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여, 권력에 맞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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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0-05-26 10:16본문
[인물과 사건으로 본 조선일보 100년] [30] 1960년대 순수참여문학논쟁
이어령 "두려움에 굴복 말라"에 김수영 "문학 위축시킨 건 권력"
당대 최고 평론가·문인들 나서 조선일보 지면 통해 반박·재반박
지식인 사회, 불꽃 튀는 지적 대결
1967년 12월 28일 조선일보에 실린 평론가 이어령의 시론 '에비가 지배하는 문화―한국 문화의 반(反)문화성'이 파문을 일으켰다.
시인 김수영이 반론의 깃발을 들었다.
그는 '사상계' 1968년 1월 호 기고문 '지식인의 사회참여'를 통해
"오늘날 문화의 침묵은 문화인의 소심증과 무능보다 유무형 정치권력의 탄압에 더 큰 원인이 있다.
우리들의 '에비'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금제(禁制)의 힘"이라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 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나를 괴롭히는 것은 신문사의 응모에도 응해 오지 않는 보이지 않는 '불온한'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 안에 대문호와 대시인의 씨앗이 숨어 있다"고도 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진행된 순수·참여문학 논쟁을 지핀 '불온시 논쟁'의 시작이었다.
이어령의 재반론은 세련되고 우아했다.
그는 1968년 2월 20일 조선일보 시평 '누가 그 조종(弔鐘)을 울리는가?―오늘의 한국문화를 위협하는 것'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고 창조하는 운명을 선택한 이상 그 시대와 사회가 안락의자와 비단옷을 갖다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는 "현실의 들판에서 자라는 진짜 백합화의 순결한 꽃잎과 향기는 외부로부터 받은 선물이 아니라
해충·비바람 등과 싸워서 얻은 것"이라고도 했다.
바로 일주일 뒤인 1968년 2월 27일 조선일보에는 김수영의 재반론이 실렸다.
"오늘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획일주의가 강요하는 대제도의 유형무형 문화기관의 에이전트들의 검열이다.
우리의 질서는 조종을 울리기 전에 벌써 죽어 있는 질서다."
논쟁은 당대의 지식인 잡지였던 '사상계'로 옮겨붙었다.
사상계 2월 호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이자 소설가인 선우휘와 신예 평론가였던 백낙청의 대담 '작가와 평론가의 대결'을 실었다.
백낙청은 "문학의 본질은 자유이며,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속박에 대한 하나의 반항"이라고 참여론 쪽에 힘을 실었고,
선우휘는 "문학인은 남의 자유 이전에 자기 자유를 획득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더 용기를 가지고 발언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참여"라고 맞받았다.
조선일보는 이어령과 김수영 사이에서 오래 이어진 논쟁의 대단원을 1968년 3월 26일 문화면 머리기사로 마무리했다.
두 사람의
상호 반론이 같은 분량으로 동시에 실렸다.
'자유가 억압당할 때, 문학은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조선일보와 사상계를 오가며 벌어진
이어령과 김수영의 논쟁은 1960년대 후반을 장식한 지식인 사회의 불꽃 튀는 대결이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향해 달려가던 1960년대 한국 사회의 지적 고뇌를 담은 이 논쟁은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26/20200526000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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