루는 제자가 여쭈기를, 가끔씩 밤길을 가실 때 구름이 끼면 손을 들어 왼쪽으로 돌리시면 구름이 열려 달이 나타나고, 가실 곳에 닿으시면 손을 들어 오른 쪽으로 돌리시면 구름이 합쳐져 달이 숨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해와 달이 나오면 다니기가 편하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나는 하느님으로 있게되면 천지에 피우는 향을 담배연기로 받느니라.
어떤 날 제자가 여쭈기를, 천하의 농사가 못쓰게되어 세상 사람들이 근심하면 제자들이 명에따라 오줌을 조금 물에 타서 뿌리면 천하의 농사가 살찌고, 천하의 농사가 벌레먹어 세상 사람들이 걱정하면 제자가 명을 받아 고추가루를 조금 물에 섞어 뿌리면 천하의 농사가 되살아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농사를 내가 다스리나니, 용이 한 방울 물만 가지면 천하에 비를 뿌릴 수 있다고 하지 않더냐?


10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옛날에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을 때 채찍질로 돌을 저절로 굴러가게 하고, 밤에 잔치하면서 시간이 아쉬워 달을 꾸짖어 머무르게 하였다하니, 진시황의 위세가 이같이 크고 높아 이렇게 돌을 움직이고 달을 꾸짖는 권세가 있었다 하오니, 뒷사람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옵니까?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이제 판이 크고 일이 번거로우니 해와 달을 머무르게 할 수 있는 권능이 아니면 감당치 못하리라. 때에 아침 해가 구릿골 산마루에 솟아오르거늘 해를 향하여 손을 들어 세 번 누르시고 말씀하시기를, 움직이지 말라 하시니, 담뱃대에 담배를 세 번 갈아서 천천히 태우시도록 산마루의 아침해가 조금도 움직일 생각이 없더라.
제자가 아뢰기를, 보는 사람들이 한데 몰려 아침해가 움직일 생각을 않으니 천고에 듣지못한 바라 하여, 각기 길조라고도 하고 흉조라고도 하여 이웃이 시끄럽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소문이 잘못 날까 두려우니 오래두지 못하노라 하시고, 남아있는 담뱃재를 터시며 말씀하시기를, 움직이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해가 여러 길 솟아오르니, 모든 사람들이 놀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해가 명령을 받고 움직임을 멈추고, 명령을 기다려 움직이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의 믿음을 두터이 하려함이라. 해와 달이 내 명령으로 때맞추어 움직이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해와 달이 차고 비는 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니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이치가 곧 하늘이요 하늘이 곧 이치이니, 그러므로 나는 사사로움이 없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는데 원일이 아뢰기를, 아비가 고기잡이를 하는데 이 몇년 동안 업적이 부진하여 빚이 산처럼 쌓이고, 살아나갈 방도가 없으므로 거듭 간청하오니 사정을 불쌍히 여기소서.
말씀하시기를, 원일아. 너는 아비를 위해 여러 차례 간청하니 자식으로서의 정성은 감동스러우나, 집안 운수일 뿐만아니라 너의 아비가 분수에 넘게 재물을 탐내어 도리어 이같이 실패하였으니 어찌 하겠느냐?
원일이 아비의 일로 여러 번에 걸쳐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어 그 정성이 사람을 감동시키니 말씀하시기를, 네가 아비를 위하는 정성을 내가 차마 물리치지 못하겠구나. 네 아비가 신명에게 약속하여 만약 고기잡이가 잘되면 천금을 바쳐 천지공사에 쓰게 하겠다면, 허락하겠노라.
원일이 뛸뜻이 기뻐하여 그 아비에게 허락을 받아왔더니, 그 해에 고기가 아주 많이 잡혀 부근에서 으뜸이 되니라.
그러나 전에 한 약속을 받들어 실행하지 않거늘, 말씀하시기를 네 아비는 일을 그만두리라. 그 뒤로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아 마침내 폐업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때에 원일의 아비가 전에 한 약속을 받들어 실행하였으면 어찌되었사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자식된 정리를 생각하여 신명에게 명령하여 약속하게 하였으니, 만약에 약속을 지켜서 공사에 쓰게 하였다면 그는 크게 성공하였으리라. 신명의 노여움을 받았으니 어떤 일을 계속할 수 있느냐 하시니라.
하루는 어떤 사람이 돼지를 잃고 분히 여기거늘 그 말을 듣고 말씀하시기를, 전생에 네가 그 사람의 돼지를 훔쳤으므로 이번 생에 그 갚음을 받았나니, 분하게 여기지도 말고 아까워하지도 말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전생에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지으면 이번 생에 반드시 되갚음을 받게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이번 생에 남에게 죄를 지으면, 다음 생에 반드시 갚음을 받노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애가 하는 바는 내 사람들로 하여금 남조선 배를 타고 파도가 심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니라. 세상에서 남조선, 남조선하고 부르나니, 이리 죽고 저리 죽고 남은 조선 사람이 내 사람이 되노라.
말씀하시기를, 향기로운 좋은 꽃이 길가에 피면 사람들에게 꺾이나니, 너희들은 몸을 숨기고 모르게 일하라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내 사람들은 때가 이르지 않거든 담장 위에 기와 한 장을 덮지마라. 밖을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실이 적고, 내실에 힘쓰는 사람은 밖을 꾸미기에 힘쓰지 않노라 하시니라.

 

<천지개벽경 7장>

1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태인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벼락을 쓰리라.
말씀하시기를, 원일아. 무슨 일이 있으리니 너는 경원에게 다녀오라.
술을 불러 잔을 드시니 돌개바람이 크게 일어나고, 검은 구름이 빽빽이 모여들어 큰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크게 일어나더니 벼락이 떨어져 가까운 마을의 길에서 젊은 아낙 한사람이 벼락에 맞아 죽어, 이웃이 시끄러우니라.
잠시 지나자 원일이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원일아. 이번 길에 보고 들은 바가 있느냐?
대답하기를, 그 마을 앞 큰 길 위에서 젊은 아낙이 벼락을 맞아 죽어서, 보고 듣는 이가 모두 하느님이 밝히 아신다고 말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는 그 사유를 자세히 말하여 우리들이 듣게하라.
대답하기를, 그 마을에 도착하여 갑자기 비가 쏟아지므로 여러 사람이 비를 피하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바로 그 때에 한 젊은 아낙이 앞에서 가고 한 늙은 시어미가 어린 아이를 안고 울면서 그 뒤를 따르며 간절히 말하기를, 너희 부부가 부모가 정해준 혼처가 아니라 너희 둘이 만나 정을 통하고 스스로 짝이된지라. 엊그제 네 지아비가 병으로 죽고 젖먹이 아이가 이레를 채우지 못하였거늘, 장례도 치르지 않고 아이를 버리고 다른 데로 가려하니, 죽은 사람은 네 지아비이자 내 아들이라. 장사는 내가 감당하려니와, 젖먹이 아이는 이도 또한 인생이요 네 핏줄이라. 집안살림이 씻은 듯이 가난하여 만약 네가 버린다면 꼭 죽고말리니, 어린아이가 무슨 죄가 있으며, 천륜이 무섭지도 않으냐? 데리고 가도록 해라. 울먹이며 간청하되 젊은 아낙이 거절하며 말하기를, 아이를 데리고 개가하면 나도 불편하고 새 남편의 사랑도 잃을 것이니 결단코 안될 일이라하여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마음을 고치려하지 않으니, 늙은 시어미가 권해도 소용이 없으므로 마침내 목을 놓아 울면서 하늘을 우러러 호소하기를, 밝으신 하느님이 내려보시사 이 악한 계집을 벼락을 쳐서 죽이소서 하고 슬피 울부짖더니, 말이 떨어지자마자 폭우가 내리며 벼락이 크게 쳐 그 여자가 벼락에 맞아죽으니, 보는 이나 듣는 이가 모두 천벌을 기뻐하며 말하기를 밝으신 하늘이 내려다 보신다 하더이다.
말씀하시기를, 무릇 천하에 짝짓는 법이 부모가 정해주는 바는 인연이요, 부부가 저희끼리 정한 것은 천연이니, 천연이 인연보다 더 무거우니라. 그러므로 인연은 고칠 수도 있으나 천연은 고칠 수 없느니라. 지아비가 죽은지 하룻만에 초상도 치르지 않고 아이를 버리고 다른데로 가려하니, 천리를 크게 거스르는 짓이요 인정상 참지못할 일이라. 내가 벼락을 쳐서 죽였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는 자녀의 결혼이 부모에게 매이지 않고 부부가 결정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부부는 사람의 도리의 비롯됨이요, 모든 복의 근원이라. 그러므로 한 지아비가 한 지어미와 복된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천하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큰 것이 없고, 한 지아비와 한 지어미가 재앙으로 가정을 이루는 것보다 천하에 끼치는 영향이 더 큰 것이 없느니라.
얼굴도 모르고 마음씨도 모르고 부모의 명령만을 따르는 것은 선천의 결혼이니, 모든 폐단이 함께 생기느니라. 나의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뜻이 맞으면 부모에게 허락을 청하여 허락을 받게되면 나에게 공경히 그 혼인을 아뢰고, 둘이 마음으로 맹세하고 바라는 바를 빌고, 그 부모에게 효도를 다해 낳아 길러주신 은공에 보답하기를 맹세하고 부부가 되나니, 이렇게 맺은 부부는 죽을 때까지 고칠 수 없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자녀가 허락을 청해도 부모가 따르지 않으면 어찌 되나리까?
말씀하시기를, 부모의 반대가 이치에 맞으면 부모를 따르고, 부모의 반대가 이치에 맞지 않으면 성의를 다해 도리를 아뢰어 마음 돌리기를 온화하게 간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자녀가 성의를 다해도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면 어찌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자식이 도리로 청하는데 부모가 어찌 막겠느냐? 나의 세상에는 그렇게 완고한 부모는 없노라. 나의 세상에는 천하의 모든 사람이 크고 작은 차이는 있더라도 도를 이루어, 모두 착하게 바뀌고 저절로 천연을 알게되나니, 사람마다 모두 좋은 부모요 좋은 자녀니라.
사람이 천연을 알면서도 가로막고, 자식의 복을 알면서도 그것을 해치면 내가 맡아 다스리노라.
태인 사람 김경학, 최창조, 최덕겸과 그밖에 여러 사람이 차례로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2 장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학선암에 가리라.
가시는 도중에 소나기가 몰려오거늘, 담뱃대를 들어 한 번 휘두르시니 몰려오던 비구름이 한 곳에 몰려 머무르다가, 암자에 들어가신 뒤에 비가 오기 시작하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갓과 망건을 벗으시고 용암으로 가시려 할 때 말씀하시기를, 이 길이 길행이니라.
마침 그 때 정읍 사람 차경석이 남의 빚을 독촉하는 송사로 전주로 가는 길에 용암리를 지나다가 대선생을 뵈오니, 바지를 걷어올리고 대삿갓을 쓰시어 차림새가 속되지 않으시고, 행동거지가 씩씩하시며 말씀이 솔직하시어 행세범절이 하나도 꾸며냄이 없으시니, 풍채가 크게 부귀할 모습이시고 눈빛이 사람을 쏘는 듯하여 감히 마주 볼 수 없으시니라.
사람들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시니 마치 온 땅에 봄바람이 가득한 듯하고, 일을 처리하심에 이치를 밝혀 말씀하시니 마치 큰 강물이 흐르듯 하시니라. 말씀은 너그러우면서 천둥이 구르는 듯 우렁차시고, 하시는 모든 행동이 매우 호탕하시어 폭을 잡을 수 없거늘, 경석이 스스로 놀라고 스스로 도취하여 말하기를, 내가 동학 교주 손병희 아래에 있으면서 교주의 사람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존심이 또한 낮지 않거늘, 어찌 천하에 이와같이 뛰어난 재주와 큰 그릇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리오 하며 공손히 여쭈기를, 선생께서는 무슨 업을 하시나이까.
빙그레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의업으로 행세 하노라.
경석이 다시 여쭈기를, 사시는 곳을 듣고자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나는 동쪽에서도 손님이요, 서쪽에서도 손님이니, 세상에 집이 없는 나그네로다.
경석이 크게 이상히 여기더니, 마침 벌 한 마리가 날아와 밥그릇에 떨어지므로 경석이 의아해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벌은 규모 있는 벌레니라.
경석이 말씀을 듣고 오묘한 마음의 경지에 들어 그 자리에서 제자가 되고자 원하거늘, 물리치시니라.
숙소를 용암리 물방앗간에 정하시니, 모든 것이 더럽고 졸렬하여 보통 사람이 살아 낼 수 없더라.
경석이 굳이 붙잡고 떠나지 않으면서 뒤따르며 정읍으로 모시기를 청하거늘, 진노하사 큰 소리로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와 인연이 없으니빨리 내 앞에서 물러가라 하시니라.
경석이 홀로 생각하니 일마다 놀랍고 이상하므로, 문득 동학가사에 여광여취 그 양반을 간 곳마다 따라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누구에게 한 말이며 라는 한 구절이 떠오르므로, 간곡히 발원하니라.
대선생께서 돌아보실 뜻이 전혀 없으시어 구박을 심히하시고 여러번 꾸짖으시니, 경석이 죽기를 작정하고 굳이 청하여 열흘이 되니라.
그런 뒤에야 어렵게 허락하사 말씀하시기를, 네가 나를 따르려면 지금까지 행세하던 마음을 모두 버리고, 마음을 의롭게 고치고 깨끗이하여, 일심으로 천지대도를 받들겠다는 뜻만이 남은 다음에 나를 찾아오라.
경석이 마음에 온통 기쁨이 넘쳐 명령을 받들고 물러가니라.

그 뒤에 몇일 되지않아 대선생께서 용암리에 계시더니, 정읍 사람 차경석과 안내성과 또 한사람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한숨을 쉬시며 길게 탄식하시고 말씀하시기를, 험악한 팔자로다. 영락없는 역적놈이 찾아들었도다.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의 모든 신명의 뜻을 물어 결정하리니, 모든 신명이 물리치면 나도 어찌할 수 없노라.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더니 조금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모든 신명이 내 말을 들었노라. 경석은 시운에 따라 잠시 쓰려하거늘, 오직 회재가 백성의 일을 걱정하여 반대하노라.
밤이되어 풀밭에 누워 주무시니, 세 사람이 밤새도록 모시고 서서 모기를 쫓으니라. 닭이 운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사 말씀하시기를, 잘못하여 풀밭에 누웠구나. 어찌 미리 깨우지 않았느냐?
때로는 돌 위에서 주무시고, 때로는 들판의 사람들과 이야기하시니, 세 사람이 정성을 다해 모시니라. 이렇게 여러 날이 되니, 낙심하사 길게 탄식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목물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발목 물에 당도하였거늘, 경석이 다시 목물로 끌어들이는도다.


3 장

대선생께서 용암리로부터 원평에 이르시어 말씀하시기를, 이 길이 남조선 배질이니 짐을 채운 다음이라야 배를 띄우리라.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크게 술과 밥을 내리시니라. 정읍을 향해 떠나실 때 경석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큰 군대는 하루에 삼십리를 가노라.
경석이 명을 받들어 앞에서 인도하여 그날 가신 길이 고부 솔안에 닿으시니, 고부 사람 박공우가 절하고 뵙거늘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만났을 적에.
공우가 바로 동학가사에 만났을 적에 따라가면 너희 집안 운수니라라는 한 구절이 깨달아져서 제자가 되기를 원하니라.
공우가 밤새워 향을 피워 모기를 쫓으며 아뢰기를, 제자가 본래 동학 신도로서 언제나 식고드리기를 대신사응감이라는 정해진 예규대로 하지않고, 스스로 하느님 보여지이다 라고 고하였사오며, 지금도 사십구일 기도를 드리던 중이라서 속으로 이상하게 여기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인연이 없었다면 어찌 만날 수 있었겠느냐? 이제 만날 사람을 만났으니 통정신이 나오노라. 나의 일은 부모, 형제, 처자 사이라도 알지못하나니, 나는 서양 대법국 천계탑 천하대순이노라.
동학주에 시천주조화정이라 하니, 나는 하늘에 있다가 천지만신이 원하므로 하늘 정사를 하늘나라의 신하에게 맡아 다스리도록 명령하고, 천계탑에 내려와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모든 나라 모든 백성의 기쁨과 슬픔을 살펴보다가, 너희 동토에 인연이 있으므로 동쪽으로 와서 금산사 미륵전에 삼십년 동안 머물면서 최제우에게 천명과 신교를 내렸는데 제우가 한국 조정에 살해당하였으므로, 나는 팔괘 갑자에 응하여 신미년 구월 십구일에 세상에 내려왔노라.
동학가사에 조선강산 명산이라 도통군자 다시난다는 말이있으니, 이를 말한 것이며, 제우가 유교의 묵은 틀을 벗어나지 못하였나니, 내가 가르치는 바가 참동학이니라.
동학교도가 모두 수운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나니, 죽은 사람은 되살아날 수 없노라. 내가 대신 왔으니, 내가 대선생(大先生)이니라.
나는 천지를 고쳐 후천을 열고, 천하의 선악을 심판하여 후천 선경 세계의 한량없이 큰 운수를 여노라. 너희들은 의로움을 생각하는 한마음으로 만세의 큰 복을 찾을지어다.
천지신명이 내 명령을 받고 크게 올바른 가을 기운으로 불의를 깨끗이 씻어내고 모르는 가운데 옳은 사람을 돕나니, 악한 사람은 모든 잎이 가을에 떨어지듯 하고, 착한 사람은 모든 열매가 가을에 익는 듯 하노라.
그러므로 나의 세상에 모든 사물이 한꺼번에 새로워지고, 모든 복이 다시 시작되노라.
정읍 대흥리에 도착하사 칙령을 내리시매 맑은 하늘에 천둥이 크게 치니, 말씀하시기를 빠르다 하시더라.
제자가 아뢰기를, 처음 대흥리에 오시어 맑은 하늘에 천둥소리가 크게 일어나니 세상 사람들이 놀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있는 곳을 천지신명에게 알리는 것이 옳으니라.
부안 사람 이치화와 그밖에 여러 사람이 찾아와 제자가 되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머리를 기르고 갓을 쓰라. 네가 갓을 쓰면 세상 사람들이 갓을 많이 쓰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머리를 기르고 갓을 쓰는 것이 시세에 역행하는 것이 아닙니까?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이 버린 것을 내가 줍노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하도의 올바른 기운은 사람과 말이 같으니,
한 터럭을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하노라.
널리 보고 널리 앎은 누가 복희만 하랴.
하늘 임금의 공정에 햇무리가 드러나도다.
말씀하시기를, 지금 세상의 복희씨가 갓 쓴 (사람) 밑에 있나니, 박람박식이 세상에 적수가 없노라.
하루는 어떤 사람이 가물치 회를 올리거늘, 잡수시매 하늘이 그 모습을 드러내어 마치 가물치가 떠가는 것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사사로운 일을 못하노니, 먹는 것도 하늘이 모습을 나타내느니라.
하루는 거문고 타는 사람을 불러 제자 대여섯 사람이 모시고 앉아 연주를 듣더니, 하늘이 일고여덟 사람이 벌려앉아 거문고를 타고 듣는 모습을 나타내 보이거늘, 말씀하시기를 나는 사사로운 일을 할 수 없나니, 거문고를 들으매 하늘이 모습을 보여주노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강령을 받으라.
경석이 명령대로 원황정기내합아신을 읽다가 목을 놓아 크게 울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신명에게 벌을 받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명을 받들어 주문을 읽다가 방성대곡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강령을 받으라고 명령했는데 경석이 다른 뜻을 품고 읽었으니, 나는 경계시키고 신명은 벌을 주었노라.


4 장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더니 공우가 남에게 가슴을 맞아서 매우 고통스러워 하거늘,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입도하기 전에 남과 다투다가, 그 사람의 가슴을 다치게하여 거의 죽게 만든 적이 있었느냐?
공우가 환히 깨달아 대답하기를, 잘못하여 그런 잘못을 저질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그 사람의 신명이 척이되어 이제 이 사람의 손을 빌렸나니, 너는 죽지않은 것만하여도 큰 다행이니라.
공우가 아뢰기를,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옳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전번 사람에게는 지난 잘못을 살펴 뉘우치고, 이번 사람에게는 큰 은인이라고 생각하라. 병이 저절로 나으리라.
공우가 아뢰기를, 이번 다툼이 동학과 서학의 미워함으로 인해 생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동학과 서학의 도로 다투는 것이 본래 옳지 않느니라. 뜻은 나의 옳음을 지키더라도, 마음에 남의 그름을 담아두지 말라. 나는 이렇게 하여 내 도를 닦고, 남은 저렇게 하여 제 도를 닦노라.
내가 이제 신명에게 명령하여 정읍 천원에 열두 고을 목사의 집회를 여나니, 도싸움이 저절로 끝나고 너의 병도 저절로 나으리라.
공우가 명에 따라 지난 잘못을 뉘우치고 은혜를 생각하였더니, 몇일 되지않아 병이 완전히 나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사람이 척을 지으면 반드시 그 갚음을 받게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참혹한 일들을 척신이 일으키느니라. 삼가 척을 짓지말고, 혹시 척이 있으면 일일이 화해하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세상의 시끄러운 일도 나에게서 비롯되어서 일어나고, 세상의 조용한 일도 나에게서 비롯되어 일어나느니라.
하루는 형렬이 구릿골로부터 와서 아뢰기를, 광찬이 경석의 입도를 그르게 여겨 말하기를, 경석은 천하에 악하기로도 으뜸이요 죄가 많기로도 첫째이거늘, 이런 흉폭한 사람을 문하에 두시면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리오 하여 크게 불평하니, 이렇게 성질 나쁜 사람을 문하에 두시렵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허락해놓고 또 물리치면 나의 덕이 막히지 않겠느냐? 덕으로 품어주고 어진마음으로 이끌어주라. 용이 물을 구하려면 가시덤불을 피하지 않나니, 나는 하늘의 운수로써 사사로움이 없노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의 아비가 동학접주로 한국의 관리에게 죽었으니, 나는 그 원한을 풀어주고자 너를 쓰노라. 아비의 죽음을 원통히 여기는 마음을 이겨내어 좋은 일을 하여 공을 세우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내 조정에 서려는 자는 서전서문을 많이 읽노라. 너는 먼저 만 번을 읽으라. 출입을 전폐하고 조용히 지내며 밤낮으로 읽으라 명하시니, 밥상을 손수 나르시고 잔일을 친히 하시어 어린아이를 품어 기르듯 하시니, 이와같이 정성들여 공부시키심이 한두 번이 아니더라.
하루는 경석이 아뢰기를, 입도하기 전에 지은 죄가 산과 같사오니, 생각이 이에 미치면 모골이 송연하여 다시 착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지금같은 천지대운을 만나 덕을 영원히 남기는 것이 옳으랴, 악을 만세에 남김이 옳으랴? 잘못을 고치는 것은 잘못이 없는 것과 같느니라.
내가 전에 너에게 명령하여, 지난 잘못을 낱낱이 생각하여 일일이 나에게 아뢰어 용서를 구하게했고, 나는 모두 용서하고 말하기를 나날이 덕을 새롭게하고 다시는 마음에 두지말라 하였느니라. 만약에 하릴없이 마음에 남겨두었다가 그릇된다면, 천하에 큰 죄악을 저지를까 두렵노라 하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금년 농사가 크게 풍등할 조짐이 보이더니 병충해가 심하여 농사 형편이 나날이 나빠지오니, 만백성의 근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말씀하시기를, 오늘이 중복인데 번개가 없으면 병충해가 커져서 농사가 거두어 들일 것이 없으리라.
제자가 아뢰기를, 지금 천하의 형세가 백성이 믿고 의지할 곳이 농사 뿐이오니, 만백성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내가 백성에게 녹을 내려주리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해질무렵까지 살피되 번개가 없으므로 복명하니라.
바로 신명에게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백성이 살아나지 못하면 좋겠느냐? 명령이 떨어지자 북쪽에서 번개가 바로 번쩍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북쪽 사람만 살아나야 하겠느냐? 명령이 떨어지자 즉시 남쪽에서 번개가 일어나니라.
말씀하시기를, 남쪽과 북쪽 사람만 살아야 하느냐?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동쪽에서 번개가 일어나니라.
말씀하시기를, 서쪽 사람만 살지 말아야 하느냐? 명령이 떨어지니 서쪽에서 번개가 바로 번쩍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사방의 백성이 모두 내 은혜를 입도록 하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동서남북에서 번개가 번갈아 치니라. 밥한끼 먹을 시간이나 지낸 뒤 말씀하시기를, 이제 그치라. 명령이 떨어지자 사방의 번개가 바로 멎으니라.
말씀하시기를, 금년 농사에 병충해가 없어져서 만백성이 농사를 잘 지어 즐거움을 누리리라.


5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태인 살포정에 계시더니, 갑자기 번갯불이 집을 둘러싸고 어지러이 일어나며 여러차례 방에까지 침범하여 떨어지니,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두렵고 겁내어 죽는다며 슬피 울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린 채 숨도 쉬지 못하더라.
공중을 향해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이놈들아. 어지러운 번개를 빨리 거둬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번개가 그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위험한 번개를 꾸짖어 멈추시어 방안에 있던 사람들이 되살아난 은덕을 기리게하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치하가 분분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죽을 사람이 살아났으니 다행이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평생 소원이 있으니, 내가 알게 하라.
경석이 어려워하여 대답하지 못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무슨 거리낄 것이 있으랴. 마음 속 깊은 곳에 품은 생각이 귀하니라.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평생의 소원이 돈을 물처럼 쓰는 것이옵니다.
문득 얼굴 빛이 변하시며 탄식하여 말씀하시기를, 너는 덕을 물처럼 쓰고 싶지는 않으냐? 돈과 재물에 낭패의 근심이 따라 다니노라. 너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니 때가 되어 천하의 재물이 너에게 오리니, 네가 옳게 쓰면 세상의 가장 큰 복을 불러올 수 있고, 나쁘게 쓰면 세상에서 가장 큰 화를 불러오리라.
대들보에 긴 베를 걸게하시고, 공우는 명을 받들어 북을 치고 경석은 춤을 추니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네 기운이 모자라 네 조상 가운데 구월산 금반사치의 명당 기운이 있으니 이제 옮겨 오노라. 조금있다가 말씀하시기를, 장풍(長風)을 얻어야 발음이 되리라. 때맞추어 이장풍이 오거늘 공우가 아뢰기를, 장풍이 오나이다.
북치기와 춤추기를 멈추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네 소원을 허락하였으니 앞으로 돈을 물쓰듯 하려니와, 덕은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오늘 나는 너와함께 순창에 가리라.
가던 길에 가르침을 내리시니,
무이산(武夷山)의 봉우리는 빼어나니
시냇물은 수수와 사수로 갈라져 흐르는구나.
가슴에는 활짝개인 하늘의 달을 품었고
정다운 이야기로 미친 어지러움을 멈춘다.
살아날 꾀는 천권의 경전이요
살림살이는 몇 간짜리 집이라.
작은 신하가 도를 듣고자 하면
한나절 한가로움을 아끼지 않는구나.


