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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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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5회 작성일 23-12-3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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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雪賦  斷想


겨울의 눈(雪)을 말하면, 늘 떠오르는 글... 수필문학가이자, 詩人인 김진섭 선생의 백설부인데요 요즘의 세태는 눈, 하면 교통체증의 불편함부터 말하긴 하지만 (눈 내린다고 이마 주름잡고 인상 쓰는 사람들 무지 많음) 아무튼, 각설하고 오늘은 눈 내리는데, 문득 그 백설부가 생각이 나서 그 일부를 옮겨 봅니다 (뭐, 생각나고 안 나고는 내 마음이라서.. 그리고, 꼭 눈이 내려야만 생각할 것도 아니라서)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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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조차 어리석은 일이나, 도회인으로서 비를 싫어하는 사람은 많을 지 몰라도,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을 즐겨하는 것은 비단 개와 어린이들뿐만이 아닐 것이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일제히 고요한 환호성을 소리 높이 지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눈 오는 날에 나는 일찍이 무기력하고 우울한 통행인을 거리에서 보지 못하였으니, 부드러운 설편(雪片)이 생활에 지친 우리의 굳은 얼굴을 어루만지고 간지릴 때, 우리는 어찌된 연유(緣由)인지, 부지중(不知中) 온화하게 된 색채를 띤 눈을 가지고 이웃 사람들에게 경쾌한 목례(目禮)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겨울을 사랑한다. 겨울의 모진 바람 속에 태고(太古)의 음향을 찾아 듣기를 나는 좋아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어라 해도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抒情詩)는 백설(白雪),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가면 최초의 강설(降雪)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탈(脫)하고 현란한 백의(白衣)를 갈아입을 때, 눈과 같이 온 이 넓고 힘세고 성스러운 나라 때문에 도회는 문득 얼마나 조용해지고 자그마해지고 정숙해지는지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이 때 집이란 집은 모두가 먼 꿈 속에 포근히 안기고 사람들 역시 희귀한 자연의 아들이 되어 모든 것은 일시에 원시 시대의 풍속을 탈환한 상태를 정(呈)한다. 온 천하가 얼어붙어서 찬 돌과 같이도 딱딱한 겨울날의 한가운데, 대체 어디서부터 이 한없이 부드럽고 깨끗한 영혼은 아무 소리도 없이 한들한들 춤추며 내려오는 것인지, 비가 겨울이 되면 얼어서 눈으로 화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만일에 이 삭연(索然)한 삼동이 불행히도 백설을 가질 수 없다면, 우리의 적은 위안은 더욱이나 그 양을 줄이고야 말 것이니, 가령 우리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추위를 참고 열고 싶지 않은 창을 가만히 밀고 밖을 한 번 내다보면, 이것이 무어랴, 백설애애(白雪楙楙)한 세계가 눈앞에 전개되어 있을 때, 그때 우리가 마음에 느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말할 수 없는 환희 속에 우리가 느끼는 감상은 이 아름다운 밤을 헛되어 자버렸다는 것에 대한 후회의 정이요, 그래서 가령 우리는 어젯밤에 잘 적엔 인생의 무의미에 대해서 최후의 단안을 내린 바 있었다 하더라도, 적설(積雪)을 조망하는 이 순간에만은 생(生)의 고요한 유열(愉悅)과 가슴의 가벼운 경악을 아울러 맛볼지니, 소리없이 온 눈이 소리없이 곧 가버리지 않고 마치 그것은 하늘이 내리어 주신 선물인거나 같이 순결하고 반가운 모양으로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또 순화(純化)시켜 주기 위해서 아직도 얼마 사이까지는 남아 있어 준다는 것은, 흡사 우리의 애인이 우리를 가만히 몰래 습격함으로 의해서 우리의 경탄과 우리의 열락(悅樂)을 더 한층 고조하려는 그것과도 같다고나 할런지! - 金晋燮 (1903 ~ 납북 후 불명不明)의 白雪賦 중에서... <옛글이라서, 요즘엔 잘 안 쓰는 단어도 몇개 있다는> * 부(賦) : 감상을 적은 한시(漢詩)체의 한 가지 * 구각(舊殼) : 낡은 껍질이란 뜻으로, 옛 제도, 관습 등을 이르는 말 여기서는 고착화된 틀을 의미 * 정(呈)한다 : 어떤 모양, 빛깔 등을 말한다 * 삭연(索然)한 : 외롭고 쓸쓸한 * 백설애애(白雪楙楙) : 눈이 내려 깨끗하고 흰 모양 * 유열(愉悅) : 유쾌하고 기쁨

Winter Sonata - Inside The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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