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명주50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9회 작성일 16-11-18 13:43본문
폭설
이 명 주
9일째, 이제
모든 것이 고요하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앞에
하늘만이 유일하게 면제받은 땅
공원 벤치, 주차장에 차들이
어젯밤 흰 무덤에 매장됐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가끔씩 들리던 제설차에 사이렌 소리도 끊겼다
어제까지 우리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빙하시대 유령들 틈에서
하지만 오늘, 제 기능이 마비되는 도시는
삶 속에서 모든 것이 내려앉고 펼쳐지는 지평위에
우리의 것이 아닌 그들에 것을 찾아 나선
거대한 눈(目)을 바라보았다
회한을 품은 듯, 끝없이 회항하는 눈
이대로 눈이 그치지 않는다면 위대한 종말,
혹은 또 다른 세상의 시작
슬픈 태곳적 암말들이 자작나무 숲에서 바라다보는
위대한 광경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