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바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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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에게 바치는 글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ㅡ권도진ㅡ
여보,
얼마 전 영화 워낭소리를 보았어요.
열일곱에 다리를 다쳐 절뚝이며 살아온 주인이
노인이 될 때까지 곁을 지킨 늙은 소 한 마리.
논일, 밭일, 장보러 갈 때, 옆집에 갈 때까지도
달구지를 끌며 평생을 함께 했지요.
죽을 날이 가까워지자
간신히,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결국 쓰러져 죽는 그 소.
그 소는 할아버지의 일부가 되어
죽을 때까지 아무런 칭찬도, 보상도 없이
묵묵히 살다가 떠났어요.
마지막에는 늙고 기운이 빠졌다고
가족들이 모여 회의를 했죠.
"이제 소가 늙었으니 팔아야겠다."
그 얘기를 듣고 소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더군요.
여보,
아들들이나 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면
운동화 끈을 더 단단히 조여 맸던 당신.
누구보다 성실하고, 깔끔하고, 부지런한 당신.
어떤 어려움도 결국은 해결해내는 당신.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식사도 거르고 빵과 우유로 때우며
운전하며 일하던 당신 모습이 떠올라요.
가족을 위해 뼈가 삭도록 일하는 당신은
그 영화 속 소와 닮았어요.
그런 당신을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으로 착각하며
살아온 날들이 너무 미안해요.
온실 속 화초처럼 살던 저를
하나님은 단단하게 빚으시려
당신을 ‘세찬 소나기’처럼,
‘거센 비바람’처럼 제 인생에 보내셨나 봐요.
어느 날, 하나님의 은혜로
"생명 언어"를 통해 제 눈에 들보를 보게 되었을 때,
그날도 나는
“나 반신욕할 거예요~”
하고는 책을 몰래 들고 욕조에 들어갔죠.
빨래판 걸치고 수건 펴고 책을 펼치는 순간,
하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사랑하는 딸아.”
“네!”
“이제 됐다.”
“뭐가요?”
“내가 너를 사랑해서,
내 사람으로 쓰기 위해 네 남편을 도구로 썼다.”
“네~~~~? 어제까지만 해도
그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나쁜 남편이라 생각했는데요.
성격이 못돼서 병까지 얻었다며 비난했는데…
그게 다 저 때문이었나요?”
“암~그렇지.”
“그럼 남편을 다시 건강하게 해주시겠어요?”
“그럼, 고쳐주지.”
그날 이후,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달았어요.
남편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죄인 취급하고,
화를 참지 못해 날마다 상처를 줬던 나.
하나님은 아내를 돕는 배필로 지으셨는데도
머리로만 알고 마음으로는 알지 못했던 지난날들ㆍ
당신을 통해 제 부족함을 채우려만 했던 어리석음이
무려 25년이나 걸려서야 깨달아졌어요.
여보,
그 오랜 시간,
나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어요?
“나는 너를 도저히 감당 못 하겠다”며
이혼하자고 울던 당신.
“죽고 싶다”며 괴로워하던 당신.
“차라리 전쟁이라도 나서 모두 다
죽어버렸으면…”
하며 울던 당신.
그토록 괴롭고도 외로웠던 날들이었죠.
이제는 포기하셨는지
직접 요리하고, 청소하고,
아이들까지 챙기는 당신.
차라리 나를 만나지 않고
더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더 훌륭하고, 더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며칠 전 수업시간,
교수님께서 물으셨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 혹은 아내와
같이 살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세요.”
100명이 넘는 학생중에
단 네 명이 손을 들었는데,
그중에 저도 있었어요.
내 눈에 들보를 보기 시작한 후,
하나님을 깊이 만날수록
당신은 제게 보화였어요.
당신은 제게 과분한 분이었어요.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전 또다시 당신과 결혼해서
그 보화를 더욱 반짝이게 닦아
하나님께 드리고 싶어요.
이제 살아갈 날이 그리 많지 않네요.
쉰을 훌쩍 넘기고 보니
하나님께 갈 날이 가까워 보이는 요즘,
남은 시간은 당신을 위해 살고 싶어요.
당신을 제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여보,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아내가.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화목한 가정의 달 보내시길 바랍니다.
Vivian님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