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밀도 =서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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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밀도
=서안나
나비를 접으면 헛꿈이다
꽃의 고요를 훔친 자
귀인(貴人)은 그렇게 온다
돌사자와 별을 어깨에 이고 이마에 두 눈을 그려
가시밭길을 뒹굴고 여린 것을 이끌고 병들고 쇠잔한 늙은이를 부축하고
회심곡을 부르면 쟁쟁 바라 소리가 나며 아픈 곳에 물병을 부어주며
돌 속에 두 다리를 묻은 용두관음
두 눈을 부처처럼 내리깔고 꽃에서 꽃으로 불의 필체로 허공을 채우는
나비는 모서리가 없다
나비는 한 번 죽은 마음
밤이 뾰족해진다
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11월호
서안나 1965년 제주 출생 1990년《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 속의 그녀들』『립스틱 발달사』 동시집 『엄마는 외계인』 평론집 『현대시와 속도의 사유』등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청바지를 찢으면 유행은 죽는다 유행의 속성을
가진 자 파티는 늘 위험하다 호박과 사탕을
바구니에 넣고 마지막 밤을 알뜰하게 보낸다
거리는 붐빈 인파로 코스프레의 눈길을 끌며
마법의 지팡이를 던진 스타가 있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들으면 덧잠은 깨고 너절한
간이식당에 앉아 목마름에 적신 입술, 이마에
사자 밥 붙이고 다닌 밤은 늘 외롭다
밤은 꾹 닿은 밀폐 통 같이 누구나 그렇듯
처 막기 전까지는 입은 서지 않는 법 누가
나비를 죽였나? 날카로운 눈빛 하나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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