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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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647회 작성일 15-10-20 09:45본문
가을 바람, 그때도 그랬지 / 오정자
아지랑이가 장딴지를 거웃처럼 감아 올랐을 때 사윈 햇살들이 풀무치들을 밟고 있었을 때 사뭇 그런 예감이 있었다 무구한 시간들이 주춤대는 것을 보았을 때 에푸수수한 머리칼로 나대고 싶었을 때 나침반을 버리고 길 잃으려 했을 때 희망조차 결별을 속삭였을 때 잠든 너의 아름다움을 묻지 않았다 베돌던 바람의 뒤통수를 보았을 때 개펄의 해산물 같은 약속을 남겼을 때 시린 잎사귀들을 보았을 때 떠나는 것들아 낯붉히지 말라 했었다 멈추지 말고 총총 흩어지라고 소멸의 강줄기로 사라지라고 벗겨진 어둠을 맛보리라고 상사(想思)에 죽어갈 나무가 될지라도 권태로운 빛의 알갱이들 한 계단씩 이동하고 나면 시골 정류장 같은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그렇게 어둠 속에 어둠 속에 보석들의 광채를 길이 담아 둔 밤과 같은 당신에게
<신춘문예> "수필부문" 및 "詩부문"으로 등단 詩集 , <그가 잠든 몸을 깨웠네> 2010년 레터북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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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과거시재(過去時在)의 그 어느 때를 빌어 엮어가는, 가을 바람의 의미망(意味網) 그 의미망이 '당신'으로 표상(表象)되는 존재와의 '꿈꾸는 재회(再會)'로 모아지는 모습이 차분해서 좋다 대체로 이미지(Image)의 연상술은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詩 끝에 남겨지는 여운(餘韻)이 깊다 詩를 감상하니 나 역시, 어느 시골 정류장 같은 곳에서 그렇게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그 대상(對象)이 가을 같은 사람이라면, 더 할 나위 없겠으나 지금의 현실에서 그럴 일은 전혀 무망(無望)하지만 말이다 비록 지금의 나는 누더기 같은 삶이지만, 詩에서 말해지듯 권태로운 빛의 알갱이들 한 계단씩 이동시키고 나서 내 生의 그 언젠가 잠시나마 있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 속의 고운 추억을 그렇게 다시 만나고 싶어진다 나를 기다리는, 가을 바람 속에서......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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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샤워님의 댓글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인님의 해설을 통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허나, 아직 다 쓰지못한 슬픔이 있고, 아직 풀지못한 미련이 있다면, 삶은 우리에게 세월에 순응하라 강요하지 않겠지요!, 좋은 글과 해석에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해설이라니.. 당치 않은 말씀이에요
그저, 부족한 감상에 불과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