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의 연대기를 읽는 저녁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자유게시판

  • HOME
  • 시마을 광장
  • 자유게시판

(운영자 : 정민기)

 

 자작시, 음악, 영상등은 전문게시판이 따로 있으니 게시판 성격에 맞게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 게시물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발생시 책임은 해당게시자에게 있습니다

(저작권 또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게시물로 인한 법적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광고, 타인에 대한 비방, 욕설, 특정종교나 정치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게시물은 1인당 하루 두 편으로 제한 합니다


쌀밥의 연대기를 읽는 저녁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84회 작성일 17-07-02 13:44

본문

쌀밥의 연대기를 읽는 저녁 / 허영숙


압력밥솥이 푸- 우 하고 긴 숨을 빼는 순간
집 안 가득한 쌀밥냄새,
허기와 맞닿은 밥 냄새가 한 질의 전집 속에 있는
나를 꺼내 페이지를 넘긴다.

그 무렵, 아버지가 지게 위에 달빛을 한 짐 지고 내려오실 때까지
우리의 저녁은 유예되었다.
담요가 덮인 구들장에서 우리들의 까끌한 보리밥이 보온되고 있을 때,
부엌에서는 아버지의 술밥이 익고 있었다.
너른 채반에 꼬들꼬들하게 식어가던 흰 술밥을
몰래 한 줌 덜어 꼭꼭 씹으면
혀끝에 찰싹 달라붙던 츄잉껌의 기억,
보리밥 대신 하얀 술밥을 품고 익어갈 술독이 되고싶었던 간절한 저녁.

간혹 손끝을 박기도 하던 봉제공장에서 월급을 타는 날이면
초코파이를 사들고 오던 열 여덟의 누이에게도 쌀밥의 기록이있다.
누이가 청춘을 박을 동안 식구가 많은 우리의 밥상에는
보리밥 위에 소복하게 덧 얹어진 하얀 쌀밥으로 인하여 맛보았던
물에 말지 않아도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던 머쉬멜로우의 저녁,
지게에 얹힌 달이 뱃속에 만월로 떠있던
포만의 저녁이 그 무렵에 있었다.

식구들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며
TV에서 내보내는 지루한 유럽축구를 보고있는 늦은 밤,
날마다 술밥보다 더 고소한 뜸이 드는 저녁을 지나와도
밤늦도록 누구의 츄잉껌도, 머쉬맬로우도 되지 못하고 굳어가고 있는 쌀밥,
혼자 입안으로 떠밀어 넣어도
속은 여전히 그 때의 텅 빈 저녁과 같다.
아무래도 빈 것은 뱃속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푸- 우 하고
긴 한 숨으로 빠져나갈 때
창 밖에는 쌀밥처럼 하얀 싸라기눈이 맺음말로 내리고
나는 나를 덮는다.





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동인시집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시집, <바코드 2010> <뭉클한 구름 2016> 等



-------------------------------------

<감상 & 생각>

'쌀'은 우리에게 있어 단순한 음식의 의미보다는
삶의 전망을 도출(導出)하게끔 하는, 끈적한 질료이기도 하다

요즘에야, 쌀이란 건 흔해져서... 예전에 그 배고팠던 시절의 의미는
이제 찾아 보기 힘들지만 그래도 가난했던 우리들의 아픈 기억들이
현실에서 중첩(重疊)될 때마다 스스로 무거워지는 의미이기도 하고

츄잉껌의 달콤함과 머쉬멜로우의 부드러움을 간직했던 쌀밥...

과거의 굶주림과 헐벗음의 아픈 기억들이 과거로 물러가더라도,
쌀밥이 지녔던 만월(滿月) 같은 포만에의 기억은 우리의 가슴 속에
늘 아련한 추억으로 머물러 있겠다

다소, 긴 호흡의 시이지만... 현재의 빈 가슴 같은
무덤덤한 일상의 삶 속에서 충만한 가슴으로의 복귀를 바라는
시인의 조용한 의지가 참 고와 보인다


                                                                               - 희선,




Nostalgia


 

 

추천0

댓글목록

kgs7158님의 댓글

profile_image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쌀밥..현미펑티기해서 먹어도 좋아요
감사합니다..추억의 글 ..추억의 시간들,,새겨보며 갑니다
아름다운 칠월저녁시간들 되셔요.

Total 8,659건 102 페이지
자유게시판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609
파래소 댓글+ 2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4 0 08-03
3608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0 0 08-03
3607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 08-03
3606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0 0 08-03
3605 냇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2 0 08-02
3604
지독한 가난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7 0 08-01
3603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 0 08-01
3602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75 0 08-01
3601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35 0 08-01
3600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57 0 07-31
3599 성균관왕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6 0 07-30
3598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6 0 07-30
3597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9 0 07-29
3596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7 0 07-29
3595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66 0 07-29
3594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2 0 07-28
3593
짙게 밴 향기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8 0 07-28
3592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4 0 07-27
3591
삶과 죽음 댓글+ 4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8 0 07-26
3590
햇살 미소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7 0 07-26
3589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9 0 07-25
3588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8 0 07-25
3587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6 0 07-24
3586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9 0 07-24
3585 고성민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9 0 07-24
3584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1 0 07-23
358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9 0 07-23
358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3 0 07-21
3581
댓글+ 1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9 0 07-21
3580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0 0 07-21
3579
Scarborough Fair 댓글+ 1
amitabu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6 0 07-20
3578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6 0 07-20
3577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6 0 07-20
3576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1 0 07-19
3575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7 0 07-18
3574 성균관왕언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7 0 07-18
3573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7 0 07-17
3572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07-17
3571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07-16
3570
자유와의무 댓글+ 2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8 0 07-15
3569
사랑의 편지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35 0 07-15
3568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5 0 07-15
3567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2 0 07-15
3566 초보운전대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3 0 07-14
3565
사랑합니다 댓글+ 2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4 0 07-13
3564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7 0 07-13
3563
오늘 댓글+ 1
kgs7158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9 0 07-13
3562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9 0 07-12
3561
부메랑 댓글+ 1
신광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2 0 07-12
3560
장마 기쁨 댓글+ 1
손계 차영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61 0 07-1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