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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86회 작성일 21-04-1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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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노을 / 선돌


바다 위에 누워 하늘을 본다 내 몸에 꽂힌, 수 많은 칼들이 잔뜩 날을 세워 노를 젖는다 내 몸의 피로 물든 바다가 기를 쓰며 하늘로 기어 오른다 내 안에서 출렁이던 그리움도 붉은 신음을 한다 갈매기 울음소리를 닮아간다 아니, 갈매기 울음 소리겠지 스스로 위안을 한다 내 몸에 돋아나는 물의 소름들 그래서 이리, 추운 걸까 나 때문에 아팠던, 사랑도 해변에서 하얗게 파도로 솟는다 저래서 사랑은 미련한 거지 제 몸이 부서지는 것도 모르고 저 멀리, 눈길이 머무는 바다 위로 희미한 추억이 창문을 연다 오랜 기억들이 그 창문에 거미줄처럼 주렁 걸리고 거기서 기어나온, 낡은 사람들이 내 피로 물든 바다에서 헤엄을 친다 그들이 내 안에서 살아 온 질긴 힘으로, 그들 중 몇몇은 나를 금방 앞지른다 참을 성 없는 내 입이 중얼거린다 앓느니, 차라리 죽지 내 위에서 무섭게 붉어가던, 하늘이 혀를 찬다 시퍼렇게 주둥이만 살아 있는 것 빈 말이라도, 반성 좀 하렴 너로 인해 늙어버린 사람들인데, 가엽지도 않니 살아가면서 한 번 쯤은 따뜻하게 스스로 괴롭기도 해야지 인정머리 없는 것 문득, 건드리만 해도 글썽일 듯 내 눈에 눈물이 맺힌다 입 안에 마른 침을 삼킨다 온 몸의 피가 바다로 다 흘러 지금, 나는 목이 마르다 붉게 출렁이는 짠물 위에서 한 잔의 생수(生水)가 비로소 그리운 거다 내 몸 안에 뜨거운 피는 이제 하나도 없어, 빈 노을 같은 몸이 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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