경석이 아뢰기를, 마음으로 오직 의로움을 생각할 것을 맹세하고, 정성을 다해 도를 받들어 크게 이룰 것을 기약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도는 지극히 공평하여 착한 사람을 돕고 악한 사람을 버리나니, 선악이 나에게 매였고, 화와 복이 나에게 매었나니라. 너가 옳은 일을 한다면 나는 너에게 모든 복을 내려주리라.
순창에 이르사 경석에게 명하시어 한 곳에 단정히 앉게 하시고 사람들에게 물으시기를, 여기를 순창 농암이라 부르느냐?
어떤 사람이 대답해 여쭈기를, 그러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농암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느냐?
대답해 여쭈기를, 농암에 농바우가 있어 마을이름이 되었으니 전설이 있어, 농바우 안에 하늘이 신검과 신갑옷을 숨겨놓았는데 장군이 나면 하늘이 바위를 열고 내려준다고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농바우 전설이 헛말이 아니니라. 한 사람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너에게 어젯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그 사람이 대답해 아뢰기를, 어젯 밤에 한 꿈을 꾸었는데, 어떤 늙은 신선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더니 농바우를 열고 갑옷 투구와 장검을 꺼내었는데, 신검에는 서리같은 기운이 어리었고 투구에는 광채가 엉겨있어 눈이 어지럽거늘, 제에게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장군이 명을 받고 여기에 오리니 그 장군에게 전하라 하시므로 7제가 받아서 두었는데, 오늘 차경석이 앉은 자리가 바로 그 자리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는 꿈을 제대로 꾸었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의 꿈에 진실이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무왕이 상(은)나라를 칠 때 꿈으로 알려준 일이 많으니라. 큰 꿈은 하늘이 징조를 보임이니, 천하사 하는 사람은 소중히 여기느니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에게 큰 일을 맡기나니, 세상에서 가장 큰 공적을이루도록 하라.
대답해 아뢰기를, 결초보은을 맹서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네가 세상에서 으뜸가는 어진 사람이 된다면 나의 기쁨이 천지에 가득하리라.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말고, 백성의 삶을 해치지 말라.
제자가 아뢰기를, 길을 떠나시려 하는데 길이 질어 한걸음도 떼기가 어렵나이다.
바로 칙령을 내리시니, 길을 다스리는 신장에게 칙령을 내리노니, 임금이 순창 농암에 있다가 정읍 대흥리로 옮겨가려 하노라. 명령이 떨어지자 진흙이 당장에 굳어져 깨끗한 신으로 편안히 돌아오시니라.


6 장

정미년 가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순창 농암에 계시더니, 천지대신문으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니 마장군이라 쓰시고, 이십사 방위를 쓰셨으며, 경(磬)을 만들고 장군의 갑옷과 투구를 갖추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 땅에 큰 기운이 있으니 뽑아 쓰리라. 전명숙과 최익현은 그 운수가 아니고 그 사람이 아니므로 이 땅에서 살해되었노라.
시를 읊으시니,
영웅이 대중화에서 날을 보내니
온 세상 사람들이 죽은 바둑돌이로다.
말씀하시기를, 회문산에 오선위기가 있으니, 바둑의 원조 단주의 해원 도수를 여기에 붙여 조선의 운수를 정하리라. 다섯 신선 중에 한 신선은 주인이 되어 수수방관하고, 네 신선이 바둑을 두어 승부가 나아가지 않고 질지끌어 세월만 보내니, 최수운을 불러 증인을 세워 판단을 내리리라.
노랫말을 일러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노래에 웃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죽으리라. 또 고저청탁의 가락이 있으니 곡조가 맞지 않으면 신선의 웃음거리가 되리라. 내가 먼저 부르리니 너희들은 따라서 하라.
노래가 끝나자 갑자기 찬 기운이 몰려드니, 말씀하시기를 수운이 왔으니 조용히 들어보면 말이 있으리라.
조금 있다가 경 위에서 소리가 나는데 그 노래에 말하기를, 주인이 엄숙하면 그런 빛이 왜 있으리오.
여러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이 노래가 어디에 있느냐?
대답해 아뢰기를, 동학가사에 있나이다.
조금 지나서 경을 향하여 여러 말씀으로 명을 내리시니,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조선 말이 아닌 것 같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조선을 잠시 다른 나라에 주어 하늘의 운수를 기다리게 하리니, 서양에 주면 인종이 다르므로 학대와 차별이 심하고, 청나라에 주면 그 나라 백성이 어리석어 감당하지 못할 것이요, 일본에 주면 임진년 이후에 그 나라 도술신명이 척을 지었으니 척이 풀어지리라.
그러므로 천하를 통일하는 운수와 해와 달의 밝은 기운을 잠시 저들에게 주어 천하의 큰 일을 시키리라. 그러나 주지 못할 것이 하나 있으니, 어질 인(仁) 자라. 만약 인 자도 주면 천하는 저들의 차지가 되리라.
그러므로 인 자는 너희들에게 주나니 잘 지키라. 너희들은 아주 편한 사람이요, 저들의 너희의 일꾼이 되어 모든 일을 밝히 처리하고 품삯도 못받고 끝이 닥치면 빈손이되어 제나라로 돌아가리라. 그러니 너희들은 줄것이 없으니 말대접이나 두터이 하라.
정미년 겨울 동짓달에 구릿골에 계시니, 제자가 먼저 순창 농암에 있으면서 명령을 받고 동곡으로 와서, 제자 세 사람이 종이를 사방 한 치로 잘라 모실 시 자 한자를 쓰고, 한 사람이 사백 자를 써서 네 벽에 붙이니 하루에 모두 천이백 자라.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한 번에 청수 스물네 그릇을 올리고, 하룻밤에 칠성경을 세 번씩 읽어서 열흘에 그치니 글자의 총 수가 일만이천 자라.
명령을 기다리더니 말씀하시기를, 성천 강선루는 허미수가 다시 지었는데일만이천 간은 녹이 붙어있고, 금강산 일만이천 봉은 겁이 끼었으니 이제 그 겁을 벗기리라.
흰 양 한 마리를 잡아 그 피로 모실 시(侍) 자의 머리에 점을 치시니, 만이천 자에 그 피가 다한지라. 글자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글자 모양이 아라사 병정 같으냐?
대답해 여쭈기를, 그러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아라사 군사가 내 군사가 되노라. 물을 담은 그릇은 김제로 보내어 뒷날에 대비하리라. 조금 있다가 김제 사람 임상옥이 와 뵙거늘, 그릇을 개정국에 씻어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나라에 앞으로 백성들의 힘을 크게 쓸 일이 있으리니 그 때가 닥치면 이 그릇을 쓰게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갑진년 공사에 아라사와 일본의 대전쟁을 일으키도록 명하시고, 일본을 도와 아라사를 물리치게 하사 일본을 천하의 역군으로 삼으시더니, 이제 아라사 군사로 내 군사를 삼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아라사에 두 정사가 있으니, 묵은 아라사가 지지 않으면 새 아라사가 일어설 수 없노라. 묵은 정사는 천하에 폐를 끼치고, 새 정사는 천하를 새롭게 하는 일을 하리라.
말씀하시기를, 입을 곤륜산처럼 무거이 하라. 아라사 군사가 서울에 들어오는 날이 있으리니, 너희가 찾아가면 너희를 공경하여 서로 절하노라. 아라사 군사가 서울에 들어오면 내 일은 이루어지노라.
말씀하시기를, 전쟁과 병이 함께 일어나노라. 아라사 군사가 서울에 들어와 있으면 천하의 대세가 너희에게 돌아오나니, 내 일은 한꺼번에 이루어지노라.


7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정읍 삼산을 지나시더니, 한 총각이 있어 떨어진 옷을입고 다리를 걷어올리고 길가에 있으니, 때가 많이 끼었으나 자세히보면 몸집이 크고 생김새가 넉넉하여 행세하는 집 아들이 분명하더라.
그 앞을 지나시며 말씀하시기를, 내 뒤를 따르라. 그 아이가 대답도 않고 몸을 일으켜 뒤를 따르니라. 대흥리에 닿으시자 밤새도록 안고 주무시니, 낮부터 밤까지 한 말씀도 없으시니라.
제자가 이상히여겨 대선생께서 나가시기를 기다려 인사를 청하니 그 아이가 표정없이 거절하며 말하기를, 인사는 해서 무엇하리오. 제자가 묻기를 총각의 생김생김이 부귀한 집안의 자제이거늘, 어찌 아내를 얻어 살림을 하지 않고 이렇게 누더기를 걸치고 비럭질을 하는가 하니, 그 아이가 천연스레 대답하기를, 대장부가 천하사를 함이 당당하나니 집안이나 다스리자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하니라.
제자가 계속하여 자세히 물으려 하더니, 대선생께서 방으로 되돌아 오셔서 가라고 말씀하시니, 그 아이가 또한 대답하지 않고 몸을 일으키니라. 대선생께서 함께 가시니 제자들이 모시고 가기를 바라거늘 허락치 않으시고, 몇리를 함께 가셨다가 돌아오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아이는 어떤 사람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북쪽 하늘 먼 곳에서 천하사 하는 사람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아이의 성명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한 집 사람이 되노라.
하루는 임실로 산길을 가시는데 산마루에 이르러 단정히 앉으시니, 한 사람이 오다가 길앞에서 엎드리니 망건을 벗고 입은 옷은 꾀죄죄한데 어깨에는 자루를 매었더라. 그렇게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더라.
말씀하시기를, 돌아가라. 그 사람이 아무 대답없이 돌아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는 어떤 사람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북쪽하늘 먼 곳에서 천하사 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의 성명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너희들과 함께 한집 사람이 되노라.
하루는 태인 하마거리에 계시며 마루 위에 단정히 앉으셨는데, 조금 지나니 어떤 사람이 바지를 걷고 그물을 끌며 손에는 채찍을 들고 오더니, 채찍을 휘두르며 마당 앞을 가로질러 다니며 큰 소리로 천하의 도적들을 다 잡겠다는 말을 끊임없이 계속 하니라.
공우가 지극히 존귀하신 분 앞에서 하는 행동이 무례한 듯하여 막 꾸짖으려고 하였더니, 대선생께서 위엄서린 눈으로 엄히 막으시니라. 공우가 그제서야 저 사이에 무슨 곡절이 있음을 깨닫고, 삼가 명령을 기다리더니, 이렇게 한참을 지내더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네가 가진 돈을 저사람에게 주어라. 공우가 명령대로 주니 그 사람이 말없이 받고, 대선생께 절한 뒤 말없이 물러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북쪽 하늘 먼 곳에 있으면서 천하사 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사람이 세상의 도적을 모두 잡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도적을 잡느니라.
제자가 여주기를, 그 사람의 성명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너희들과 한집안 사람이 되어 서로 반기느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입에 곤륜산을 달라. 내 도 아래에서 배씨, 윤씨, 조시 세 성씨 가진 사람이 있어, 한 사람의 밑이되고 모든 사람의 위에 서리니, 너희들은 그 다음이 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배씨, 윤씨, 조시 세 성씨 가진 사람이 지금 어느 곳에 있으면서 어떤 일을 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북쪽 하늘 먼 곳에 있으면서 천하사를 하나니, 때가 오면 알게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우리나라 역대에 나라가 설 때의 정승에는 반드시 배씨가 있었다 하는데, 그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나라를 열 때에도 또한 배씨 성 가진 사람이 정승이 되노라.


8 장

정미년 겨울에 대선생께서 고부 와룡리에 계시더니, 여러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이 뒤에 전쟁이 없겠느냐?
대답해 아뢰기를, 알지 못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지가 개벽 하는 때에 어찌 전쟁이 없으리오. 전쟁 기구를 만드노라.
행법하시니, 제자들이 명에 따라 담뱃대 수십 개로 총을 삼고, 수건으로 투구를 삼고 새끼줄로 바지를 묶어 갑옷으로 삼고, 문을 보루(堡壘; 진지)로 삼고, 종이에 시천주를 정성들여 써서 불심지로 삼고, 입으로 소리를 질러 총소리를 내니라.
말씀하시기를, 만약에 대열이 바르지 못하면 군사가 상하노라.
행법하시니, 제자들이 갑옷을 두르고 총을 메고 행군하는데,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면서 총소리를 연달아 내고,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면서 연달아 총소리를 내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면서 연달아 총소리를 내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면서 총소리를 연달아 내고, 가운데서부터 사방으로 나아가며 연달아 총소리를 내니, 늙은 사람은 숨이 가빠 따라다니지 못하고, 대열의 모습이 궁궁을을 모양처럼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내 세상에는 전쟁이 없으니, 개벽의 첫머리에 선천에 쌓인 재앙으로 온 세상이 서로 싸워 신기한 재략이 한꺼번에 나타나서 서로 승부를 겨루나니, 재주가 으뜸인 나라가 상등국이 되어 전쟁은 끝을 보느니라. 말씀을 마치시니 천지사방에서 천고성(天鼓聲)이 연이어 크게 일어나니라.
정미년 겨울에 순창 피노리에 계시더니, 마침 그때 황응종이 와서 뵙거늘 말씀하시기를, 고부 사람이 오니 바둑판을 돌릴 수 있으리라.
시를 읊으시니, 영웅이 대중화에서 소일하니, 온 세상 백성들이 모두 죽은 바돌이라.
정미년 겨울에 피노리에 계시더니, 제자가 명으로 최수운의 사명기를 만들고, 전명숙의 사명기를 만드니라. 나뭇가지 끝에 높이 매다시고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제 수운과 명숙의 원한을 풀어주노라.
하루는 태인 고현의 행단에 계시며 경석에게 가르침을 내리시니, 무릇 주장의 법도는 영웅의 마음을 널리 모으기에 힘쓰고, 공에 따라 녹을 공평하게 하여 여러 사람의 뜻을 하나로 모으나니, 사람들과 좋아하는 바를 같이하면 이루지 못함이 없고, 사람들과 미워하는 바를 같이하면 넘어뜨리지 못함이 없느니라. 집안을 일으키고 나라를 일으키는 것은 사람을 얻음에 있고, 집안이 쓰러지고 나라가 망하는 것은 사람을 잃음에 있느니, 기를 품은 무리는 그 뜻을 얻고자 하는 바램을 품었음이라.
말씀하시기를, 옛적에 공자가 행단에서 도를 가르쳤느니라. 나는 이에 가르침을 내리나니, 장수된 사람의 큰 거울이니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경석의 사람됨이 타고난 성품이 음흉하여 처세하는 방법이 밖으로 꾸미기에만 힘써 진실한 마음은 전혀 없고, 간사하게 남을 농락하여 겉과 속이 다르고, 교묘한 말로 그른 것을 덮어 제주장을 고집하여 타협할 줄 모르고, 겉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듯이 꾸미되 속마음은 모든 음탕한 짓을 다하며, 권세를 좋아하여 그럴 듯이 위엄을 부리며 안에서는 사악함이 앞을 다투고,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달라서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나고, 수십 년동안 같이 지내도 참마음으로 하는 일과 속정을 담은 말을 듣고 보지 못하여, 제자들이 기꺼이 사귀지 못하고 모두가 꺼리나이다.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운행은 사사로움이 없나니, 시운에 따라 부득이 쓰나니라. 내가 마음을 다해 가르치고 이끌어 착해진다면 나에게도 천만다행이려니와, 끝내 좋아지지 못한다면 운수이니 또한 어쩔수 없노라.
어떤 날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겉치레를 하면 속이 나빠지노라. 선천은 영웅의 세상이므로 위엄으로 살고 악으로 살지만, 나의 세상은 성현의 세상이므로 웃음으로 살고 선으로 사느니라.
겉치레를 버리고 쓸데없는 위엄을 버리라. 속이는 마음과 꾸미는 말을 버리라. 참다운 덕에 힘쓰고 독실함을 숭상하라. 진심을 주로하고 즐거이 어울리라. 네가 나를 따르지 않으면 내 덕이 상할까 두렵노라.
하루는 경석에게 명하시기를, 너는 지금부터 출입을 전폐하고 집에서 책을 읽으라. 이는 자옥도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경석에게 명령하사 드나들지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집에 있으면서 살피고 닦아서 마음과 행실을 고치면, 나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백성에게는 행복이 되노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제자가 명을 받고 삿갓을 사와서 비치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내 덕을 펼 사람은 지금 초립동년(草笠童年)이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의 일은 갑을(甲乙)에 머리를 들고, 무기(戊己)에 몸을 뒤집노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비록 나이가 적은 사람이라도 지위가 너보다 높고, 덕이 너보다 높거든 만날 적에 반드시 공경하라.
어떤 날은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때가 와서 한 사람이 허락하지 않으면, 너희들은 내가 있는 곳에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노라.


9 장

정미년 겨울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는 앞으로 머리를 깎으리니 너희들도 모두 머리를 깎으라. 형렬아. 내일 모악산 대원사에 가서 금곡을 불러오라. 내가 너희와 더불어 머리를 깎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 사이에 머리깍은 사람이 있으면 머리를 길러 갓을 쓰라 하시더니, 이제는 장차 머리를 깎으라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형세를 잘 살피고 때에 따라 바꾸도록 하라. 시세를 알지 못하고 고집을 부려 변통하지 못하면, 하늘이 복을 내려주어도 받을 데가 없느니라. 다음날 금곡을 불러오라는 명령을 다시 하지 않으시니라.
하루는 태인 덕두에 계시더니, 제자가 명을 받아 풀인형 두 개를 만드니, 하나는 상투가 있고 하나는 상투가 없더라. 여러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상투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으냐? 제자들이 감히 대답하지 못하거늘, 말씀하시기를 짧은 머리가 좋으니라 하시더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형렬에게 가르침을 내리시니, 무릇 군사를 쓰는 요령은 예의를 숭상하고 녹을 무겁게 함에 있나니, 예를 숭상하면 옳은 선비가 이르고, 녹을 무거이하면 뜻있는 선비가 목숨을 가벼이 여기므로, 어진 사람에게 재물을 아끼지 말고 녹을 두터이하고, 공있는 사람을 상줌에 때를 어기지 않으면 장수와 군졸이 힘을 모아 적국을 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오는 시절의 형세가 나라와 나라가 서로 싸우고, 도(종교)와 도가 서로 싸우리니 이것이 천하의 법도가 어지러울 운수니라. 이 때를 만나 천하의 장수가 되려면, 이 가르침이 큰 거울이 되노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밝은 달처럼 마음은 모든 강을 함께 비추고, 큰 바람은여덟 모퉁이에 꼭같이 기운을 몰아넣노라.
정미년 겨울 동짓달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형렬이 명을받아 깨끗한 종이에 육십사괘를 점치고, 그 점들을 에워싸서 이십사 방위를 둥글게 써서 받들어 올리거늘, 해를 향해 불사르시고 말씀하시기를, 나와 함께 지내라.
형렬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기를, 나를 잘 믿으면 해인을 내려주리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는데 공우가 와서뵙거늘 기쁜 빛을 띠신 얼굴로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네가 이 길에 노래하고 춤추며 왔더냐?
대답해 여쭈기를, 저절로 흥이나서 연이어 노래하고 사이사이 춤추며 왔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그 노래를 나에게 들려다오.
말씀드리기를, 모시러 가자. 모시러 가자. 부처님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자라 하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네가 나와 함께 가고싶으냐?
말씀드리기를, 지극한 정성으로 원하는 바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네 소원을 들어주노라.
가다가 용암에 닿으사 남쪽 하늘을 바라보시며 말씀하시기를, 높고 높도다. 때에 검은 구름이 완전히 덮이고 하늘 가운데만 조금 열렸는데, 바람에 눈발이 간간이 날리니라.
말씀하시기를, 나와 친구로 지내자 하시니, 공우가 허락할 도리가 없어 황공무지하더니, 그 기가 적도다 하고 말씀하시니라.
공우가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말소리가 나와서 말씀드리기를, 바람이 더 세어지리이다. 말이 떨어지자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니라.
조금 지나서 말씀하시기를, 나와 친구로 지내라 하시니, 공우가 다시 모르는 사이에 말소리가 저절로 나와서 말씀드리기를, 바람이 앞으로 더 세어지리이다. 말이 떨어지니 폭풍이 크게 일어나 모래가 날고 돌이 굴러다니니라.
말씀하시기를, 지금 용호대사의 기운을 네 몸에 붙여 시험하였더니, 그 기운이 모자라도다.
공우가 말씀드리기를, 신의 기운이 응하면 사람이 신력을 얻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성현의 신이있어 응기하면 어진 마음이 저절로 생기고, 영웅의 신이 응기하면 패기가 저절로 생겨나고, 장사의 신이 응기하면 큰 힘이 저절로 생기고, 도적의 신이 응기하면 도적의 마음이 저절로 생기나니, 그러므로 나는 나무나 돌이라도 기를 붙여주면 쓸 수 있노라.
마음은 귀신이 오가는 길이니 성현을 생각하면 그 신이 와서 응하고, 영웅을 생각하면 그 신이 와서 응하고, 장사를 생각하면 그 신이 와서 응하고, 도적을 생각하면 그 신이 와서 응하노라. 그러므로 천하의 모든 일에 길흉화복이 모두 제 정성으로 제가 얻는 것이니라.
말씀하시기를, 해가 떴는데도 이불 덮고 자면 내가 보기에 송장과 같으니라.


10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밤길을 가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마음으로 풍운조화를 외우라.
공우가 명에따라 지성껏 마음속으로 외우며 가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잘못 읽느니라.
공우가 깜짝놀라 살피니 천문지리라고 잘못 외고 있거늘, 바로 고쳐 외워 대흥리에 닿으니라.
그날 밤에 비와 눈이 번갈아 내리거늘 말씀하시기를, 네가 잘못 외워 지금 날씨가 한결같지 못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한 사람의 송주로 날씨를 좌우할 수 있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희에게 명하여 공사를 대신하게 하면, 너희의 말이 곧 내 말이 되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명을 받아 제자들이 공사를 대신하면 천지조화를 못쓰는 것이 없으니, 이로써 모두가 자신만만하여 천하사를 가벼이보고 두려워하지 않으며, 공후나 백작을 손바닥에 든 물건같이 여기나이다.
말을 들으시며 즐거워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옛말에 문선왕을 업고 송사한다고 하지 않더냐? 너희들은 하늘을 이고 행세하노라. 너희들이 오늘날에는 한 마을의 일도 감당하지 못하지만, 때가 오면 천하의 준걸들이 너희들에게 와서 배우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지금으로부터 병욱의 녹줄을 떼리라 하시더니 다음날 공우에게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지금 전주에 가서 병욱에게 비단 삿갓 하나를 얻어 오라.
공우가 전주에 가서 명령을 전하니 병욱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신세가 이 지경이 될 줄 누가 알았으리오. 어제부터 수십 명 식구가 밥을 짓지 못하고 아침 저녁 끼니를 잇지 못하니, 듣는 사람이 누가 믿겠는가.
바로 사람을 시켜 공우와 함께 가서 가게에서 비단 삿갓을 사오게 하니, 상등 물건이 가게마다 많이 있건만 모두가 외상으로는 팔 수 없다고 하니라.
병욱이 길게 탄식하고 말하기를, 전날에는 외상을 따지지 않고 삿갓 백 개라도 어렵지 않았거늘, 신세가 어찌 이런 지경이 되었을꼬 하니라.
공우가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녹을 오랫동안 뗄 수 없노라. 다음날 공우가 명을받고 전주에 이르니 병욱이 반겨 맞이하고 살림이 풍성해져서 말하기를, 오늘은 무엇을 구하러 왔는가? 무엇이든 받들어 행하리라. 공우가 녹을 뗀 명령을 이야기하니 병욱이 웃으며 말하기를, 그렇지 않으면 어찌 그럴 수 있으리오 하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사람의 녹이 하늘에 매어있어 하늘이 그 녹을 떼면 사람이 먹고 입지 못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하늘이 장차 크게 쓰고자 하면 그 몸을 가난하게 하여 그 그릇을 키워주노라. 너희들은 이 뒤에 그런 일이 있으면 내가 시키는 줄 알라하시니라.
하루는 길을 떠나사 정읍 과교리를 지나시는데 공우가 아뢰기를, 앞산에 샘이 있어서 전해오기를 장군천이라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물을 떠 오라.
공우가 명으로 한 그릇을 마시니 당장에 힘이 솟아나 태산을 짊어져도 오히려 가볍겠기에 겁을 먹어 아뢰기를, 감당 못할 큰 힘이 저절로 솟아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도로 바치라. 명령이 떨어지니 힘이 물러가 보통 때와 같아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장군천이 이름은 있으되 실효가 없어 천 명이 천 번을 시험하여도 한 번도 영험이 없었건만, 오늘 힘이 솟아나니 어쩐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주고 뺏기가 이처럼 쉬우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에게 가르침을 펴는 것이 곧 천하에 가르침을 펴는 것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포교는 도적 잡는 직책이거늘, 포교(布敎)를 포교(捕校)라 하니, 그 뜻이 어떠하옵니가?
말씀하시기를, 내 세상에는 사람들이 감히 영웅으로 행세하지 못하나니, 천하의 영웅은 모두 잡아들이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앞으로 천하의 영웅을 모두 잡아들이면, 어떤 방책이 있어 다스리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앞으로 가르침을 천하에 펼쳐 천하의 모든 백성이 주문을 읽어 나에게 정성을 드려 마음닦는 공부를 하면, 영웅의 마음이 저절로 어질게 바뀌고, 악한 마음이 저절로 착해져서 젖먹이가 어미 품에 안긴 듯 하고, 어린아이가 천지공정에 서느니라.
정미년 겨울 섣달에 고부 와룡리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깨끗한 종이에 가로 세로 줄을 그리시고 그 사이에 글을 쓰시니,
천지의 주장이요, 정의 정의
음양의 깨달음이 열림이요, 정의
만물의 으뜸가는 창성함이요, 정의 정의라.
사람의 일을 새김이니라.


11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며 가르침을 내리시니, 천지대도주라.
선천에 요임금이 일월성신을 본떠 역법을 만들어 엄숙히 사람들에게 때를 알려주니, 천지는 해와 달이 없으면 빈 껍질이요, 해와 달도 사람이 없으면 빈 그림자니라. 요임금이 해와 달이 운행하는 이치를 잘 알아내어 달력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때를 밝혀주니, 반만년 동안 덕이 천하의 모든 백성들에게 끼쳐져 하늘의 때에 의지하여 땅의 이익을 쓸 수 있었느니라.
나의 세상에서는 천지가 새로워지니 역법도 새로워지느니라.
천지대도주는 천지의 대도요, 천지의 진액이니라. 내가 이 주문을 지어 읽으니, 천지의 모든 신명이 춤을 추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옛부터 위로 하늘의 글을 깨친 사람도 있었고, 아래로 땅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도 있었으나, 가운데인 사람의 올바름에 사무친 사람은 없었나니, 이때는 사람이 높은 때이니라.
하루는 와룡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나는 너와 함께 오늘 오만 년 천지대공사를 행하리라.
공우가 대답해 여쭈기를, 자질이 우둔하여 본디 아는 바가 없으므로 어찌 명령을 받드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네가 아니면 할 수가 없으므로 너에게 명령하노라.
공우가 감히 명령을 어기지 못하여 아뢰기를, 세상에 홀아비와 홀어미가 있어 사람살이에 가장 슬픈 일이 되었사오니, 젊은 홀어미는 젊은 홀아비와 짝짓게하고, 늙은 홀아비는 늙은 홀어미와 짝지어서 아는 사람끼리 모여 잔치를 베풀게하여, 앞으로 선경세계에는 홀아비와 홀어미가 없었으면 하나이다.
무릎을 치시며 칭찬하사 말씀하시기를, 옳도다. 옳도다. 공우가 공사를 잘 보았으니, 나의 세상에는 홀아비와 홀어미가 없노라.
공우가 다시 아뢰기를, 세상에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 있어 괴로이 일하며 쉴 짬이 없고, 집에서는 부모 형제 처자와 더불어 의식(衣食)을 잇지 못하여 아침 저녁으로 근심하고, 남을 위해 힘써 일하건만 천대받고 업신여김을 받는 노동자와 농민이 불쌍하오니, 앞으로 선경세상에서는 노동자와 농민의 원통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무릎을 치시며 칭찬하여 말씀하시기를, 좋구나. 좋구나. 공우가 공사를 잘 보았도다. 나의 세상에는 천하의 노동자와 농민으로 윗 사람을 삼으리라.
공우가 연거푸 두 번 칭찬을 듣고 흥이 나서 또다시 아뢰기를, 대도(大道)를 따르면서 도를 받드는 정성이 세상에서 으뜸간다고 제자랑을 하되, 마음에는 참된 정성이 없고 실제로 이루어놓은 일도 없다면, 이런 사람은 모두 죽어야 옳을가 하나이다.
대선생께서 잠자코 말씀이 없으시니라.
제자가 여주기를, 이번에 공우가 공사를 받들어 행하는데, 두 번은 칭찬하시되 한 번은 옳고 그름을 말씀치 않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 도 밑에서 도를 받드는 정성이 없다고 죽인다면 내 덕이 엷어지노라. 정성을 다해 도를 받들면 제 덕이 제 공이 되고 제 복이 제 영화가 되려니와, 정성이 모자라는 사람은 뉘우치게 하여 이끌어 주라. 공우의 말이 정성을 다해 도를 받드는 마음이 나타난 것이기는 하지만, 하늘의 덕은 그렇지 않노라.
정미년 겨울 섣달 ○일 ○시에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제자들이 명으로 대도주를 읽어 여러 날에 이르니라.
말슴하시기를, 요임금이 일월성신을 본받아 달력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엄숙히 때를 알려주었다는 것은, 천지가 사람이 아니면 빈껍질이요, 일월이 아는 사람이 없으면 헛된 그림자라는 뜻이니라. 요임금이 처음으로 해와 달의 운행법칙을 밝혀, 천하의 온 백성이 하늘의 은혜와 땅의 은덕을 크게 입었느니라.
시를 읊으시니, 해와 달은 사사로움이 없이 만물을 다스리고, 산과 강물은 모든 길을 받아들이는 도(道)가 있느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선기옥형을 제정하노라. 한 곳에 옥형의 도수를 정하시고, 한 곳에 저울 갈고리 도수를 정하시고, 한 곳에 저울 추 도수를 정하시고, 한 곳에 저울 끈 도수를 정하시고, 한 곳에 일월대어명 도수를 정하시고, 한 곳에 천지대팔문 도수를 정하시고 여러 날 동안 오가시며 행법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번 공사는 선기옥형 도수를 정하는 공사니라.


