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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의 전설 =허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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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7회 작성일 24-07-2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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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의 전설

=허 연

 

 

    아침마다 빨랫줄에 앉아 울고 가는 까마귀가 있었고, 마름모꼴로 생긴 방이었다. 어느 계절이었다. 세상에 나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방에서 나오면 철제 계단이 있었다. 철제 계단을 감당하면 그다음 골목들과 간판들과 주택들,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했다.

 

    번번히 포기했었다. 철제 계단 앞에서 돌아서곤 했다. 하루 종일 뒹굴던 작은 방에는 주술 같은 연속무늬가 있었다. 하나씩 세다 보면 무늬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기들끼리 만나고 헤어졌다. 그 방도 벅찼다.

 

    새로 만들어진 것을 피해 내가 살았다. 미래는 서툰 권력이다. 난 방을 나가지 않았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411 허 연 시집 내가 원하는 천사

 

 

   얼띤感想文

    시에서 쓰는 용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의미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읽어야 한다. 이 시를 보면, 아침마다 빨랫줄에 앉아 울고 가는 까마귀가 있다. 나를 푹 적시는 빨랫줄 그러니까 마음 수양하듯 무슨 걸레라도 쭉 짜듯이 그렇게 온몸 울고 가는 그런 검정이 있었던 게다. 까마귀는 검정을 상징하며 시 객체다. 마름모꼴로 생긴 방이었다. 원형 구체 경전 뭐 그런 것이 아니고 모가 난 어떤 못난이를 상징한다. 어느 계절이다. 계절도 季節이 아니라 뚝 분질러 놓은 어느 시점(繼絶)이다. 방에서 나오면 철제 계단이 있었다. 그러니까 시 객체를 만나는 순간 곧이곧대로 바라보는 직선이자 홍조 빛 띄울 철제에다가 한 단계씩 거쳐야 하는 것들, 그다음은 지류나 그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는 이상한 어떤 계류 그것은 골목들이다. 간판들 이름 있는 것들, 주택들 칸칸 기차보다는 큰 개념으로 닿는다 여러 겹겹 그러니까 문단쯤으로 본다. 이런 것들을 감당해야 하니 머리만 아프다.

    번번이 포기했다. 그러니까 간판이고 주택이고 뭐고 없이 벌써 철제 계단 앞에서 돌아서는 일 자주였다. 그러다 온종일 내 방에 그냥 앉아 주술 같은 연속무늬만 즐기는 것이 된다. 주술도 우리가 아는 주술일 수도 있으나 시에서는 주로 다루는 그런 기술, 그 무늬 하나씩 세다가 엄청난 속도로 자기들끼리 만나고 헤어졌다. 사실 그렇게 있는 것도 보는 것도 놓아두는 것도 벅찬 일이다.

    새로 만들어진 것을 피해 내가 살았다. 누가 시를 쓴 이가 있더라도 내 꼴을 하지는 않음으로 난 산 셈이고 장래는 그러니까 앞으로 읽는 이 또한 이 시를 지배하거나 평할 자 있으려니 그러니 없을 것이므로 기어코 난 방을 나가지 않은 것이 된다. 여전히 독방인 것이다. 나만의 방을 만든 것이 되니 시의 한 계류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 된다. 시인 허연은 허연만의 독특한 시를 형성한다. 송 휘종의 수금체처럼, 수금체하면 송 휘종을 떠올리듯이 에곤쉴레는 에곤쉴레만의 그림이 있듯이 자기만의 냄새 독특한 방식은 있어야겠다는 것을 은연중에 얘기하고 있는 거 같다. 점점 깊어가는 문학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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