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빛나는 시를 읽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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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17회 작성일 16-02-02 22:52본문
그대의 빛나는 시를 읽을 때면 / 안희선
문체(文體)가 훌륭합니다
날로, 눈부시게 진화해 가는 어휘도
영롱한 빛으로 좋아 보입니다
수시(隨時)로 받는 상처를 재빨리 다스리며,
고단한 삶을 재충전하는 그대의 영민한 슬기는
나도 따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가 걸어가는 창망(蒼茫)한 평원은
아마도 수 많은 선지가(先知家)가
세상의 비에 젖은 넓은 옷자락 휘날리며,
표표히 지나갔던 길이겠지요
나도 그대처럼,
행간(行間)의 의미 사이에 숨어있는
냉혈의 진보를 꿈꾼다면 좋겠습니다
흔히 말해지는 사랑과 눈물에 대해서도,
그대의 시에서 말해지는 것과는 달리
정작 속으로는 별 감흥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별 뜻없이 차갑게
탕진하는 그대의 예리한 영혼만큼은
내가 닮지 않길 바랍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匕首) 같은 세상이던가요
시까지 그래야 한다면, 고개를 가로 흔들고 싶습니다
왜, 시만 저 홀로
그대와 아무 상관없이 고상하고 아름다워야 합니까
그런 시라면,
문고매장(文庫賣場)에 가득 진열된
포장(包裝)만 사랑인 정교한 금속 활자입니다
생각하건데, 그대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진정으로 영혼의 뜨거운 눈물은
흘리지 않은 듯 합니다
시라는 이름으로
오로지 자신만 우아하게 가꾸는, 그대가
왠지 조금씩 싫어집니다
먼 훗날, 아니 이 대책없는 시대에
그대의 시가 세상 위에 우뚝 서는 것보다
설령 시를 전혀 모르는 둔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대가 진정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 시라는 사기만 치고 살아온 거 같아서
면목이 제로라는 느낌..
인간은 원래 타산적인 동물 (겉으론 아닌 척 해도)
시인도 그 예외가 아니라면 산술적으로 손해볼 일은 하기 싫어함은
당연하고 그 잘난 허명에 매달리는지도 모를 일
- 아니, 대체로 그러하지 않은지..
나 같은 경우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비극은
그나마 시라도 쓰지 않으면 나는 뭐 달리 하고픈 일도 없다는 것
이 허망한 세대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허망한 나임을 알면서도..
댓글목록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볍게 썼던 댓글을 지우고 다시 쓰네요..
뭐랄까, 명징하게 심장에 꽂힌달까요
음..저 비록, 습작생이지만, 그래서 더 새겨들어야할 말씀요..
담아가서..아끼면서 가슴으로 읽을게요..저의 지침서로..
혹, 국내에 계신 건 아닌가?
뜬금없는 생각을 했고요..
좀 어떠신지 궁금했고요 걱정했답니다..
잘 감상하구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침서라 하심은 당치 않고..
나의 경우, 타인 혹은 독자가 뭐라고 하던 간에 시는 일차적으로
나 자신의 무료한 인생 내지 한심한 인생을 메꾸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할까요 (쓴웃음)
그저, 신세타령조의 넋두리 같은 글..
너그럽게 읽어주시고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쪽빛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