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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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71회 작성일 17-01-31 10:30본문
말의 힘 / 황인숙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
머릿속에 가득 기분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황인숙 시인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문학과지성사 1988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사 1992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문학과지성사 1994
산문집으로, <나는 고독하다> 문학동네 1997
시집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문학과지성사 1998
산문집 <육체는 슬퍼라> 푸른책들 2000
동화집 <지붕 위의 사람들> 문학동네 2002
시집 <자명한 산책> 문학과지성사 2003 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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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생각>
詩人에 의하면......
'기분 좋은 말'은 생각하는 것은 물론,
소리내어 읽어보기까지 해야 한단다
뿐만 아니라 만져보기도 하고 핥기까지 할 것을
자신의 詩, <말의 힘>에서 말하고 있다
생각하면, 우리들은 너무 우울하고
심각한 말들에 중독되어 있는 거 같다
(특히, 詩라고 일컬어지는 글들에게서
그 증세가 유독 심하다고 할까 - 특히, 내 글따위 같은 걸 보자면)
물론 삶이란 게 행복보다는 불행이,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압도적으로 많은 탓도 있겠지만
- 나 개인적으론, 人生의 95% 이상은 괴로운 시간이라고 보지만
각설하고
때론 가식없이 담백 . 진솔하게 말해지는 것에서,
그 즉흥적인 言語의 기분 좋은 울림 속에서,
미처 몰랐던 청신(淸新)한 삶의 모습을
만나기도 하는 것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말엔
그 자체가 지닌 生命과 힘이 있는 거 같다
詩를 쓴 시인도 그런 생각이었으리라
아무튼, 있는 그대로의 말엔 힘이 있단 거
마치 달걀 속에 병아리 같이,
벼 속에 쌀 같이,
피리 속에 소리 같이,
구름 속에 비 같이,
돌 속에 金 같이,
피 속에 생명 같이......
나 역시 있는 그대로 말하고픈 걸
일체의 내숭없이, 여과없이, 말하고 싶어진다
그 무엇인 척은 하지 말고,
짐짓 심각한 듯한 삶의 표정도 짓지 말고,
머리에 쥐 날만큼 목에 힘주지도 말고,
그냥 다만 지금 내가 말하고픈 걸
후련하게 기분좋게 소리내보자
쏟아내보자 !
- 희선,
My Favorite Things - gontiti (gui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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