12 장

정미년 겨울 섣달에 대선생께서 고부 운산에 계시는데, 제자들이 명에 따라 대도주를 외워서 여러 날에 이르니라. 말씀하시기를, 일곱 고을이 풍년들면 너희들의 식량이 넉넉하겠느냐?
그림을 그려보이사 신명에게 명령하시니, 물을 끌어들이는 시설과 저수지와 수문과 물도랑 등이더라.
말씀하시기를, 이곳이 운산이 아니냐? 운암강 물이 만경으로 오면 하류의 백성들이 원망하지 않으면서 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으리니, 그 기세가 크고도 넓어 하늘에서 오는 물과 같으리라.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강태공이 제(齊)나라 한 고을에 흉작이 없게하여 흉년에 대비케 하였다하나, 나는 일곱 고을에 큰 흉년이 없게하여 남조선의 밥줄이 되게하나니, 사전에 구제함이니라.
정미년 겨울 섣달에 와룡리에 계시더니,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서로 번갈아 항아리의 물을 떠서 여러 우물에 붓고, 여러 우물물을 떠서 항아리에 담으니, 명령에 따라 떠담은 물이 반그릇이 되게 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는 천하의 모든 나라가 돈과 물건을 서로 바꾸게하는 공사니, 나의 세상에서 모든 백성들이 재산을 늘리는 새 법도니라.
정미년 겨울에 와룡리에 계시면서,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제자드이 명으로 태인에서 새로 만든 수저 한 벌을 사와서 바쳐 올리니 말씀하시기를, 비인의 복종이 크다고 하므로, 행군할 때 치는 북 공사를 보노라. 군사를 움직일 때 이 숟가락으로 북채를 삼으면 녹이 넘쳐 흐르노라.
칙령을 내리신 여러 종이를 항아리에 가득 차고 넘치도록 넣으시되 넘쳐나지 않거늘, 제자가 명을 받들어 깨끗한 곳에 묻으니라.
정미년 겨울 섣달 ○일 ○시에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며 설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고, 제자들은 명에 따라 대도주를 외우며 밤을 새우니라.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수명을 먼저하고 복록을 뒤로 돌렸으나, 나의 세상에는 복록을 먼저하고 수명을 뒤에 두나니, 그러므로 나의 세상에는 거지가 없고 굶어죽는 이도 없노라.
종이조각을 나눠주시며 말씀하시기를, 후천 음양도수를 정하리니, 각기 제 소원에 따라 여자 하나에 점 하나씩을 치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점을 치니, 어떤 사람은 한 점이요, 어떤 이는 두 점이요, 어떤 이는 석 점이요, 내성은 여덟 점이요, 경석은 열두 점이더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유독 여자가 많구나.
대답해 아뢰기를, 십이 제국에 각기 한 여자씩 장가들기를 바람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너는 팔선녀를 바란 것이냐?
말씀드리기를, 그것이 제 소원이옵니다.
한 점을 친 사람에게 물으시기를, 모두 여러 여자를 원하거늘 너만 홀로 한 여자를 원하니 어째서이냐?
말씀드리기를, 한 하늘에는 한 땅이 천지가 정해진 이치이옵니다.
대선생께서 크게 칭찬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경석이 명을 받아 정읍으로 돌아가거늘 탄식하여 말씀하시기를, 경석을 장차 달리 쓰려 하였더니 운수는 어쩔 수가 없도다.
동학란을 일으킨 사람들이 모두 왕후장상이 되려는 마음을 품었다가 원통히 죽어서 한을 품었나니, 그 무리가 몇만 명이라. 이제 원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뒷세상에 정사를 보기 어려우니라.
그러므로 이제 두령을 정하여 그 원한을 풀어주려 하는데 경석이 십이제국 여자를 들먹여서 자청하니, 그 아비가 원래 동학의 접주(接主)요 경석도 또한 총대(總代)라. 원한 품은 신명을 모두 경석에게 붙이노라.
행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고, 사람들의 출입을 막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그 신명들의 원한을 풀어주노니, 너희들은 나중에 두고보라. 경석이 재물을 갑오년보다 많이 쓸 것이요, 경석이 모으는 사람도 갑오년보다 많으리라.
한 여자를 점찍은 사람에게 가르침을 내리시기를, 너는 정음정양 도수를 이겨 받겠느냐? 덕 닦기에 힘쓰라. 문왕의 도수가 있고 이윤의 도수가 있으니, 받기가 아주 어려우니라. 비록 보잘 것 없는 벌레라도 원한이 있으면 천지공사가 아니니라.


13 장

정미년 겨울 섣달 ○일 ○시에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문득 하늘 위에서 동서남북으로부터 가운데를 향해 천고성이 크게 일어나고, 조금 있다가 온갖 음악소리가 가지런히 울려, 마치 인간세상에 천자가 묘당(조정)에 들어서면 모든 음악이 한꺼번에 연주되는 것과 같더라.
옷을 깨끗이 갖추어 입으시고 윗자리에 단정히 앉으사 백의군왕 백의장상 도수를 보시니, 의식이 엄숙하고 질서가 정연하여 조정의 모습과 꼭같이 엄숙하더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도를 받들기 전에 여러 번 관액을 겪었더냐?
말씀드리기를, 제 분수를 모르고 몇 번 관액으로 고생하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광찬아. 원일아. 너희 두 사람은 타고난 성품이 급하여 일을 맞이하여 실수할까 두려우니, 공우와 광찬은 정읍으로 가서 경석과 더불어 명령을 기다리고, 원일은 태인으로 가서 경원과 더불어 명령을 기다리라.
여러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와룡에 전해오는 말에 천자피금도수라는 것이 있느냐?
대답해 여쭈기를, 그런 것이 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의 임금으로 천하 모든 나라에 내리어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나니, 천하에 어떤 나라가 감히 나를 치며, 천하의 어떤 임금이 감히 나를 해치리요마는, 나라를 세우고 도를 세워 앞으로 영원히 만백성을 구하고자 하면, 천지의 정해진 운수로부터 질정하노라.
이제 내게 피금도수가 있으니, 만약에 권능으로 물리치면 만세의 억조에게 끼칠 영향을 헤아릴 수 없노라. 내가 세상에 옴은 나를 위함이 아니요 백성을 위한 것이니, 나는 이제 그 도수를 스스로 겪으리라.
여러 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를 하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해야 편안함을 얻을 수 있고, 죽음에 들어서야 삶을 얻을 수 있나니, 이제 너희들의 앞길에는 큰 어려움이 있노라. 그러니 만약에 어려움이 두렵거든 모두 흩어져 화를 피하도록 하라.
제자들이 지금까지 있어온 조화의 권능을 익히 알고있으므로 각자 스스로 생각하기를, 무슨 어려움이 있으리오. 이는 반드시 시험하는 말씀이라 하여 말씀드리기를, 설혹 물과 불 속에 들거나 삶과 죽음을 넘나들지라도 물러나지 않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나를 잘 믿으라. 억만 명이 재앙의 그물에 들더라도 나는 능히 빼내어 한 사람도 상하지 않게하리라.
여러 제자에게 물으시기를, 경칩절이 언제냐?
대답해 아뢰기를, 정월 그믐 께가 경칩절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칩이 되면 일을 알게되리라.
말씀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마을의 풍헌과 동수가 세금을 독려하러 오니라. 풍헌과 동수를 향하여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사를 하거늘 어찌 함부로 들어오느냐.
두 사람이 깜짝놀라 물러가서, 의병이라 하여 고부 경무청에 몰래 신고하니라.
대선생께서 가까운 곳에 옮겨가 계시면서 말씀하시기를, 한국 조정의 벼슬아치가 내가 있는 곳을 묻거든, 바른 대로 말하라.
그때에 이 나라의 정세가 의병이 온 나라에서 벌떼처럼 일어나는데, 영남과 호남이 가장 심하여 백성들의 집을 약탈하고 일본군과 싸움을 벌여, 죽고사는 일이 여러 번 생겨나니라.
일본군이 나라 안에 그물을 치고 한국 벼슬아치들과 한패가 되니, 선량한 백성이 의병으로 의심받아 죄를 얻어 죽는 사람이 많고, 비록 그냥 길가는 사람일지라도 행동이 조금만 이상한 점이 있으면 일일이 조사를 받아서, 심한 사람은 죽은 자리도 알지 못하는 때더라.


14 장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는데 고부 경무청의 순검들이 풍헌과 동수의 밀고를 받고, 많은 순검들이 총을 메고 와서 여러 제자들을 잡아 묶으니라.
일이 돌아가는 기미가 갑자기 살벌한 모양을 띠고, 놀란 소문이 멀고 가까운 마을에 시끄러이 퍼지고, 순경들이 대선생 계신 곳을 샅샅이 찾아다니니, 대선생께서 이미 명령하신 바가 있으므로 바른대로 말하여 또한 잡혀 가시니라.
이날 스승과 제자가 모두 옥에 갇히니, 모두 스물한 사람이라. 나쁜 소문이 멀고 가까운 곳에 파다하게 퍼지니 세상 사람들이 놀라지 않는 이가 없고, 일이 돌아가는 결말을 사람마다 달리 말하여 온 세상의 이야기거리가 되고, 여러 제자의 가족들은 슬피울며 이번에 닥친 화가 반드시 죽음으로 끝날 것이라 하여 욕하는 사람이 많으며, 재앙의 그물에 걸린 제자들 또한 원망하기도 하고 흐느끼기도 하니라.
다음날 경무청의 관원이 크게 위세를 부리며 고문 도구를 있는대로 차려놓고 묻기를, 이번에 무리지어 모인 것이 의병을 모의하려는 것이 아니냐. 전날 지은 죄를 낱낱이 자백하라. 그렇지 않으면 오로지 죽음이 있을 뿐이라 하니라.
대선생께서 태연자약 하시고 행동은 평소와 다름없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의병이 아니라 천하사를 하노라.
그 관원이 놀라고 당황하여 눈을 크게 드고 묻기를, 천하사가 무엇이기에 함부로 하느냐?
갑자기 어깨를 치켜드시며 큰 소리로 말씀하시기를, 천지대운이 떠서 왔다갔다 하니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가 되노라.
이때에 말씀과 동작이 조금도 얽매이지 않고 큰소리로 바로 말씀하시니, 관원들이 폭을 잡지 못하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미친 사람의 미친 소리라 하니라.
정미년 겨울 그믐날에 고부 경무청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행법하시고,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오늘이 그믐이냐? 말씀드리기를, 그러하나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크게 일어나니라.
마침 그때 형렬과 자현이 같은 방에서 모시고 있었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면 관장의 공사를 볼 수 있다 하노라. 자현아. 백만 명이 이런 화액에 걸렸을지라도 나는 다치지 않게 풀어낼 수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천둥번개가 크게 일어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자신이 서양으로부터 넘어오니 행차가 커서 적막할 수 없음이니라. 그러나 천자신명은 이번에 넘어왔으나, 너희들이 혈심이 없었으므로 장상신은 너희들의 몸에 내리기 싫어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장상신이 저희 제자들 몸에 응하려 하지않으면, 제자들이 장상이 될 수 없나이까?
밥 한끼 먹을 시간이나 지나서 말씀하시기를, 끝내는 응하게 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자신명이 서양으로부터 동양으로 넘어오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알게되리라.

 

 

<천지개벽경 8장>

1장

무신년 봄 설날에 대선생께서 고부 경무청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행법하시고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때에 날씨가 혹독하게 춥고, 상서로운 눈이 크게 내리니라.
말씀하시기를, 지금 큰 공사가 하늘로 올라가노라. 너희들은 화액이 풀릴 때가 가까워졌고, 나 또한 조만간풀리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관액을 없애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하필 관액만이겠느냐?
그 뒤에 경무청 관원이 한 사람씩 자세히 조사하고 행적을 조사해보아도 의병의 혐의가 없는지라, 곧 석방하려고 음식을 잘 차려 먹이니 제자들이 말하기를, 한국 조정이 예로부터 장차 죽이려는 사람에게는 특별히 음식을 먹이는 전례(前例)가 있으니, 죽을 날이 멀지 않았도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많더니, 그날로 모두 풀려나니라.
옥에 갇혔던 스무 사람 중에서 형렬과 자현 이외에는 다시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이 없고 원망하는 말을 많이 하였으니, 선경세상을 열어 평생동안 영화를 누리게 해준다고 하더니, 그 사람에게 속아서 거의 죽을 뻔하였다 하니라.
그 중에서도 세 사람이 가장 심하여 조사관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어 입에 담지못할 험담을 하더니, 한 사람은 신벌을 받아서 죽고, 한 사람은 신벌을받아 폐인이 되니라.
대선생께서 경칩절에 정해진 운수를 달게 받으시어 마침내 화액을 푸시니라.
하루는 한 사람을 불러오게 하사 말씀하시기를, 공신아. 내가 천지 사이에서 다시 무엇을 바라겠느냐? 하늘의 신선과 부처와 성인의 신명들이 백성들의 삶을 슬퍼하여 정성을 다해 빌고 바라므로, 나는 차마 물리치지 못하여 세상에 내려와 도를 세웠노라.
무릇 천지의 이치가 일이 있으면 운수가 있나니, 영원한 세월의 억조 백성을 생각하여 그 액을 순순히 받았으나, 천지만신이 내가 혹시라도 다칠까 두려워하고 내 마음이 아플까 두려워하여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듯 잠시도 내 곁을 떠나지 않나니, 네가 어찌 감히 나를 해칠 수 있겠느냐?
내가 너를 버리면 너는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노라. 천지에 죄를 빌고 나에게 돌아와 영화를 얻으라. 나는 너를 버리지 않으므로써 내 덕이 상하지 않게하리라. 화춘은 이미 죽었으니 신명으로서 영화를 누리게하고, 장근은 폐인이 되었으니 또한 구해주리라.
하루는 장성 백양사에 계시며 밤새워 칙령을 내리시니라. 중들이 명을 받들어 법당의 문을 모두 열어놓으니, 담뱃대를 들어 모든 부처의 머리를 세 번씩 치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내려가 아내 얻고 자식 낳아 인생을 즐기라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부처의 머리를 때리시고 아내 얻어 자식 낳으라 명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미륵은 세상에 머무는 부처이므로, 모든 부처를 해원함이니라.
돌아오시는 길에 길 중간에 이르시니, 어떤 사람이 앞에서 오니라. 그 사람은 술법으로 이름을 얻어 세상에서 정선생이라 부르니, 인근에서 받드는 사람이더라.
가까이 왔을 때 명령을 내리시니, 올려 바치라. 그 말씀이 너무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엎드려 대답하니라.
조금 지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올려 바치라. 그 사람이 다시 바삐 엎드려대답하니, 그 뒤에 길을 가시니라.
이 뒤에 같이 다니던 사람이 이상히여겨 정선생이라는 사람을 만나보니, 이미 폐인이 되어있거늘 그 원인을 물으니 그 사람이 탄식하며 말하기를, 하느님이 아니시면 어찌 그러하리오. 처음 명령하심에 천둥소리가 들려 정신을 잃고, 다시 명령하심에 벼락을 맞아 혼이 떨어지니, 가진 재주가 모두 없어지고 정신과 혼이 떠나가 버려서 마침내 폐인이 되었노라. 그때 나에게 명령하시던 나그네의 성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하느님께서 내려오신 바가 아니라면 어찌 이와 같을 수 있으리오 하니라.

무신년 봄 삼월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는 태인에 가서 내성과 경원을 데리고 창조를 만나라. 내가 중춘(이월)에 태인 백암리에 있으면서 창조에게 명령해둔 것이 있노라. 창조가 모든 일을 준비하여 내 명령을 기다리리니, 너는 절차를 자세히 일러주고 바로 돌아오라.
세 사람이 이날 명을 받들어 일을 행하니, 대선생의 옷이 한 벌이요, 화로 한 개와 청수 한 동이와 삶은 돼지 한 마리와 술과 과일과 나물과 포를 약간씩 준비하였더라. 밤이 깊어 사람이 다니지 않을 때를 기다려 정문 앞에 구덩이를 파고, 옷은 세 사람이 하나씩 나누어 입고, 음식 담은 그릇들은 법에따라 만들어 법에맞게 두었다가 법에따라 옮겨서 법에맞게 묻기를 가르치심에 맞추어 정성껏 실행하여, 일이 끝나니 맑은 하늘이 갑자기 바뀌더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큰 비가 쏟아져서 지척을 분간치 못하게하고, 천둥 번개가 크게 일어나니라. 형렬이 그 전에 급히 돌아와 간신히 복명하였더니, 그때 비와 천둥번개가 크게 일더라.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세 사람의 일이 이때쯤이면 되었겠느냐?
말씀드리기를, 꼭 그럴 시간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지에 불덩이가 있어서 변산과 같이 크나니, 만약 세상에 나와서 구르면 온 세상이 잿더미가 되리라. 그러므로 내가 이제 그 불을 묻었노라.


2 장

무신년 여름 사월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신명에게 명령을 내리시고 말씀하시기를, 나는 구릿골에 약국을 차리노라.
약국을 차리시니, 약국의 좌향은 오좌자향(북향)이요, 약방은 한 간이요, 방의 길이와 크기는 동서로 ○자에 남북으로 ○자요, 위아래 높이가 ○자라. 앞쪽에 마루가 있으니 길이가 ○자에 넓이가 ○자이며, 나무 판자가 스물한 개이니 시천주 스물한 자에 응하였더라.
약장은 나무이니, 높이가 ○자에 넓이는 ○자이고 옆은 ○자이니, 위는 세로가 셋에 가로가 다섯으로 열다섯 간이요, 가운데가 둘로 나뉘어 두 간이요, 아래는 큰 간이 하나더라. 열다섯 간 한 가운데에 목단피를 넣고 단주수명이라 쓰시고, 다음 간에 열풍뇌우불미라 쓰시고, 약장 뒷면은 양지에 칠성경을 내려쓰시고, 그 다음에 우보상최등양명을 가로로 쓰시고, 그 다음에 양력유월이십일과 음력유월이십일을 가로로 쓰시니라.
궤는 나무이니, 높이가 ○자에 길이가 ○자이며 넓이가 ○자이니, 궤 안에 팔문둔갑이라 쓰시고 글자 위에 설문을 불지짐 하시고, 가장자리에 붉은 점을 스물네 개 찍으시니라.
그에 앞서 목수를 시켜 약장과 궤를 ○일 기한을 정해주시며 마치도록 명하셨는데, 그 목수가 기한을 넘기도록 일을 끝내지 못하거늘, 목수에게 명하사 재목을 한 곳에 모으고 그 앞에 꿇어앉게 하사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어찌 감히 명령을 어기는고.
글쓴 봉지 하나를 주시므로 그 목수가 불태우니, 문득 맑은 하늘에 번개가 일어나 목수의 몸을 치려고 하니라. 목수가 혼이 몸에 붙어있지 못하도록 놀란 나머지 수전증이 나서, 한 달을 넘겨서야 일을 마치니라.
목수에게 명령하시기를, 약장과 궤에 번개불을 집어넣으리라. 너는 목욕재계하고 의관을 정제하여, 약장 앞에 청수 한 그릇을 올리고 성심으로 절을 올리라. 목수가 명령대로 정성껏 행하니 그 즉시 맑은 하늘에 번개가 크게 치니라.
약국의 시설을 갖추시니, 약장이 하나에 궤가 하나요, 책이 한 질에 약은이하나요, 절구가 하나에 약써는 칼이 하나요, 그밖에 약방에서 쓰는 여러 도구가 모두 갖추어지니라.
제자 한 사람이 명에 따라 매일 새벽 약방을 깨끗이 쓸고, 문을 꼭 닫아 사람이 드나들지 못하게 하시더니, 무릇 이와같이 스무하루를 지낸 뒤에 문을 열고 방을 쓰시니라.
약은 스물네 가지이니, 원지 석창포 오매 목과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 독활 강활 창출 형개 방풍 길경 전호 시호 갈근 진피 지각 고연근 목단피 감초 양간 백지라.
약국에 처방이 둘 있으니, 하나는 가미사물탕이니 원지 석창포 오매 목과를 각기 이전 오푼씩이요, 다른 하나는 가미사물탕이니 숙지황 당귀 천궁 백작약 목과가 각기 이전 오푼씩이라.
운기에는 사성음에 형개 길경 전호 백지를 각기 이전 오푼씩 더하고, 병이 난지 사나흘이면 서너 첩을 쓰고, 병이 난지 팔구 일이면 백지 대신 목단피를 넣어 팔구 첩을 쓰니라.
약성은 풍증에 독활 강활 창출, 두통에 형개 방풍, 흉통에 길경, 해수에 전호, 간화를 빼는데 시호, 소갈증에 갈근, 복통 체증에 진피, 가슴이 답답할 때 지각, 회충에 고련근, 파혈통경에 목단피, 모든 약을 화합시키는데에 감초, 온중에 양간이라.


3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전주 용머리 고개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약기운이 하늘에서 평양으로 내렸으니, 너는 평양으로 가서 약을 사 오라.
공우가 짐을 꾸려 명령을 기다렸더니, 밤이 오매 신명에게 오랬동안 칙령을 내리시더니, 다시 명령치 않으시니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는데 제자가 명에 따라 약패를 만드니, 밤나무에 만국의원이라는 글자를 새기고, 글자 획에 경면주사를 먹이니라.
공우에게 명령하여 말씀하시기를, 약패를 원평 길거리에 걸라. 만약에 관인(官人)이 물어오면 너는 어떻게 답하겠느냐?
말씀드리기를, 죽은 사람을 살리고, 눈 먼 사람이 보게하고, 앉은뱅이를 걷게하여 크고 작은 병을 모두 고치노라 하겠나이다.
크게 기뻐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반드시 이렇게 대답하라 하시고, 명령이 끝나자 약패를 불사르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약패를 만드사, 원평에 걸도록 명하시고 불사르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공우가 그 임무를 잘 실행하여 관인에게 대답을 잘하였으므로, 약패가 이미 원평 길거리에 걸려 있노라.
하루는 제자가 명을받고 전주에 가서 약재를 사들이는데 그때 하늘에서 비가 내리니,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약탕수니라.
말씀하시기를, 스물네 가지 약재는 세상에서 가장 효험이 있는 약이니, 의서에서 스물네 가지 약의 성질을 찾아서 잘 공부하면 천하에 뛰어난 의원이 되노라. 또 말씀시기를, 인삼의 정기는 형렬에게 가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의 크고 작은 모든 병을 약을 쓰지 않고 명령만으로 낫게하시면서, 이제 약국을 차리시니 그 이치가 어떤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성부와 성자와 성신이 천지도술을 받드니, 영원토록 천하의 모든 병을 이 약국에서 모두 치료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약장에 단주수명이라 쓰시고, 열풍뇌우불미라 쓰시고, 우보상최등양명이라 쓰시니, 그 이치가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후천의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이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약국 벽 위에 사농공상과 음양을 비롯한 많은 글자를 쓰시고, 흰 종이를 그 위에 붙여 가리시고 자현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뜻가는 대로 사기그릇으로 그 위를 덮고 잘라내어 글자가 나오게 하라.
자현이 시키신대로 하여 음자가 나오니 기쁜 얼굴로 말씀하시기를, 천운에 바로 맞추었도다. 시속에 사람들이 음과 양을 함께 말할 때 꼭 음양이라고 말하나니, 이는 지천태니라. 종이를 뗄 날이 빨리와야 천하의 백성이 삶을 즐길 수 있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시키신대로 하여 음 자가 나오거늘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운수에 맞는다고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선천은 천지비의 운수요, 후천은 지천태의 운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종이를 떼는 날이 빨리와야 천하의 백성들이 그 삶을 즐기는 것은 어떤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뒷날 이 종이를 떼는 사람이 있으면 천하의 운수가 오게 되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깨끗한 종이에 약국에 비치된 물품의 목록을 모두 쓰시고 칙령을 내리시니,
세계의 있음이 이 산으로부터 나오니
화려한 문물을 갈무리한 가을의 운이 일어나노라.
모름지기 으뜸가는 조상은 태호복희여야 하거늘
도닦는 사람들은 무슨 일로 부처 노래만 부르는가.
제자 두 사람에게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금산사 미륵전 앞에 지장각이 있어서 불편하니, 너희 두 사람은 그 절에 가서 지장각의 석가불상을 향해 마음으로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며 이 종이를 불사르라.
제자가 여쭈기를, 약국에 비치된 물품의 목록을 쓰신 것과 칙령을 석가불상 앞에서 불사르면, 지장각이 옮겨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석가불에게 명령하니 옮아가느니라. 금산사는 이제부터 미륵도량이 되노라.


4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용머리고개를 지나시는데 제자가 아뢰기를, 올해 보리농사가 이삭이 잘 패지않고 말라죽는 것이 많아 크게 흉년이 들것이라 하오니, 온세상 민심이 물끓듯 시끄러워 앞으로 가난한 백성들은 많이 굶어죽게 되고, 난을 일으키고 숨어있던 사람들이 다시 세력을 얻을 것이라 하오니, 불쌍하고 어여삐 여기시고 하늘의 덕을 내리시어 백성들의 목숨을 구해주소서.
크게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지난 이월에 보리밭을 지날 때 너희들이 나에게 아뢰기를, 보리가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거친 음식이 되었으니 세상에 보리밥이 없어야 옳다고 하므로 내가 너희들의 말을 들었는데, 이제 어찌 그리 헛말들을 하여 이같이 삼가지 못하느냐? 나는 농담으로 하더라도 천지공정에서는 천지공사가 되나니, 헛말을 할 수가 없노라. 다시는 이런 잘못을 범하지 말라. 오늘은 특별히 용서하여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주노라.
제자가 명에따라 거친 보리밥을 지어 된장국을 반찬으로 받들어 올리거늘, 된장국에 보리밥을 말아 다 드시고 말씀하시기를, 가난한 농민의 밥이 이러하도다. 말씀이 떨어지니 상쾌한 바람이 연이어 불면서 단비가 때맞추어 오더니, 그 뒤에 보리농사가 크게 풍년이 들어 만백성이 기뻐 춤추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말 한마디를 잘못하여 천하의 농사가 좌지우지 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 모든 나라의 한해 농사의 풍흉이 오로지 내 명령에 달렸노라.

