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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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1,862회 작성일 15-08-10 10:20본문
근원近園 김용준 선생의 수필을 읽다보니, 선생이 인용한 글 한 구절이 아름다운 문자향文字香으로 다가와 잔잔한 감동으로 내 마음에 자리잡는다.
선생이 수원시화隋園詩話라는 책에서 인용한 글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곽휘원郭暉遠이란 사람은 고향의 아내에게 편지를 부칠 때, 그만 실수로 써둔 편지 대신 백지白紙를 넣어 보냈다. 얼마 후 그 아내가 그에게 답시答詩를 보내왔는데,
벽사창하계함봉(碧紗窓下啓緘封) 척지종두철미공(尺紙從頭徹尾空) 응시선랑회별한(應是仙郞懷別恨) 억인전재불언중(憶人全在不言中)
뜻인 즉, 다음과 같다.
벽사창에 기대어 님의 글월을 받자오니 처음부터 끝까지 흰 종이 뿐이오라, 이는 아마도 님께서 이 몸을 그리워 하심이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을 전함이신듯 하여이다.
생각컨데, 오히려 비어있음으로 가득한 문자향文字香을 느꼈던 그 아내의 고절高絶한 품성도 아름답거니와, 편지 대신 백지를 보낸 곽휘원의 실수도 참 아름답게 여겨진다. (아름다운 실수라고 할까) 진정한 사랑이란 필시 이런 것이리라... 가볍고 부박浮薄한 사랑만 요란스레 포장되는 이 시대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지 자문自問해 본다. - 희선,
댓글목록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해몽이 더 멋진 표현 입니나
시인들의 뇌구조는 어찌 형성이 되어 있을지요
멋지네요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옛 선조들은 오늘의 우리들이 지니지 못한,
삶의 그 어떤 깊이와 그윽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랑, 포함한 모든 면에서 말이에요)
마음이쉬는곳님의 댓글의 댓글
마음이쉬는곳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맞습니다
그윽 하신것 같아요
눈물꽃생각님의 댓글
눈물꽃생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은
글만을 주고받고
선조들은
마음을 주고 받았던것 같아요
편지의 글귀들은 그저 들러리 일 뿐....
거기다가 한 줄의 글을 읽어 내려가더라도
상대가 어떠한 마음으로 쓴 글인지
헤아리기까지~~
글만 덩그러니 읽어내고
끝내는 마무리가 아닌
긴 여운을 가지고 유추하는 상대 마음 헤아림
같은 글을 주고 받아도
마음의 깊이가 다른겁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건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글도 글이지만, 그 글에 담긴 마음의 깊이..
요즘을 살아가는, 이 경박한 시대의 우리들에게선
좀처럼 찾기가 힘들단 생각요
하늘은쪽빛님의 댓글
하늘은쪽빛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제나 또 느끼는 건 정갈한 마음이네요..
마음을 전하는 일은,
많은 말이 필요치 않을 거 같단 생각두요..
정말 아름다운 실수가 맞네요..덕분에 아내의 참 모습두 보구요
계신곳두 더우신가요..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구요..
고운 글에 머물다 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건 눈빛만으로도 족한 것
어떤 면에서 보자면, 말이 많다는 건
확신없는 마음을 가리기 위한 변명인지도..
아무튼, 위의 저 부부는 부부싸움을 할 일도 없겠지만
설령 어쩌다가 한다고 하더라도,
묵향墨香 그윽한 詩로서 했을 거 같다는요 (웃음)
고운 발, 걸음으로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위에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요
눈물꽃생각님의 댓글
눈물꽃생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더위
자꾸 입에 담아 노래하면
더 더워져요
^^*
전 말입니다
이깟 더위
하고서 무시해 버립니다
대중사우나 가면 70도가 웃도는
찜질통이 있는데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여. 저는
조물주가 되든 대자연이 되든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반드시 필수적인 장치를 해준 고마움으로 생각해요
자연사우나 라고 여기면 더위마저 고맙고 감사하게 행복해집니다
이 무더위가 아니었다면
우리몸의 노폐물을 청소할 장치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면 끔찍한 일입니다
무더위 사랑해보세요
행복해 집니다
그 어떠한 날씨 조건도
사랑하지 못 할 날씨는 없어요
^^*
지옥에
내려 놓아도 기꺼이 즐기고 말거다
할 정도로 익숙해져야
세상의 그 어떠한 것을 만나도
두렵지가 않아집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가 15년전.. 6월 27일,
낯선 캘거리 공항에 몸만 달랑 떨구어졌을 때,
엄습하는 서늘한 기운에 얼마나 생소한 느낌이었는지..
김포 공항을 떠날 땐 푹푹 찌는 찜통더위였는데 (그땐 인천 영종도 공항이 없었음)
- 암튼, 한국에서의 반소매차림이 어색할 정도로 (서늘하다 못해 진짜루, 추웠단 거)
마치, 한국의 초겨울 같은 그런 느낌?
암튼, 더위나 추위나 그 모두 자연의 은혜로운 선물인 것을
그 선물에 불평한다는 거, 복에 겨워 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