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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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날에
정끝별
밥 하면 말문이 막히는
밥 하면 두 입술이 황급히 붙고 마는
밥 하면 순간 숨이 뚝 끊기는
밥들의 일촉즉발
밥들의 묵묵부답
아, 하고 벌린 입을
위아래로 쳐다보는
반쯤 담긴 밥사발의
저 무궁,
뜨겁다 !
밥
― 詩集 ‘와락’ (창비 펴냄)에서
1988 ≪문학사상≫으로 등단
1994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現 명지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조교수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흰 책』『삼천갑자 복사빛』,『와락』
시론평론집 『패러디 시학』『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
『오룩의 노래』, 여행산문집『여운』,『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
詩選 평론집『시가 말을 걸어요』等 소월시문학상 受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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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詩에 있어, 진정한 인식認識이란 어디까지나 經驗的인 것이리라
(경험 = 그것이 직 . 간접임을 막론하고)
특히, 그 경험을 시로 풀어내는 데 있어서는
서로 한정限定된 主體와 客體의 공존共存을 전제로 해서
이 두개의 융합融合을 도모해야 할 조건을
숙명적으로 짊어지는 건 아닐지... 하고,
어렴풋이 생각해 보는데
그 표현의 영역에 있어서, <순수성>을 꼭 찍어 말하기란
결코 (詩的으로) 용이容易한 일은 아닐 터
이렇게 간명簡明한 필치로, 그 <순수의 알맹이>를
속 시원히 말하는 시인이 부럽다
나에게 있어, 밥의 순수성...
모락 모락 김이 피어 오르는 저, 무궁한 뜨거움의 순수성 생각하면,
그간 살아온 날들에 수 많은 밥상을 받아오면서
밥에 담긴 저 뜨거운 호흡을, 저 숨막히는 침묵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나의 生命을 이어가게 하는, 저 무궁無窮한 헌신獻身 앞에서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진심으로,
가슴 벅차게 고마운 감탄을 했던 적이 있었던가
나의 허기진 배만 꾸역 채워 온,
그 까마득한 욕구의 날들 속에서...
- 선돌,
The Mo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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