말씀하시기를, 대인을 배우는 이는 천지의 마음을 마음으로 삼고 음양의 이치에 따라 사시를 순환시켜 천지의 화육을 돕나니, 그러므로 먼저 천하의 이치를 살펴 한 번 말하고 한 번 침묵하는 것까지 도리에 들어맞은 뒤에라야 덕이 이루어 지느니라.
사람이 만약 사사로운 욕심에 얽매이고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다르게 처세하고 들고 조급하여 가벼이 굴면 이루는 바가 클 수 없느니라.
사시의 운행이 봄에는 먹을 것이 없으니 보리농사가 귀중하고, 천하의 형세가 앞으로 큰 굶주림이 있으므로 백성의 목숨을 건지는데 보리가 소중한 곡식이 되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중천신은 본디 자손이 없으므로 선천에 황천신에 빌붙어서 얻어먹더니, 나의 세상에는 이를 원망하는 고로 나는 복록을 그 신명에게 맡겨 모든 성씨에 고르게 나누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 중천신이 복록을 맡아 만백성에게 고루 나누어주면, 세상의 복록이 크고 작고 엷고 두터운 차이가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공덕의 많고 적음에 따라 복록의 두텁고 엷음이 정해지나니, 사사로운 치우침이 없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가뭄이 오래 이어지고 모든 곡식이 말라 죽사오니, 단비를 내리시어 백성들의 녹줄을 구해주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오늘 내가 너와 함께 기우제를 지내리라.
제자가 명에따라 소주와 삶은 돼지 한 마리를 받들어 올리거늘, 여러 제자와 함께 술을 마시며 고기를 드시니, 미처 상을 물리시기도 전에 큰 비가 쏟아지니라.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이 하나 있어 문 밖으로 나가더니 말하기를, 만백성이 모두 살아나겠도다. 만약 상제님의 권능이 아니라면 어찌 이럴 수 있으리오 하더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여러날 동안 칙령을 쓰사 종이가 상자에 가득 차니라. 그 칙서(勅書)로 권축을 만드시고 여러 제자에게 명령하시기를, 방 안에 있으면서 밖으로 나오지 말라. 칙서를 태우시면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사 하는 사람은 화지진(火地晋)도 하노라. 제자 두 사람은 숨을 쉬지 못하여 먼저 나가고, 나머지 제자들은 일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칙서를 불사르시고 함부로 나가지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런 일이 있으니 때가 오면 알리어니와, 천하사를 하는 이는 남이 참지 못하는 바를 참아내고, 남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하여야 하나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는 좌불이 되어라. 나는 유불이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유불과 좌불의 뜻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좌불은 지방을 잘지켜 덕을 세상에 펴고, 유불은 천하를 대순하여 덕을 세상에 펴노라.


5 장

무신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전주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오늘 청국공사를 보나니, 이 공사를 따라서 그 나라 정사가 바르게 되리라.
제자 두 사람이 명을받고 조용한 곳에서 지내며, 이레 동안 청나라 장래를 깊이 생각하여 대답하니라.
제자 한 사람이 말씀드리기를, 지금 청나라 정국이 어지러워서 서양 세력이 쳐들어오고, 백성은 도탄에 빠져 앞으로 동양 여러 나라의 재앙이 되오리니, 그 나라를 차지하시고 임금이 되시어 만백성을 구하소서.
대선생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니라.
한 사람이 말씀드리기를, 한족의 땅에 만주족이 왕노릇 하므로 한족이 원망하오니, 한족으로 왕이 되게하여 그 원을 풀어주소서.
대선생께서 무릎을 치시며 칭찬하시며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나의 세상에는 세상의 모든 나라가 제나라 사람으로 임금을 내고, 벼슬은 바꾸어 해도 되느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이 뒤에 청국 보은신이 이 나라로 넘어오노라.
무신년 여름에 전주 청도원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이제 청국공사를 보려하는데 그 나라로 가려 하나 멀어서 가기 어렵고, 청주 만동묘가 그와 가까운 듯하여 될 수는 있으나 역시 가기가 쉽지 않으니, 청도원을 택하여 청국공사를 보노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오랫동안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고, 이 공사를 가르쳐 주시지는 않으시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는데 제자가 아뢰기를, 천도교주 손병희가 교인들의 신심을 북돋우기 위해 순회하며 연설하는데, 이제 전주에 와 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내일 전주에 가서 손병희를 쫓아내라.
제자가 여쭈기를, 손병희가 전주에 와서 강연하면 안되는 것이 무엇때문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바로 내 옆의 땅을 침범하고, 삿된 말을 세상에 퍼뜨림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손병희가 어떤 삿된 말을 하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비단 하나 둘만이 아니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그 사람의 삿된 말 중에서도 어떤 것이 가장 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것이니라. 하늘은 하늘이요 사람은 사람이니, 사람은 하늘이 될 수 없느니라. 덕에 있어서는 사람이 그 마음을 잘 닦으면 천지와 더불어 한마음이 되고 같은 덕이 될 수 있거니와, 지위에 있어서는 하늘이 만백성의 임금이 되고 아버지가 되노라. 그러므로 옛 성현의 하늘을 섬기는 도리가 지극히 엄하고 공경하여 한결같이 성실하며, 수운의 하늘을 모시는 가르침이 지극히 밝고 정성스러우니라.
아이를 때리는 것을 하늘을 때리는 것이라 하였으나,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를 때리는 것이지 하늘을 때리는 것이 아니니라. 아이를 때리는 것을 하늘의 아들을 때리는 것이라 하면 맞다고 할수도 있으려니와, 감히 하늘을 때리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느니라.
모든 법이 하늘에 있고 모든 권세가 하늘에 있어서, 살리고 죽임과 가르치고 이끔과 복주고 화내림과 주고 뺴앗음이 하나같이 하늘에 다렸으니, 어찌 감히 하늘을 떄리리오. 큰 근본이 어지럽혀지면 모든 덕이 그르게 되어지노라.
그 밤에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공우에게 다시 명령치 않으시더니, 다음날 손병희가 일정을 바꾸어 서울로 돌아가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태을주는 천지에서 가장 존엄하니 반드시 영원토록 읽게되리니, 동리마다 읽고 학교마다 읽어서 천하가 모두 읽으리라.
하루는 전주에 계시는데 어떤 사람이 도를 받들고자 하거늘 허락하사 설법하시니, 그 사람은 청수를 향해 네 번 절하고, 제자 두 사람이 시키시는 대로 그 사람과 함께 태을주 스물한 번을 읽으니, 읽는 법이 염불하는 듯 하니라.
하루는 용머리 고개를 지나시는데 어떤 맹인이 길 옆에 앉아 구걸을 하거늘 물으시기를, 네가 구걸한 돈으로 내가 술 한 잔 사마시면 어떻겠느냐?
그 맹인이 쾌히 승낙하여 말씀드리기를, 어찌 한 잔 뿐이오리까? 있는 돈으로 다 드시옵소서.
대선생께서 칭찬하시고 한 잔을 드시더니, 그 뒤에 부자 과부가 있어 그 맹인과 함께 사니 먹고 입는 것이 풍족해 지니라.


6 장

무신년 여름 유월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광찬아. 내가 너와 더불어 스승과 제자의 분별을 떠나 그냥 친구사이로 지낸다면, 너는 나를 어떻게 부르겠느냐?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촌양반이라고 부르리이다.

말씀하시기를, 나는 너를 무엇이라 부르겠느냐?
말씀드리기를, 읍 아전이라고 부르리이다.
말씀하시기를, 지금 세상에 덕이 박하여 촌양반은 읍아전을 말할 때 반드시 읍아전놈이라고 부르고, 읍의 아전은 촌양반을 말할 때 반드시 촌양반놈이라 부르나니, 나와 너가 좋게 지내면 천하가 태평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세상 풍속이 덕이 엷어 양반과 아전이 귀천을 가려 서로 험한 말로 시비하거늘, 이제 광찬과 서로 좋게 지내시면 천하에 이런 폐단이 없어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광찬과 서로 좋게 지내면, 모든 신명이 법으로 삼아 사람사는 세상에도 저절로 예의가 행해지느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사람에 두 등급이 있는데, 복록은 고르게 누리느니라.
하루는 태인 신리에 계시는데 제자들이 주문을 읽는데, 숟가락 여러 개로 장단을 맞추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밤새워 주문을 읽으라. 밤을 새워 주문을 읽는데, 읽다가 말다가하면 죽으리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밤을 새우니라. 다음날 아침에 마당을 빨리 달리시며 말씀하시기를, 도망치는 걸음이 이러하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신데 응종이 와서 뵈옵거늘 말씀하시기를, 황천신이 오니 황건역사의 줏대를 불사르리라.
제자가 명에따라 짚으로 줏대를 만들어 올려 바치거늘, 불 속에 넣어 사르시니라.
무신년 여름에 와룡리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그 앞에 응종이 백암리에서 명을 받으니, 벼 서 말에 재를 섞어 자루에 넣어 창조로부터 받아오니라. 물을 가득 채운 큰 독에 넣고 소금 일곱 그릇을 넣어 하루에 한 번 씩 젓기를 사흘 동안 하니 물빛이 잿빛같고, 하늘빛도 또한 잿빛이 되어 햇빛이 사흘동안 나오지 아니하더라.
명을 기다리더니, 여러 날 동안 칙령을 쓰시니 한지가 백이십 장이오, 양지가 넉 장이라. 그 칙서에 소금을 먹이사 밤중에 삼경이 되기를 기다려 도랑 흙에 묻으시고, 응종이 명에따라 종이 고깔을 쓰고 벼 서 말을 옮겨와 그 집 문앞에 사방으로 흩어뿌리고, 모자를 쓴 채로 세수하니 양미간에서 손에 만져지는 것이 있거늘, 살펴보니 콩알 만한 크기의 검은 사마귀가 생겨났더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산하대운을 거두어 들이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벼를 재에 섞으시고, 칙서를 소금에 넣으시어 뿌리시고 묻으시며, 모자를 쓰고 낯을 씻으니 문득 검은 사마귀가 생겨나고, 밤사이에 세 말 곡식이 한알도 땅에 남아있지 않으니 어찌그러합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아뢰기를, 가까운 곳에 어떤 젊은 아낙이 범에게 물려가 인근이 놀라옵니다.
마루에 누우셨다가 급히 일어나사 목침으로 마룻장을 치시며 소리높여 크게 꾸짖으시기를, 충성아. 네가 어찌 감히 내가있는 바로 옆에서 사람을 해쳐, 나쁜 소문이 들리게 하는고? 조금 있다가 한 곳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목숨은 상하지 않았노라.
여러 사람이 가서 구해 오니, 옷만 찢어졌을 뿐으로 몸은 상하지 않았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세상의 모든 짐승을 모두 충성이 다스리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는데 제자가 아뢰기를, 이 지방에 호환이 자주 일어나서 백성들이 두려움에 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백성을 위해 폐해를 없애리라. 호랑이를 그리사 호랑이 눈에 점을 치시고 명령을 내리시니, 그 뒤로 호랑이의 폐해가 없어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호랑이를 그리시고 호랑이 눈에 점을 찍으시매 호환이 그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호환이 없으니 좋으니라.


7 장

무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이십사 장과 이십팔 장이라. 공우의 손을 잡으사 흥겨이 마당을 거니시고 큰 소리로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만국대장에 박공우.
공우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스스로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다 하며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거리고, 경석은 그 곁에 있으면서 얼굴빛이 갑자기 변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신대장에 박공우.
공우가 생각하기를, 혹시 죽어서 대장이 되는 것이 아닌가하여 근심하니라.
경석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병부에 임명하노라.
경석이 아뢰기를, 땅을 나누어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곧은 신하가 아니면 병권을 맡길 수 없노라. 나는 네가 곧은 신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네가 곧은 신하가 되기를 바라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공우에게 만국대장을 시키시고 경석에게 병부상서를 시키시니, 사람을 얻었다고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공우는 사람됨이 충직하고 공정하니 만국대장의 그릇이 될만하고, 경석은 맡은 일이 무거우니 착하게 만들고자 함이니라.
이로부터 공우가 드나들 때마다 문득 대포 쏘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디서 나는지를 알수 없더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내가 앞으로 너에게 군사 천만을 주어 너의 덕을 시험하리니, 힘쓰고 또 힘써서 그 영화를 이겨 받도록 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경석에게 군사 천만을 내리시니, 그것이 신명 군사입니까, 사람 군사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신명 군사가 곧 사람 군사요, 사람 군사가 곧 신명 군사니라. 때가 오면 천하가 모두 알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만 군사가 적지 않거늘, 어찌하여 경석에게만 그리 많이 내리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먼저 그 덕을 시험함이니, 덕을 이루면 크게 성공할 것이요, 이루지 못하면 크게 망하노라.
어느날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접주가 되어라. 나는 접사가 되어 너를 위해 일을 꾀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어찌 감히 접주가 되며, 접주와 접사의 뜻이 무엇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경석에게 명하여 편안히 지내며 지방을 지키게 하고, 나는 천하를 떠돌며 인연있는 선비 천만 인을 가려 경석에게 내리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편애를 받아 은혜를 독차지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경석이 그 덕을 새로이하여 어진 장수가 된다면 나의 기쁨이 천지에 넘치느니라. 앞으로 너희들이 거느릴 숫자는 천만 명으로 따질 수 없느니라.
하루는 형렬과 경석에게 물으시기를, 만약 하늘이 너희들에게 많은 아내를 거느리도록 허락한다면, 아내 몇이 좋겠느냐? 각기 자기의 뜻을 말하라.
형렬이 말씀드리기를, 지금 아내가 병이 많아 아이를 얻을 희망이 없고 잠자리를 감당하지 못하오니, 만약 허락하신다면 한 사람을 얻어 아내로 삼고자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네 소원은 어떠하냐?
경석이 말씀드리기를, 천하의 미녀로 열둘을 얻어 아내 삼기를 바라나이다.
문득 얼굴빛을 바꾸시며 크게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도적놈이로구나.
제자가 아뢰기를, 경석을 편애하시어 깨닫게 하시고 살피게 하심이 지극함을 다하였사오나, 허물을 고쳐 착해질 희망이 없나이다.
대선생께서 길게 탄식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무 악하면 고치기가 어렵도다. 내 덕이 크게 상하리니, 천운은 어쩔 수가 없는가?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에게 수를 내려주려 하니, 각자 그 뜻을 나에게 말하도록 하라.
경석이 말씀드리기를, 십오를 내려주시기 바라나이다.
문득 얼굴빛을 바꾸시고 크게 꾸짖으시기를, 도적놈이로다.
제자가 아뢰기를, 시속에 십오 수를 진주도수라고 말하니, 경석이 분수에 맞지않는 욕심을 품어 끝내 마음을 고치지 않으니 버리는 것만 못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마음을 다해 이끌어도 끝내 고치지 못하면 운수라, 어쩔수 없노라.
하루는 경석이 아뢰기를, 세상 사람들이 제자의 걸음걸이를 일컬어 용과 호랑이의 걸음걸이라 하나이다.
기쁜 얼굴로 그 뜻을 풀이하여 가르치시되, 경석아. 용행호보가 분수를 알면 나라와 집안을 흥하게 하고, 용행호보가 분수를 잊으면 집안과 나라를 망치느니라. 나는 천지의 복을 가졌나니, 마음을 잘 닦아 내 명령에 따르라.
제자가 아뢰기를, 지금 경석이 걸음걸이를 아뢰니, 사람들의 평판이 아니라 제자랑일 뿐이옵니다.
말씀하시기를, 욕심을 가지더라도 분수만 알면 또한 착해지고 공을 쌓는 길이 되느니라.


8 장

무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실 때, 제자들이 명에따라 스무하루를 기한으로 삼아 매일 새벽에 한 헌씩 한 시간씩만 잠자고 밤낮으로 잠자지 않았더니, 기한이 차매 모두가 피로한데 그 중에서도 경석이 가장 심하여 마당 앞에서 거꾸러지거늘, 바라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천자를 도모하는 자는 모두 죽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앞으로 역모를 하나이가?
말씀하시기를, 천자를 섬기면서 천자가 되기를 도모한다면 반드시 역적이라, 그러므로 깊이 경계시키노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수운의 글에 '분합무두당일사(分蛤無頭當日寺)'라는 말이 있느냐 하시니, 경석이 대답하기를 수운이 상제의 가르침을 받을 때 이 말이 있었다 하는데, 풀이한 사람이 없나이다하니, 마음에 꼭 새겨 두어라.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 하시니라.
하루는 벼 심은 논을 지나는데 경석이 큰 소리로 새를 쫒으니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새의 배도 채워주지 못하니 어찌 천하의 백성을 기르겠느냐? 백성을 크게 상하리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앞 마을을 가리키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마을에서 네 일을 그르다하는 집이 셋이 있으면 너의 일은 이루어지지 못하노라. 일을 잘 처리하고 남과 사이좋게 지내는데 힘쓰라.
하루는 태인에 계시며 말슴하시기를, 여자 한 사람을 구하여 오라. 오늘 내가 잠자리를 같이 하리라.
제자가 아뢰기를, 마침 몸 파는 아낙이 있으나, 달거리를 해서 안되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바로 이런 여자를 찾노라.
같이 주무시고 떠나려 하실 때 제자가 아뢰기를, 핏자욱이 옷에 가득하오니 가실 수 없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사람들이 나를 욕하면 신명들이 내 말을 들어 나의 세상에 여자의 달거리가 없어지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경세상에는 여자에게 달거리가 없어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불편하기가 짝이없으니 내 세상에는 없애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여러 제자들을 데리고 앞 내에서 목욕하실 새, 흐르는 물에 소금을 뿌리시고 말씀하시기를, 오늘 고기잡이를 하리라 하시더니 조금 지나 말씀하시기를, 큰 고기를 잡았노라 하니라.
경석이 말씀드리기를, 제자의 다리이옵니다 하니 다리를 놓아주시며 말씀하시기를, 그리 되었느냐 하시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앞 내에 소금을 뿌리시고 다리를 잡으사 고기를 잡았다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거기에 크게 경계시키는 가르침이 있느니라. 사람이 착하게 이끌어도 착해지지 못하고, 악을 경계시켜도 고치지 못하면 이는 천하에서도 가르치기 어렵나니, 만약 사람이 천지의 큰 죄를 지으면 하늘이 또한 잡아들이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이 뒤에 천지의 큰 죄를 짓게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살아가면서 천하에 널리 선하게 살기를 권하기에 급급하고, 죄를 따지는 일에 힘쓰지 말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동학이 차정으로 망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동학이 어찌 차정으로 망할 일이 있사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정씨로 임금을 삼고 차씨로 임금을 삼으니, 망하지 않고 어쩌겠느냐?
제자가 여쭈기를, 그러면 동학의 운수가 길지 않사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정씨를 가까이하지 말고 차씨를 가까이 하지 말라. 동학의 운수가 천지의 대운이요, 만세를 이어질 큰 운수이거늘 어찌 망하리오. 동학 신도로서 정씨와 차씨를 찾는 사람이 망할 뿐이니라.


9 장

무신년 여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동곡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니, 천하 자기신은 고부로 운회하고, 천하 음양신은 전주로 운회하고, 천하 통정신은 정읍으로 운회하고, 천하 상하신은 태인으로 운회하고, 천하 시비신은 순창으로 운회 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회문산에 이십사 혈이 있고, 변산에 이십사 혈이 있어 사람의 이십사 추에 응하나니, 이제 회문산을 산군도수로 정하고 변산을 해왕도수로 정하여 공사에 쓰노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명으로 만국의 제왕신명을 모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천하에 무슨 제왕이 이리 많으냐? 이제 그 기운과 운수를 꺾어 버리노라.
제자가 명에따라 하늘을 보니, 구름이 장엄한 모습을 지어 제왕들이 모인 자리처럼 보이더니, 천천히 없어지니라.
무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며 설법하시니, 활이 하나이고 화살이 아홉이라. 제자가 명으로 천정을 향하여 연거푸 쏘니라.
말씀하시기를, 구천을 쏘아 맞혔도다.
말씀하시기를, 약방을 수리하는데 돈을 고부에서 가져옴은 고부 선인포전기운을 씀이니라.
하루는 길을 가시며 물도랑 곁을 지나시더니, 갑자기 위태로운 소리를 지르시고 고의로 도랑 속에 빠지시니, 옷이 모두 더럽혀지니라. 바삐 대흥리로 돌아오사 고씨 사모께 물으시기를, 새로 지은 옷이 있느냐고 하시니라.
대답해 여쭈기를, 바빠서 아직 다 짓지 못하였나이다.
크게 책망하여 말씀하시기를, 지어비가 천하사를 하여 나그네 길을 떠나면 돌아올 때를 알 수 없으니, 어떤 때는 몇 달만에 돌아오고, 어떤 때에는 해질 녘에 돌아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새벽에 돌아오기도 해서, 몇일 동안 묵기도 하고 바로 떠나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아내된 사람은 갑작스런 일에 대비하여 지어비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때를 당하여 낭패당하지 않게 해야하나니, 어찌 소홀함이 이럴 수 있으리오.
책망이 매우 심하시니 고씨 사모께서 깊이 사과해 마지않으시고, 다시 이같은 일이 없을 것을 약속하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새 옷으로 갈아입으시니, 경석 부부가 정성들여 지은 옷이더라. 밖으로 나가시더니 더러운 흙탕물을 묻혀 오셔서 말씀하시기를, 이 옷은 더러워 입을 수가 없는데 내일 아침에 일이 있으니, 밤에 빨리 빨아놓으라.
경석이 아뢰기를, 새로 만들어놓은 옷이 잇사오니 바꾸어 입고 일을 보심이 어떠하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아니되노라.
경석이 식구들을 독려하여 밤새도록 잠자지 않고 깨끗이 빨아서 다려 올리거늘 갈아입지 않으시고 두셨는데,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없었더라.
무신년 여름에 대흥리에 계시며 주판으로 여러 제자의 녹을 계산하여 결정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오늘 너희들의 녹을 결정하여 넉넉히 내리노니, 덕에 힘쓰고 재물에 힘쓰지 말라.
제자가 여쭈기를, 사람의 녹이 모두 하늘에 매어있어 망령되이 구할 수 없는 것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녹이 하늘에 달렸으니 큰 녹은 내가 손수 결정하고, 다음 녹은 아래에서 정해 나에게 아뢰나니, 덕에 힘쓰면 녹이 넉넉하려니와 재물에 힘쓰면 녹이 손상되노라.
하루는 경석을 불러오라 하시니, 경석이 와서 방안에 서서 명령을 기다리니라. 종일토록 주무시고 아무런 가르침이 없으시니, 경석이 감히 자리를 옮기지 못하니 그 어미가 미음을 먹이니라.
해질녘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 어찌 불러서 깨우지 않고 오랫동안 고생하였느냐 하시고, 물러가라 명하시니 경석의 다리 아래가 조금 부었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경석을 부르사 종일 세워두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크게 경계시키는 길이니라.
하루는 가르침을 내리시니, 장차 교만한 자는 패하리니, 기미를 보아 일하라.


10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신데 내성이 와서 뵈오니, 이보다 먼저 시키신대로 방에서 홀로 지내며 여러 날 동안 가난하게 지내고, 여러 날 동안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목소리가 모기소리 같고, 간신히 걸음을 걸으니라. 슬피 울며 애원하여 아뢰기를,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사오니, 불쌍한목숨을 구하여 주소서.
건너다 보시고 슬퍼하사 눈물을 흘리시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굶주림이 심하냐?
말씀드리기를, 굶어죽겠나이다.
불쌍히 여기사 허락하여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네 몸에 두터운 녹을 넉넉히 내려주노니, 이 뒤로는 잘 먹고 잘 입으라. 조상의 제사에 정성을 다하고, 오로지 농사에 힘쓰라.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고, 남의 자녀를 유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고, 진실을 지키라. 서출과 상민을 천대하지 말고, 백정과 무당을 공경히 대하라. 네가 죄를 짓지 않으면, 너 또한 영화가 있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내성이 명에따라 여러 날을 굶주리며 홀로 지내니, 내성이 앞으로 대도를 따르며 폐를 끼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성의 바라는 바가 먹는 것과 입는 것과 여색에 있으므로, 그 녹을 내려줌이니라. 내성이 어질어진다면 대도에도 또한 다행이리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제자들이 명으로 스물여덟 사람을 뽑으니 이십팔장을 정하시고 각기 주머니 하나씩을 주셧는데, 왕량신장에게 내리시는 칙령에 씌어있기를, 장령이니라. 물에 들어도 빠지지 않고, 불에 들어도타지 않아서 수륙만리에 가는 동안에도 평안하고, 오는 동안에도 평안하라.
다른 신장의 칙령은 제자들이 얻어보지 못하엿고, 이 공사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공우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마음으로 육임을 정하라. 공우가 명에따라 속 마음으로 육임을 정할 때, 차례가 한 사람에게 미치니 말씀하시기를 불가하니라. 공우가 이에 다음 사람으로 고쳐 정하니라.
이 밤에 명에따라 여섯 사람을 부르사 방의 불을 끄고 시천주를 읽으며 방안을 돌아다니게 하더니, 문득 한 사람이 거꾸러져 죽으므로 다른 사람들이 놀라고 겁먹어 주문 읽기를 멈추니,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걱정하지 말고 계속하여 주문을 읽으라 하시니라.
다른 사람들이 주문을 읽어 밥먹을 시간쯤이 지나서 불을 켜고 보니, 죽은지가 오래 되었더라. 명에따라 물을 얼굴에 뿌리니 점차 정신이 돌아오거늘 말씀하시기를, 나를 부르라.
그 사람이 간신히 살려달라고 빌었더니, 바로 생기를 얻어 보통 때와같아지니라.
말씀하시기를, 네 몸이 깨끗하지 못하니, 시천주에 큰 힘이 들어있어 죽음에 이르렀느니라. 내가 너를 버리고 구해주지 않았다면, 너는 뒷날 소와 말에게 밟혀 죽게되고, 밭두둑에 엎어져 죽게 되었으리라.
앞으로 천하의 형세가 괴질이 온 세상을 덮쳐 살아날 방법이 없거든,나를 불러 삶을 구하라. 나를 부르는 사람은 사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문득 한참동안 신음하시며 말씀하시기를,내가무슨 죄가 있어 장님이 되는고 하시니라. 제자들이 놀라서 살피니 백태가 눈을 가려 눈이 머시니라.
제자들은 당황하고 놀라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대선생께서 오랫동안 괴로이 앓으시면서 말씀하시기를, 내게 무슨 죄가 있어서 눈이 못쓰게 되는고 하시며 눈물을 줄줄 흘리시니라.
옆에있던 어떤 사람이 손을 눈에 대려하니 문득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누구의 몸이라고 함부로 손을 대려 하느냐 하시더라. 한참을 지내신 다음에 몸소 백태를 힘들게 떼어 내시는데, 두께가 한 치가 넘고 떼어낼 때에 소리가 나니 보는 사람들이 두려워 하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백태가 눈을 가려 오랫동안 신음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천지를 다스리는데 백성들이 해와 달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어찌 차마 보고만 있으리오. 나의 세상에는 앞못보는 사람이 없느니라.


