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제나, 혼자이다
그가 사랑을 이름짓기 위해,
힘겹게 애쓴 자취만이
그의 유일한 벗이었다
어떠한 사람도 그를 보지 못하고,
또 그를 찾는 사람도 없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조차 서먹해지는 순간,
불현듯 과거도 사라지고 미래도 없어진다
오직 현재로서만 존재했어라,
그의 길고 지루한 여로(旅路)는
그는 이미 여러 번 여행을 떠났었지만,
갈 곳을 정해 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고단한 세월 끝에서 이제는 그도
삶의 종착역(終着驛)을 꿈꾸며,
조용한 눈물을 흘린다
그의 가슴에서 솟아난
피를 닮은 그리움은
각혈(咯血)하는 꽃이 되어,
미칠듯이 사방에 피어 오른다
정(情) 없는 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도
사랑이라고 굳게 믿고 싶었던
어리석은 한 감정에 의해,
따뜻해지는 비현실을
아프게 꿈꾸면서......
그러나, 오늘도
그는 혼자이다
- memo
우린 누구나, 전혀 우연한 장소와 시기에 세상에 던져졌음이다
- 시기와 장소, 그리고 부모가 누구인지를 미리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기에
물론, 그 이면에 감추어진 업연(業緣)은
그 같은 결과의 원인으로서 엄연히 있겠지만
그걸 조잡한 인간의 머리 굴리기로 헤아릴 길은 없겠고...
아무튼, 그렇게 홀로 외로운 존재로 세상에 나와
나름의 인간사(人間事)를 엮어가다가 어느 날 다시금
꼭 그래야 할 필연성도 없이 전혀 의외의 날에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마침표를 찍고,
지극히 쓸쓸한 모습으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되는 거
같다
하여, 그러한 자신을 의식하자면
우리 모두는 제 아무리 그 '무슨 척'을 하며 살아간들
무력하고 외로운 존재라는 걸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음을
어쩌면, 저 무시무종(無始無終)한 우주 영겁의 흐름은
우리로 하여금 유한한 존재로서의 무력함 혹은 한계를
느끼게 하는 불가항력의 벽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생각 꼽아보면, 짧은 인생의 여정(旅程)에서
사랑도 모르고 산다는 건 참으로 비참하고
억울한 일이 될 거 같다
- 평생토록, 부와 명예를 바벨탑처럼 높이 쌓아 놓았다고 할지라도
(그거 죽을 때 저승에 가져갈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덜 억울할텐데 말이다)
암튼, 우리들은 각자가 외로운 존재로서 서로를 보듬고 살아가야겠다
- 외롭기로 말하자면야...... 시에서 말해지는 '그' 뿐일까,
인간처럼 고독한 존재가 또 어디 있을까?
겉으로야, 안 그런 척 꾸미며 살고 있지만
혼자만의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