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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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55회 작성일 23-03-11 01:01본문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달에는 물로 된 돌이 있는가?
금으로 된 물이 있는가?
遊星 / 파블로 네루다
불끄고 자리에 누우면 달은 머리맡에 있다.
깊은밤 하늘호수에는 물이 없고, 엎드려 자다가 고개 든 아이처럼
달의 이마엔 물결무늬 자국.
노를 저을수 없는 달은 수심없는 호수를 미끄러져 가고,
불러 세울수 없는 달의 배를 탈 것도 아닌데 나는 잠들기가 무섭다.
유난히 달 밝은 밤이면 내 딸은 나보고 달보기라 한다.
내 이름이 성복이니까, 별 성 자 별보기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그럼 나는 그애 보고 메뚜기라 한다.
기름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면, 영락없이 아파트 12층에 날아든 눈 큰 메뚜기다.
그러면 호호부인은 호호호 입을 가리고 웃는다.
벼랑의 붉은 꽃 꺾어 달라던 수로부인보다 내 아내 못할 것 없지만, 내게는 고삐 놓아줄 암소가 없다.
우리는 이렇게 산다.
오를수 없는 벼랑의 붉은 꽃처럼, 절해고도의 섬처럼,
파도 많이 치는 밤에는 섬도 보이지 않는, 절해처럼.
- 이성복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 불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1977 <<문학과지성>>에 시 <정든 유곽에서>로 등단
1982 제2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남해금산> 等
산문집으로,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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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이성복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외국시인들의 시를 읽고 시쓰기 작업을 한,
즉 외국시편들이 뇌리에 남겨준 잔상殘像을 다시 자신의 시어로 옮겨 적은 100편의 글을 수록하였다.
표제작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유성(遊星)을 쓴 것이다.
대부분의 <시 감상>들이 단순히 자신의 감상을 산문 형식으로 발표한 것으로 끝내는데 반해,
시인은 이를 시로 재구성했다는데 발상發想의 특징이 있다.
이 시집이 형식의 면에서 이런 새로운 지평地平을 열었다면,
내용의 면에서는 타인의 시를 빌어 자신의 시적 상상력을 철학성이라는 겉옷을 입혀
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할까...
이 시집에는 릴케, 보들레르, 로버트 프로스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시인뿐 아니라
만젤쉬땀, 로르카, 프레베르 등 친숙하지 않은 시인의 시 총 100편에 대한
일종의 <시해설 시>가 실려있다.
시인은 '시집을 펴내며'라는 서문序文에서
“가속기와 브레이크 페달을 번갈아 밟을 때처럼 내 글쓰기가 지나친 갈망과 절망으로 울컥거리기만 할 때,
평소에 좋아하던 다른 나라 시에 말붙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내 관심사는 인용된 시를 빌미로하여,
대체 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라고 출간의 변辯을 밝히고 있는데...
시 자체가 <네루다의 '유성'에 관한 감상>이므로,
이에 또 선돌, 입서기 나름의 감상을 단다는 게 어째 좀 우스꽝스럽다.
하여, 잠자코 그의 시해설(?) 에만 귀를 기울여 본다.
- 희선,
SOMETHING TO REMEMBER YOU BY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과속하지 않는 아름다운 시심!
선돌님의 댓글의 댓글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자요 (맞아요) ~
詩心은 시인 자신의 역량을 오버로드 Over -load 하지 않을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눈 밝은 독자들은 다 알아보거든요, 시인의 참 시마음(詩心)인지 아닌지를..
즉, 시가 아닌 허튼 잡소린지 아닌지를..
이 동네 시말 창시방을 두고 말하자면, - 자칭, 천재 쉬인들이 넘 많음
- 즉, 환언하자면 자신의 역량 무대뽀로 오버한 각종 덧 붙이기를 말함
(이건 글 쓴 당사자, 타칭 아닌 자칭 시인도 지가 뭔 소릴 씨부렁댔는지 모른다는 -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