11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대흥리 길을 지나시는데, 농부들이 길 옆 나무 아래 앉거나 누워서 가뭄으로 일할 마음을 잃고 탄식하다가, 대선생의 행차를 보고 일제히 일어나 그 앞으로 와 서서 아뢰기를, 하늘이 비를 주지않아 천하의 농사를 크게 망치게 되었사오니, 만백성의 목숨을 구해주소서.
제자들을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기를, 가뭄이 아주 심하구나.
제자가 아뢰기를, 가뭄이 혹독하여 농사 꼴을 어떤 말로도 말할 수 없고, 천하의 백성들이 목마른 듯 비를 기다리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백성을 위해 근심을 풀어주리라. 여러 제자를 거느리시고 피난골에 이르사 대나무 가지로 우물을 저으시며 말씀하시기를, 음양이 고르지 못하도다.
제자 한 사람이 명에따라 제각에 가서 물어서 제직이가 사흘 전에 죽은 것을 알아내어 복명하거늘, 말씀하시기를 새 기운이 하나 있도다.
제자 한 사람이 시키신대로 다시 물어서 행랑에 손님 부부가 있음을 알아내어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이제 일을 할 수 있노라 하시고 제각 마루 위로 오르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우수 신명이 서양에 가 있으니 너희들은 함께 소리질러 부르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마루 위에 나란히 서서 한꺼번에 부르기를, 만수야. 연거푸 세 번을 부르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 가운데 동학가사를 가진 사람이 있느냐? 제자 한 사람이 받들어 올리니라. 책을 펼쳐 한 구절을 읽으시니 가사에 말하기를, 시경에 이르기를 도끼자루를 찍음이여, 도끼 자루를 찍음이여. 그 가늠이 멀지 않노라. 내 앞에 보는 바는 어길 바 없건마는, 이는 모두 사람일 뿐이요, 가까움이 아니니라. 눈앞의 일을 쉽게 알고 깊이 헤아리지 않고 해나가다가, 끝에 닥치는 일이 그렇지 않으면 그 아니 내 한일런가.
처음에 가는 소리로 읽으시니 하늘에 천둥이 조금 치다가, 두 번째는 큰 소리로 읽으시니 큰 비가 쏟아지고 천둥이 크게 일어나 번개불이 마루 위로 쳐들어오며, 천지가 뒤흔들리며 화약냄새가 코를 찌르고, 지진이 세게 일어나 모든 제자들이 마루 위에 거꾸러지니라.
제자 한 사람이 명을받아 먼저 정신을 차려서 여러 사람을 불러 깨우니라. 제자 한 사람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산등성이에 올라가서 멀고 가까운 곳의 물이 많은지 적은지 살피고 오라.
제자가 복명하여 아뢰기를, 가까운 곳은 때맞추어 적당히 내렸고, 김제와 만경 등에는 흙탕물이 들을 가로지르니 많은 듯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좀 많은 것이 조금 적은 것보다는 나으리니, 크게 나쁠 일은 없으리라.
이때에 어떤 사람이 이름난 선비임을 자랑하여 (대선생의) 재주와 배움을 시험코자하여 인사를 청해오는데, 행동거지가 교만하더라. 응하지 않으시고 비내리는 공사를 계속 보시더니, 그 사람이 보고있다가 혼비백산하여 정신을 잃고 기어다니며 연방 소리치기를, 하느님, 하느님이시여. 저를 살려주소서 하더라.
밥한끼 먹을 시간이 지나도록 하는 모양이 매우 불쌍하니 이에 조용히 타일러 말씀하시기를, 내가 여기 있으니 너는 놀라지 말라. 네가 세상에 살면서 지극한 소원이 있으리로다.
말씀드리기를, 아들을 하나도 얻지못하여 꿈속에서도 후사가 끊어짐을 한스러워 하오니, 하늘의 은혜를 내리사 불효의 큰 죄를 벗겨주소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아들을 얻으면 삼천 금을 바치라.
그 사람이 말씀드리기를, 비록 집안 살림을 모두 팔아 바치더라도 아까울 것이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의 뜻이 독실하니, 아들 두 셋을 내리노라.
그 사람이 뒤에 아들 두엇을 얻어, 언제나 하늘의 은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어떤 사람이 아들을 원하매 허락하시며 삼천금을 바치도록 명령하시고, 그 돈은 받지 않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뒤에 요긴하게 쓸 사람이 있노라.
뒤에 그 사람이 아들 두엇을 얻거늘, 경석이 말을 꾸며내어 거짓말을 하여 받아 쓰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는데 경원이 태인으로부터 사람을 보내 대신 아뢰기를, 요사이 한국 관원의 조사가 날로 심해져서 대선생께서 계신 곳을 캐어 물으니, 앞날의 형세가 아주 심상치 않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칙령을 내리시니, 하늘이 비와 이슬을 인색하게 쓰면 반드시 모든 곳에서 원망이 있고, 땅이 흙과 물을 엷게 쓰면 반드시 만물의 원망이 있으며, 사람이 덕화를 박하게 쓰면 반드시 모든 일에 원망이 있나니, 하늘과 땅과 사람의 씀씀이가 모두 마음에 있느니라. 마음은 귀신이 드나드는 돌저귀이며 문이며 길이니, 돌저귀를 열고 닫고, 문을 드나들고, 길을 오고 가는 신은 착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니, 악한 것은 고치고 착한 것은 본받으면 우리들 마음의 추기문호도로는 천지보다 크니라.
경원이 명에따라 한 번 읽고 불사르니, 그 뒤로 관원의 폐해가 없어지니라.


12 장

하루는 대선생께서 고부 학동에 계시다가 밖으로 나가려 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길에 한 사람의 절을 받으면 장차 천하 사람의 절을 받으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평소에 제자들이라도 절을 못하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일이 되기전에 큰 영화를 누리면 운수가 깍이느니라. 너희들은 뒤에 크게 경계하라.
하루는 백암리로 시가는 길에 공우를 되돌아 보시며 물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관운장과 같으냐?
공우가 이 사이에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으리라 여겨 말씀드리기를, 감히 알 수가 없나이다.
또 조금 지나서 다시 돌아보시며 물으시기를, 내가 관운장과 같으냐?
공우가 여기에 반드시 허락받으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여 말씀드리기를, 꼭 닮았나이다 하니, 이에 본래 모습으로 되돌리시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며 세면을 하시고, 그 물을 버리지 않으시고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이 물로 세면하라.
공우가 명에따라 세면하고 하루 동안 나돌아 다니다 들어왔는데, 가는데마다 남들이 모두 대선생으로 모시니, 생긴 모습과 말과 행동이 하나도 다름이 없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공우가 같은 물에 세면하고 명을 받들어 길을 가니,말과 풍채가 꼭같으니 어쩐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기가 같아지면 모습도 같아지느니라. 때가 오면 너희들이 모두 환골탈태 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가난하던 사람이 갑자기 부유해지면 잘 입고 잘 먹어서 마음 씀씀이가 커지는 것을 사람들이 환골탈태라 말하는데, 제자들이 뜻을 얻으면 이렇게 된다는 말씀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그것은 환형탈태요 환골탈태가 아니니, 너희들은 나의 세상에 모두 환골탈태하여 선풍도골이 되노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는데 제자 한 사람이 와뵙거늘 몸소 술을 따라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네가 어젯밤에 나를 위해 힘을 썼도다.
제자가 어리둥절하여 말씀드리기를, 힘을 쓴 바가 없나이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그럴 리가 없다 하시니라.
제자가 문득 전날 밤의 꿈이 생각나서 아뢰기를, 꿈에 한 일도 또한 일이옵니까 하고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다 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어젯밤 꿈에 천하의 호구를 장부로 만들라 명하시거늘, 오방신장을 거느리고 자세히 작성하여 바쳤나이다 하니, 말씀하시기를 바로 이 일을 이름이니, 너의 수고를 치하하노라 하시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꿈에 한 일이 참으로 쓸모가 있나이까 하니, 말씀하시기를 몸으로 천하를 돌아다니면 불편하고 신으로 천하를 돌아 다니는 것이 편하니, 그러므로 꿈에 일을 보기도 하노라.
하루는 길을 가시는데 앞 마을의 한 집에 불이나서 바람을 맞아 기세가 커지거늘, 슬피 바라보시며 말씀하시기를, 한 마을이 모두 타버리겠도다.
제자가 두려워하여 아뢰기를, 백성들의 삶을 불쌍히 여기소서.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센 바람이 크게 일어나 순식간에 불을 끄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더니, 폭우가 쏟아지는데 어떤 사람이 가슴을 치며 통곡하여 말하기를, 내가 짓는 농사가 담배농사 밖에 없는데 쏟아지는 비에 비탈진 산밭에 사태가 져서 쌓이면 담배농사는 완전히 망치리니, 식구는 많은데 살아날 가망이 없도다. 울음소리가 슬프고 애절하여 구천에 사모치는듯하니 듣는 사람들의 낯빛이 변하니라.
들으시고 매우 불쌍히 여기사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농사를 구해 주리니 근심치 말라.
그 사람이 반신반의 하며 날이 개기를 기다려 엎어지고 자빠지며 달려가서 보니, 가까운 당의 담배농사는 모두 사태로 못쓰게되고 자기 밭에 기르던 것은 생생하게 잘 자라서 하나도 상한 것이 없는지라. 그 사람이 뛰고 솟으며 돌아와 땅에 엎드려 은혜를 감사하며 말하기를, 하느님의 돌보시고 보살피심을 입어 다시 살아난 은덕을 기리고자 하나이다.
그 모양이 지극히 정성스럽고 간곡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모시고 따라 다니는 이들에게 대접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폭우가 쏟아지는데 한 농사만 상하지 않았으니, 어찌된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의 슬픈 울음소리를 내가 차마 듣지 못함이니라.


13 장

무신년 가을에 대선생께서 백암리에 계시더니, 순창 사람 김영학이 제자가 되고자 하거늘 이렛 동안 허락치 않으시니라.
영학이 마음속으로 분해 하다가 여러 제자들이 권하는대로 정성을 다해 빌었더니, 느닷없이 큰 소리로 꾸짖어 말씀하시되, 이 놈을 목을 베고 배를 가르리라. 영학이 목소리에 질려 떨면서 물러나오니라.
조금 있다가 불러오게 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에게 공손히 사배를 올리라. 절을 받으시니, 제자들에게 운수를 깎아먹는다하여 절을 못하게 하시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절을 받으심이더라.
말씀하시기를, 너는 나라의 큰 양반이요 나는 시골의 가난한 양반이니, 네가 나에게 절하는 것이 마음에 거리끼느냐? 나는 너에게 사배를 받고도 남느니라. 오늘 너의 목을 베고 배를 가르라고 꾸짖은 것은, 이전에 네가 두 사람을 죽였기에 그 척신을 위로하여 네 목숨을 구하려 한 것이니라.
영학이 아뢰기를, 어찌 감히 사람을 죽이오리까? 그런 일이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깊이 생각해보라. 너는 열여덟 살에 살인한 적이있고, 금년에도 사람을 죽였노라.
영학이 환히 깨달아져서 아뢰기를, 이런 일이 있었사오니, 열여덟 살 때에 남원에서 아전이 세금을 독려하러 왔는데 말과 행동이 너무 무례하기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저도 모르게 화로를 던졌더니 그 사람이 머리를 다쳐 다음 해에 죽고, 금년에 의병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나쁜 짓을 하기에 대장을 찾아가 꾸짖었더니, 뒤에 들리는 소문에 그 졸병을 쳐죽였다 하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바로 그 일을 이름이니라.
영학이 이에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큰 은혜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니라. 영학이 다시 아뢰기를, 몇 년 전에 최면암과 더불어 의병을 일으킨 적이 있었더니, 이제 일본군이 의병의 거두라고 하여 수사가 날로 심해지니, 목숨을 구해주소서.
말씀하시기를, 영학아. 나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목숨을 보존하지 못했으리라. 너는 지금부터 최익현 등과 함께 꾸미던 일은 인연을 끊으라. 내가 오늘 일본군 대장에게 칙서를 써 주리니, 너는 자수를 하라.
영학이 말씀드리기를, 지금 형세가 저들에게 잡히기만 하면 반드시 죽으리니, 자수하는 것이 불가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하거늘 그가 어찌 감히 못된 짓을 하리오. 너를 잡아 가두기는 고사하고, 일이 저절로 풀리노라.
영학이 칙서를 청하매 칙령을 써 보여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일본군 대장이 이 글을 보면 감히 너를 해치지 못하고 너를 반겨주리라. 이어 칙서를 태우시고 말씀하시기를, 칙서가 먼저 그에게 닿았으니 너는 근심치 말고 다녀오라. 일본군이 지금 순창에 주둔하였으니, 너는 먼저 군수를 만난 뒤에 일본군 대장에게 통지하라.
영학이 두려움과 의혹이 번갈아 일어나되, 순창으로 가서 명을 받들어 행하니라. 일본군 대장이 영학이 왔다는 말을 듣고 크게 위세를 떨쳐 영학이 있는 곳을 수백 명 군사로 에워싸더니, 먼저 심문을 하고난 다음에 구류간에 가두니라.
영학이 대선생께서 갇히지 않으리라 하신 말씀을 생각하여 큰 소리로 저항하니, 마침내 여러 장수들을 권하여 항복시키겠다고 약속케 하고 석방시키니라.
영학이 돌아와 뵈오려 할 때, 마당 앞에 이르자마자 먼저 위로하여 말씀하시기를, 네가 이번 길에 많이 놀랐도다. 일본군 대장이 어찌 감히 너를 가두리요. 칙명을 어긴 죄를 다스리리라 하시더니, 그 뒤에 일본군 대장이 순창에서 즉사하니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시며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물을 머금어 종이에 뿜으시니 바로 하늘에서 비가 내리니라.
제자가 명으로 청수 한 동이를 받들어 올리거늘, 대선생께서 한 그릇을 떠서 반은 마시시고 나머지는 도로 동이에 쏟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도 각자 한 그릇씩 마시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마시니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이 공사는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니라.


14 장

무신년 가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사 말씀하시기를, 정읍에 포정소를 정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포정소를 정읍에 두시니, 포덕을 정읍에서부터 시작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모든 일이 모두 정사가 선 다음이라야 행해지느니라.
무신년 가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백암리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사 말씀하시기를, 태인에 대학교를 정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학교를 태인에 두시니 선세의 학문이 태인에서 나오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태인에 도창 고개가 있고 대각교가 있으니, 하늘이 세상에 보여준 지가 오래니라. 나의 세상에 천하의 큰 학교가 장차 태인에 세워지리라.
하루는 백암리에 계셨는데, 제자가 명에따라 무당 여섯 사람을 불러와 모자와 두루마기를 벗게하고, 각기 청수 한 그릇씩을 올리고 청수를 향해 네 번 절하게 하니라. 먼저 시천주를 읽으시니, 여섯 사람이 따라 읽어서 각기 세 번씩 외우니라.
사는 곳과 이름을 물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 사람이 아는 이름이냐 하시니, 모두 그렇다고 말씀드리니라.
교 받는 여섯 사람이 명을 받들어 각자 청수를 마시거늘,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복록이니라 하시니라.
이제 여섯 사람에게 교를 전하니, 이는 천하의 대학이니라. 이때는 해원시대니, 가난하고 천한 사람으로부터 교를 전하노라 하시니라.
무신년 가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태인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기를, 두문동 칠십이 인표요, 팔팔구구 신농패라. 말씀하시기를, 태인에 복록궁을 정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복록궁을 태인에 두시니, 선경 세상에 천하의 복록이 태인에서 나오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하 만세에 억조 백성의 복록을 복록궁에서 결정하노라.
무신년 가을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칙명을 내리시기를, 천지대팔문이요, 일월대어명이요, 금수대도술이요, 인간대적선이니, 시호시호 귀신세계라. 말씀하시기를, 고부에 수명궁을 정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수명궁을 고부에 두시니, 선경 세상에 천하의 수명을 고부에서 정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하 만세에 억조 백성의 수명을 수명궁에서 결정하노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남의 장점을 취하기에 힘써 사람을 사랑하고, 남의 단점을 취하여 남을 미워하지 말라. 너희들이 사람을 사랑하면 천하가 태평하고, 너희들이 남을 미워하면 천하가 어지러워 지노라.
하루는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 중에서 네 사람에게만 서울 경(京) 자 붙은 이름을 내리사, 윤홍(輪紅)에게 경석(京石)이란 이름을 내리시고, 경학(敬學)에게 경학(京學)이란 이름을 내리시고, 경언(敬彦)에게 경원(京元)이란 이름을 내리시고, 경수(敬守)에게 경수(京洙)란 이름을 내리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의 모든 법이 서울에서 나오나니, 이제 일소삼궁(一所三宮) 공사를 네 사람의 집에서 보았노라.


15 장

무신년 가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여러날 동안 칙령을 내리시고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내가 오늘 화둔을 묻으리니 불을 조심하라. 오늘 너희 집에 불이나면 불기운이 널리 퍼져나가 천하를 모두 태우리라.
형렬이 놀라고 겁내어 화롯불까지 끄고, 하루종일 찬밥을 먹으며 집안 사람들을 단속하니라.
무신년 가을에 구릿골에 계시며 제자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마당에 나가 동쪽 하늘에 별이 나타났는지 숨었는지 살펴보라.
제자가 복명하여 말씀드리기를,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어 별 하나도 보이지 않나이다.
이에 문을 열고 한 번 부시니 구름이 흩어지고 별이 나타나, 맑은 하늘에 별무리가 반짝이니라.
무신년 가을에 구릿골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양지 일곱 장에 각기 글을 쓰시니 병자기이발이라. 장사병쇠왕관대욕생양태포라. 형렬에게 명하사 사람을 정해주시고 이름을 가르쳐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지금 전주로 가서 일곱 사람에게 각기 한 장씩 전하라.
형렬이 복명하여 말씀드리기를, 여섯 사람에게는 명령대로 전하고, 한 사람은 사방으로 돌아다녀도 만날 수가 없어 그냥 돌아왔나이다.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하면 이는 천지공사이니, 반드시 시행해야 옳거늘 어찌 감히 명을 어기느냐 하시고, 밤이 오매 오랫동안 칙령을 내리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이번 공사를 밝혀 가르쳐 주옵소서.
말씀하시기를, 책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모두 알게 되노라.
무신년 겨울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어 종이를 잘라 긴 줄을 만들어 여러 곳에 그물처럼 갈아두고 행법하시니, 마치 기차 선로 같더라. 방 가운데로 이끌어 들이시고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 집이 뒤흔들려 기차가 달리는 것과 같아 제자들이 놀라고 겁나서 모두 밖으로 나가니라.
제자가 명에따라 공사에 쓴 물건을 자리를 가려 불사르니 말씀하시기를, 남은 것이 있느냐?
제자가 살펴보니 남은 것이 있으므로 불에다 던져넣으니 말씀하시기를, 빠르다 하시니라.
제자가 명으로 하늘을 보니, 햇무리가 둘렀는데 한 곳이 끊어졌더니, 타서 없어짐에 따라 이어지더라.
말씀하시기를, 이번 공사는 천하에 기차기운을 돌리는 것이니라.
하루는 용머리 고개를 지나시는데, 어떤 아낙이 가슴을 치며 통곡하니 그 모습이 차마 보기 어렵더라.
말하기를, 온 집안 식구들이 내가 술을 팔아서 간신히 연명하는데, 전주에 관으로부터 술도가 허가를 받은 사람이 나와서 개인적으로 술빚는 것을 금지하니, 나 같은 사람은 어찌 살아가리오. 죽을 수밖에 없도다. 정신을 잃고 슬피우니, 보는 사람이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더라.
한참동안 울음소리를 들으시다가 제자를 돌아보시고 물으시기를, 도가가 생기면 이와같은 아낙이 하나둘이 아니리라.
대답해 말씀드리기를, 수백 가구가 모두 이런 근심에 들었으리이다.
그 아낙을 불러오게 하사 위로하여 말씀하시기를, 내가 너의 어려움을 풀어주리니, 그리 슬피 울지 말라. 세상에 어찌 남장군만 쓰이리오. 칙령을 내리시니 여장군이라.
신명에게 명하시니 그 여자가 갑자기 용기가 드높이 솟아나서, 전주부에 들어가 수십 주모를 불러모아 도가에 몰려가 싸우려하니, 도가의 주인이 두려워하여 폐업하기로 약속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여장군이라 명하시니 그 여자가 즉시 신력을 얻어 여장군으로 행세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는 나무나 돌이라도 명령만 하면 바로 쓰노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다가 백암리로 가시려 하는데 공우가 아뢰기를, 만약 아침 해가 산위로 오르면 길이 진흙이 되어 걷기가 아주 어렵겠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냐 하시고, 태양을 향하여 손을 들어 세 번 누르시니, 아침 해가 산마루에 절반만 나와서 움직이지 않더라.
백암리에 이르사 손으로 세 번 들어올리시니, 여러 길 솟아 오르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여기서 대흥리가 이삼십 리 길인데, 행차하시는 동안 아침 해가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니 어쩐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는 해와 달의 운행도 명령만 하면 즉시 머무르느니라.
무신년 겨울에 태인 신리(새올)에 계시며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벽력표를 묻으시니, 문득 맑은 하늘에 천둥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니라.


16 장

무신년 겨울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와룡리에 계시더니,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의 난국에 있으면서 만세의 도덕정사(道德政事)를 세우려면 황극신을 옮겨와야 하느니라.
황극신이 이 나라에 올 운수는 청주에 만동묘를 세움으로부터 비롯되었노라. 지금 황극신은 광서제에게 응기되어 있으니, 불러 오리라. 제자들은 명에따라 매일 밤마다 시천주를 읽고, 몸소 행법하시니라.
하루는 운상하는 일을 명령하시더니 무릎을 치시며 큰 소리로 말씀하시기를, 지금 넘어가노라. 조금 지나서 말씀하시기를, 운상하는 소리를 어로, 어로 하나니, 어로는 임금의 행차라. 이제 황극신이 넘어 왔노라.
이때에 대선생께서 윗자리에 단정히 앉으시고 여러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그 앞에 줄지어 서서, 백의군왕백의장상봉조공사를 공경히 집행하니, 위의가 엄숙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황극신이 명을 받들어 이땅으로 오매 광서제가 죽으니, 그 이치가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청나라의 제운(帝運)이 광서제에 이르러 끝남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황극신이 동쪽으로 오면 천하의 대중화가 이 땅이 되리니, 청국은 앞으로 어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있는 곳이 천하의 대중화가 되나니, 청은 앞으로 여러 나라로 나누어지노라.
하루는 새올에 계셨는데 제자 한 사람이 와서 뵙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여기 오는 길에 일본군의 조사를 받았느냐?
말씀드리기를, 오는 길에 일본군 여러 명이 진을 치고 거주성명과 출행하는 사유를 꼼꼼히 조사하여 심히 엄하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는 오늘 밤에 담장 안을 돌아다니며 밤새도록 살펴 보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그대로 행하니라. 닭이 울자 애흥리를 향해 떠나시더니, 한 곳에 이르러 말씀하시기를 잠시 쉬도록 하라. 반 시간이나 지나서 다시 떠나시니라. 노송정에 이르사 수백 명의 일본군이 오다가 여기서 되돌아갔다는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대인의 행차를 어찌 감히 범하리오. 이 길에는 일본 사람을 보지 않는 것이 옳으니라.
한 곳에 이르러 제자가 아뢰기를, 앞길에 크고 작은 두 길이 있는데, 어떤 길로 가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군자는 대로로 다니느니라. 정읍을 지나시는데 일본인 집이 많이 있었으나, 모두 문을 닫고 집안에 들어가있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길에 많은 일본인들이 하나도 밖에 나와있지 않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명령이 있거늘 어찌 감히 한 사람이라도 밖으로 나오리오 하시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셨는데, 명에따라 버드나무 아래 제자들이 늘어서서 이십사 절후문을 읽으니라. 북쪽을 향하여 휘파람을 한 번 부시니, 방장산 중턱에 문득 한줄기 구름이 띠처럼 일어나 문지방 모양을 이루니라.
말씀하시기를, 문지방 안은 짐이 단속하고, 문지방 밖은 장군이 단속하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각자 만고명장을 죽 벌려 적어오라.
제자가 여쭈기를, 나라를 세운 임금도 또한 만고명장에 들어가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니라.
제자들이 깊이 생각하고 적어서 바치니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어찌하여 명숙을 맨 끝에 썼느냐?
경석이 바로 물으시는 뜻을 미루어 살피고 급히 둘러대어 말슴드리기를, 왼쪽에서부터 보시면 전대장이 첫머리에 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명숙은 만고명장이니, 벼슬없고 가난한 선비로서 천하를 움직인 사람은 천하에 오로지 명숙 한 사람이 있을 뿐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전대장이 일으킨 난이 천하에까지 미치지는 못하였사온데, 지금 어찌하여 천하를 움직였다는 말씀을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일본과 청이 이로써 서로 싸우고, 일본과 러시아가 또한 이로써 서로 싸우고, 앞으로 천하의 다툼이 모두 이에서 비롯하여 일어나리니, 옛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천하를 움직인 사람은 명숙 뿐이니라.


17 장

무신년 겨울 ○월 ○일 ○시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여러 날 동안 칙령을 내리시니라. 홀로 방 가운데 앉으사 사람들의 출입을 막으시더니, 공중에서 군사들이 행진하는 말굽소리가 들리니 말씀하시기를, 무슨 나라 신명이 오노라. 여러 시간동안 분부를 하시는데, 어떤 나라 말인지 알수가 없더라.
다음에 다시 공중에 행군하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니 말씀하시기를, 무슨 나라의 신명이 오노라. 한참 동안 분부하시는데, 역시 어떤 나라 말인지 알수 없더라.
이와같이 여러 날을 계속하시는데, 분부하시는 말씀이 모두 달라서 제자들이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모든 나라의 신명이 차례로 찾아 뵈오매 많은 일을 분부하시니, 자세히 가르쳐 주옵소서.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하의 나라들이 백 곳도 못되거늘, 이번에 나라 이름이 어찌 그리 많사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천하의 나라 수가 삼천이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이 성도하는 날에는 모두 만국의 언어에 능통하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무슨 못할 것이 있으리오.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장수된 사람은 술을 취하도록 먹지 못하나니, 너는 반드시 반주 한 잔씩만 마시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전에는 네가 내 말을 들었거니와 지금부터는 내가 네 말을 들으리니, 서양에서 온 기계와 문물을 쓰는 것이 옳으냐, 버리는 것이 옳으냐?
경석이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쓰는 것이 옳을 듯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네 말이 옳으니라. 서쪽에서 온 기물이 천상 신선 세계의 제도를 본뜬 것이니, 우리 세상에서 쓰게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 집에서 쓰는 모든 도구가 모두 새로 바뀌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라. 묵은 것을 지키면 몸이 망하고, 새것을 취하면 몸이 영화롭나니, 새 것에 나의 운이 있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양지에 우리나라의 땅이름을 벌려 적으사 먹으로 점치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땅에 배를 매노라.
천원이라고 쓰시고 점을 치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바쁘노라. 이어 점을 치려고 하시다가 담뱃대에 담배를 두세번 갈아 피우시고 마침내 점을 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제 배를 맬 수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천원에 배를 매는 것이 늦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원에 배를 매면 세상 일을 알수 있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제령봉을 가리키시고 말씀하시기를, 제령봉의 흙을 열석 자 깎아내고 천하의 교당을 짓나니, 이때가 되면 모든 나라 사람이모두 와서 일하고 너희들은 힘을 쓰지 아니하노라. 하늘이 옥 기둥 일곱 개를 숨겨 두었으니, 기둥이 되느니라.
제자가 기뻐하여 여쭈기를, 제령봉이라는 이름이 이로써 지어졌으며, 천하 사람들이 와서 일하는 때는 언제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때는 멀지 않으나 마음 닦는 일이 급하노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셨는데, 마침 그 때 경석이 그 마당을 지나가거늘 바라보시며 탄식하사 말씀하시기를, 숙살지기가 몸에 가득차서 뿌려지니 백성을 많이 상할까 두렵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백성을 많이 상하면 하늘의 덕이 상하지 않읍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운수가 험한 것을 한탄하노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짚으로 인형 하나를 만들게 하사 머리에 침을 가득 꽂으시고, 공우에게 명령하시기를 버드나무 앞 도랑에 묻으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짚인형을 만들어 머리에 침을 많이 꽂으시고 도랑에 묻으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그릇된 만이 옳은 하나를 범하지 못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도 아래에 앞으로 하나만 옳고 모두가 틀리는 일이 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하늘의 운수라 어찌할 수 없으니, 나의 덕이 크게 상하노라.


