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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글] 詩를 읊은 삶 - 칼 구스타프 융을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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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36회 작성일 23-04-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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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를 읊은 삶 - 칼 구스타프 융을 회상하며 전 철 군대라는 음울한 사각지대에서 국어사전을 통째로 암기했다던 젊은 작가 김소진이 며칠 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마음이 아팠다. 오늘 아침에는 몇 년전 종로서적 문학 파트를 스쳐 지나가다 우연히 만난 朴在森의 시들이 햐얗게 떠올랐다. 뼈끝까지 가난하였던 시인 박재삼씨가 별세하였다는 기사가 신문의 하얀 여백에 검은 잉크로 찍혀 있었다. 세인(世人)의 죽음과는 달리 시인의 죽음은, 사뭇 잊고 살았던 삶의 근원적 의미를 채근하게 한다. 자명하게만 다가왔던 우리네 삶이 어느 순간 한없이 낯설어진다. 시인의 언어가 자명한 사물을 교란시키듯이, 시인의 죽음은 아무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교란시킨다. 시인의 죽음은 모든 존재가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와해되는 서글픔이 아니라, 마치 그토록 가고싶어 했던 본향으로의 황홀한 귀환과 같다. 어쩌면 시인에게 있어서 암울한 현실은 언제나 면역 결핍의 영역이다. 오히려 시인의 고향은 삶 저편의 신성한 숲일런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자 쉘러는, 순수한 정신은 세계에 침투해 들어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바로 하늘의 문화가 숨쉬는 시인의 정신에 있어,오히려 세계는 잔혹한 여정이었을 것이고, 죽음은 오히려 곱게 다가오는 구원의 빛일런지도 모른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 - 1961)도 마찬가지이다. 융은 우리네의 삶의 진정한 의미를 건네 준다. 단지 인간 존재는 육십년의 삶 한줌을 살아가는 서글픈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단지 그의 언어는 의학과 심리학의 소독냄새가 엷게 스며들어 있을 뿐, 시인의 시어와 다를 바가 없다. 시인에 있어서 꿈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시인의 꿈이 자명한 현실이듯이, 두말할 나위 없이 융은 꿈 옹호주의자이다. 더 나아가 융은 신화와 전설, 환상과 같은 몽환적 분위기들을 자명한 무게를 지닌 옹근 현실로 인정한다. 이러한 밑그림 위에서 그는 자기(Self)와 자아(ego), 원형(archetype), 집단무의식 (collective uncounsciousness), 그림자(shadow), 아니마(anima), 아니무스(animus), 그리고 개성화(individuation) 라는 새로운 색조들을 가미한다. 융에 의하면, 애초부터 인간은 자신에 대한 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신화와 전설, 꿈이나 환상이 인간 전체를 드러내는 이미지임을 융은 주목한다. 인간 전체의 중심인 <자기>는 언제나 어두침침하다. 그 수천 해리의 기저에 흐르는 중심인 <자기>를 향해 진지하게 탐구한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러기에 인류는 바로 그 근원에 대한 탐구를 일찌감치 포기해 버렸다고 융은 단언하는 것이다. 지상의 화려한 도시에 영혼이 팔린 우리의 문명은 더 풍요로운 지하의 광맥을 개간하는 작업을 중단해 버린 채 여기에까지 그저 그렇게 밀려왔던 것이다. 양 쪽으로 길다랗게 놓여진 저 포풀러 가로수를 사랑하였던 저 유년시절, 우리 모두는 한여름밤의 아름다운 꿈을 기억한다. 그 아름다움에 숨이 멎은 나머지, 우리는 저 공룡의 도시와 같은 현실로 귀환하기를 애써 발버둥치며 거부한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귀환을 촉구하는 자명종 소리는 단아하게 수놓아진 꿈의 풍경들을 산산히 조각낸다. 어쩔 수 없이, 수면에서 의식의 경계로 진입하는 그 찰나, 우리는 애써 직조한 꿈의 결들을 놓쳐버리고 만다. 단지 온 몸의 땀과 근육의 긴장만 흔적으로 끈적끈적하게 남아있기에, 그 아름다운 꿈을 개꿈이라고, 혹은 악몽이라고 저주하며 침을 뱉어버린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미 한 여름밤의 꿈은 바싹 증발해 버린다. 