敎會堂이 보이는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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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4회 작성일 22-04-10 03:01본문
敎會堂이 보이는 언덕에서 / 주봉구
두 줄기 구름과 숲으로 감싸인
언덕을 돌아
해변의 모래알에 이르면
비애와 욕망을 어루만지는
저 작은 손이여.
역사, 도덕, 철학, 사회 등등
도저히 끝 닿을 수 없는 하얀 낮에
드러눕는 누드.
진실은 몽땅 밀물에 밀리어
몸바뀐 물보라만 끌어안고
울부짖느냐.
높디높은 하늘이 오늘 따라
눈에 부시다.
파랗게 질리어 응어리지는
저 진실의 핵자(核子)까지 떼어 버리고
부끄러움도 하나 없이
돌아서는
바람같은 사람들
무시로 반짝이는 모래알속에
무거운 발자국만 뜨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저녁 종소리.
두 줄기 물과 빛으로 감싸인
언덕을 돌아
멀리 멀리 퍼져가는
아베 마리아, 아베마리아.
朱奉求 시인
1979 <시와 의식: 現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길 떠나는 바람], [집 없는 달팽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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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이 詩를 읽으며,
내 눈이 도망칠 겨를 없이 못박히는 한 구절...
'파랗게 질리어 응어리지는
저 진실의 핵자(核子)까지 떼어 버리고
부끄러움도 하나 없이
돌아서는
바람 같은 사람들'
어쩌면, 나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겠나 싶었던 거다
시인의 그 같은 비평적(批評的) 안목은
현실 앞에서 자꾸만 작아지고 비겁해지는
하여, 꾸준한 타협 속에 진실이 밥 먹여주나 하며
민망한 자기합리화에 급급한 나 같은 몰골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아픈 영혼의 채찍도 되나 보다
詩 전행(全行)을 감싸고 있는 암울함도 우뚝한
성채처럼 진실과는 담 쌓고 있는, 지금의 이 뻔뻔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시대를 말하는 듯 하다
'도저히 끝 닿을 수 없는 하얀 낮에
드러눕는 누드.
진실은 몽땅 밀물에 밀리어
몸바뀐 물보라만 끌어안고'
그리고 보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도 8년이 다 되어가건만
그 진실 규명은 커녕
비밀스러운 시간에 얽힌 각종 물타기 공작에
덧없이 사라진 꽃 같은 생명들은
그들의 몸바뀐 물보라만 끌어안고...
Ave Maria - Michal Lore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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