18 장

무신년 겨울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다가, 들로 나가사 제자들을 벌려 세우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오늘 진을 구경하리니, 장차 천만 군사가 있어 진을 치리라.
한 곳에 자리를 잡으시어 엄숙히 앉으시고, 여러 제자들은 마음을 바로하여 때를 기다리니라.
조금있으니 문득 깃발과 창칼이 삼엄한 가운데 천만 군대가 산과 들을 가득 채우고 다가오더니, 대선생의 앞에 이르러 여러 가지 동작법을 행하니 절도있는 거동이 말할 수 없이 엄숙하더라. 제자들이 너무나 놀라서 넋을 잃고 멍하니 보고있더니, 행진한지 몇시간이 지나니 물러가게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 신명 군대가 사람과 꼭같은데, 어찌 이렇게도 웅장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어찌 이만큼만 웅장하리오. 내가 만약 명령만 하면 천하의 모든 나라에 군사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모두 한꺼번에 쳐부수어지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오늘 밤에 너희들을 데리고 행군을 하리라.
군대에서 쓰는 물건을 약간 준비하시고 줄지어 행군하시니, 여러 제자들이 명에따라 군량과 기물을 운반하는 소리를 내어 기세를 돋우고, 행군할 때 지휘명령하는 소리를 내어 장령을 세우며, 행군할 때 복창하는 소리를 내어 군대의 규율로 삼으니, 행진이 엄숙하여 한밤중이 시끄러우니라.
천원에 이르러 일본군 병참기지를 지나는데, 당시 형세가 의병을 내걸고 무리를 지으면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고 총부터 쏘고, 민간인이라도 조금만 의심스러우면 제멋대로 총살하여 제자들이 두려워 하더라.
행군하여 돌아오는 길에 또한 병참을 통과하여 대흥리에 이르러 마을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시고 말씀하시기를, 오늘 밤에 행군을 잘 하였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적지않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움직이며 행군하여 갔다가 돌아오되 일본군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 또한 그러하오니 어찌된 일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일이 있으면 백만대군이 적군의 앞에 있을지라도 남의 이목을 벗어나느니라.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하늘이 큰 운수를 내려주어도 그 운수를 이겨받지 못하면, 혹은 본래자리로 돌아가기도 하고, 혹은 남에게 빼앗기느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오늘 천제를 지내리라.
제수를 약간 준비하사 상위에 벌려놓으시고, 사람 모양을 그려 벽에 붙이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목욕재계하여 정성스런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각자 제 소원을 하늘에 아뢰라 하시매,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행하니라.
사람 모습 앞에 앉으사 제수를 맛보시고 즐거이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내가 산 제사를 받았노라. 이어서 물으시기를, 너희들은 누구에게 심고를 하였느냐?
말씀드리기를, 대선생께 지성으로 소원을 빌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이 뒤로는 반드시 이렇게 하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양지 몇 조각에 각기 옥황상제라고 쓰시고, 뒤간에서 휴지쓰듯 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옥황상제라고 쓰사 휴지로 쓰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어떤 사람이 감히 이런 일을 하리오. 천지만신이 머리를 자르고 몸을 찢어발기리라. 이 뒤에 하늘을 거스르고 도를 어지럽히는 사람이 있어 제 자신과 집안을 망치고 세상을 속이고 백성을 상할까 두려워하여 분명히 보여주어 경계시킴이니, 나의 근심걱정이 이러하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경석과 광찬 두 사람이 명을받고 마당 앞에 꿇어 엎드려 가르침을 기다리니라.
공우와 윤경 두 사람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큰 몽둥이를 들고 경석과 광찬의 왼편에 서고, 너는 큰 칼을 차고 경석과 광찬의 오른쪽에 서라.
명령을 마치시자 마루위에 바로 앉으시더니 엄히 물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천하사를 위해 장차 떠나게 되나니, 다녀 오는 동안에 시간이 걸리느니라. 너희 두 사람은 내가 없을 때에 감히 변심하여 나를 배반하겠느냐?
두 사람이 대답하기를, 어찌 감히 변심하며, 어찌 감히 배은망덕 하리이까? 천지와 같은 은덕을 임금으로 모시고 스승으로 섬기오리니, 이런 잘못은 저지르는 일이 없을 것임을 맹세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광찬아. 천지대운에 나만 영화를 얻고 너희들이 망하면 내 마음이 즐겁겠느냐? 삼가고 삼가라. 만약 너희 두 사람이 배은망덕하는 일이 있으면, 이 몽둥이로 너희들의 머리를 부수고, 이 칼로 너희들의 배를 가르리라. 훈계를 마치시고 담배를 마루 위에 던지시며 길게 탄식하시고 말씀하시기를, 팔자대로 이루어라.
제자가 여쭈기를, 두 사람이 앞으로 배은망덕한 짓을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경석이 옳지 못한 일을 하거든 너희들은 가까이 하지말라.
어느날 말씀하시기를, 정읍에 먼저 어지럽고 뒤에 다스려지는 운수가 있나니, 옳은 사람은 가까이하고 옳지못한 사람은 멀리하라.
제자가 여쭈기를, 옳고 그름을 또한 어찌 알수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긴 세월 바람 서리를 밟으며 일편단심을 지닌 사람이 그 때를 기다리니라.


19 장

무신년 겨울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내성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 몸을 묶으라.
내성이 두려움에 땀을 흘리며 아뢰기를, 설령 죽을 죄를 지었더라도 어찌 감히 지극히 존귀하신 분을 묶으리이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명령하는데 어찌 감히 어기려 하느냐?
내성이 지엄한 명령을 감히 어기지 못하여, 몸을 떨며 가까이 가서 겨우 모양만 내어 묶으니 크게 꾸짖으시기를, 너는 내가 너하고 장난치는 줄 아느냐? 단단히 묶으라.
내성이 울먹이며 명령을 받들어 단단히 묶으니,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큰 몽둥이로 내 몸을 세게 때리라.
내성이 눈물을 흘리며 아뢰기를, 제자가 대신 맞겠사오니, 이런 못된 일을 제자에게 시키지 마시옵소서.
말씀하시기를, 내성아. 너는 여러 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하여라.
내성이 지엄한 명령을 어기지 못하여 벌벌 떨면서 겨우 모양만 내니 크게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유가 있어 너에게 시키거늘 어찌 이리 말을 듣지 않느냐? 세게 때리라 하시니라.
내성이 엄명이 떨어지니 어쩔수없이 울음을 삼키며 때리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으려면 일등방문을 써야 할 것이요, 이등방문은 쓸 수 없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지금 이등방문을 폐하시는데 어찌하여 내성을 쓰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안씨 성을 씀이니라.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의 하는 일이 느려터져서 진전이 없는데, 하늘이 정한 운수는 때가 급하고, 백성들은 느린 것을 원망하노라.
무신년 겨울에 대흥리에 계시더니, 이날 명에따라 제자들이 버드나무 아래 자리를 마련하여 고씨 사모께서는 춤을 추시고, 대선생께서는 몸소 장단을 맞추시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의 재인이 되고 그대는 천하의 무당이 되라. 이는 천하 만세에 억조 백성의 복을 구하는 천하의 큰 굿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고씨 사모께 춤추게 하시고 몸소 장단을 맞추시니, 보고 듣는 사람들이 모두 이상히 여기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천지의 일을 사람이 어찌 알겠느냐? 천지의 큰 운수가 열림에 모든 신명이 기뻐 춤추고, 만세의 백성들이 모두 그 복을 누리면, 하늘과 땅과 사람과 신명이 모두 나의 노고를 감사하여 장차 노래로써 기리리라. 세상에서 무당 무당 하여 당파가 없는 것이 좋다고 하나니, 천지의 무당을 따르면 천하에서도 가장 좋으리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만고의 세월에 으뜸가는 아방궁이요, 천년의 낮과 밤에 빛나는 동작대라. 제자가 명에따라 경석의 방 벽에 붙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아방궁과 동작대는 신시황과 위무제가 지은 것인데, 앞으로 대도 아래에 이와같은 사람이 있으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이 뒤에 혹시 환부역조하는 사람이 있거나, 역적을 도모하는 사람이 있거나, 법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해치는 사람이 있을까 두려워 그 한 끝을 보여 경계시키고 반성하게 하려함이니라.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더니, 제자들이 명에따라 큰 짚 방석을 만들어 모래를 많이 쌓아서 긴 새끼줄을 달아 매니라.
말씀하시기를, 나는 오늘 너희들과 더불어 운상하리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운상하는 소리를 내고, 끌어다가 앞 내에 버리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짚방석에 모래를 담아 운상하시고 냇물에 버리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오면 어찌 모르리오.
하루는 대흥리에 계시며 고씨 사모를 돌아보시며 말씀하시기를, 우리 두 사람이 경석에게 큰 폐를 끼쳤으니, 두터이 갚으리라. 이어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후히 갚으리라.
제자가 아뢰기를, 경석이 도를 받든 이후로 하늘같이 큰 은혜를 받았고, 살림살이로 말하더라도 얻은 것이 크고 잃은 것은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경석이 나 때문에 고생이 없지 않으리니, 두터이 갚으리라.


20 장

무신년 겨울에 대흥리에 계시며 양지로 책을 만드시니, 양지가 모두 설흔 장이더라.
앞의 열다섯 장은 한 장 두 쪽에 가로로 배은망덕만사신이라 쓰시고, 가운데에 세로로 일분명일양시생이라 쓰셨으며, 뒤의 열다섯 장에는 한 장 두 쪽에다가 가로로 작지부지성의웅약이라 쓰시고, 가운데에 세로로 일음시생이라고 내려쓰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는 살고 죽는 두 길이니, 어찌 하여야 살며 어찌하면 죽겠느냐? 잘 생각하여 말하라 하시니라.
광찬이 대답하여 말씀하시기를, 선영에 소홀하고 선영신을 박대하면, 이런 사람은 복을 누릴 수 없겠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한참 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 하노라. 종이로 질그릇을 둘러싸시더니 경명주사를 바르사 각 장의 두 쪽에다가 찍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것이 마패가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도 아래에 앞으로 배은망덕하는 사람과 성의웅약 하는 사람이 있게 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나를 등지는 사람은 망하고, 나를 섬기는 사람은 창성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제자가 대답하거늘 한동안 잠자코 계시다가 말씀하시기를, 그럴 듯 하다고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모든 성씨의 선영신이 나의 공사를 받들어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한 계책을 세우나니, 나를 등져서 망하는 사람은 선령을 소홀히 하고 박대함이 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배은망덕만사신 아래에는 일분명이 있고, 작지부지성의웅약 아래에는 일분명이 없으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배은망덕은 일분명이 있어서 세상이 모두 알게하고, 성의웅약은 하늘이 숨겨두어 때가 와야 천하가 알게 하노라.
하루는 가르침을 내리시니, 방탕신도통이니, 봄의 기운은 방(放)이요, 여름의 기운은 탕(蕩)이요, 가을의 기운은 신(神)이요, 겨울의 기운은 도(道)이니, 통(統)은 기운을 주장하는 것이니라. 지심대도술(知心大道術)이니, 무신 년 십이 월 이십사 일 좌선(左旋)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戊申十二月二十四日左旋之理(무신십이월이십사일좌선지리)ㅣ 何以乎(하이호)잇가.
曰(왈), 天地之運行(천지지운행)이 有右旋(유우선)하니, 河圖右旋之運(하도우선지운)이 爲火水未濟(위화수미제)하고, 爲天地否(위천지비)하고, 爲乾運(위건운)하야 先天也(선천야)오, 有左旋(유좌선)하니 洛書左旋之運(낙서좌선지운)이 爲水火旣濟(위수화기제)하고 爲地天泰(위지천태)하고, 爲坤運(위곤운)하야 后天也(후천야)니라.
戊申冬十一月二十八日(무신동십일월이십팔일)에 在大興(재대흥)하시더니, 洋紙(양지)에 圖書二十四方位(도서이십사방위)하시고 中央(중앙)에 縱書(종서) 血食千秋道德君子(혈식천추도덕군자)하시니라.
曰(왈), 古人之言(고인지언)이 天地(천지)가 自艮方(자간방)으로 所先始也(소선시야)라 하나, 此(차)난 不然(불연)하니 二十四方位(이십사방위)가 同時而成(동시이성)하니라.
今之公事(금지공사)가 爲南朝鮮之行船(위남조선지행선)하나니 血食千秋道德君子(혈식천추도덕군자)가 皆在此船(개재차선)하고, 全明淑(전명숙)이 爲都司工(위도사공)하노라.
問諸神明(문제신명)하야 何能受天下之敬慕(하능수천하지경모)하고 能享萬世之血食乎(능향만세지혈식호)아 하니 皆曰(개왈), 在一心也(재일심야)라 하니라. 大哉(대재)라. 一心之德(일심지덕)이 其大矣乎(기대의호)인뎌. 人(인)이 若無一心(약무일심)하면 不可以乘此船(불가이승차선)하노라.
무신년 겨울 섣달 ○일 ○시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니 절차가 엄숙하고, 행법하시니 이치에 알맞아 정돈되고 가지런하니라. 밤낮을 이어 여러날 동안 칙령을 내리시니, 종이가 언덕같이 쌓이니라.
이 공사는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공사가 무신납월공사이니, 무신납월공사가 천지대공사라 하시니라.
가르침을 내리시니, 북방의 현무는 돼지를 쏘아 없애고
동방의 청룡은 쥐로부터 오는구나.
말없이 앉아 고금을 꿰뚫으니
천지인이 나아가고 물러나는 때로다.
송이송이 날리는 눈은 바둑 한 판이요
집집의 등불로 천하가 꽃이로다.
가는 세상은 가고 오는 세상은 오니
만방의 봄은 그 때가 정해져 있도다.

 

 

 

<천지개벽경 9장 >

1장

기유년 봄 설날에 대선생께서 대흥리에 계시며 현무경과 병세문을 지으시니라.
두 권을 양지 위에 두시고, 흰 병 하나와 작은 칼 하나를 그 옆에 두시고, 접은 종이에 칙령을 쓰시니, 좋은 꽃이 피면 열매가 좋고, 요사한 꽃이 피면 열매가 나쁘니라. 그 칙서를 병 주둥이에 말아서 꽂으니라.
하루는 말씀하시기를, 현무경이 천지의 이치를 다하고 조화의 오묘함을 훔쳤나니, 이 책이 나오면 세상이 모두 알게 되리라.
기유년 봄 정월 초이틀에 대흥리에 계시며 제수를 성대하게 준비하사 진설하시고, 제자들이 명에따라 몸을 씻어 깨끗이 하고 정성을 다해 고축(告祝)하니라.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진묵이 봉곡의 해를 입어 동방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넘어가 서양의 문명을 건설하였나니, 이제 이 땅으로 불러와 선경 건설에 일하도록 명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진묵대사가 고국으로 돌아오면 선경을 건설할 때 맡게될 일이 가볍지 않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진묵이 내 세상에서 소임이 막중하니, 앞으로 천하의 존경을 받으리라.
기유년 정월 초이틀에 대흥리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경석아. 너는 내일 고사를 지내라. 만약 어려운 때가 있거든, 문을 꼭 닫고 병마개를 열어놓고고기를 구워 절하면서 심고하는 것도 고사가 되노라.
바로 그때 어떤 사람이 술에 취에 미친 듯 행패를 부리며 말하기를, 이곳이 역적을 도모하는 곳이라 하여 소란을 피우더니, 그 소란이 천원 병참에까지 소문나서 다음날 총을 멘 군사 수십 명이 출동하려 하니라.
이 때에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 있거늘, 말을 들으시고 벌벌 떨면서 갈 곳이없는 듯이 하시면서 고함을 지르시며 도망치시니, 신발도 챙기지 못하시니라.
제자들이 너무 황겁하여 어쩔줄을 모르고, 경석이 뒤따르면서 여쭈기를, 큰 난리가 닥쳤는데 어찌해야 화를 면할 수 있사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일이 급박하여 죽고사는 관문에 이르렀으니, 각자 살길을 찾도록 하라. 내가 어느 짬에 너희들을 위해 꾀를 내리오 하시며 벌벌 떨면서 말도 못하시는 듯 하시더니, 비룡으로 도망쳐 가시니라.
바로 뒤에 그 군인이 경석을 으르며 대선생의 거소를 캐어 물으니, 경석이 의술로 행세한다고 꾸며대면서 몇일 전에 나에게 왔다가 지금은 행방을 모른다고 말하니, 경석이 조금 다치고 일이 매듭지어지니라.
이 길로 백암에 이르시더니 칙령을 내리시되, 이부(吏部)라. 제자가 명에따라 벽에다 붙이니라.
경학이 명에따라 칙령을 향하여 사배(四拜)하거늘 말씀하시기를, 너를 이부에 임명하노라.
마침 그때 경학의 형이 태인읍으로부터 사람을 보내 부르므로, 경학이 떠나니라.
대선생께서 발을 쓰다듬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발복이란 말이 있느냐?
대답해 말씀드리기를, 그러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잘 가면 복이되고, 잘못 가면 화가 되느니라.
밥먹을 시간쯤 지나서 경학이 사람을 시켜 몰래 알리기를, 경학의 형이 경학이 술객에게 홀리어 집안 살림을 망해먹는다고 하면서 관가에 알려 구해달라고 부탁하여, 순검 몇 사람이 대선생께서 백암리에 계신 것을 알고는 잡아들이려고 오는 길에 경학을 만나, 함께 온다고 하니라.
말을 들으시고 깜짝놀라고 겁내어 담을 넘어 남의 집에 숨으셨다가, 몸을 웅크리고 벌벌 떨면서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고 물으시기를, 순검이 어디에 있느냐 하시며, 정신을 못차리는 듯 하시니라.
순검들이 경학을 을러 사방을 뒤지더니, 해가 저무니 헛탕치고 돌아가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두 곳에 가서 일이 어떤지를 살펴보라. 조심조심하여 가가운 마을에 가서 몸을 숨긴 뒤에, 사람을 시켜 알아보게 하라.
몇일 뒤에 공우가 복명하여 아무일 없음을 아뢰니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시킨대로 하였더냐?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바로 두 집으로 가서 안부를 물었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너는 겁도 없느냐?
말씀드리기를, 하느님을 모시고 행세하오니, 천지간에 제자가 무엇을 두려워 하오리까?
들으시고는 기뻐하시며 웃으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번에 경석과 경학을 시험해 보았더니, 경석은 하루 일을 하루아침에 풀어내고, 경학은 하루아침 일을 하루에 풀어내니, 경석이 경학보다 낫노라.
경석은 사람됨이 병부를 감당할 만하고, 경학은 사람됨이 창자가 곧아서 돌리기 어려우니, 만약에 돌리기만 하면 착한 사람이 되리라.


2 장

기유년 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더니 여러 제자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만물 가운데서 일년동안에 가장 잘 자라는 물건이 무엇이냐?
대답해 말씀드리기를, 대가 가장 잘 자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이번 공사에 천하의 대 기운을 덜어쓰리라 하시더니, 이 해에 천하의 대밭이 크게 황폐해 지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대의 기운을 덜어 쓰시니, 천지공사가 반드시 만물의 기운을 쓰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산 위에 큰 불이나면 이는 하늘이 사람 눈의 정기를 뽑아서 공사에 쓰는 것일 수 있는데, 익히 보면 눈의 정기가 손상되느니라.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삼국시절이 사마소에게서그칠 줄을 누가 알았으리오.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소리를 모아 크게 읽으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크게 읽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삼국시절의 끝을 알았던 사람은 사마소 한 사람 뿐이었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도 아래에서 천하사의 장래를 아는 사람이 한 사람 뿐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성도하기 전에 한 사람이 하늘의 명을 받들고 신명의 가르침을 받들어 천지에 보은하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신데 윤경이 와서 뵙거늘 말씀드리기를, 이제 천지에 현무가 살기를 쓰니, 네 형의 기운을 써서 누르리라. 너는 내가 가르치는 대로 네 형에게 전하라.
윤경이 돌아가 기 형에게 자세히 알리니, 경석이 혀와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시천주를 읽되, 일상 생활에 움직일 때나 쉴 때나, 하루도 그치지 않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현무가 살기를 쓰거늘, 어찌하여 경석의 기운을 쓰나이까?
말씀하시기를, 현무가 움직이면 백호의 기운을 써서 누르느니라.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 여덟 사람을 벌려앉게 하시고, 사물탕 한 첩을 지으사 겉 종이에 사람 모양을 그리사 두 손으로 드시고, 시천주를 세 번 읽고 차례로 전하라 하시니라.
제자 여덟 사람이 명에따라 각기 시천주 세 번씩을 읽고 주고받으니라.
일이 끝나니 크게 노래를 부르시니, 남조선 배가 범피중류로다. 조금 있다가 말씀하시기를, 이미 뭍에 내렸으니 파도는 없도다.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남조선 배가 이미 뭍에 내려서 파도가 없다 하오니, 제자들이 별 탈없이 일을 쉽게 이루게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내 일은 쉽게 이루어지고, 너희들은 큰 어려움 없이 소원을 이루리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칙령을 내리시니, 삼십육만 신이요, 운장주라.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오늘 반드시 칠백 번을 읽으라.
제자들이 명령하신 수대로 읽으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삼십육만신과 함께 운장주를 읽으니, 그 이치가 어떠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이제 나라의 집이나 개인의 집에 화둔을 묻었는데, 바람의 기세가 그쳤다가 다시 일어나서 사람이 많이 상할까 두려우니, 그 액을 없앰이니라.
기유년 봄 이월에 김제 수각리에 계시더니, 행법하시고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만경 삼거리에 이르시니, 마침 그때에 한 중이 지나가거늘 재물을 베푸시고, 제자에게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오늘 오후에 흰 무지개가 해를 뚫으리니 너는 마음에 새겼다가 살펴보라.
제자가 명에따라 흰 무지개가 해를 꿰뚫었음을 아뢰니 말씀하시기를, 내 말이 확실하도다.
하루는 원평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땅에 철갑두른 신병 삼십만이 진치고 머무르도록 명령하여, 때를 기다리게 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철갑신 삼십만 군이면 신병 중에서도 핵심이 되는 중요한 군사이온데, 하필 원평에 진치고 머무르게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중요한 땅이 아니면 왜 이렇게 하리오.
제자가 여쭈기를, 원평이 장차 크게 창성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원평에 배가 다니면 세상 일이 가까워 지노라.


3 장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령을 내리시니라.
말슴하시기를, 공우야. 나는 오늘 말을 타고 태인 살포정에 가리니, 너는 먼저 백암리로 가서 경학을 데리고 오라 하시니, 평일 행차하실 때에는 걸어서 가시고 말을 타지 않으시니라.
인암(공우)이 명을 받고 시은(경학)과 동행하여 살포정에 이르니, 바깥 마루에 꼿꼿이 앉으사 한 번도 돌아보지 않으시니라. 두 사람이 이상히 여겨 안마당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있는데 서로 상투를 잡고 다투고 있거늘, 자세히 보니 마부가 또한 거기에 끼었더라.
시은이 마부가 자기집 머슴인고로 바로 달려들어 소리쳐 싸움을 말리니, 마부는 냇가로 물러나 앉고, 한 사람은 장사꾼인데 짐을 짊어지고 큰 길쪽으로 바삐 떠나가며 여러 번 뒤돌아보고, 한 사람은 마당을 가로질러 다니며 목을 놓아 울면서 무수히 욕을 하니 누구를 향한 것인지를 알 수 없더라.
잠시 지나서 안마당으로 들어가시더니 그 사람을 위로하시고 손을 잡아끌어 오시더니, 주모에게 술을 시켜 먼저 한 잔을 마시시고 다시 한 잔을 따르사 그 사람에게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울음을 멈추고 술을 마시라.
그 사람이 마시지 않으려 하다가 마침내 억지로 마시고, 입안 소리를 하는 듯이 하며 울면서 마시니라. 인암이 보기에 그 사람의 행동이 무례한 듯하여 꾸짖으려 하는데, 무서운 눈길로 보시며 막으시니라. 그 사람이 그 뜻을 눈치채고 두 사람을 향하여 통곡하며 막말을 하기를, 너희들이 하는 일을 내가 다 아노라. 울음을 그치지 않거늘, 명령하사 그치게 하시니라.
두 사람이 그 일을 이상히 여겨 마부에게 서로 싸운 이유를 물으니 마부가 말하기를, 안마당에 복숭아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그 아래 화로가 있어 담배를 피우려고 갔더니, 두 사람이 먼저 와있어서 세 사람이 마주앉아 겨우 성씨만 알게되었는데, 모르는 사이에 세 사람이 한꺼번에 서로 상투를 잡고 싸우니, 싸울 이유가 없었다 하니라.
두 사람이 이는 반드시 신명의 시비라 생각하여 성(姓)을 물어보니 마부가 말하기를, 자기는 이씨요 장사꾼도 또한 이씨요, 마당에서 통곡하던 사람은 성이 정씨라 하였다 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세 사람이 싸울 거리가 없거늘 서로 상투를 잡고, 싸우는 줄도 모르고 싸우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이씨와 정씨의 싸움이 있나니, 오직 나 혼자만이 싸움을 말릴 수 있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오늘 싸움에 두 이씨와 한 정씨가 사우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먼 성씨인 이씨가 내사람이 되노라.
시은이 이로부터 언제나 자랑하여 말하기를, 천하에 앞으로 이씨와 정씨가 싸우는 일이 있어 내가 아니면 말릴 수 없으리니, 그렇지 않다면 하필 나를 불러서 싸움을 말렸으리오. 말할 때마다 자랑하더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어떤 사람이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거늘 말씀하시기를, 오늘 일은 오늘 하고 내일 일은 내일 하라.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 아홉 사람이 명에다라 벌려앉았더니 말씀하시기를, 이제 교운을 전하리라. 제자 한 사람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대밭에 가서 대 한 그루를 잘라오라.
제자가 여쭈기를, 대의 길이는 어찌 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네 생각에 편한대로 하라. 잘라온 대의 마디를 헤아리니 모두 열 마디가 되니라. 한 마디를 자르시고 말씀하시기를, 이는 두목이 되나니 오고가고 돌아다니기를 마음대로 하고, 나머지 아홉 마디는 교를 받는 사람의 숫자와 맞노라. 제자에게 명하시기를, 너는 마당에 나가 하늘을 보라.
제자가 명에따라 하늘을 살피니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가운데가 열려 별 아홉 개가 빛나더라.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이는 하늘이 교받는 사람의 수에 응하여 모습을 보임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단지 아홉 사람에게만 교운을 전하사, 대나무를 열 마디로 자르시고, 별 아홉이 맞추어 비추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와서 교운이 열리기 시작하면, 초나라 장수가 벌떼처럼 일어나던 형세를 이루리라.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벌려 앉으니 주문을 가르치시는데, 대도주더라. 제자 한 사람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한 번 외우라.
제자가 명에따라 주문을 외우니라.
말씀하시기를, 너는 이 주문을 만 명에게 전하라. 반드시 승낙을 받으신 다음에 다음 사람에게 전하사 이와 꼭같이 하시고, 사람 숫자에 맞추어 끝내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앞으로 천하에 포교할 때 한 사람이 만 명에게 전하면 되는 공사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만 명에게만 전하는 것이 아니니라. 많이 전하면 공도 많고,많이 읽으면 복도 많아지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제자들을 벌려 앉으라 하시고 운장주를 지으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나희들은 한 번 읽고 외우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모두 한 번 읽어서 외우니라.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여러 제자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최수운은 오십년 공부로 시천주를 얻었으니 상제께서 수운에게 무극대도를 전하여 시천주를 내리시고, 김경흔은 오십년 공부에 태을주를 얻었으니, 충청남도 사람 김경흔이 하늘에 오십년 기도를 드리매 천신이 경흔에게 일러 말하기를, 앞으로 큰 병이 있어 천하 사람들이 모두 죽게되거든 이 주문으로 구하라 하면서 태을주를 내리니, 이때는 신명이 해원하는 가을철이라. 같은 오십년 공부에 누구를 먼저 해원시켜야 되느냐?
말씀드리기를, 어찌 감히 말씀드리오리까. 처분에 달렸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시천주는 이미 행세되었으니, 태을주를 쓰라. 두 제자에게 주문을 주시니 태을주라. 말씀하시기를, 이 주문으로 포교하되 각자 십만 명씩 하라.
제자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 명을 다르고, 한 사람은 말씀드리기 어려워 머뭇거리거늘 재촉하여 승낙을 받으시고 말씀하시기를, 평천하는 내가 하리니 치천하는 너희들이 하라. 이것이 치천하 오십년 공부가 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제자들이 태을주로 천하에 포교하여 치천하 오십년 공부가 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나는 먼저 평천하 오십년 공부를 하고, 너희들은 장차 치천하 오십년 공부를 하리니, 옛날에 당요가 백 년 동안 왕노릇 하였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와서 뵈이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내가 시를 지으리니 너는 세 글자를 부르라.
그 사람이 천지인을 부르니 이에 시를 읊으시니, 하늘 위에 하늘을 모르고 땅 아래 땅을 모르며 사람 가운데 사람을 모르니, 아는 사람은 어디로 돌아가리오.
하루는 제자가 모쎴더니 말씀하시기를, 포교하는 법이 먼저 육임을 정한 뒤에 차례로 전하여 천하에 미치나니, 이것이 연맥이니라.