융은 망각의 기능을 상실한 운명의 소유자였다. 그러하기에 꿈의 무덤에 묻혀 있거나 망각의 늪에 고여있는 인간의 다양한 꿈의 조각들을 새로이 깁는다. 왜냐하면 융은 꿈 자체에, 아니면 꿈의 배후에 꿈틀거리는 그 무엇이 있다고 애써 놀라며 직시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융의 매력이다. 융은 꿈에 미미하게 반영된 <자기>의 각양각색의 그림들을 한올 한올 엮어낸다. 그리고 하나의 장중한 그림을 그려낸다. 더 나아가, 그 <자기>의 풍경 - 실로 융에게 있어서 <자기>는 신적인 영역이다 - 은 거부할 수 없는 자명한 현실이고, 오히려 우리의 삶을 온전히 이끄는 중심이라고 강조한다. 물론,우리는 <자기>의 세계를 <자아>의 그물로 온전히 건져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의 세계 위에 이미 서 있다. 그 예표가 바로 불편한 현실에 대한 백색 저항이다. 가난한 대지 앞에 안식을 누릴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불안할 뿐이다. 삭막한 대지에 대한 불안은 우리가 근원적으로 <자기>(Self)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아련하게 피어오르는 홍역인 것이다. 그리고 어디론가 끊임없이 나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이미 싸늘한 대지에 대한 시인의 저항이 신성에 닿아있듯이, 인간의 마음에는 이미 <자기>와 닿아 있음을 말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시인의 노래는 <자기>에서 열리는 목소리이다. 세계에 대한 설명의 한계에 직면할 때에 진정한 시어가 열리듯, 융은 설명 가능한 세계만이 전부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융은 우리 각자의 生이 매우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든 인간 심성의 뿌리에는 저 깊은 무의식의 세계, 전체의 세계와 닿아 있다. 그렇다면 각자의 生은 결코 가볍거나 보잘 것 없는 生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生은 우주를 닮아 있다. 영원의 세계인 무의식의 현현이 각자의 生인 것이다. <플레로마>의 세계에서 <클레아투라>의 세계로 뛰어든 최초의 사건이 生이다. 우리의 生은 불멸의 무한한 세계가 유한한 세계 속으로 뛰어든 사건이다. 더 나아가 우리의 生은 끊임없는 성숙을 지향하는 존재이다. 그 지향이 바로 '개성화'인 것이다. 우리는 융을 통하여 살아있음(生)이 결코 예사스럽지 않음을 발견한다. 이제 생은 환희이고 생명은 경이로움이다.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펄럭거리며 비상하는 저 새를 보자. 새는 날기 위하여 얼마나 지난한 시간 동안 새가 되려는 꿈을 꾸었을까. 인간은 인간이 되고 싶어서 얼마나 긴 계절을 인간의 꿈을 꾸었을까. 인간은 백 년의 삶을 만나기 위하여 백 만년 동안, 그 한 순간만을 꿈꾸어 온 존재이다. 백 만년 겨울잠의 기나긴 제의를 통하여 우리의 삶은 주어진 것이다. 우리 삶의 밑둥에는 백 만년의 지난한 세월을 견뎌온 뿌리가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금 단지 백 년을 사는 삶이 아니다. 우리는 백 만년을 몸으로 살아가는 푸른 생명나무이다. 그 생명나무가 가장 찬연한 열매를 맺는 그 순간, 그 절묘한 순간이 바로 지금의 生이다. 그러기에 生은 저 영원의 빛의 드러남이다. 또한 지금의 生은 자신의 고유한 모습을 구현(Individuation)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어디론가 나아간다. 대지 위에 부유하는 시인의 한 줄기 노래처럼 말이다. 시인에 있어서 인류를 구원하는 길은 詩이듯이, 융은 꿈이 인류를 구원하는 유일한 길임을 우리에게 예언한다. 꿈이란 <자기>와 <자아>가 체험하는 두 지대의 합(合)이다. 그렇기 때문에 꿈은 삶을 회복할 수 있게 해주는 중심의 소리이다. 꿈은 삶의 해리를 통합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고백하였다면, 융은 "꿈이 이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지금 우리에게 고백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구원은 꿈을 타고 우리에게 건너오기 때문이다. 바로 융은 우리가 여기에서 안주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다. 이제 우리는 더디게, 하지만 차근차근 <자기>로 나아간다. 꿈, 신화와 전설, 환상이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아련한 그 자리, 바로 시인의 마을로 우리는 조금씩 가까이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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