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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인은 갈 곳이 없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827회 작성일 17-02-26 01:34

본문

 

    가난한 시인은 갈 곳이 없다 / 강경우


    옆집 화분엔 영산홍도 피었고,
    평생교육원 뜰에도 목련은 부풀어 춘삼월이라는데,
    하늬바람은 여전해, 독촉장 채근하듯 철렁거리는 소리.
    앉아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에 머리 아파서
    일어 나서면 허깨비.

    사람보기 싫어 눈알 내리깔고 걷다보면
    나사며, 못이며, 기계부속 같은 쇠붙이가 보인다.
    보도 블록 사이에 끼인 신주 넛트 한 개를 주어 들었는데
    몇 걸음 앞에서 꼭 맞는 볼트를 주었다.
    주어 든 볼트를 넛트에 끼워 무심히 돌리면서 걷다가
    문득, 비춰 본 유리창엔 한 거렁뱅이가 넋없이 걷고 있다.
    잘난 사모님께서, 그 남편인, 내 친구에게 당부하기를
    거지 행색과는 어울리지 말라 하더란, 그 몰골.
    어디서 본 듯도 한 모습이 누굴까 생각하다가, 그도 귀찮아서
    동네 개천다리 중간에 이르러선 난간에 걸터앉았다.
    아무데서나 보이는 산은, 늘 그 자리에 있고,
    저 갈길 바쁘던 구름도
    바람이 났는가, 산을 품어 목을 감싸고 있다.
    나 또한 죽어서, 저 산이 되면 예쁜 구름에게
    가끔 안겨 들기도 하며 영원하겠지만
    지금은 허연 백두(白頭)만 썰렁하다.

    아이들이 저들의 소리로 말을 하는 참새 떼처럼 지난 후,
    풍 맞은 중늙은이가 열심히 허우적거리며 지나갔고,
    한 여인이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빙긋이 지나갔는가,
    여전히 나사를 돌리며
    다리 난간에 마른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데,

    "이 봐요! 냄새나요, 저리 가세요!"

    다리 아래도, 위도 휑한 바람 소리 뿐

    "이 봐요, 냄새나요, 저리 가세요!"







    계간 <문학의 향기>로 등단



    <감상 & 생각>

    강경우님의 시편들은 일견一見 , 건조한 감이 듭니다.
    하지만, 읽고 나서 가슴 깊은 곳에서 조용한 눈물이 맺히는 것은 왜 일까요.

    그의 시편들에선 일관된 어조語調로 '삶의 방향성方向性'에
    '존재로서의 삶의 인식認識'을 접맥시키고 있음을 알 수있게 되는데요.

    또한 삶에 대한 시인의 인식이 순수하고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어,
    인위적 기교에 승乘하는 요즈음의 시 조류潮流에도 휩쓸리지 않는,
    그만의 뚝심적 기골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시, '가난한 시인은 갈 곳이 없다'에서도
    그의 그러한 시작詩作의 태도는 여실한 것 같습니다.

    자아의 내면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내적內的 고독을
    '가난한 시인'라는 하나의 상징에 접맥시켜 효과적으로 시를 구축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가난한 시인'은 불확실한 삶 속에 방향성을 가늠치 못하는
    모든 암울한 시간의 결집結集이며, 동시에 화자話者에게 '익숙했던 삶'이라는
    공간을 그와 단절시키는 기제機制이기도 하겠지요.

    또한, 그것은 정신없이 질주해 온 삶이 고립된 자아의 내면에
    도달하게 됨을 암시하고 있구요. 그곳에서 공허한 삶의 공간에 서있는
    자아를 소환召喚하게 되고, 따뜻한 인간의 정情이 단절된 세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가난한 시인으로서의 쓸쓸한 인간적 고독을
    자아에 도사리는 또 하나의 '슬픔'으로 인식함이 느껴집니다.

    그 '슬픔'은 시인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포함한 모든 존재의 운명적 한계를
    바라보게 하고, 그 한계가 드리우는 딱딱한 경계가 어떻게 현실 속에서
    시인의 의식意識에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즉, 시인은 현실의 삶이 일구어 내는 '삭막한 무정無情'의 세계에 대항하는
    인간적 본연本然의 삶을 꿈꾸지만, 여전히 힘없는 존재로서의 '나'를
    만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도 절실한 느낌으로 전해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반면에,
    자기 부재不在로 부터 출발하는 삶의 정체성正體性에 대한 모색과
    부단不斷한 자아인식에의 갱신更新을 "이 봐요! 냄새나요, 저리 가세요!" 라는
    간명簡明한 역설적逆說的 결구結句로써 군더더기 없이 말하고 있네요.

    그것은 진실로 시인의 눈물겨운 진술이며 또한, 최후의 긍정肯定을 위한
    고달픈 부정否定의 긴 여로旅路를 자신에게 선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시를 읽으며, 과연 나는 스스로 거품처럼 부풀려진 나를 얼마만큼의 깊이로
    내 영혼의 바닥에 내동이칠 수 있는지 또한, 그 바닥에서 내가 엮어온 삶을
    얼마나 겸허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삶의 현장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숨쉬는,
    '가난한 시인'은 어쩌면 상실과 단절의 이 시대를 뛰어넘고자 하는
    따뜻한 인간적 정감의 비애悲哀로운 상징일 수도 있겠지요.

    아무쪼록, 시인의 고단한 시간들이 그가 추구하는 시적詩的 '리얼리티'를
    찬연燦然히 구축할 것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 희선,




    a wind with no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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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뜬금없이... 박 시인 얘긴 왜?

저도 괜히 눈물 나잖아요

* 참, 솔아 형님..

형수님께 꼭 전해주실 말씀요

지가 부산 가면, 닭고기는 못먹는다는 (닭에 관한 한, 심한 앨러지가 있어서요)

그닌깐, 애먼 씨암닭 잡지말구 딴 메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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