4 장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이에 앞서 어떤 사람이 있어 신인의 가르침을 받고 복을 받고자하여 왔거늘 대선생께서 태을주를 내려주시니, 태인 화호리 사람이더라.
밤을 지내고 와서 아뢰기를, 밤에 이 주문을 읽었더니 한 마을의 남녀노소가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모두 스스로 읽나이다.
너가 사는 마을 이름이 수구지이므로 시험하였더니, 내가 시험한 바와 꼭 맞았도다. 말슴하시기를, 때가 맞지않은 명령이니, 거두어 때를 기다리게 하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약방 벽 위에 손수 글을 쓰시니, 기(氣)는 동북에서 굳게 지키고 이(理)는 서남에서 엇갈려 통하느니라.
양지에 물형을 그려 점을 치시고 또 글을 쓰시니, 태을주와 김경흔이라.
이 종이를 문 앞 반석에 붙이시더라. 그 앞에 서서 행법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나는 태을주를 김경흔에게서 받으니라.
반석 앞에 칼과 부채와 붓과 먹을 하나씩 벌려 두시고 제자 네 사람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각기 뜻가는 대로 하나씩 집으라.
제자들이 명을 받들어 행하니, 제자 네 사람이 명에따라 약방 네 구석에 나누어 앉고 가운데 앉으사 노래를 부르시니, 이칠육 구오일 사삼팔이라.
종이를 잘게 찢어 벼룻집에 넣으시고 제자 세사람에게 명하시니, 제자가 명에따라 한 조각을 집어내어 부르기를 등우(鄧禹).
다음 사람에 전하여 다시 부르고, 다시 다음 사람에게 전하여 또 불러 다 전하고 나서 세 사람이 함께 노래하기를, 청국지면이오.
다시 명에따라 한 사람이 한 조각을 집어내어 또 부르기를 마성(馬成).
다음 사람에 전하여 다시 부르고, 다시 다음 사람에게 전하여 또 불러 다 전하고 나서 세 사람이 함께 노래하기를, 일본지면이오.
세 번 째에 한 사람이 명에따라 한 조각을 집어내어 또 부르기를 오한(吳漢).
다음 사람에 전하여 다시 부르고, 다시 다음 사람에게 전하여 또 불러 다 전하고 나서 세 사람이 함께 노래하기를, 조선지면이오.
이와같이 이십팔장과 이십사장을 연이어 부르고 삼국지면을 돌아가며 부르니, 종이조각과 사람의 수가 꼭맞아서 끝나니라. 그 뒤에 태인 지방에 주문읽는 것이 그치더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공신이 작란하여 태인 지방에 태을주 읽는 것이 성행하였는데, 한 번 명을 내려 단속하실 수 있으시련만, 어찌 이리 거창하게 행법을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기유년 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여러날 칙령을 내리시니라.
命弟子(명제자)하사 作紙燈多數(작지등다수)하시더니 皆點火(개점화)하사 掛 下(괘첨하)하시니라. 弟子之衆(제자지중)이 命(명)으로 列坐(열좌)하더니 乃以掌擊膝(내이장격슬)하시고 懇曲聲音(간곡성음)하사 曰(왈), 抽出也(추출야)ㅣ 難哉難哉(난재난재)로다.
唱詩(창시)하시니, 面分雖舊心生新(면분수구심생신) 只願急死速亡亡(지원급사속망망). 虛面虛笑去來間(허면허소거래간) 不吐心情見汝矣(불토심정견여의). 歲月汝遊劒戟中(세월여유검극중) 往 忘在十年乎(왕겁망재십년호). 不知而知知不知(부지이지지부지) 嚴霜寒雪大烘爐(엄상한설대홍로).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今次公事(금차공사)ㅣ 其抽出也難(기추출야난)하고 時中(시중)에 有相圖之意(유상도지의)하니 何以乎(하이호)잇가.
曰(왈), 此以善惡(차이선악)이 爲天下之分(위천하지분)하노라.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往 (왕겁)이 忘在十年乎者(망재십년호자)난 何以乎(하이호)잇가.
十年(십년)이 爲十年(위십년)하고, 二十年(이십년)이 爲十年(위십년)하고, 三十年(삼십년)이 爲十年(위십년)하노라.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四十年(사십년)이 亦有十年之理乎(역유십년지리호)잇가.
曰(왈), 四十年(사십년)은 不爲十年(불위십년)하노라.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大道之下(대도지하)에 將亡者(장망자)ㅣ 有三十年之享福(유삼십년지향복)하고, 將興者(장흥자)ㅣ 有三十年之喫苦乎(유삼십년지끽고호)잇가.
曰(왈), 時來(시래)하면 知(지)하노라.
一日(일일)에 弟子(제자)ㅣ 侍之(시지)러니 授章(수장)하시니, 經之營之不意衰(경지영지불의쇠) 大斛事老結大病(대곡사로결대병). 天地不佑竟至死(천지불우경지사) 漫使兒孫餘福葬(만사아손여복장).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今(금)에 授此章(수차장)하니 何以乎(하이호)잇가.
曰(왈), 天地之間(천지지간)에 有大悖義理者(유대패의리자)하야 爲輓章(위만장)하노라.
一日(일일)에 弟子(제자)ㅣ 侍之(시지)러니 曰(왈), 京石之身(경석지신)에 使負之衰病死藏(사부지쇠병사장)이러니, 不勝卜重(불승복중)하야 其行(기행)이 有亂(유란)하노라.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衰病死藏之運(쇠병사장지운)을 京石(경석)이 任之(임지)하면, 大道(대도)ㅣ 万世(만세)에 盛運(성운)이 無衰乎(무쇠호)잇가.
曰(왈), 先天(선천)은 天地之運(천지지운)이 胞胎養生浴帶冠旺衰病死藏(포태양생욕대관왕쇠병사장)하고, 后天(후천)은 天地之運(천지지운)이 葬死病衰旺冠帶浴生養胎胞(장사병쇠왕관대욕생양태포)하노라. 是故(시고)로 我世(아세)난 有盛無衰(유성무쇠)하노라.
一日(일일)에 在龍頭峙(재용두치)하시더니 命弟子(명제자)하사 曰(왈), 汝(여)난 朱墨(주묵)으로 方藥合編(방약합편)에 批點藥名(비점약명)하야 來(내)하라.
弟子(제자)ㅣ 命(명)으로 朱點藥名(주점약명)하야 奉上(봉상)하거늘 燒厥編(소궐편)하사 命神(명신)하시니라.
弟子(제자)ㅣ 問曰(문왈), 今(금)에 以朱墨(이주묵)으로 批點藥名(비점약명)하야 燒之(소지)하시니 何以乎(하이호)잇가.
曰(왈), 我世(아세)에 藥有新定(약유신정)하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어떤 사람이 동네를 마구 돌아다니며 발악하여 말하기를, 칼로 내 배를 가르라 하니, 그 소리가 사납고 악한 것이 아니라 심히 불쌍하더라.
들으시고 불쌍히 여기시더니 불러오게 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무슨 어려움이 있느냐? 숨김없이 속마음에 있는대로 말하여라.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말씀하시기를, 여러 해동안 동수(이장)를 맡으면서 아끼고 또 아껴 썼지만 가난이 원수라, 나라의 세금을 약간 축내었사오니, 살아날 가망이 없나이다.
가정을 불쌍히 여기사 말씀하시기를, 이 땅에 너같이 절박한 처지에 빠진 사람의 수를 알수 없으리라.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어 들이고서도 백성을 위해 쓰지 않으니, 내가 너를 위해 고난을 풀어주리라. 바로 신명에게 명하시니, 그 뒤에 한국 조정에서 무기년 세금을 탕감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신명에 명하시매 한국 조정이 세금을 탕감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내 명령이 있거늘 천하에 어떤 나라 임금이 감히 명령을 어기리오.


5 장

기유년 사월 ○일에 대선생께서 전주 용두치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설법하시고 행법하사 양지 석 장에 칙령을 쓰시니, 네 귀퉁이에 천곡이라. 제자가 그 뜻을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천곡은 옛날 태수(군수)요, 절의를 지켜 죽은 사람이니라. 제자 두 사람이 명에따라 들어올리니 말씀하시기를, 상여의 호방산 같도다.
제자가 명에따라 하늘을 보니 서쪽 하늘에 구름 한 점이 있으므로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구름이 하늘을 덮어야 하리라. 제자가 명에따라 다시 보니, 잠깐 사이에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으니라.
그 종이 가운데에 칙령을 쓰시니, 호승예불과 오선위기와 군신봉조와 선녀직금이라.
말씀하시기를, 궁을가에 사명당이 갱생하니 승평시대 불원이라 한 것은 사람 사명당(四溟堂)을 말한 것이 아니라, 이 땅 사명당이니라.
말씀하시기를, 조화는 불도에 있으니 호승예불 기운을 취하여 술수를 쓰고, 무병장수는 선도에 있으니 오선위기 기운을 취하여 불노장생 하는데 쓰고, 군신봉조는 신하가 임금의 말을 들음이니 이로써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은 평안하게 하며, 선녀직금은 비단을 짜는 것이니 이로써 만백성에게 비단옷을 입히노라.
말씀하시기를, 유월 십오일은 신농씨 제삿날이니 그 제사를 지내고 일을 하리라. 올해는 천지의 한문( 門)이라, 이 해에 공사를 하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느니라.
다른 종이에 칙령을 쓰시니 이십칠 년이라. 제자가 그 사유를 물으니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홍 아무개가 회문산에서 이십칠 년 동안 헛공부를 하였다하니, 나는 이십칠 년 헛도수를 보노라.
깨끗한 종이에 칙령 열두 장을 쓰시어, 하나는 몸소 불사르사 신명을 명하시고 열하나는 제자가 명에따라 불사르니, 당장에 큰 비가 쏟아지더라.
하루는 길을 가시면서 한 곳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땅은 주사형이니라. 말씀이 떨어지니 뱀 한 마리가 가로질러 가니 말씀하시기를, 나는 말을 쉽게 못하나니 천지가 증언을 하노라.
하루는 길을 가시면서 밭 하나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이 땅은 금계포란형이니라. 말씀이 떨어지니 암탉 한 마리가 밭에서 돌아다니니,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였으니 어디서 왔는지를 알수 없더라. 말씀하시기를, 내가 말을 쉽게 할 수 없음이 이와 같으니라.
하루는 길을 가시다가 산 하나를 가리키시고 크게 칭한하사 말씀하시기를, 여기가 대지로다. 인암이 아뢰기를 제자에게 내려주소서 하나, 말씀치 않으시니 허락치 않으심이더라.
어떤 날 또 이 곳을 지나시더니 그 산을 가리키시며 또 크게 칭찬하사 말씀하시기를, 이 땅이 대지로다. 인암이 아뢰기를 제자에게 내려주시어 영원한 영화를 얻게 하소서. 허락치 않으시고 잠자코 계시니라.
어느 날 다시 이 곳을 지나시며 그 산을 가리키시며 또다시 크게 칭찬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여기는 대지로다. 인암이 아뢰기를 제자에게 내리시어 자손을 위해 쓰게하소서. 말씀하시기를, 너에게 대지를 내리노라. 아무 날에 네 아비의 묘를 면례하리니, 인부와 다른 갖가지 준비는 내가 담당하고, 너는 술과 음식을 잘 갖추어 기다리라.
인암이 말할 수없이 기뻐하여 말씀하신대로 하여 기다리니 당일에 몸소 오시어 말씀하시기를, 오늘 면례하리니 술과 음식을 가져오라. 진지를 달게 잡수시고 술을 마시며 즐기시며, 인암에게도 마음껏 먹고 마시라고 명하시어 즐기게 하시고, 옆 사람에게도 술과 음식으로 즐기게 하신 다음 말씀하시기를, 오늘 면례를 잘 하였도다.
인암이 명에따라 하늘을 쳐다보니, 정기 한 줄기가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가로질러 장지에 이르러서 없어지니라. 인암이 허전한 마음이 들어 여쭈기를, 선경 세상의 장사지내는 법이 이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백골을 묻지않고 장사하나니, 내 명령이 있으면 그 신이 좋은 땅을 지키고, 그 자손은 복록을 노리노라.
기유년 여름 ○월 ○일에 대선생께서 전주 불가지에 계시면서,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라.
가마를 타시고 시를 읊으시니,
금구슬과 옥구슬로 꾸민 방은 역려로 보고
돌 문에 이끼낀 벽의 검소함을 스승으로 삼으라.
비파와 거문고 소리를 누가 풀어 내리오.
피리의 뜻은 줄풍류를 떠나지 않는구나.
포락의 새벽 별빛은 서리를 밟을 만한데,
흙 담의 봄버들은 봄볕을 따르는구나.
마원의 가죽과 필탁의 술독이 무슨 이익이 있으랴.
나무 쟁기와 밭가는 소로 먹고 삶이 마땅하리라.
말씀하시기를, 오늘 용둔을 하노라. 행법하시니, 진짜같은 용의 모습이 나타나니라. 손수 상여 소리를 내시며 말씀하시기를, 이마두를 무등산 군신봉조에 장사지내고, 최수운을 회문산 오선위기에 장사하노라.
하늘이 어지러운 세상을 당하여 당태종을 내고 이십사 절후에 응하여 이십사 장을 내었나니, 너희들의 공명이 어찌 그들보다 아래가 되리오 하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하루는 용머리 고개에 계시더니 광찬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전주부에 가서 내가 글을 보내기를 기다려 일일이 정서하여 오라.
여러 날이 되어 그치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글을 세상에 돌아다니게 해도 되겠느냐?
광찬이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감히 알 수가 없사오니, 처분에 달렸나이다.
그 글을 불사르시고 말씀하시기를, 정읍에 책 한 권을 두니, 그 책이 나오면 천하가 내 일을 아느니라.
하루는 제자들이 모셨더니 태운이 아뢰기를, 증조부가 살았을 때 한 신인이 집에 자주 와서 지내는데 그 지식이 신과 같거늘, 그 앎을 빌려서 복있는 땅을 얻어두지 못한 것이 이제서야 한이 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아는 사람은 남의 집에 폐를 끼치되 반드시 망령되이 하지 않나니, 하늘의 이치는 지극히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어 사람의 사사로운 욕심이 털끝만큼도 없느니라.
기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사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어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 한 사람에게 명하사 종이를 주시고 말씀하시기를, 너는 칠성경을 정성들여 쓰라.
제자가 여쭈기를, 크기와 글자모양은 어찌 스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네 뜻에 따라 편한대로 하라.
칠성경을 정성껏 써서 바치니, 빈자리에 칠성경 석 자를 쓰시니 종이가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거늘 불사르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칠성경을 쓰게 하시어 불사르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하루는 태인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운장이 이나라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니, 이제 이 나라 일에 힘을 쓰는 것이 옳으니라.
다음날 어떤 사람이 관왕묘에 참배하고 와서 아뢰기를, 오늘 관왕의 왼쪽 수염이 없어졌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내 명령이 있으므로 운장이 비록 소상으로라도 힘을 쓴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줌이니라.
하루는 전주에 계시다가 말씀하시기를, 요즘 관왕묘에 치성이 있느냐?
제자가 여쭈기를, 전해 오는 법에 따라 반드시 치성을 올리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운장이 내 명을 받고 서양에 가서 천하의 큰 난리를 일으키나니, 어느 틈에 제사를 받으리오.
제자가 여쭈기를, 서양에 앞으로 큰 난리가 일어 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다만 서양만이 아니라 앞으로 천하가 크게 어지러우리라. 이로써 판을 마치고 내 세상에는 전쟁이 없어지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말라.
제자가 여쭈기를,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어찌하여 옳지 않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 학문이 내 세상에서 쓰이지 않고, 한 몸으로 두 임금을 섬기게 하니 쓰겠느냐?
제자가 여쭈기를, 오는 세상에 학교 제도가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참되고 바른 학문으로 학교를 세우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제자에게 명령하시기를, 너는 마당으로 나가서 서쪽 하늘에 붉은 구름이 있는지 없는지 보라.
제자가 복명하여 말씀드리기를, 서쪽 하늘에 구름이 있는데 색깔이 매우 붉나이다.
말씀하시기를, 금산을 얻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로다.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금산이 내 기지이니 앞으로 사람의 성이 쌓이고 꽃밭이 되리라.
제자가 여쭈기를, 금산이 앞으로 천하의 도량이 되면 산골이 좁을 듯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장차 부(符) 하나로 신명에게 명령하면 산을 옮겨 땅을 메우는 일은 쉬우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다가 아뢰기를, 하느님의 은혜를 입어 아들 없는 사람이 아들을 얻고, 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못쓰게 된 사람이 온전함을 얻고, 무거운 병에 걸린 사람의 병이 나은 것이 백 명이나 천 명도 넘거늘, 크신 은혜를 모르는 사람이 많이 있사오니 알게 하소서.
자식없는 것이 불행인데 자식을 얻으니 다행이요, 죽은 사람은 불행하거늘 되살아나니 다행이요, 불구자가 불행한데 온전해지니 다행이요, 병이 깊은 사람이 불행한데 나으니 다행하나니, 알고 모르는 것이 내게 무슨 관계가 있으리오. 남모르는 덕에 힘쓰라. 덕은 음덕보다 큰 덕이 없느니라.


6 장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옛날에 여동빈이 인연있는 사람을 가려 장생술을 전하고 싶어 하더니, 하루는 길거리에 나가 달빗장사를 하며 말하기를, 이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 흰머리가 도로 검어지고 굽은 허리가 다시 꼿꼿해지고, 약해진 힘이 도로 세어지고, 늙은 얼굴이 다시 젊어지나니 빗값은 천금이로다.
사람들이 모두 믿지 않더니 마침 그때 늙은 여자가 있으므로 시험하였더니 그 말과 같은지라. 그 뒤에 사람들이 다투어 사려하거늘 동빈이 이에 하늘로 올라가니, 내 일이 이와 같으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고 있다가 말씀드리기를, 세상 평판이 대선생을 미친 사람이라 하나이다.
즐거이 웃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신축년 이전에 나 또한 오는 세상의 운을 알지 못하고 백성들의 삶을 불쌍히 여겨 천하를 널리 구하고자 하여 사방으로 돌아다닐 때에, 세상 인심과 풍속을 살피려고 여러 사람과 만나니 평판이 사주보고 점치는 등 여러 일에서 신인이라 하면서 공대하여 심한 사람은 소까지 잡아서 먹이니, 이는 헛소리로 행세한 것이건마는 세상에서는 신인이라하여 공경하고 사모하더니, 신축년 이후로는 천지의 말씀으로 세상을 다스리거늘 도리어 미친 사람이라고 평하는구나.
때가 오면 나를 헐뜯던 사람의 눈에서 먼저 눈물이 흐르고, 나를 헐뜯던 사람이 먼저 내 앞에서 절하노라. 미친 사람은 경륜을 세우지도 못하고, 일을 꾸미지도 못하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다가 아뢰기를, 세상에서 대선생을 폭 잡을 수 없다고 평하나이다.
즐거이 웃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사람의 처세가 폭잡을 수 없어야 하나니, 남에게 폭을 잡히면 그릇이 작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이 시대 세상이 너무 악하구나. 너는 미친 행세를 하지 못하니 농판으로 행세하라. 나는 미친 사람으로 행세하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하사를 하기위해 장차 떠나리니, 돌아올 때 사십팔 장 늘어 세우고 옥추문을 열면, 천하 사람이 정신 차리기가 어려우리니, 마음을 잘 닦으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바람불고 비오고 서리치고 눈내리는 것과 천둥 번개와 벼락치는 것이 천지의 조화려니와, 눈 뒤에 비내리고 비온 뒤에 바로 서리치기는 천지의 조화로도 어려운 일이노라. 오늘 내가 시험하리라.
조금 지나서 눈이 몇 시간동안 오더니 눈 위에 비가 오고, 비가 몇 시간 오더니 비 위에 서리가 내리니라.
하루는 태인에서 길을 가시더니 한 여인이 앞에서 오거늘, 길을 비키사 길가에 서서 다른 곳을 향하시고 그 여인이 지나간 다음에 길을 가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선천은 여자가 남자에게 길을 양보하고, 후천은 남자가 여자에게 길을 양보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이제 내가 길을 양보하니, 이 후로는 너도 길을 양보하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가 아뢰기를, 청주와 나주에 괴질이 크게 일어나 세력이 크게 퍼지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남북에서 함께 터지니 사람이 많이 죽으리라. 내가 바로 옆에 있으면서, 어찌 차마 보고 앉아있으리오.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 괴질신장에게 칙령을 내리노니 어찌 왕후장상의 집에는 덤비지 않고, 이와같이 의지할 곳 없는 백성의 집에만 덤비느냐?
제자가 명에따라 급히 새 옷 다섯 벌을 지어 바치니, 다섯 번 뒷간에 가시고 가실 때마다 한 벌씩 갈아입으시며 설사를 심하게 하시니라.
말씀하시기를, 그 병을 방치하였다면 천하의 사람들이 크게 상하게 되었으리라. 이제 내가 그 병을 대신 앓았는데, 병이 독하여 약한 사람은 살아날 수 없으리라.
제자가 아뢰기를, 천하의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사 매번 병을 대신 앓으시니, 아래에서 정을 받는 마당에서는 황공하기가 말할 수 없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만백성을 자식으로 두었으니, 정에 있어서는 부자간의 은혜로운 정리가 어찌 일반 가정과 다를 바가 있으리오.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대신 앓으시니 남북의 괴질이 즉시 그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병이 생기는 것이 하늘의 운수에 달렸으니, 내가 대신 당하여 그 운수를 없앴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오늘 청도원에 가서 청국공사를 보리라. 청도원 성황묘에 이르사 말씀하시기를, 조금 쉬라. 마루 위에 누우사 잠시 주무시더니 일어나 앉으사 말씀하시기를, 아라사 군사가 내 군사니라.
기유년 여름에 청도원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칙령을 쓰시며 밤새도록 촛불을 밝히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청국공사를보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청국공사를 상세히 가르쳐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기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 한 사람을 마루 위에 앉히시고 말씀하시기를, 내가 가르치는 바를 너는 정성들여 쓰라.
천문지리풍운조화팔문둔갑육정육갑지혜용력. 순창오선위기. 장성옥녀직금. 무안호승예불. 태인군신봉조. 청주만동묘.
제자가 써나가다가 잊어먹고 잠깐 방심하였더니 말씀하시기를, 신명이 먹줄을 잡고 있거늘 어찌 감히 방심하느냐? 제자가 놀라고 두려워 정신을 가다듬고 써서 올리거늘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오주와 사명당과 만동묘를 쓰게하사 불사르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 한 사람에게 두루말이를 내리시고 정서하도록 명하시니, 각항저방심미기두우녀허위실벽규루위묘필자삼정귀유성장익진.
제자가 명에따라 왼쪽에서부터 옆으로 써서 바치거늘, 자로 재시니 꼭 한 자 이거늘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이십팔 수를 왼쪽에서부터 가로로 쓰게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7 장

