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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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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39회 작성일 16-11-23 14:36

본문

 

그을음에 관하여 / 허영숙


내 몸에 살아 있는 불꽃,
그러나 오늘은 휘청거리는 불꽃

푸름과 붉음의 경계에서 나는 늘 바깥에 닿아 있었다
활활 사방을 다 감싸 안은 광휘도 잠시
푸른 불꽃에 다가서서지 못하고 오늘은 붉은 불빛만 한 자나 더 크게 타올라서
내 생의 외벽에 그을음이 인다

심지를 바로세우고 사소하게 깃드는 불순물을 제거하여도
푸른 내면에 쉽게 닿지 못하는 것은  
너무 먼 바깥을 자주 넘보았기 때문
심지를 잘라주어야
그을음, 그 울음을 낮출 수 있다

재도 연기도 되지 못하고
오감에 캄캄하게 묻어나는 그을음

헐렁한 바람에도 결연하지 못한 옹색한 변명
바깥만 돌다 덜 연소된 생이 만든 그늘이다

푸른 불꽃에 조금 살고
붉은 불꽃에만 오래 살다간

심지의 반성이다





 

 

2006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시마을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詩集, <바코드 2010>.<뭉클한 구름 2016>
2016 포항소재문학상 소설부문 <타에코의 인사> 우수상 受賞





<감상 & 생각>

시인이 '자기소외(自己疏外)'를 시로써 표출하는 것처럼 아픈 일은 없다.

(일반인의 경우에도 그것은 때로 '삶에의 의의(意義)상실' 혹은,
정체(停滯)된 삶이 내지르는 회의(懷疑) 같은 것으로 표출되긴 하지만)

시가 '삶의 디딤돌'인 시인에게 있어서는, 그런 소외의식을
시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시인 스스로에게 잔인한 일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경우의 '자기소외'라는 건 시인의 절대가치인
시에게서조차 시인이 소외를 당하는 일이기에.

하지만, 그 같은 자괴감(自愧感)에 그냥 주저앉는다면
시인이 굳이 이런 아픈 시를 써야할 이유도 없을 터.

현실의 횡선(橫線)과 이상의 종선(縱線)이 교차하는 곳에서
현실에 안주했던 삶이 드리우는 그늘을 직시하고,
그것의 경계를 처절히 각성하는 상황의식.

그건 물러진 삶의 심지에 다시 맹렬하게 당기는,
푸른 정신의 불꽃.

삶의 붉은 외곽에 기웃거린 '내면의 캄캄한 그을음'을
다시 아프게 정화(淨化)하는, 불꽃.

심지의 반성이 우리 모두에게 뜨겁게 선물하는,
'존재 재확인'의 치열한 불꽃이 아니겠는가.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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