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시관 =기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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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시관
=기 혁
눈코입을 그려 넣으면 얼굴, 갈아서 날을 세우면 무기, 석공의 손을 거치면 예술품, 살아있다고 믿는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내외가 일치하는 내장을 만들고 내장의 세계로 향하는 쪽문을 그려넣지 똑 똑 똑 동물의 내장으로 운명을 점치던 인류에게 인기척이란 얼마나 외로운 선택과 배제의 매체인가? 지층의 어둠 속에서 들끓던 침묵의 간절함이 화석인류와 함께 출토를 기다릴 때 잠시만요, 보이지 않는 곳부터 돌은 치장을 시작한다 당신이 유리관을 깨트리면 좋겠어요, 시각의 괴물이 된 관람객 앞에서 말 없는 수다를 떨면서 사랑을 느낀 최초의 원시인이 고르고 고르던 조약돌의 기준을 리본이 묶인 선물상자에 담는다 오래된 약속을 믿는다면 휴일의 티타임에 참석한 광기에게도 격식 있는 테이블이 차려지겠지 쪽문의 안쪽 어디쯤 감쳐둔 미래가 궁금하다면 치장을 끝낸 돌이 외출하기를 기다릴 것 무생물의 노크법으로 인기척을 확인하는 자신감만이 인간의 가면을 벗길 수 있다 무심한 돌의 메이크업을 하고서 상상력이 상상력을 먹어치운 자리의 허공 그 인식의 유적지로 돌을 던질 때 뒤통수 깨진 진짜 침입자가 피를 흘리지 하나 더! 자유의 포물선이 소리치는 고요한 난투극의 활기 꿈이 아니야 두 번째 돌을 집어 드는 신탁의 힘으로 말뿐인 박물관이 박살나는 묵음의 광시곡이야
계간 《시와 비평》 2026 봄호
기혁 1979년 경남 진주 출생. 2010년 《시인세계》 시 등단. 201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 등단. 시집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소피아 로렌의 시간』『다음 창문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소설책』 등.
흰 가운을 걸치고=鵲巢感想文
십 년도 더 됐지 싶다. 제라드 다이아몬드 선생께서 쓰신 책 ‘총. 균. 쇠’를 읽고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 책을 펼치자마자 단번에 읽어 나갔다. 독서에 밤을 새울 정도였으니까, 인류의 근원과 생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이어왔는지,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예시를 들고 한 표본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며 서로의 논지가 흩트림이 없는 소중한 책이었다. 화석인류와 원시인, 하나가 시의 고체성이라면 하나는 살아 숨 쉬는 현실을 반영한다. 현생인류의 뿌리가 크로마늉인이라면 당시 또 한 부류의 인류가 있었다는 사실 그건 네안데르탈인이었다. 마치 이복형제와 같은 인류였다. 그들은 왜 멸종되었을까? 크로마뇽인에게 죽임을 당했을까? 죽임을 당해야만 했을까? 혹자는 네안데르탈인이 완전히 멸종된 건 아니라 한다. 우리의 핏속에는 네안데르탈인의 몇 안 되는 유전자를 내포하고 있다는 설까지 얘기하니까. 그러나 한 종의 멸종은 살아남은 한 종의 유전자에 비해 뭐가 뒤처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들은 사라졌고 지금은 다른 한 종의 세계를 이루었으니까, 돌처럼 단단하지 못했던 네안데르탈인 그들의 생김새를 떠올리며 그들처럼 사는 나는 또 언제 졸할 것인가? 실물은 완전히 망했고 그나마 조금 배워보겠다고 들이닥친 자본시장마저도 만만치가 않았다. 정말 불지옥 같은 고통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나의 능력에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하루 수천 조가 움직이는 시장 우리 국민이 모두 평생을 바쳐 세어도 다 셀 수 없는 돈 주식시장이다. 저 꿈틀거리는 용광로에서 한 줌의 쇳물도 건져 올릴 수 없는 능력, 저 속에서 십 원짜리 하나라도 가져올 수 없다는 건 참 비참하기 짝이 없다. 돈의 움직임을 보고 있는 저 특별전시관은 깨진 뒤통수처럼 포물선만은 벌겋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 언제나 박살이 나는 묵음의 광시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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