기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양지로 책을 만드시더니 혹은 글을 쓰시고 혹은 그림을 그리사 제자에게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잘게 찢으라.
제자가 명에따라 종이를 잘게 찢어 방안에 흩으니라.
매번 한 조각씩 주우사 불에 넣어 사르시니, 합수가 삼백여든세 조각이 되니라. 말씀하시기를, 한 조각이 어디 가고 없느니라.
제자가 요 아래서 한 조각을 찾으니 사람이 그려진 것이므로 받들어 올리니 말씀하시기를, 이는 황극수이니라. 당요의 세상에 나타났었더니, 지금 다시 나오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황극수가 당요의 세상에 나타났다가 이제 다시 나오니, 요순시대에 덕있는 사람끼리 서로 전하여 선천 도덕정치의 조종(祖宗)이 되었으니, 혹시 이를 말하심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 사람들이 요순세계를 다시 보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요임금이 백년동안 임금노릇 하였으니, 나의 포덕 원년이 경신년이니라. 그러므로 나는 평천하 오십년 하고, 너희들은 치천하 오십년 하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네 입에 병을 매달았는데, 병은 가벼우니 곤륜산을 매다노라.
요가 임금이 된지 칠십 년에 순을 삼년간 시험하니, 내 덕을 펴는 사람이 무진년 동지에 머리를 드노라. 그러므로 비결에 진사년에 성인이 나온다 하였노라.
요가 순을 삼 년 동안 시험하여 순에게 섭정을 명하였나니, 그러므로 비결에 오미년에 즐거움이 당당하다 하느니라.
기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길고 긴 여름날에 가뭄이 타는 듯하여 만백성의 농사 걱정이 말로 못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만백성의 근심이 내 근심이니라.
제자 한 사람이 명에 따라 물 한 동이를 길어다가 마당에 두고, 옷을 벗고 동이 앞에 서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우사를 네 몸에 붙이노라. 명령이 떨어지니 문득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번개를 치라. 명령이 떨어지자 먼 하늘에 번개가 조금 치니라.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이놈아. 번개가 가늘어 보이지도 않는다. 명령이 떨어지자 번개가 크게 치니라.
말씀하시기를, 천둥을 치라. 명령이 떨어지자 먼 하늘에 천둥이 조금 치니라.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이놈아. 천둥이 약해 들리지도 않는다. 명령이 떨어지자 천둥이 크게 치니라.
말씀하시기를, 비를 내리라. 명령이 떨어지자 흐린 하늘에서 비가 조금 내리니라. 꾸짖어 말씀하시기를, 이놈아. 비가 가늘어 쓸 수가 없다. 명령이 떨어지자 큰 비가 내리니라.
한참을 지내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되었노라. 명령이 떨어지자 천둥번개와 큰 비가 바로 그치고 비 한방울이 내리지 않으니라.
말씀하시기를, 농사가 잘 되어 백성의 녹이 넉넉하리라. 이 뒤에 맑은 물이 이랑마다 가득 차서 모든 곡식이 해갈하니, 온 들판의 농민들이 모두 풍년이 들어 하늘을 칭송하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로 만백성의 근심이 풀려 기쁨을 이기지 못하오니, 제자들이 도를 이루는 날에도 기쁨을 이기지 못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지 사이에 나의 큰 권능을 장차 대신 행할 사람이 너희들이니라.
기유년 여름에 용머리 고개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마당 위에 촛불을 밝히시고 칙령을 내리시니, 하늘에는 해와 달의 밝음이 있어 땅에는 나무와 풀이 자라나니, 하늘의 도는 밝음에 있으므로 사람은 해와 달을 따르고, 땅의 도는 만듬(낳아 기름)에 있으므로 사람은 나무와 풀로 사느니라.
문득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거센 바람이 크게 불더니, 성긴 비가 뿌리되 마당의 촛불이 꺼지지 않으니라.
제자에게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너는 북서쪽 하늘에 별이 있는지 살피라. 제자가 명에따라 살펴보니, 짙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겨우 별 하나가 보이니라. 이로써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너는 동남쪽 하늘에 별이 있는지 살펴보라.
제자가 명에따라 살펴보니 동쪽 하늘은 엷은 구름이 사이사이로 열려서 간간이 별이 나타나 있고, 남쪽 하늘은 활짝 개어 별무리가 밝게 빛나니라. 이로써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서북은 살아날 사람이 드물고 남쪽은 많이 살아나니 남조선 운수요, 양백(兩白)에서 사람 종자를 구한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로다.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서 센 바람에 마당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남쪽 사람이 많이 살게되어 사람 종자를 양백에서 구한다 하시니, 양백의 가르침이 무엇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토정이 내 일을 알았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술과 안주를 조금 준비하시고 몸소 술을 따라 드시며 말씀하시기를, 오늘 청국 신명 중에 만리창 신명이 내게 오므로 대접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신명을 접대하시면서 술은 몸소 드시고, 먼 길을 온 중요한 신명이거늘 대접하는 법이 이정도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내가 마시는 것이 곧 그가 마시는 것이니, 나는 모든 신명에게 이와같이 대접하노라.
하루는 제자들이 모셨더니 제자 한 사람에게 명령하사 말씀하시기를, 천하에 사람을 해치는 물건이 있으면 써가지고 오라.
제자가 명에따라 호랑이와 표범과 승냥이와 늑대로부터 모기와 이와 벼룩과 전갈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써 올리거늘 신명에게 명령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는 사람을 해치는 물건은 모두 없애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후천에 불로불사하고 무병장수하며, 모든 곡식을 오래도록 거두고 사람을 해치는 물건이 하나도 없으면, 억조 백성의 삶이 바로 지상선경이리이다.
말씀하시기를, 선경 세계의 즐거움이 이런 복에 그치지 않느니라.
기유년 여름에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에게 명하사 술 약간과 삶은 돼지 한 마리를 준비하사, 제자들과 더불어 술을 드시고 돼지고기를 잡수시며 말씀하시기를, 이제 청국 기우제를 행하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 청국 기우제를 지내셨으니, 지금 청나라가 크게 가물며, 오늘 큰 비가 내리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청나라가 크게 가물어 민심이 시끄럽다가, 이번에 비를 얻어서 백성들의 심정이 기쁘고 즐거우니라.
하루는 제자들이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만약 사람이 대도 아래에서 도를 위한 일심으로 온갖 고생을 다하다가 원통히 죽으면, 천지의 모든 신명이 분분히 치하하고 비할바 없이 부러워하여, 천상의 영화로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노라.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명에따라 광찬과 갑칠은 태을주를 소리내어 읽으며 명령을 기다리고, 병선은 도리원서를 천 번 읽으면서 명령을 기다리고, 경석과 내성은 시천주를 소리내지않고 읽으면서 명령을 기다리니라.
공사를 마치시되 이 공사를 밝혀주시지 않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번 공사에 너희들이 서로 싸웠으면 큰 화가 있었을 것이거늘 다행이니라.


8 장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칙령이 계시니, 대장부(大丈夫) 대장부(大丈婦)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가 대장부 대장부라 쓰시니, 선세의 도리이옵니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의 운이 상생이요, 내 세상의 도가 상생이니라. 그러므로 해원하는 세상이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한 아낙이 있어 여자 세상을 만들고자하여 염주를 굴리며 비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치도다. 그러나 여자의 세상은 어렵고, 남녀의 권리가 같은 세상이 되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다가 아뢰기를, 가가운 마을에 젊은 아낙이 있었는데, 이번에 지아비를 위하여 순절하였다 하나이다.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악독한 귀신이 무단히 사람의 목숨을 해치는도다. 바로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 충효열은 나라의 큰 벼리라. 그러나 나라는 충으로 망하고, 집은 효로 망하고, 몽는 열로 망하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에 충효열의 도가 어떠합니까?
말씀하시기를, 올바름만 있을 뿐, 그름은 없노라.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용머리 고개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가 명에따라 글을 써서 올리니,
유는 니구요,
불은 서역이요,
선은 고현이라.
신명에게 명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 공사에서 유불선을 쓰게 하시고, 그 옆에 니구와 서역과 고현을 쓰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도가 새로워지느니라.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사 마당에 자리를 하나 까시고 누우시고, 제자가 명에따라 다른 자리 하나를 그 앞에 까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자야. 너는 소정묘를 죽였으니 어찌 성인이라 불릴 수 있으며, 너는 삼대에 걸쳐 아내를 쫓아내었으니 어찌 제가했다는 말을 들으랴. 나의 세상에는 쓸모 없으니 다른 세상으로 가라.
말씀하시기를, 석가모니야. 너는 나무 그늘에 깊이숨어 지내며 남의 자제를 꾀어 부자의 천륜을 끊게하며, 남녀의 음양을 끊게 하여 인간의 씨를 없애려하니, 네가 어찌 국가를 알며, 어찌 선영을 알며, 어찌 창생을 안다하리오. 부처라 부를 수 없느니라. 나의 세상에 쓸모가 없으니 다른 세상으로 가라.
말씀하시기를, 노자야. 아기낳는 어려움이 죽는 것과 같아서 세상에 신을 벗으면서 이 신을 다시 신을지 모른다는 말이 있거늘, 너는 어미의 뱃속에 팔십 년동안 있었다하니 더 큰 불효가 없노라. 네가 이단 팔십 권을 지었다 하나 세상에 읽은 사람이 드물고, 나 또한 보지 못했노라. 나의 세상에는 쓸모가 없으니 다른 세상으로 가라.
신명에게 명령을 내리시니라.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전주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 사흘에 일이 끝나니라.
말씀하시기를, 묵은 하늘이 사람 죽이는 공사만 하므로 내가 고치거니와, 운이 오기전에 목숨을 이을 길이 어려워서 배고프다는 소리가 구천에 사무치리라.
어느날 모시던 제자가 아뢰기를, 천하의 백성이 요순의 세상을 바라기를 목마른 듯 하오니, 이제 세상에 나서시어 만백성의 소원을 이루어 주소서.
말씀하시기를, 천하사는 두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신데 제자가 아뢰기를, 천하사는 앞으로 어떤 때를 기다리리이까?
가로로 글을 써서 보여주시니,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라.
제자가 여쭈기를, 십이지지로 천하사가 어느 때에 이루어지는지를 어떻게 아나이까?
그 위에 가로로 글을 쓰시니,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癸)라. 말씀하시기를, 이 두 줄은 베짜는 바디와 같고, 머리 빗는 빗과 같으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가마가 끓고 이후가 타며 창자가 썩으면 시(時)의 일을 알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천하사가 갑과 을에 머리를 들고, 무와 기에 몸을 뒤집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대상(大祥)이라는 상(祥) 자가 상서(祥瑞)의 상자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후천은 소상과 대상에 슬픔이 없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소상과 대상에 기쁨은 있으려니와 슬픔이 없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때에 삼태성에서 허(虛) 자 정기가 나오노라.
제자가 여쭈기를, 삼태성이 허정으로써 육순곡생이 되고, 노자의 도가 허무한 끝에 이르러 정을 도타이 지키므로 허정이 노자의 별이 되며, 노자가 앞으로 대도의 아래에서 세상에 나오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하루는 들에 계시더니 구릿골 오른 쪽 산등성이 밑의 풀밭에 누우사 말씀하시기를, 이는 천하의 명당이니 나의 신후지지로 삼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나의 세상에 장사지내는 법이 따로 있으니, 만약 사람이 죽으면 나무를 받치고 그 위에 관을 얹고 임시 무덤을 만들어, 선경세상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면 좋으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더니 어떤 사람이 죽어서 관을 사다가 두거늘, 그 관속에 들어가 누우시고 말씀하시기를, 관이 내 몸에 맞도다. 내가 장차 죽으리니 관을 사 오너라.
제자가 아뢰기를, 천하를 경영하시거늘, 어찌 상서롭지 못한 말씀을 하시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너는 내가 세상에 오래있기를 바라느냐? 너는 내 말을 믿지 못하느냐 하시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시체를 거두어 염할 때 시신을 묶는 것은 선천의 악법이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죽으면 관 속에 솜을 넣으면 길하니라.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오랫동안 신음하시며 제자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증세가 황달 같으냐?
아픈 모습이 꼭 같고 고통이 심하시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시니, 보통 때와 똑같으시니라.
다시 오랫동안 신음하시며 제자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증세가 암 같으냐?
아픈 모습이 꼭 같고 고통이 심하시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시니, 보통 때와 똑같으시니라.
또 다시 오랫동안 신음하시며 제자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증세가 괴질 같으냐?
아픈 모습이 꼭 같고 고통이 심하시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시니, 보통 때와 똑같으시니라.
또 다시 오랫동안 신음하시며 제자에게 물어 말씀하시기를, 증세가 자라 배 같으냐?
아픈 모습이 꼭 같고 고통이 심하시다가 다시 기운을 차리시니, 보통 때와 똑같으시니라.
이렇게 많은 병을 앓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억조의 병고를 불쌍히여겨 공사를 보는 구년 동안에 내가 대신 앓은 병이 많은지라. 이제 나머지를 앓으니 이것이 앓음 약이라.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가 아뢰기를, 이번 공사에서 천지의 지존으로써 아들인 억조창생을 위하여 천하의 병을 크게 앓으시니, 황공무지 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석가불이 나의 세상을 용화세계라 부르고, 천하 사람들이 병이 없다 하였으니, 나는 백성을 사랑하노라.


9 장

하루는 제자가 모시다가 아뢰기를, 평소에 말을 드물게 하시어 무게있고 조용하시다가도 제자들이 여쭐 때에는 가르침이 지극히 정다우시니, 자연스럽게 조용히 앉아계시면 조용하기가 천지와 같으시고 한가롭기가 해와 달 같으시어, 허무에 든 신선 같기도 하시고 앉아있는 부처 같기도 하사, 용모와 태도가 금산사 금부처와 흡사하나이다.
즐거이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 그러하냐 하시더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요를 신과같은 덕이라고 하여 옛사람이 너무 넓고 커서 사람들이 이름지을 수 없다고 말하나니, 요와같이 큰 일을 하며 요와같이 큰 덕이 있으면, 일이 이루어지기 전의 사람들은 이런 덕을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시다가 여쭈기를, 매번 공사를 보신 뒤에 공우에게 명하사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따르는 사람들에게 공사를 두루 알려 알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또한 천하대순이라 하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천하의 법이 대중화에서 나와서 모든 나라에 미치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독불장군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독불장군이 무엇을 말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이나 나라가 천하와 더불어 근심하고 즐거워하며, 천하와 더불어 영화와 치욕을 함께하면 이것이 대인이며 대국이요, 혼자 즐거움을 탐내어 백성을 돌아보지 않고, 혼자만의 영화를 탐내어 백성을 돌보지 않으면 이것이 독부(獨夫)이며 고국(孤國)이니, 천지의 이치가 홀로 장군이 될 수 없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세상 사람들이 신선의 일을 다만 전설로만 듣고 본적은 없었나니, 너희들은 신선을 보리라. 내 얼굴을 잘 익혀서 기다리라. 다시 만날 때에는 광채가 사람을 쏘아서 감히 바로 볼 수가 없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저승 길이 멀지 않으니, 문턱 밖이 저 세상이니라. 나는 죽고 살기를 내 뜻대로 하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말씀하시기를, 세상이 너무 악하여 몸 둘 땅이 없으니 장차 깊이 숨으려 하노라.
제자가 아뢰기를, 부안 변산에 숨을 만한 곳이 많이 있나이다.
묵묵히 대답하지 않으시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나는 금산사에 들어가 불양답을 차지하리라. 내가 앞으로 금산사에 있으리니, 너희들은 나를 보려거든 그 절로 오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나는 천하사를 하러 장차 떠나리니, 갔다가 오면 모든 복을 지니느니라. 그러니 그동안에 죽으로 연명하라. 너희들에게 오직 굶주리는 어려움이 있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말씀하시기를, 이 뒤로 너희들이 나를 보지 못하여 슬퍼하며 이 땅을 왕래하리니, 지금 내 눈에 선히 보이노라. 나는 언제나 너희들의 등 뒤에 있건마는 너희들은 보지 못할 것이요, 내가 찾아야 만나보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이제 세상이 어지러우므로 피신하려 하니, 너희들은 나를 찾을 수 있겠느냐?
제자들이 대답하기를, 천하 어디를 가시더라도 어찌 찾지 못하오리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나를 찾지 못하노니, 내가 찾은 다음이라야 만나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시속 말에 이제 보니 수원 나그네라 하나니, 이는 누군지 모르고 만나다가 다시 보니 낯이 익은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라. 그러니 너희들은 내 얼굴을 잘 익혀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제자들을 평하사 말씀하시기를, 하도와 낙서를 아는 사람의 거울이 김형렬이요, 모든 사람의 큰 도적이 차경석이요, 그런 듯 만 듯한 안내성이요, 아무 일도 이루지 못할 김송환이요, 평생동안 마음이 변하지 않을 안○○요, 배고픈 큰 도적이 김형렬이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번에 제자들을 평하시니, 각 사람들이 반드시 가르침과 같이 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착한 일에 힘쓰면 악한 사람도 착해지고, 못난 사람도 어질어 지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연자봉을 가리키시며 말씀하시기를, 저 봉우리를 세상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부르느냐?
말씀드리기를, 세상에서 연자봉이라 부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연자봉이 아니라 제비봉이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세수를 하시니라. 제자가 명에따라 그 물을 보니, 넓디넓은 바다에 신령스런 짐승이 몸을 뒤트는데, 뱀 머리에 꼬리는 용이더라. 그렇게 아뢰니 말씀하시기를, 나의 일이 그와 같으니라.
어떤 날 제자 한 사람이 도통을 바라거늘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도통을 먼저 대두목에게 주리니, 그 두목이 천하의 도통신을 거느리고 각자 공덕의 크고 작음에 따라 모두 도통시키리라.


10 장

하루는 구릿골 약방에 계시더니 김씨 사모를 불러 방 안을 몇 번 왕래하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그 몸에 천하의 재물을 얽어매어 주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천하사의 성패가 지덕의 후하고 박함에 달렸나니, 성웅의 재질이 있더라도 지덕이 박하면 성공하기 어려우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칙령을 보이시니, 한량없는 큰 복에 김형렬이요, 부원군에 김형렬이라. 말씀하시기를, 형렬의 복을 정하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옛적에 자사가 위후에게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를 보존하지 못하리라고 말하였거늘, 위후가 그 말을 쓰지 않아서 나라가 참혹히 망하였느니라. 내 말은 위로 구천에까지 사무쳐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노라. 너는 내 가르침을 받들어 죽더라도 어기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크게 망할까 두렵노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더니, 여러 제자가 명으로 모두 와서 명령을 기다리니라. 방안에 늘어 앉게 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나를 믿느냐?
여러 제자가 대답하여 말씀드리기를, 지성으로 믿고 받드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죽더라도 믿을 수 있겠느냐?.
제자들이 속으로 천하사는 죽을 땅에 들어서야 이룬다 하였으니 반드시 이 훈계라고 생각하여 말씀드리기를, 비록 죽더라도 반드시 믿을 것이며 죽음은 그 다음이옵니다.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이 내 그늘에 있으면 한량없는 큰 복을 받으려니와, 내 그늘을 떠나면 죽음이 있을 뿐이라. 그러니 나를 잘 믿을지어다.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가르침을 내리시기를,
물고기의 양식은 삼천 나라에 가득한 물이요
기러기의 길은 구름 걷힌 하늘 구만리라.
멀없이 헤어질 때의 정은 달빛 같은데
돌아올 기약을 믿는 마음은 밀물처럼 통하리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여기서 일을 구미는 것이 구차하여, 이제 떠나려 하노라. 다녀오는 동안에 서양에 일이 있으면 내가 하는 일인줄 알라. 딴 곳에서 일하면 내가 짓는 일이 거침없이 되어지리라.
자현이 아뢰기를, 제자가 모시고 따르기를 간절히 바라오니, 허락하여 주소서.
말씀하시기를, 자현아. 너는 갈 곳이 못되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너는 내 일을 대신 맡아보라.
태운이 말씀드리기를, 재질이 엷고 무디며 배운바가 많지 않으니, 큰 일을 감당하지 못하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아이 키우는 일을 배운 다음에 시집가는 사람은 없나니라. 순이 역산에서 밭갈고 뇌택에서 고기잡이 하고 하빈에서 질그릇 구울 때에는 선기옥형을 알지 못하였노라. 그러므로 일이 닥치면 알게되고 할수 있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형렬아. 삼가고 삼가 조금도 소홀함이 없게하여, 맡은 일을 밝게 처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옛날에 마속은 공명의 벗이었지만, 일을 잘못하였으므로 눈물을 훔치며 목을 베었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방 가운데 누우사 월곡이 들어오는 것을 보시고 눈을 흘겨 보시며 말씀하시기를, 분명하지 못한 놈이로다. 네가 어찌 정가냐?
제자가 여쭈기를, 경석이 장차 정가로 행세 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정씨를 가까이 말고, 차씨를 가까이 말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살고 죽기는 쉬우니, 정기를 모으면 살고 흩으면 죽느니라. 그러므로 나는 생사를 뜻대로 하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제자에게 명하사 말씀하시기를, 보리밥 한 그릇을 지어 오라. 제자가 명을 받들어 행하니라.
한나절이 지나 제자가 명으로 맛을 보니 맛이 변했거늘 복명하니 말씀하시기를, 이는 녹이 떨어짐이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밥을 짓게 하시고 맛이 변하니녹이 떨어짐이라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묵은 하늘은 천지도수를 짓되 목숨을 먼저하여 세상에 참혹한 일이 많고, 나의 세상에는 천지도수를 짜되 녹을 먼저하고 목숨을 뒤로하여 녹이 떨어지면 죽느니라.
하루는 구릿골에 계시며 월곡에게 명하사 칙령을 쓰게하시니, 전라북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 강일순 호남 서신사명 이라. 신명에게 명령하시니라.
제자가 여쭈기를, 이제 칙령을 쓰게 하사 불사르시니 어째서입니까?
말씀하시기를, 때가 오면 아느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나를 따르는 사람이 임실에 하나 있노라.


11 장

기유년 여름에 대선생께서 구릿골에 계시며 천지대신문을 여시고 천지대공사를 보시니, 설법하시고 행법하시사 신명에게 칙명을 내리시니라.
제자들이 명에따라 모두 물러가니,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너는 나에게 오라.
월곡이 생각하기를 반드시 명령이 있으리라 하여 몰래 마루 옆에 들어오니, 인암이 알지 못하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닥쳐올 형세가 병겁이 세상을 덮칠 것인데, 너는 어떻게 구하려느냐?
인암이 말씀드리기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시면 제자가 어떻게 구할 수 있사오리까?
말씀하시기를, 종이를 자르되 가로는 짧고 세로는 길게하고, 나무에 태을주를 새겨 경명주사를 발라서 찍어서 입교하는 사람마다 주라. 병이 침범치 못하리니, 이것이 녹표니라.
월곡이 오래 머무르다가 들킬 것을 두려워하여 여기까지 듣고 물러가니, 인암은 알지 못하더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네 입에 병을 매달아 가벼우니, 곤륜산을 매달아라. 나는 천하사를 하러 몇일 안에 떠나노라.
인암이 아뢰기를, 하루를 모시지 못하면 하루가 무정하오니, 제자는 함께 가도록 허락하소서.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네가 갈 곳이 아니니라. 여기 있으면서 천하사를 하면 불편함이 많은데, 그 곳에 가서 하면 참으로 쉬우니라. 그곳에서 내가 일을 크게 벌리거든 너는 천하 모든 나라의 움직임을 살펴, 내가 천하사를 이와같이 하는 줄을 알도록 하라.
내가 미처 돌아오기 전에 괴질이 크게 터지면 마치 홍수가 밀리듯 하여 인간 세상을 덮치리니, 천하 모든 나라의 모든 백성들이 살아날 사람이 드무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내 덕을 펼칠 사람이 무진년 동지에 머리를 들리니, 이 사람이 세상을 구할 사람이니라. 너는 해의 차례(간지)가 무진년 봄이 되거든, 움막을 치더라도 원평에 와서 살아라. 너를 찾아와 서로 도울 사람이 있으리라.
인암이 여쭈기를, 이때를 당하여 찾아오는 사람이 무진년 동지에 기두하는 사람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그 사람 밑에있는 신도가 재물로 너를 도와 나의 명령을 시행하노라.
인암이 여쭈기를, 아는 사람이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처음 만나는 생소한 사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이때가 되어 재력을 얻거든 복숭아나무 동쪽 가지 아래 자리를 마련하고, 제수를 정성껏 준비하고 몸을 씻고 계를 지켜 나에게 치성을 올리고, 복숭아 나무 동쪽 가지를 자르라. 생각하기에 급하다면 불에다 말려 서도 또한 무방하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복숭아 나무 두 조각에 태극을 새기되, 한 태극의 가운데에 일(一) 자와 순(淳) 자를 음각하고, 한 태극의 가운데에는 시(時) 자와 헌(憲) 자를 양각하라. 복숭아 나무 한 조각에는 태을주를 새기고, 또 한 조각에 신장공우라고 새기라.
백로지는 내가 오고나서 나왔느니라. 양지를 가로 ○치, 세로 ○치로 잘라서, 경명주사로 오른쪽 위에 내 이름 태극을 찍고, 왼쪽 위에 시헌 태극을 찍고, 그 아래 가운데에 태을주를 찍고, 태을주의 중앙 왼쪽 아래에 신장공우 도장을 찍으라.
이것이 의통인패이니, 푸른 비단 주머니에 넣고 붉고 푸른 두 주머니 끈으로 허리 띠에 매달면, 괴질이 들끓는 곳에 들어가더라도 병이 함부로 덤비지 않노라.
인암이 아뢰기를, 제자가 아는 것이 없어, 태극을 모르나이다.
말씀하시기를, 전주 둥근 부채에 그려진 그림이 곧 태극이니라.
인암이 여쭈기를, 시헌이 이마두 선생이 동쪽에 와서 지은 이름이 아니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세상에 이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이 곧 그 사람이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병이 와서 너희들이 천하에 덕을 베풀고 백성을 널리 건지기를 이로써 하노라. 사람에게 전하되 가난하고 약하고 병들고 고생하면서 하늘의 마음을 가진 사람을 가려서, 나에게 일심으로 도를 받들 것을 서약하게 하고 그 뒤에 전하도록 하라. 복숭아 나무 한 조각에 무사태평이라고 새겨서, 마찬가지로 경명으로 양지에 찍어서 백성의 집에 붙이면 병이 함부로 덤비지 않느니라.
말씀하시기를, 공우야. 두 가지를 무수히 찍어 두었다가, 내 덕을 펼 사람이 와서 묻거든 인패와 도장찍은 종이를 그에게 전해주라. 좋고 남는 것이 너희들의 차지가 되리라.
인암이 여쭈기를, 때가 되어 병이 오면 서양 사람도 또한 이로써 구하나이까?
말씀하시기를, 천하가 모두 그러하니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선천에 중천신은 자손이 없는 신명이요, 황천신은 자손을 둔 신명이라. 그러므로 중천신은 황천신에게 붙어서 얻어먹었더니, 나의 세상에서 중천신은 영원히 영혼이 바꾸어 들게하여 낳고 기르는 도리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황천신은 영원히 자손을 두어 낳고 기르는 도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천지의 모든 신명이 옳으니 그르니 하여 아직까지도 결정을 짓지 못하였노라.
내가 천지공사에서 모든 법을 결정하여 물샐 틈이 없지마는 오직 이 한 가지는 결정하지 않고 가나니, 만약에 중천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세상에 낳고 기르는 괴로움이 없어지노라.
하루는 제자가 모셨더니 말씀하시기를, 나는 천지를 고쳐 후천을 열고, 천지의 운로를 바루어 만물을 새로이 고치고, 모든 백성을 널리 건지는 세상의 나라를 세우고 도덕을 세우나니, 이제 천지의 도수를 물샐 틈 없이 짰노라.
그러므로 도수가 돌아오면 새 기틀이 열리노라. 너희들은 정성을 다해 나를 믿고, 천지공정에 입각하여 천하의 형세를 잘 살펴서 기미를 보아 일을 꾸미라.
말씀하시기를, 이윤이 오십 년에 사십구년 동안의 그름을 알고 탕을 도와서 마침내 대업을 이루었나니, 나는 이제 이 도수를 쓰노라.
구 년 동안에 본 천지개벽공사를 이제 천지에 물으리니, 너희들은 이로써 믿는 마음을 두터이 하라. 말씀하시기를, 천지는 말이 없으므로 천동지진으로 그 말을 대신하노라.
칙령이 있으시니, 교를 펴는 오십 년 공부를 마치노라.
그 칙서를 불사르시니, 즉시 천지가 크게 진동하니라.
대선생께서 기유년 유월 이십사일 사시에 문득 하늘로 올라 가시니라.
제자들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 정신을 잃고 괴로이 탄식하며, 인암이 울면서 말하기를 대인의 승하에 적막하기가 어찌 이럴 수 있으리오 하니, 말이 떨어지자마자 천지가 진동하고 세찬 비가 잠깐 내리니라.
가르침을 남기시니 가로대, 내 백성들아. 내가 돌아올 때에 열 석자 몸으로 천지신명을 거느리고 하늘과 땅을 뒤흔들며 오리니, 천지가 상서를 보여 밝은 빛이 천지에 가득하고,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며 기린은 모든 짐승을 기르며 와서 축하하리니, 사람은 감히 바로보지 못하리라.
내가 돌아오면 잘 닦은 사람은 영화와 복록을 헤아릴 수 없고, 이루어지지 않는 바램이 없어 천지인신으로부터 만세에 걸쳐 부러움과 우러름을 받고, 잘 닦지 못한 사람은 정신 차리기가 어려울 것이요, 공덕이 없는 사람은 앉을 자리가 없을 것이며, 오고 갈 때 그 뒤를 따르기가 어려우리라.
내 백성들아. 큰 복을 얻으려거든 한 마음으로 나를 믿어 그 마음을 잘 닦고, 도를 펴 공을 세움을 오로지 의롭게 하여 다른 뜻을 두지말고, 힘써 덕을 닦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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