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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목란배를 매어두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8회 작성일 24-03-12 09:51

본문

물가에 목란배를 매어두고 / 허영숙


팔작기와 아래
늦도록 꺼지지 않는 창호문을 열면
누가 어둠을 벼루 삼아 먹을 갈고 있다
섬돌에 올라 선 바람
문틈으로 들여다 보며 한 줄 쓰면 한 줄 읽어주고
겹처마에 매달린 별들도
서로 한 획이 되겠다고 눕는다

연꽃 무성한 곳에
목란배를 매어두고 한 사람 기다리던 초희*
아득한 행간을 당기고 밀며
산맥처럼 밤을 넘어간다

이른 아침
세숫간에서 낯을 씻고 나온 배롱나무
담벼락옆 고요한 필방에 좌정하고 쏟아내는 붉은 문장
재가 된 서러움을 딛고 꽃으로 돋는다

잠깐 살고 오래 울다간 사람의 생가에서 바라 본 경포호
저 물길에 마음을 놓아
일필로 저어가면
먼 바깥을 보고자 한 깊은 심사心思에 닿을까

나도 물가에 목란배를 매어두고


*초희(楚姬) - 허난설헌 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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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詩集, <바코드 2010>.<뭉클한 구름 2016>


-----------------------

<감상 & 생각>

 

경포호를 찾은지도 까마득한 기억속의 시간인데...

시를 감상하니, 그곳에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마치, 蘭雪軒의 시 한 首를 대하는 듯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수의소병풍
墻頭杏花落 장두행화락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숨어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시인의 意識 위에 고요히 떠올린,
목란木蘭배...

그 배에 실린, 난설제蘭雪齋의
처연한 그리움의 심사心思가
잔잔히 흔들리는 듯한 한 폭의 적요한 풍경화
같기도 하고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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